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전통 등燈 모은 집념의 컬렉터 정하근
– 선조들의 혼 깃든 등燈, 수천 년 역사를 비추다

호롱불 곁에서 책을 읽던 선비와 수를 놓던 여인들…전기가 없던 시절 등은 밤을 밝혀주는 필수품으로써 당대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으며, 선조들은 그 작은 기물에 재료, 형태, 문양을 아로새겨 시대적 미학을 불어넣었다. 정하근 고은당 대표는 일찍이 작은 등이 가진 큰 가치에 주목했다. 우리나라에 등 박물관 설립을 목표로, 일평생 등을 수집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미술품 갤러리 고은당을 운영하는 정하근 대표는 갤러리 대표 이전에 지난 50여 년간 국내외 전통 등기류 수천여점을 수집해온 등 전문 컬렉터다. 70년대 호텔사업을 하던 집안에서 유복하게 자란 정 대표는 고교 시절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할 만큼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찍이 미술을 공부하며 심미안을 틔운 그는 대학교 1학년일 때부터 고미술품, 그 중에서도 등잔을 전문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우표나 화폐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친구의 삼촌이 인사동에서 고미술품 상점을 운영해 인사동 골동품거리를 자주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고미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전생에 인연이 있었는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전통 등에 자꾸만 눈길이 갔고, 아예 수집테마를 ‘등’으로 잡아 꾸준히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며가며 구입한 등잔을 책상서랍 속에 넣어뒀을 뿐, 이렇게까지 수집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세월도, 국경도 초월한 열정
사실 정하근 대표가 등을 수집하던 시기에도 국내에 남아있는 전통 등의 수량이 많진 않았다. 조선시대 초만 하더라도 총인구가 수백만에 불과한데다 외세의 잦은 침략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등잔 대부분이 소실되거나 해외로 유출되었기 때문. 정 대표는 등을 거듭 모으며 전통의 아름다움에 매료됐고 더욱 희귀하고 가치 있는 등을 찾아 80년대 중반부터 일본을 드나들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청화백자 유등, 고종황제가 쓰던 촛대와 같은 최상위품을 찾아냈으며 최근까지도 상당수의 등을 일본에서 들여왔다. 90년대에는 중국까지 넘나들며 본격적으로 등잔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행이든 출장이든 해외에 가면 좋은 등이 있는지 둘러보는 게 우선이었어요. 조선시대 백자촛대나 탑형백자등과 같은 귀한 등을 구입할 때는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기뻤죠.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규모가 방대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등 상당수의 원류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유래됐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토착화된 등을 발견할 때 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하곤 합니다.”
그는 소등기구, 초심지 자르는 가위, 발화發火 용도로 사용된 동경 등 수집 품목도 차츰 넓히기 시작했다. 각별한 관심은 자연스레 심도 깊은 연구로 이어졌고, 관련 자료를 스크랩하는 것은 물론 해외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수백만원의 번역료도 아끼지 않았다. 이렇듯 방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문화재신문에 등과 관련하여 1년간 연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현재 블로그(blog.naver.com/eunam-collection)를 통해 많은 이들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역사와 자부심 깃든 명품 컬렉션
문화에 대한 정 대표의 남다른 안목과 애정은 그의 또 다른 수집컬렉션인 ‘이방자 여사 작품·유물 컬렉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 즉 영친왕의 아내였던 이방자 여사는 일본의 패망 후 영친왕과 한국에 정착하며 국내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돕고자 작품을 팔아 기금을 마련했다. 그의 인품과 작품에 반한 정하근 대표는 40년전부터 이방자 여사 작품 및 유물을 사들여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집품을 소장 중이며 지난해 인사아트센터에서 대규모로 <이방자 여사 작품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의 컬렉션은 일본에서도 유명해 지난 2월 일본 방송사 요미우리 TV는 이방자 여사를 중심으로 조명한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방송편을 제작할 때 정하근 대표를 취재하기도 했다.
향후 정하근 대표는 일평생 모아온 소장품을 전시할 ‘등 역사박물관’ 및 ‘이방자 여사 작품 및 유물 전시관’을 설립해 많은 이들과 뜻깊은 역사를 나누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처음엔 좋아해서 수집하던 것이 사명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요.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는 5월호부터 정하근 고은당 대표가 민화문양이 들어간 발화기구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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