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1> <호렵도> 12폭 병풍, 19세기 중엽, 종이에 채색, 각 폭 113㎝×24㎝,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

19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 Ⅰ. 서론
• Ⅱ. 인물문 호렵도
• Ⅲ. 김홍도의 영향과 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 Ⅳ. 호렵도 소재의 변용
• Ⅴ.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 12폭 병풍의 양식적 특징
• Ⅵ. 결론

※본 논고는 ‘한국민화연구소 제7회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논고를 재편집해 옮긴 것입니다.

Ⅰ. 서론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는 12폭으로 그려진 대작의 호렵도가 1점 있다<도 1>. 이 작품은 19세기 중엽으로 편년되고 작품의 크기가 병풍을 펼칠 경우 높이가 2m 가량 되는 큰 작품으로 호렵도의 양식발전과 소재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의 작품으로 보여진다. 또한 등장하는 인물이나 산수의 표현이 뛰어나서 지금까지 확인된 작품 중에 19세기 중반기 호렵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재를 세밀하게 묘사한 공필화의 전통이 그대로 보이고, 화려한 채색의 사용과 적절한 배합은 상당한 필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수묵담채를 활용한 산수표현, 전경에서 원경으로 갈수록 작게 묘사된 인물표현을 통해 원근법을 적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각종 소재들을 화려하게 채색하여 장식적인 특징을 강조하였다.
본고의 제목에 등장하는 <호렵도>라는 명칭은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호렵도에서 호(胡)라는 글자는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을 지칭하는 것으로 청대 이전에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랑캐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는 청나라의 왕공 귀족들이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호렵도가 청나라의 수렵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조선후기와 동시대인 청나라의 수렵관련 그림을 비교해 볼 때 매우 친연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작품의 소재를 비교해 보면 청나라 수렵도와 호렵도가 상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상세히 연구되어 있다.¹⁾ 청나라의 왕공귀족이 사냥하는 그림이 조선에 전래되어 상당한 기간이 경과되었음에도 인물이나 복식, 사냥하는 장면의 표현 등이 청나라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행한 것은 특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청나라 인물들의 사냥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유행하게 된 것은 조선후기에 외국의 지리와 인간에 대한 관심, 외국에서 들어온 이상한 물건에 대한 흥미, 중국 골동품에 대한 수집 열기, 희귀한 동물에 대한 궁금증 등 문화적 호기심이 새로운 회화적 주제로 등장하게²⁾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호렵도는 문화적 호기심 뿐만 아니라 소수의 만주족이 중원을 지배하게 된 원동력이 기사수렵(騎射狩獵)이라는 교훈적인 내용이 내포되어 있어, 정조의 군사정책 중 기마전술의 확대와 일맥상통한 점이 있다. 고로 호렵도는 왕실에서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자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 녹취재(祿取材)의 시제(試題)로 호렵도가 출제되기도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본고에서는 문화적 호기심과 이를 활용한 융정(戎政)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던 청나라의 황실 수렵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그림인 호렵도 중에서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의 <호렵도> 12폭 병풍을 통하여 호렵도가 조선시대 후기의 화문분류상 인물문(人物門)에 속했다는 사실을 밝혔고, 김홍도가 가장 먼저 그린 것으로 보이는 호렵도의 영향을 받은 18세기 호렵도 작품에서 김홍도의 작품에 나타나는 특징들과 비교를 통해 김홍도의 영향을 입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청대 수렵도의 소재가 호렵도에서 변용 및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19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봄으로서 미술사적 의의를 찾고자 한다.

1)　이상국, 「조선후기 수렵도 연구」(경주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2) 참조.
2)　장진성, 「조선후기 회화와 문화적 호기심」, 『미술사논단』제32호(한국미술연구소, 2011), p. 165.

