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8회 경주국제민화포럼 〈화원열전〉 – 21세기 화원은 누구인가

(사)한국민화센터(이사장 이상국)가 주최하는 제8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이 지난 2월 22일부터 이틀간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호텔현대에서 열렸다. ‘화원열전畵員列傳’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는 조선후기 화원의 활동과 민화의 상관성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연구 발표가 이루어졌다. 21세기 화원을 아우르는 국제학술포럼의 현장 속으로.


국내외 미술사 연구자와 민화 작가들이 경주에 모여 21세기 화원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게 풀어가는 시간을 마련했다. 올해로 8회째인 (사)한국민화센터(이사장 이상국) 주최 경주국제민화포럼이 2월 22일부터 23일까지 1박 2일로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호텔현대 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민화학회, (사)한국민화협회, 경주민화협회, 월간 〈민화〉의 후원한 이번 포럼은 ‘화원열전畵員列傳’이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화원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화원을 탐구하기 위한 자리다. 300여 명의 민화계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에 걸쳐 총 8인의 강연과 개회식 및 만찬, 총평으로 구성됐다.
첫째 날에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총 4인의 연구 발표, 개회식과 만찬, 임권택 영화감독의 특강, (사)한국박물관협회 회장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취임 축하 세리머니 순으로 진행됐다. 이상국 (사)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은 “올해 포럼은 조선후기 화원과 민화의 관계 연구부터 현대 민화 작가까지 아우르는 주제로 열려 학술적 행사로서는 획기적인 시도다. 앞으로 민화 대중화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진영 한국민화학회 회장은 〈조선시대 후기 화원과 민화〉라는 주제로 민화의 저변 이해를 위해 화원에 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육전조례》에 기록된 도화서 화원의 업무와 그림들을 갑오개혁 전후로 나누어 살펴보고, 세화를 비롯해 여러 민화와의 관련성을 확인했다. 특히 화원과 화사를 구분하여, 상당수의 화사가 민화를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정병모 경주대학교 문화재학과 교수가 〈화원 김홍도와 민화〉라는 주제로 18세기 풍속화의 대가인 단원 김홍도의 사례에 비추어 시대상을 담은 회화의 흐름이 19세기 민화로 연결되었고, 예술의 중심축도 사대부에서 민중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20분간의 휴식 시간이 끝난 후 세 번째 발표에서는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조선시대의 어진화가들〉이라는 주제로 어진을 통해 화원의 궁중회화 수준을 가늠하고, 이명기, 이한철, 채용신, 김은호 등 대표 어진화가들의 초상화 제작기법 변화를 소개했다. 네 번째 발표에서는 유미나 원광대학교 고고미술사학 조교수가 〈화원과 민간화사의 고사인물도-신선도의 세계〉라는 주제로 조선후기부터 근대기까지 제작된 고사인물도와 신선도를 살펴보고, 고사인물도에 능했던 자비대령화원 백은배가 민화 고사인물도에 끼친 영향을 파악하여 발표를 마무리했다.
오후 6시부터는 유정서 월간 〈민화〉 편집국장의 사회로 개회식과 만찬이 이루어졌다. 유정서 편집국장은 “민화계 여러 구성원이 교류하는 국제적 행사를 한국 민화사에 남을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즐겨주길 바란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이상국 이사장은 내빈소개를 통해 “매년 성공적으로 포럼을 개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민화인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역사회의 지원 덕분이다. 이번 포럼은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한국영화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강연을 통해 예술가의 입장에서 현대 민화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라며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 주낙영 경주시장이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린 포럼을 통해 민화의 격이 한 단계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며 행사를 축하했고,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도 “학술세미나 중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경주국제민화포럼에 함께할 수 있어 민화인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만찬이 끝난 후 오후 7시 30분부터 한 시간가량 ‘아흔여덟 번째 영화, 자신을 위한 진경산수’라는 제목으로 임권택 영화감독의 특별강연이 시작됐다. 제55회 칸느영화제 감독상 수상으로 임 감독의 작품세계의 정점을 찍은 영화 〈취화선〉은 조선후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영화 〈취화선〉의 주요 장면 소개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덧붙였다. 또한 “한국 사람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영화를 만들자는 다짐 후에야 진솔한 삶을 다루는 작품을 제작했다. 평생을 보내도 스스로 만족하는 영화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예술가의 창작 욕구는 막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해 많은 민화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끝으로 (사)한국민화센터 고문을 맡고 있는 윤열수 제11대 (사)한국박물관협회 회장과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민화 발전을 위한 국제적인 학술행사로

둘째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총 3인의 연구 발표와 총평이 진행됐다. 첫 순서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단우문 중국 산서대학교 교수의 ‘산서성 민간회화’에 대한 발표였다. 단 교수는 〈생활과 심미 : 진북 지역의 항위화의 예술세계〉라는 주제로 길상의 의미를 담은 민간예술인 항위화炕圍畵와 우리 민화의 유사성을 짚어봤다. 특히 항위화를 그린 화공들이 신저우시의 자연환경과 온돌문화 속에서 민속심리와 생활정취를 담아 심미성, 기능성, 향토성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과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더불어 민간예술의 가치를 일반인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뉴미디어와 미술 교육을 활용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다음으로 엄재권 (사)한국민화협회 회장이 ‘40년, 민화와 함께한 그 여정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파인 송규태 작가를 사사한 후 민화 작가로서 활동한 이력을 발표하며, 민화화단의 성장을 위한 전통민화 계승을 강조해 큰 시사점을 던졌다. 10분간의 휴식 시간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김취정 서울대학교 박물관 객원연구원이 〈이형록의 책가도와 민화〉라는 주제로 이형록이 완성한 궁중양식의 책거리가 민화 책거리에서 절충된 현상을 설명했다. 아울러 근현대기 서화 수집을 기반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한 일본의 세리자와 케이스케의 사례를 들어 새로운 책거리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모든 강연이 끝나자 이틀간의 발표에 대한 총평이 진행됐다. 총평에 앞서 (사)한국민화센터의 전 이사장이기도 한 윤범모 관장은 “도화서 화원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발표
했기 때문에 강연을 더 관심 있게 지켜봤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내용이나 진행 면에서 올해의 포럼이 훨씬 알찼다”고 말했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은 “많은 세미나를 진행해봤지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소통하는 자리는 경주국제민화포럼이 유일하다. 특히 윤진영 회장의 발표는 민화로 변용된 화원의 그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계기가 됐고, 정병모 교수의 발표는 풍속화와 민화의 연결에 대해 면밀히 연구할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폐회식에서 이상국 이사장은 “내년에 더 좋은 콘텐츠로 경주국제민화포럼에서 민화의 봄을 맞이하길 바란다”며 포럼의 막을 내렸다.
제8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은 연구자와 민화 작가들이 민화를 이해하기 위해 견문을 넓히고, ‘21세기 화원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한편, 궁중회화와 민화의 관계는 2013년, 2015년에 열린 포럼에서 부분적으로 다뤄진 적이 있다. (사)한국민화센터는 경주 지역과 연계해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인문학적 교류의 장을 제공하며, 2012년 1월부터 매년 포럼을 개최하여 민화 학술행사의 수준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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