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화투 선보인 이종희 작가 – 화투 위에 아로새겨진 한국의 미

이종희 작가는 5년 남짓한 경력의 신예지만 화투에 민화를 얹는 작품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민화를 그리기 전부터 민화의 도상을 이용해 주얼리를 제작해왔다고 한다. 부천에 있는 이종희 작가의 공방을 방문해 그의 작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9월 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미술축전〉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끈 민화가 있었다. 이종희 작가의 민화 화투花鬪다. 일본에서 건너온 화투는 정착 과정에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었지만 패에 그려진 그림은 여전히 일본풍과 중국풍에 가깝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종희 작가는 50여장의 화투패에 민화를 얹었다. 관람객들은 유달리 반가운 기색을 보였고, 몇몇 어르신들은 의미있고 좋은 일을 해 주어서 고맙다는 칭찬을 건넸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민화화투

이종희 작가는 우선 화투패 그림의 일본풍·중국풍 요소를 민화로 대체했다. 이를테면 12월패 비광에 그려진 중국풍 복장의 일본 남성은 미인도로 다시 그려졌고, 얼핏 보면 닭처럼 보이는 11월패 오동광(똥광)의 일본풍 붉은 봉황은 화려한 오방색의 민화 속 봉황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이종희 작가의 화투는 실용성도 갖추고 있다. 화투는 간단히 말해 여러 사람이 모여 패의 짝을 맞추는 게임이므로 한 눈에 패를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과 색이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좋다. 이는 화려한 색과 다양한 상징적 요소를 특징으로 하는 민화와 상충하는 점인데, 이종희 작가는 이들 균형점을 잘 포착해냈다. 화투에 민화를 얹은 것이 처음이 아님에도 나름의 주목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화투는 실제로 널리 사용하는 도구이고, 패마다 나름의 뜻도 담긴 만큼 기존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민화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반지 위에 핀 연화, 가족사진을 품은 문자도

이종희 작가는 민화를 그린 지 채 5년이 안되는 신예다. 그는 지금도 손유영 작가를 사사하며 민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그러나 그가 민화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림 경력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그는 금속공예과를 졸업한 경력을 살려 20여년 넘게 주얼리를 직접 제작해왔고, 특히 민화의 대표적 도상인 연꽃을 이용한 반지 등을 만들어왔다. 그가 제작한 민화 주얼리는 특히 미국인들에게 호평을 받아 캘리포니아의 유명 고급주택가인 베벌리힐스(Beverly Hills) 상점가에 납품되었고,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에도 협찬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엄정한 심사를 거친 작가만이 참여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의류·액세서리 쇼 〈2018 라스베가스 매직쇼〉에도 출품됐다. “한때는 세 달에 한 번 꼴로 해외출장을 갈 만큼 바빴죠. 힘들었지만 외국 사람들이 우리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주어서 뿌듯했습니다.(웃음)”

민화의 아름다움 세계에 널리 전하고파

앞으로 이종희 작가는 민화의 아름다움이 외국인들에게도 잘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민화와 외국인 인물화를 접목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사업경험을 토대로 해외 비즈니스용 민화그림을 주문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밝힌다. “주얼리 사업을 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민화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사회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장님들도 비즈니스용 선물로 민화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아 말씀하세요. 민화의 아름다움이 두루 통한다는 말이겠죠. 민화의 세계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세요.(웃음)”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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