Ⅱ. 인물문 호렵도

본장에서는 호렵도의 회화적 분류에 대한 선학들의 견해와 호렵도가 조선시대 사료에 나타난 화문체계상에서 인물문으로 분류된 사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호렵도의 유형분류에 대한 견해

호렵도의 유형 분류에 대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적절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민화의 분류를 시도했던 이는 에밀레박물관을 세운 조자룡(1926-2000)박사인데 그는 1972년 『한국 민화의 멋』에서 인간본연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상징적인 내용에 따라 분류하였다. 즉, ① 수(壽) 상징화, ② 복(福)상징화, ③ 벽사 상징화, ④ 교양 상징화, ⑤ 민족 상징화, ⑥ 내세 상징화로 구분하였다.³⁾ 그후 1983년 『민화 걸작전』에서 우리나라의 그림을 한화(韓畫)라 하고 순수회화(純粹繪畫)에 대한 대어(對語)로 민수회화(民粹繪畫)란 용어를 내세우며 이를 민화로 보았다. 민화를 다시 생활화, 기록화, 종교화, 명화(冥畵)로 분류하였다. 호렵도는 이중 기록화의 범주에 포함시켜 놓으면서 그 이유로 구운몽도, 효자도, 삼국지도, 호렵도, 무이구곡도, 고산구곡도 등 전설이나 소설까지도 기록한 병풍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⁴⁾ 따라서 호렵도의 배경을 전설이나 소설류에 포함시켜 놓은 것으로 보아 호렵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우환은 호렵도를 수렵의 한 형태로 분류했고,⁵⁾ 김호연은 호렵도를 호랑도로 분류⁶⁾하는 등 호렵도의 유형분류에 대한 선학들의 근거 있는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조선후기 화문체계상 호렵도의 화문

필자는 호렵도의 유형이 단지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유로 인물문이 아니라 이와는 다른 관점에서 ‘인물’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역사적인 기록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호렵도는 조선후기의 작품이 거의 대부분이므로 당시에 그림을 분류하는 명칭으로 사용한 화문(畵門)체제에 따르면 호렵도는 ‘인물문’에 해당한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호렵도의 화문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내각일력(內閣日曆)』⁸⁾에 나오는 자비대령화원⁹⁾의 녹취재(祿取才)¹⁾에 대한 기사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差備待令畵員今春等祿取才再次傍人物胡獵圖三中一李孝彬三中二金得臣三中三李寅文三中四許容三下一金建鍾三中二金命遠’¹¹⁾

‘…差備待令畵員今夏等祿取才再次傍人物胡獵圖三上一金命遠三上二吳珣三中一許宏三中二 金得臣三中三金在恭三下一朴寅秀三下二張漢宗三下三李寅文’¹²⁾

위의 기사를 보면 호렵도의 화문을 인물문으로 기록하고 있고 화제를 호렵도라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내각일력』이 궁중의 일기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조선시대에는 호렵도의 화문이 ‘인물문’인 것이 분명하다. 호렵도의 화문이 인물문이었던 이유를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강관식의 연구에서 인물문 화문이 대체적으로 상징과 교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고전을 출전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이에 준거하면 호렵도가 인물문의 화제로 출제된 것은 호렵도라는 화제가 당시 왕실과 사대부들에게 상징과 교훈을 가지는 그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¹³⁾ 또 다른 관점에서 호렵도가 인물문이라는 사실은 그림의 소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호렵도에 등장하는 소재 중에 사냥물과 말 등 영모와 사냥터를 묘사한 산수가 표현되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호렵도라는 그림의 명칭에서 ‘호’라는 인물들의 행동이 작품의 주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의 내용에 사냥에 참가한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행동방식이 묘사되어 있고, 이들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의 묘사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렵도의 유형은 인물문에 해당되는데 인물문의 특징으로 조형적인 면에서는 많은 인물들의 등장과 다양한 자세와 표정을 표현하고 있고, 조선후기 인물화의 다른 특징인 감계적인 용도를 가지고 있어 호렵도는 인물문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3) 조자용, 「한국민화의 분류」『한국민화의 멋』(엔싸이클로피디어 브리테니크, 1972) 참조.
4) 조자용, 『민화걸작전』(호암미술관, 1983), pp. 108-109 참조.
5) 이우환, 『이조의 민화』(열화당, 1977), pp. 24-33 참조.
6) 김호연,「세계속의 한민화」 『한국의 민화』(열화당, 1976); 동 『한국민화』(강미출판사, 1980), pp. 14-15 참조.
7) 자비대령화원 녹취재의 기본 화문은 ‘인물(人物), 속화(俗畵), 산수(山水), 누각(樓閣), 영모(翎毛), 초충(草蟲), 매죽(梅竹), 문방(文房)’의 8개 화문이다. 이 8개의 기본 화문이 『내각일력』의 기록에서 처음 확인되는 것은 정조 9년(1785) 6월 23일 녹취재이다.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에 나타난 8개 화문이 중요한 것은 제도사적인 의미나 회화사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조선시대 도화서 화원의 취재 화문은 조선초기의『경국대전』에 규정된 이래 고종대의 『대전회통(大典會通)』(1865)이나 『육전조례(六典條例』(1866-1867)까지 그대로 계승되었다.

