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석 작가 개인전 〈한글조선왕조의궤전〉 – 붓 끝에서 다시 탄생하는 생생한 역사

치밀한 고증을 통해 궁중기록화를 재현하기로유명한 황치석 작가가 오는 9월 중순부터 〈한글조선왕조의궤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현존 유일한 한글 채색 의궤로 알려진 〈원행정리의궤도〉의 35m 재현본을 비롯한 다양한 기록화가 출품될 예정이다.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과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궁중기록화의 재현은 매우 중요하다. 낡거나 훼손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은 물론, 전시용 사본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화 전문 작가는 드문데, 원본을 고증할 수 있는 학술적 능력과 정확하게 임모할 수 있는 예술적 능력이 두루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그만의 재능과 집념, 그리고 송규태 화백에게 전승받은 기술을 발휘해 궁중기록화 재현에 매진해온 황치석 작가. 그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15일(토)부터 9월 28일(금)까지 국립한글박물관 별관에서 〈한글조선왕조의궤전〉을 개최한다.

현존 유일한 한글 채색 의궤 재현

전시작 중 단연 주목할 만한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원행정리의궤도〉의 행렬반차도를 재현한 작품이다.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년을 기념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서 잔치를 연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일부로, 현재 2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한글 의궤도 중 하나이면서, 특히 한글 채색본의궤도로는 유일해 사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대부분의 기록화가 그렇듯 〈원행정리의궤도〉는 책으로 첩帖돼있지만, 황치석 작가는 이를 35m 크기의 화폭에 다시 담았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년을 맞아 양로연을 개최한 기록인 〈낙남헌양로연도〉, 혜경궁홍씨의 회갑일에 진찬을 올린 〈연희당진찬도〉, 수원 화성에서 야간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정경을 재현한 〈수원화성야조도〉도 전시된다.

기록화 이면에 숨은 피, 땀, 눈물

황치석 작가는 〈원행정리의궤도〉를 재현하기 전에 먼저 사료적 가치를 거듭 검토했다. 다수의 논문과 고서를 독파한 것은 물론, 〈조선왕조의궤〉등을 집필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의 한영우 명예교수와 그간 〈원행정리의궤도〉 등을 집중 연구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옥영정 교수를 직접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이후 황치석 작가는 원본을 기준삼아, 사료와 도판 등의 시각자료를 참고해 작업했다. 원본이 손상된 곳은 원문을 찾고 주변과 비교하면서 창의적으로 메워나갔다. 원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있어 특히 고생했다고. “원본을 고화질로 촬영해도 실제와 색이 많이 달라요. 결국 원본 열람을 의뢰해, 직접 제작한 색표와 대조하며 수정사항을 일일이 기록했죠. 그렇게 알아낸 색을 재현하기 위해 안료를 몇 십번이나 조합했어요.”
이토록 고된 작업을 하는 데에는 남다른 의지와 동기가 필요할 것이다. 황치석 작가는 지난 2016년 서울시와 2017년 화성시의 정조대왕능행차 재현축제에 혜경궁 홍씨로 간택되어 참여한 경험이 컸다고 고백한다. “가마를 타도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구요. 저를 위해 수많은 사람과 말들이 고생하잖아요. 아마 혜경궁 홍씨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의궤에 가려진 사람들의 고생을 되새길 수 있었고, 정말 제대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그림을 위해 기도합니다.”

한글 의궤 재현은 계속될 것

이밖에도 황치석 작가가 작업한 <정조국장반차도>가 9월 완공되는 서소문역사공원에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정조의 국장 행렬을 14m 크기로 재현한 기록화로, 특히 서소문역사공원이 오는 9월 교황청 공식 순례길의 일부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라 더욱 의미 있다. 더불어 황치석 작가는 남은 한글 의궤본인 〈자경전진작의궤〉도 재현할 예정이다.
“의궤는 원래 다수의 도화서 화원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것이잖아요. 그걸 혼자 재현하려니 만만찮죠. 가끔은 무슨 사명감에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이 힘든 일을 누가 하겠어요. 별 수 없으니 제가 해야죠. (웃음) 정말 의미있고 가슴 벅찬 일이니,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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