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의 시공을 넘어 우리 곁에 다가온 공재 윤두서

서거 300주년 기념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서거 300주년 기념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형형한 눈빛과 강인한 입매, 한 가닥 한 가닥 기운 생동한 터럭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듯한 공재 윤두서의 초상이다. 마치 허공을 뚫고 갑자기 나타난 유령처럼 얼굴만 남은 이 초상화는 본인이 직접 그린 자화상으로 알려져 작가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켜왔다. 유명세에 비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작가, 조선시대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윤두서와 그의 일가가 남긴 족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전시가 이달 18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열린다.

윤두서 일가의 생애와 업적을 따라 나서는 전시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은 2014년 10월 21일부터 2015년 1월 18일까지 기획특별전,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를 개최한다. 전시는 전라남도 해남 일대를 근거지로 활동한 공재 윤두서(1668~1715)부터 그의 아들 낙서駱西 윤덕희尹德熙(1685∼1776), 손자 청고靑皐 윤용尹愹(1708∼1740)까지 윤두서와 그의 후손들의 서화세계를 두루 소개한다. 이들은 조선에 사실주의라는 새로운 미술양식을 뿌리내렸으며, 호남일대에 남종문인화단을 형성, 활동하는 기틀을 닦은 장본인들이다.
이번 전시는 총 4부(제1부 윤두서의 가계와 생애, 제2부 윤두서의 서화세계, 제3부 윤덕희, 윤용의 서화, 제4부 윤두서 일가의 회화가 후대에 미친 영향)로 구성되었다. 전시를 통해 해남 윤씨가에 전해지는 학문적인 전통과 윤두서의 다양한 작품, 후손들의 작품과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윤두서의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창사 50주년을 맞은 광주 MBC, 해남 녹우당과 공동으로 주최한다.

 
사의에서 형사로, 조선에 사실주의를 뿌리내리다

윤두서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증손자이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의 외증조부다.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출사하지 않은 선비화가다. 시서화에 능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은 물론, 유학, 자연과학, 의학, 경제학, 지리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학자이기도 했다. 학문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두루 탐구하는 자세와 실사구시의 정신을 예비하는 듯한 행보는 해남 윤씨 가문에 내려져온 학풍에서 잉태된 것으로, 윤두서와 그의 직계 후손뿐만 아니라 조선의 가장 대표적인 실학자로 꼽히는 정약용에게도 이어졌다.
오늘날 화가 윤두서의 입지는 조선시대의 화단에 사실주의를 꽃피우고, 호남지방을 대표하는 화단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확고부동하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 그림에 뜻을 담고자했던 기존의 문인화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회를 날것 그대로 담고자한 화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시대 다른 선비화가들과 달리 그의 시선은 조선의 민중과 자연을 향했으며, 그 결과를 화폭에서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그를 기점으로 조선의 문인화에 새로운 방향이 제시된 것이다.
전시 제4부에서는 윤두서를 배우고 익히려는 후학들의 작품을 전시해 그의 이런 선구자적인 역할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정선, 조영석, 심사정, 강세황, 강희언과 같은 문인화가를 비롯하여 김익주, 김두량, 김홍도, 이인문, 김득신 등의 직업화가, 그리고 남종문인화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다진 소치小癡 허련許鍊에 이르기까지 윤두서 한 사람이 우리 미술사에 미친 파급력을 살펴본다.

그동안 도판으로만 만나왔던 진귀한 유물이 한자리에

국보 제240호인 ‘윤두서 자화상’, 보물 제481호인 《윤씨가보尹氏家寶》, 《가전유묵家傳遺墨》, 《가물첩家物帖》, 《가전유묵》, 녹우당 소장 서책과 인장 등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하는 유물은 총 200여 점에 이른다.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화폭에 옮긴 풍속화들은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사료이기도 한다. 윤두서의 나물 캐는 여인들, 강희언이 윤두서의 작품을 임모한 돌 깨는 석공은 금방이라도 허리를 펴고 팔을 휘두를 듯하다.
특히 반가운 그림은 바로 녹우당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공개하는 ‘미인도’다. 국내외에서 각각 단 한 번씩 선보인 작품으로, 밀수범에게 도난당했던 것을 어렵게 되찾은 바 있다. 풍성한 가채를 만지는 손놀림이며, 앙다문 붉은 입술, 고혹적인 저고리와 치마의 선이 과연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인의 자태에 걸맞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그간의 초상화의 전통에서 벗어난 혁신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초상화는 전래수량이 너무 적고 자화상의 경우 온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한 손에 꼽는다. 그런데 그의 자화상은 자신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당당하게 관람자와 시선을 마주한다. 전시를 둘러보며 관람자는 핍진한 초상화 속 주인공에게 300년의 시공을 뛰어 넘어 사실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 전시기간 : 2014.10.21(화) ~ 2015.1.18(일)
  • 관람시간 : 평일(화~금) : 09:00~18:00 / 토·일요일 및 공휴일 : 09:00~19:00 / 매주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국립광주박물관 기획전시실, 서화실 (광주광역시 북구 하서로 110)
  • 문의전화 : 062-570-7000

※ 입장은 마감시간 30분 전까지, 매주 월요일, 매년 1월1일 휴관 / 토요일 야간개장(3월~10월), 매달 마지막 수요일 관람시간(09:00~20:00)

 

정리 : 윤나래 기자
자료제공 :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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