8) 『내각일력』은 1779년(정조 3)부터 1883년(고종 20)까지 105년에 걸쳐 쓰여진 규장각 일기로서 1,245책의 필사본으로, 정조가 즉위하던 해인 1776년 규장각을 설치하여 직제와 규모를 정비하고 이문원(摛文院)의 각신(閣臣)에게 명하여 내각에서 매일매일의 일기를 기록하도록 했다. 체제는 『승정원일기』의 예를 따라서 입직(入直)한 각신이 수정하고 검서관(檢書官)이 편사(編寫)하도록 했다. 『승정원일기』를 모방했으나 관원의 인사고과, 임면, 근무상황, 문신강제(文臣講製), 유생친시(儒生親試), 어제의 편사, 봉안, 반서(頒書), 간서(刊書), 검서, 서목의 편찬, 활자 등등의 일반 정사에 관한 부분뿐 아니라 문화사업에 관한 사정을 정밀하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9) 자비대령화원은 영조대에 임시로 설치 운영하던 것을 정조 7년(1783년) 규장각에 설치한 직제로 국왕이 직접 관장하는 궁중화원제도이다. 규장각의 자비대령화원은 본래 예조 속아문인 도화서 소속 화원 중의 일부를 취재 시험을 통해 선발하여 왕명으로 차정한 뒤 규장각 소속의 어제 등서에 필요한 인찰 작업 등을 전담시키고 또한 규장각에서 시행하는 사계삭 별취재를 통해 증가된 녹봉과 특별한 사물을 수여한 당대 최고위의 화원을 가리킨다. 이 제도는 그후 고종 18년(1881년)까지 운영되었다.(강관식, 「규장각 자비대령화원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0), p. 11 참조)
10) 자비대령화원에 대한 사회ㆍ경제적인 후원을 ‘녹취재’라는 성과급제도로 운영함으로써 화원들이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녹취재는 원래 ‘녹봉을 주기 위해 기술있는 사람을 가려 뽑는 시험이라는 의미로, 도화서 화원을 비롯한 기술직 관료들에게 정기적으로 실시해왔던 제도다. 규장각에서는 자비대령화원들에게 이를 별도로 추가 실시하여 성적이 우수한 두사람에게 정 6품사과(사과) 한자리와 정7품 사정(사정) 한 자리의 파격적인 녹봉을 지급했다. 정조 자신이 지향하는 회화적 이념을 전달하고 경쟁을 통해 효과적으로 화원을 재교육하기 위해 활요한 것이다. (손영옥,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글항아리, 2010), p.364 각주2 참조.)
11) 『內閣日曆』순조12년(1812) 정월 26일, “자비대령화원 금춘등(今春等) 녹취재 재차(2차)시험은 그림 종류 인물 호렵도로 하였고 성적은 삼중일에 이효빈, 삼중이에 김득신, 삼중삼에 이인문, 삼중사에 허용, 삼하일에 김건종이었다.”
12) 『內閣日曆』순조15년(1815) 4월 1일, “자비대령화원 금하등(今夏等) 녹취재 재차(2차)시험은 그림 종류를 인물 호렵도로 하였고 성적은 삼상일에 김명원, 삼상이에 오순, 삼중일에 허굉, 삼중이에 김득신, 삼중삼에 김재공, 삼하일에 박인수, 삼하이에 장한종, 삼하삼에 이인문이었다.”
13) 이상국, 앞의 논문, p. 23.

