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기해년, 돼지띠의 해를 맞이해 들어보는 12지신 이야기

매년 새해가 밝아오면 띠와 함께 한 해의 운세를 점쳐보고는 한다. 이는 우주만물이 주역의 이치에 따라 순행한다는 동양적 세계관과 음양사상이 결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돼지나 소, 개 등 우리 민화에도 등장하는 친근한 동물들과 동물형상의 머리를 가진 12지 동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12지의 특성과 상징성을 알아본다.


새해가 되면 간지干支를 조합하여 그 해의 띠와 함께 한 해의 운세를 보게 되는데 매스컴에서도 재야의 종소리와 함께 맞이하는 새해 벽두에는 반드시 그 해의 띠를 나타내는 동물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중국에서 시작된 우주만물이 주역周易의 이치에 따라 순행한다는 동양적 세계관이 음양사상과 결부되면서 오래도록 전승되어온 결과라 볼 수 있겠다.

10개의 천간天干, 12개의 지지地支로 구성된 간지

여기에서 간지干支에 대해 짧게나마 언급하고자 한다. 간지는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로 구성되어 있다. 10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로 하늘의 시간을 나타낸 것이며 12지는 땅을 지키는 12마리의 동물을 신격화한 것으로 12방위신을 말한다. 12개의 방위를 가리키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에 각기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등의 12마리 동물을 결부시킨 것이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순서대로 맞물려서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 등과 같이 진행되다가 처음으로 다시 되돌아오기까지 60년이 걸린다. 그리고 61년이 되면 태어난 해와 간지가 같아지는 것이다. 태어난 지 60년이 지나 새로 맞이하는 생일을 환갑還甲, 또는 회갑回甲이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간지는 주로 시간이나 방위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사람이 태어난 사주四住가 그 사람의 운명을 미리 결정한다는 믿음은 오래전부터 형성된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근저에 뿌리내려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사주는 새해가 시작되는 첫 날부터 시작하여 개인의 사주에 이르기까지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 예를 들면 혼인의 택일, 남녀궁합, 이사갈 집의 방향과 날짜 등을 결정할 때 간지를 보는 경우이다.

동물형상의 머리를 한 12지신

12지신은 머리는 동물형상을 한 무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거나 조각되었는데 현재 김유신묘와 성덕왕릉, 원성왕릉, 흥덕왕릉 등을 지키는 호석護石으로 12지신상을 조각한 것이 남아 있다. 조선 세종실록에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12지신을 그림으로 그려 시간을 알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민화에서 보이는 12지 동물은 역신을 몰아내고 벽사진경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 모습은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12지 동물은 각각 어떤 특성과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캐릭터로 남아 있게 된 것일까?
12지신 중 첫 번째 동물 쥐는 영리하고 행동이 민첩해서 민담에서는 은혜를 갚거나 사람의 출세를 돕는다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주인공으로 나온다. 또한 쥐는 생물학적으로 왕성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다. 쥐의 민첩성은 자연스럽게 근면성을 연상시켜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속담에 약삭빠르고 영리한 사람을 ‘약기는 생쥐’, ‘얼굴에 생쥐가 오르락내리락 한다’라고 하여 생쥐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부와 힘을 상징한다. ‘꿈에 황소가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 ‘소의 형국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부자가 된다’는 속담은 소가 풍요를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었음을 말해준다. 비록 느리지만 인내심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소는 근면함과 묵묵함으로 유유자적의 대인大人, 은자隱者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호랑이는 용과 함께 벽사의 상징으로 즐겨 그린 화제이다. 호랑이의 용맹성은 백호부대, 맹호부대와 같은 명칭에서 보듯 금수의 왕으로 손색이 없다. 사찰의 산신각에는 산신으로 모셔져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고 있다. 특히 민화속에서 까치를 파트너 삼아 우스꽝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려진 호랑이의 모습에서 선조들의 역발상적 기발함이 돋보인다.

거북이와 뱀, 말, 원숭이의 특성과 상징성

다음으로는 거북이에게 속아 용궁으로 갔다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진 꾀보 토끼에 대해 살펴보자. 토끼는 경망함과 겁쟁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민간 설화에서는 달에서 떡방아를 찧거나 불사약을 만드는 장생불사의 표상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민화에 나오는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부애를 은유해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용은 불교에서는 불법을 수호하고 역사 속에서는 호국신으로 존재했었던 12간지 중 유일하게 현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절대적으로 천수天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농경사회에서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가뭄으로 기근이 들 때는 기우제를 지내고 바다에서는 용왕굿이나 용왕제를 지내 무사와 풍어, 마을의 평안 등을 기원하였다. 자유자재로 그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변화무쌍한 신통력을 가진 존재로 왕권을 상징하였다.
뱀은 지혜롭고 상황판단을 잘 하는 동물로 민간신앙에서는 ‘업’으로 불리며 재산의 수호신으로 인식되었다. 뱀은 봄에 땅속에서 나와 가을 서리 내릴 무렵 다시 땅 속으로 들어가 똬리를 틀고 겨울잠을 잔다. 또한 매년 허물을 벗고 변신의 과정을 거치는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죽음과 탄생의 순환을 나타내는 영혼을 상징하기도 한다.
말은 생동감과 뛰어난 순발력,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기마민족에게는 정복활동과 정복지의 원활한 지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고대국가에서는 망자亡者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타고 가는 하늘의 사신(영매자)으로서 매우 신성한 동물로 미래에 대한 예언자적 존재로 여겼다. 현재 전하는 공민왕의 천마도는 걸작으로 꼽힌다.
양은 설화, 꿈, 속담 등에서 유순하고 인내심 강한 상서로운 동물로 나온다. 유목민에게는 재산의 척도이며 제단에 바쳐지는 희생물이었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그린 이양二羊과 작자미상의 산양山羊 그림 정도가 남아 있을 뿐 우리나라에서 양에 관한 작품은 거의 없다.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재주 많은 동물이지만 남의 흉내를 잘 내어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하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원숭이를 잔나비라 표현하는 것이다. 원숭이의 끔찍한 자식 사랑은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되어져 있는데 원숭이가 포도 알을 따먹거나 포도나무 가지 사이로 옮겨 다니는 모습이라든가 어미가 새끼를 품안에 안고 있는 모습 등이 그것이다. 민화 속에서 천도복숭아를 먹고 있는 원숭이는 장수를 상징하며 구전 설화에서 원숭이는 꾀와 재주가 많고 흉내를 잘 내어 제 발등을 찍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신통력 있는 서조瑞鳥 닭과 친밀한 동물 개

