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 Message. 민화! 공급은 되고 있다, 이젠 수급에 대해 생각하자

월간 민화 2015년 10월호 시작하는 말

현재 민화(官畵/民畵) 분야는 미술적 우수성과 민속적, 역사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실하게 인정받으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학자와 작가가 대폭 늘어나고 주변 장르인 순수회화를 비롯한 도자공예, 염직공예, 패션디자인 등의 전공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민화가 환하게 빛이 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 사람들까지 민화의 우수성에 찬탄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여서 그야말로 ‘민화 세상’이 되는 듯하다.

학계, 화단에서도 민화의 위상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화단을 대표하는 ㈔한국미술협회의 민화분과가 2015년 3월 15일 이사총회에서 정식으로 인준되면서 축제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민화가 환하게 빛나고 또 모두가 민화를 사랑하는 ‘민화 세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민화의 공급과 수요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걱정된다. 민화가 크게 활성화되었고 이와 관련한 종사자들은 많아졌지만, 민화를 생활에 활용한다거나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민화를 공급하는 작가들은 얼마 안 가 다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알다시피 조선시대의 민화는 생활필수품이었다. 결혼 혼수품으로 꼭 챙겨야 했으며 돌잔치, 결혼식, 환갑잔치, 장례식 등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설이나 입춘 등을 맞이하면서,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며, 자식들이 출세하기를 바라면서, 또 평소에도 복을 받고 병이 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부적처럼 집안 곳곳에 붙이고 너도나도 간직했던 것이 바로 민화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이에 대한 필요성이나 배치할 자리 등이 여러모로 달라져 수요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민화는 다른 어떤 전통유물보다도 예술 분야의 성장 동력과 주력 문화상품으로서의 경제적 소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어진다. 그러나 이를 믿기만 하고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앞선 시대처럼 바로 외면, 배척당하고 말 것이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화의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크고 작은 민화전시가 끊이지 않고 계속 열리고는 있지만, 재현한 것도 아니고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아닌 그저 도상을 차용하거나 재구성한 어정쩡한 변종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은 결국 민화 수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므로 재현하는 작가는 재현답게, 창작 민화를 하는 작가는 창작답게 그려내야 한다. 전통을 그대로 계승해 나가는 작품에는 언제나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하고 원본과 틀림이 전혀 없어야 하며, 온전하게 우리 민족의 철학, 사상, 믿음 등을 읽어낼 수 있는 하나의 정보가 되어야 한다. 한편 창작민화를 하는 작가는 현대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소비자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현실공간에 어울리는 민화를 그려내야만 한다. 민화가 전시장으로 깊숙하게 들어와 엄연히 감상의 대상이 되는 만큼 창의적, 회화적으로 거듭나야 하며, 현대인의 마음 안정과 편안함을 찾는 작업이어야 한다. 동시에 더는 병풍이나 족자에 작업하는 것을 고집하지 말고 현실공간에 어울리는 심플한 액자에 알맞은 작업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화 수급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민화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주변 장르와 접목한 고부가 가치의 문화상품을 부지런히 개발하는 것도 방책 중 하나가 되겠다. 가구, 도자기, 의상, 커튼, 벽지 등 생활용품에 응용하여 경쟁력을 구축해 나가는 것은 물론, 재미있는 오락이나 각종 게임 프로그램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와 접목, 개발해 선보일 것을 권한다.

김용권 교수
김용권
문학박사(미술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한국박물관협회 국고지원사업 평가단장
경희대학교부설 현대미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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