Ⅲ. 김홍도의 영향과 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18-19세기 중반까지 그려진 호렵도에 김홍도의 화풍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것은 김홍도가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렸다는 역사적 기록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김홍도가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렸다는 사실은 19세기에 활동한 학자인 조재삼(趙在三, 1808-1866)이 지은 『송남잡지(松南雜誌)』인데 그 내용 중 ‘호렵도’란 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김홍도가 처음으로 그려서 오도자(吳道子)의 <만마도(萬馬圖)>와 함께 명예를 드날렸다’는 기록에 대해 오주석이 최초로 밝힌 바 있다.¹⁴⁾ 그러나 오주석은 김홍도가 가장 먼저 호렵도를 그렸다는 사실에 대해 조재삼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오주석이 호렵도와 천산대렵도라는 보통명사를 이해하지 못했고, 김홍도와 동시대인 청대 풍속과 복식, 화적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조의 지시로 간행했던 『무예도보통지』는 24반 무예를 규장각의 이덕무, 박제가와 당시 실세 부대였던 장용영의 초관인 백동수와 장용영의 무사들이 함께 무예의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여 1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정조 14년(1790년)에 만든 책으로 각종 무기를 다루는 동작과 행위를 도해한 것이다. 각 무예 과정마다 그림을 덧붙여 이해를 도우려 했다. 정조의 명으로 간행된 책의 그림이므로, 정조가 그림에 관한 일을 맡겼던 김홍도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¹⁵⁾ 이 주장은 호렵도를 김홍도가 가장 먼저 그렸다는 기록과 『무예도보통지』의 도해를 호렵도의 사냥동작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가능성 있는 가정이다.

1.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린 김홍도

‘김홍도는 어떠한 이유와 과정을 통해서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리게 되었을까?’ 하는 이유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김홍도가 직접 청나라에 가서 이러한 그림을 보았던지,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온 누군가가 전해 주었던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김홍도가 사행의 일원으로 청나라에 다녀온 기록이 있어 주목된다. 김홍도가 청나라에 사신의 일행으로 연경(북경)에 다녀온 시기는 1789년 6월로 동지정사인 이성원(李性源, 1725-1790)의 군관 자격으로 사행에 화원으로 참여하였던 것이다. 이때 화원의 자격으로 사행에 참여한 인물은 이명기로 되어 있다.¹⁶⁾
김홍도가 화원이 아닌 군관의 자격으로 연행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사료가 있다. 『일성록』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김홍도와 이명기는 이번 행차에 거느리고 가야 하는데 원래 배정된 자리는 추이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러니 김홍도는 신의 군관으로 더 계정하여 거느리고 가고, 이명기는 차례가 된 화사 이외에 더 정해서 거느리고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정조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¹⁷⁾ 이 기사를 추정해 보면 김홍도는 연행에 참여할 순서가 아니었으나 정조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연행에 참여하기 위해 군관의 자격으로 일행에 포함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이 자재군관으로 연행에 참여한 것에서 보듯이 군관의 직책은 정관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행의 공식일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중국의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직책인 것이다.
김홍도가 참여한 이성원 일행의 사행에서 청나라 황실과 회화교섭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일이 있다. 그것은 이성원 사행단이 1790년 2월 20일 회정(回程)을 앞두고 청 내부대신을 통해 황제가 보낸 조서와 함께 전도(戰圖) 2축을 전달받았는데, 건륭제가 1755년 이후 이리(伊犁) 지방과 회자(回子)와 대금천(大金川), 소금천(小金川)을 토평(討平)한 뒤 승전하기까지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를 지어 무공을 기념한 것이었다.¹⁸⁾ 조선 사신에게 전달된 두 작품은 각각 청 황실에서 주관하여 유럽에서 제작한 동판화 <평정준가르회부득승도(平定准爾回部得勝圖)>16폭과 그에 대한 어제시, 그리고 매 화폭마다 상단에 건륭의 어제시를 적은 <평정금천득승도(平定金川得勝圖)>16폭이었다.¹⁹⁾ 이들은 건륭황제가 인접 국가들을 정벌하기 위한 전쟁에서 승리한 사실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동판화로 찍어 이를 기념하면서 배포한 것이다.
이러한 사신들의 행적을 볼 때 김홍도가 청나라의 궁정회화를 접한 사실이 있고 이러한 사실이 그의 화풍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홍도의 도석인물화와 진경산수화, 이명기의 인물화 제작에 나타나는 서양화법과 상관관계를 주목할 만하다.²⁰⁾ 김홍도의 작품에 나타나는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용주사 대웅보전 <후불탱>이 대표적이다<도 2>. 오주석은 그의 저서 『단원 김홍도』에서 “정조가 현륭원을 영건하고 그 원찰로 용주사를 재건할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아마 불화를 제작할 화원으로 벌써 김홍도와 이명기를 내정한 것 같다.”고 추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김홍도가 청나라를 통해 전래된 서양화법과 이에 관련된 여러 그림을 수입하는 임무를 정조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김홍도가 청 황실 수렵도 혹은 청나라 수렵도를 접하게 되고 이것이 호렵도의 연원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2. 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김홍도가 활동했던 시기인 18세기 말의 대표적 작품으로 보이는 작품으로 서울미술관 소장 <호렵도> 10폭 병풍과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 8폭 병풍 두 점이 있는데 이를 통하여 당시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미술관 소장의 <호렵도>에는 김홍도의 화풍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울산박물관소장의 작품은 궁중회화의 화풍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두 점의 작품을 통해서 당시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을 거론하는 것은 부족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후대에 있는 많은 작품들과 관련하여 고찰할 경우 양식적 특징을 살피는 일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본고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두 점의 작품상 특징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설명하고자 한다.

