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문화바캉스! 더위를 피해 볼만한 전시




문화 교류는 예술을 보는 관점을 뒤집는다.
개항기 서구 문화의 유입 속에서 조선의 화가 김준근은 이전과 다른 풍속화를 그렸고,
18세기 동아시아의 문자도 판화는 인쇄 문화를 기반으로 닮은 듯 서로 다르게 발전했다.
뜨거운 여름 날씨에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면, 시원한 실내에서 문화 교류의 흔적을 되짚는 전시를 즐겨본다.




국립민속박물관이 5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기산 김준근 풍속화와 민속자료를 중심으로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김홍도, 신윤복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김준근의 풍속화 세계와 시대에 따라 전승되고 변화하는
민속의 특성을 조명한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이 5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독일 로텐바움세계문화예술박물관(이하 MARKK, 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가 한국을 떠난 지 126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관람객을 만나는 자리이다.
기산 김준근(箕山 金俊根, 생몰년 미상)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부산의 초량을 비롯해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주로 활동한 풍속화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당시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에게 많이 팔렸으며, 현재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전시에 앞서 2003년에 프랑스 국립기메박물관 소장품 등을 토대로 기산 풍속화를 모사 복원한 작품을 전시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에서 100년 전의 한국과 현대 한국의 생활문화를 소개하는 <변화와 고요의 나라, 한국> 특별전을 개최했다.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전시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김준근 풍속화와 독일 MARKK 소장 풍속화, 그림에 그려진 두부판, 씨아, 시치미, 대곤장 같은 민속자료 총 340여점을 선보인다. 수묵 풍속화인 <시장>, <촌가녀막>을 비롯해 전시에 소개되는 두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특히 독일 소장 풍속화 79점 중 에두아르트 마이어(Heinrich Constantin Eduard Meyer, 1841-1926)가 수집한 61점은 인물과 배경이 함께 그려지고 채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김준근이 기록한 조선의 삶, 그리고 오늘

전시는 프롤로그, 에필로그와 함께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풍속이 속살대다’에서는 150여점에 이르는 풍속화와 생업, 사회제도, 의식주, 일생 의례, 놀이·여가, 연희, 세시풍속, 신앙이라는 주제에 따라 그림과 관련된 유물을 선보이며, 유사한 주제 안에서 서로 다른 인물 및 구도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 2부 ‘풍속을 증언하다’에서는 기산 풍속화에 등장한 두부 틀, 장기, 혼례복 등 기물을 통해 우리 민속의 흔적과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와 사진, 영상이 소개된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서양인의 주문으로 탄생한 기산 풍속화를 그림이라는 틀 안에서 해석하기보다, 시대 변화와 궤를 같이하며 고유의 생활양식을 생생히 증언한 기록으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시장에는 기산 풍속화의 모션그래픽 영상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대한 파노라마 속에서 색다른 감동을 느낄 것으로 기대한다.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5월 20일(수) ~ 10월 5일(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
02-3704-3173

조선은 1876년(고종 13) 강압에 의해 일본과 강화도수호조약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구미 여러 나라와 통상조약을 체결했다. 개항지와 대도시에는 근대화의 시작을 알리며 서양인들이 물밀듯이 들어와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수요에 맞춘 시장이 형성됐다. 미술계에서도 새롭게 등장한 고객층에 취향에 따라 김홍도나 신윤복이 그린 풍속화와 다른 ‘수출화’가 인기를 끌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화서와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화원화가나 문인화가가 아닌, 무명의 직업화가들이 그린 민화가 거래됐다.

김준근, <포청에서 적툐밧고>, 1890년대, 독일 MARKK 소장

개항기 격변의 풍경 속에 화가 기산 김준근이 있었다. 그는 조선 말 문화 교류의 접점지역이자 자본주의가 유입된 공간인 개항장을 무대로 푸른 눈의 이방인에게 우리의 생활상을 그림으로 전했다. 또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 《텬로력뎡》(천로역정天路歷程)에 삽화를 그렸다고도 알려져, 1980년대 이후 학계에서는 한국 기독교 미술의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풍속화의 화제畵題와 삽화가 실린 서적을 통해 김준근이 1880년부터 1900년대 초까지 원산과 부산 등에서 수출화輸出畵를 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가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 인물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 출신 고종의 외교고문 묄렌도르프, 슈펠트의 딸 메리 슈펠트, 샤를루이 바라, 에드워드 마이어 등 그의 그림을 구입한 외국인들의 기록을 근거로 작품 활동에 대해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망건과 탕건을 만드는 수공업 소재의 작품 비교,
(위) <망근쟝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아래) <망근쟝이>, 독일 MARKK 소장

서양인에게 판매된 기산 풍속화

수출화로 불린 기산 풍속화는 국내에서 소비된 그림과 어떻게 달랐기에 서양인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일까.
첫째, 기산 풍속화에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주제의 풍속이 담겨있으며, 이전 풍속화에서 잘 다루지 않던 형벌이나 무속신앙도 소재로 삼았다. 또한 그림 크기가 비교적 작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적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며, 주제가 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져 전통화법과 서양화법이 혼재된 짙은 채색의 음영법이 적용되어 있다. 김준근은 상자 하나에 최대 400장의 그림을 넣어 서양인에게 판매했다고 하는데, 필치가 조금씩 달라 공방工房의 제작 형식으로 밑그림을 갖고 대량 생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특징은 중국과 일본에서 나타난 수출풍속화 양식과 비슷하다.
둘째, 수출화는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큰 시장이었던 중국과 인도는 물론, 일본, 우리나라 등 현지의 생활모습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실제 기산 풍속화 가운데 산업화한 유럽의 물질문명과 달리 원시적 형태가 남아있던 수공업 장면이 가장 많이 판매됐다. 특별전에 전시된 기산 풍속화를 수집한 에드워드 마이어는 인천에서 한국 첫 독일회사인 세창양행世昌洋行을 운영하며,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김준근의 그림을 본뜬 이미지를 상표 도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수출화와 민속품의 사료적 가치를 인정해 고향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현 MARKK)에 수집품을 제공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고판화박물관에서 개관 17주년 특별전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가 개최됐다.
7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의 다채로운 문자도 판화와 판목 70여점을 선보인다. 문자도 판화에 아로새긴 나라별 역사 속으로.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국경을 초월해 판화로 문화 교류