닭은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로 밤을 떠돌아다니던 원귀들을 쫓아내고 새벽을 여는 신통력 있는 서조瑞鳥로 여겼다. 시계가 없었던 시절 울음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보자이자 미래에 대한 예지능력 외에도 광명을 여는 태양의 새로서 악귀와 액을 물리치는 주술적 존재로 인식하였다. 또한 닭 그림을 그려 서재에 걸어 놓기도 하였는데 이는 닭의 머리에 있는 볏의 모양이 관冠을 쓴 것과 비슷하다 하여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을 기원하였기 때문이다. 닭과 함께 맨드라미를 그려넣기도 하는데 맨드라미 역시 닭의 벼슬과 비슷하게 생겨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 하여 말 그대로 관 위에 관을 더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최고의 입신출세를 의미한다. 수탉이 길게 우는 모습을 모란과 함께 그리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모란은 부귀를, 수탉은 공명을 상징하여 부귀공명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개는 역사 속에서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다. 충성과 의리를 가진 충복, 심부름꾼, 안내자, 지킴이, 조상의 환생, 인간의 동반자로서의 이미지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잡귀와 병도깨비, 요귀 등의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흰개는 전염병, 병도깨비, 잡귀를 물리치는 등의 벽사능력이 있어 집안을 평화롭게 한다고 믿었다. 현대에 와서는 반려견으로서 고양이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복을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 돼지

마지막으로 2019년의 주인공이자 12번째 동물인 돼지에 대해 알아보자. 돼지와 관련된 한자로는 돼지 해亥, 돼지 시豕, 돼지 돈豚 등이 있다. 돼지 해亥는 12간지에 나오는 돼지를 지칭할 때 쓰고 제사상에 올리는 돼지는 돼지 시豕라 칭한다. 오늘날 많이 사용하는 한자는 돼지돈豚으로 돼지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생긴 것은 돼지를 뜻하는 한자 ‘돈豚’과 금전을 뜻하는 ‘돈’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야생 돼지인 멧돼지를 지칭할 때는 돼지 저猪라 표기하는데 수호지에 나오는 손오공과 함께 삼장법사를 모시고 가는 저팔계豬八戒가 바로 멧돼지이다. 한동안 이발소 그림이라 하여 키치 아트가 유행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중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들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그려 문설주 위에 걸어 놓는 상점이 많았는데 이는 번식이 빠른 돼지의 속성을 사업번창과 같은 의미로 보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돼지는 복을 가져다주는 부의 상징이라 여겼다. 어르신들의 덕담 중에 ‘복스럽게 생겼다’, ‘복스럽게 먹는다’라는 말에는 부자로 잘 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독자적인 개성과 호기심으로 민화 창작에 임해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상에 나오면서 ‘띠’를 가지고 태어난다. 태어난 해의 띠를 나타내는 동물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다. 예를 들면, ‘쥐띠는 식복이 많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많다’, ‘소띠는 부지런하다’, ‘범띠는 용감하다’ 등의 말을 듣고 자라면서 자연히 자신을 띠의 동물과 동일시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성장과정에서의 12지와 관련된 환경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까지도 개인의 운명이나 심성, 상호간의 융화·상충관계를 파악하는데 출생년도의 사주와 띠를 이용하는데 이러한 띠와 사주문화는 앞으로도 과학기술의 발달과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과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래 살아서 경험이 많고 지식이 많다는 것을 마치 지혜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처럼 민화를 그린 세월이 길다고 해서, 많이 그렸다고 해서 잘 그린다고 착각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창작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화폭에 펼쳐 보일 일이다. 너도 나도 다 같은 신념과 진리를 신봉한다면 이 세상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너나 할 것 없이 전승민화를 모사하거나 재현하는 작업만 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사상과 신념, 그리고 정서와 삶을 담아낼 수 없다. 진정한 내 것이란 조상으로부터 전승되어진 것과 그 속에 녹아 있는 나만의 독자적인 개성이 있을 때라야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글 금광복(대한민국민화전승문화재, 숭실대학교 평생교육원 민화강사과정 지도교수)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