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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문학박사, 겸재정선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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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멈추어진 듯했지만, 어김없이 2020년 경자년은 가고 2021년 신축년이 밝았습니다. 해는 바뀌었어도 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놈의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극적인 일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감염 확산이 장기화됨에 따라 공포, 단절, 체념이 반복되면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엉클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사회적 연대와 질서, 슬기로운 대처로 잘 견뎌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기대했던 백신이 나왔기에 머지않아 이 지긋지긋한 불청객도 물러갈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에 더욱 위축되고, 불안하고, 초조해져가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건강 염려증이 생겨나서로 눈치를 보고 있으며, 작은 일에도 짜증,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이고 더 이상 일상이 즐겁지가 않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계절이 바뀌어 황홀한 비경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고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은 것이 이렇게 힘들게 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습니다. 모두가 지치고 힘든 상황이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왔던 우리 민족의 저력은, 이번 바이러스 사태 예방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으며 결국 이 상황도 반드시 극복할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러 방향으로 고민, 실천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정신적 방역활동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집니다. 알다시피 미술은 인간 생존의 정신적 방역활동, 마음 치유를 담당해 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민화는 역병퇴치에 가장 직접적인 목적을 두고 제작되었으며 과거의 민화 작가들은 역병이 출몰하면 그 어느 때 보다도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러므로 현대 우리 민화인들도 민화연구, 민화전시, 민화체험, 민화상품개발 등을 새롭게 무장시켜 코로나19를 퇴치되는데 큰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 민화인들의 활동이 강력한 백신이 되어 불안, 긴장감을 줄여주는 ‘카타르시스(정화)의 묘약’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훼손된 가치, 피해와 상처 등이 회복, 치유되고, 무엇보다도 무섭도록 멀어진 마음의 간격을 좁히는데 일조해 주었으면 합니다.
아무쪼록 2021년 신축년 올해에는 민화인들의 활동이 짜증나는 일들을 쫘-악 씻어주는 시원한 소나기가 되어 코로나19를 흔적도 없이 씻겨 주었으면 합니다. 진정 하루 빨리 평범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숲도, 동물도, 사람도 행복해지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특히 세상 모든 사람들, 죽은 자와 산자 모두가 위로받고, 평화와 사랑, 공존과 공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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