붓으로 그려낸 문자도의 경우 현전하는 유물이 많지만 문자도 판화, 더욱이 판목은 매우 드물어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이 지난 5월 30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 개최하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은 한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문자도 판화, 판목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전시다.
18세기 조선시대 문자도 속에 그려진 삼국지연의 이야기, 일본 에도시대 나무아미타불 글자 안에 담긴 무량수경의 내용 등고판화박물관에 전시된 70여점의 유물들을 서로 다른 듯 닮은 모습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이러한 유물들이 문화 교류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판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판화의 ‘인쇄’적 속성을 들 수 있습니다. 판화의 원류국인 중국은 불경을 효율적으로 전파하고자 불교판화인 인불印佛을 만들었지요. 이는 원대, 명대를 거쳐 소설이나 희곡의 내용을 전하는 삽화판화, 미술교과서인 화보류 판화, 연화로 이어졌고 주변국으로 전파되며 한국 민화 판화, 일본 우키요에로 발전했습니다. 심지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도 전해져 서양 판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고판화에 담긴 각국의 역사와 미학

각 유물들은 국가별로 분류돼 전시됐다. 한국 판화의 경우 흑백 목판화나 판목으로 먹선을 찍은 후 붓으로 색을 간단히 올린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며 특히 유교적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와 관련된 작품이 많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유물 중에는 대문과 대문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림막 역할을 하는 판화 문자도 문병, 효제도 목판 2점, 수복 문자도 목판 원판이 있어 고판화 연구 부문의 중요한 자료로 추정된다.
중국 문자도는 춘추말기부터 제작돼 명말, 청초에 장식화 양식으로 구축되었으며 동양의 다른 나라에 비해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일례로 소주도화오의 다색 <수, 복 문자도>를 비롯해 청 중기에 제작된 <백수백복도>는 보기 드문 걸작품이다.
일본 문자도 판화의 특징은 불교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다수라는 점과 깨알 같은 글씨로 도상의 외곽을 선처럼 표현할 만큼 판각 기술이 섬세하다는 점이다. 나무아미타불 6자 속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삽화로 담아 예배와 교화용으로 활용하거나 글자와 그림을 결합해 아미타부처님과 부동명왕을 벽사적인 의미로 사용한 작품들이 공개됐다.
그 외 베트남에서 제작한 근대 <수복 문자목판화>, <수복문자도> 등이 세련된 색감과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트남은 중국 연화의 영향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도 연초에 판화를 사서 집에 붙이는 풍습이 남아 있다.
한선학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각국의 고판화가 지닌 미감을 널리 알리고, 고판화의 디자인성이 현대 콘텐츠로도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5월 30일(토) ~ 7월 31일(금)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전시실
일반 5,000원 학생 4,000원 유아·노인 3,000원

동아시아 문자도 주요 작품

<판화로 보는 동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전시품 가운데 한선학 관장이 손꼽는 대표작 4점을 소개한다.

<문자도 판목 (효의 孝義)>, <문자도 (치충 恥忠)>, 한국, 19세기, 판화 현대인출, 각 84×28㎝

민간에서 제작된 효제도 판목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됐다. 판목 앞뒤로 글귀가 새겨져 있었으나 전 소장자가 톱으로 판목을 쪼개어 분리했다. 입수 당시 판이 굉장히 많이 사용된 탓에 먹이 흠뻑 묻어 있었으며, 한 관장은 해당 판목으로 전시에 내걸 판화를 인출하기 위해 무려 100장의 판화를 찍었다는 후문이다.

<문자도 병풍 (예의염신)>, 한국, 18세기, 118×270㎝

궁중이나 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각 글씨마다 고사가 담겨있다. 문자도와 글씨 판목이 따로 제작되어 인출된 작품이며, 먹으로 윤곽을 인출한 뒤 그 위에 붓으로 색깔을 입혀 만들었다.

(왼쪽)<문자도 (복福)>, 중국, 1970년대 복원, 123×70㎝
(오른쪽)<문자도 (수壽)>, 중국, 1970년대 복원, 110×70㎝

목판화를 소주도화오년화사에서 1970년대 복원한 작품으로 복자 안에 팔신선을 조합하여 여러 장의 판목으로 인출한 투인套印 다색판화이다. 투인 다색판화란 우리나라의 판화 제작 방식처럼 먹선을 찍고 붓으로 채색하는 형식이 아니라 까만 선을 찍는 판, 빨간색을 찍는 판, 녹색을 찍는 판 등 색상별 판목을 순차적으로 찍어 만든 판화를 말한다.

<부동명왕 문자도>, 일본, 명치시대, 55.5×38㎝

밀교의 존상인 보동명왕을 부동명왕경 속 2만 216자를 활용하여 형상화한 동판화 작품이다. 돋보기를 그림에 갖다 대면 깨알 같은 글씨를 확인할 수 있다. 글자를 이용해 만들어진 문자도 가운데 단연 압권이라 할 만큼 세밀한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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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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