1) 서울미술관 소장 <호렵도> 10폭 병풍

서울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호렵도는 18세기말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왕실의 화원이 그린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이에 버금가는 화가의 작품임에는 분명하다<도 3>. 이 작품은 현재 남아있는 호렵도 중에서 김홍도의 양식적 특징이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작품으로 김홍도가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렸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의 묘사, 수지의 표현, 작품의 모티프 등에서 김홍도의 영향이 남아있는 장면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인물의 표현은 보물 제527호 《단원풍속화첩》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단원 풍속화의 대부분은 주변의 배경보다 인물의 묘사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특히 얼굴의 모습에서 툭 튀어 나온 광대뼈, 둥글게 뾰족 나온 코 등의 윤곽선에서 선이 굵고 힘이 있는 붓질이 독특하며, 표정은 약간 웃음을 띤 듯한 해학적이며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서울미술관 소장의 인물과 《단원풍속화첩》에 나오는 <서당>, <씨름>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의습선(衣襲線: 옷주름)은 단원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철선묘(鐵線描)로 처리하여 예리한 옷맵시를 유감없이 표현하는 등 거의 흡사한 기법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1> 의습선 및 인물표정 비교(서울미술관 호렵도,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서당><씨름>)

 

수지의 표현 중 잡목의 표현은 김홍도 그림에서 보이는 양식적 특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1796년에 만들어진 《단원절세보(병진년화첩)》에 있는 <경작도>, <소림명월도>, <춘작보희> 등의 작품에 보이는 잡목들의 표현이 서울미술관 소장의 호렵도에 표현된 수지의 묘사법과 거의 흡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표2> 이동하는 왕공귀족들이 타고 있는 정지한 말들의 표현도 김홍도의 <마상청앵도> 등에서 보이는 말의 표현과 상당한 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2> 수지표현비교(서울미술관 호렵도와 호암미술관 병진년 화첩<경작도><소림명월도>)

 

2)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 8폭 병풍

울산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호렵도> 8폭 병풍은 서울미술관 소장의 호렵도와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도 4>. 이 작품은 숙달된 전문화원이 정교한 필치로 화려하고 강렬한 채색으로 그린 작품으로 그림에서 보이는 중후함은 왕실회화의 품격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현은 궁중회화에서 보이는 인물과 산수표현의 양식적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청대 수렵도인 <목란도>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시키기 위해 화면의 구성을 2단으로 하였다. 하단에는 사냥터로 이동하는 왕공귀족의 행렬을 표현하였고 상단에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장면을 표현한 상·하 2단으로 구성하였다. 하단의 이동장면은 <목란도>의 이동장면과 비교해 보면 그 친연성을 알 수 있다<도 5>.
따라서 이 작품은 <목란도>를 축약해서 그리면서도 그 내용에 충실하고자 했던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의 제작 시기와 겹치는 『무예도보통지』의 마상무예를 대부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18세기 작품들은 호렵도의 화문과 김홍도가 가장 먼저 호렵도를 그렸다는 사실의 기저(基底)에 두고 있다. 청나라의 기사수렵이 정조시대의 군사정책에 참고할 만한 교훈적인 내용이 있었다는 것과 이를 시각화한 것이 호렵도라고 생각된다. 영·정조시대에는 기본적인 융정이 보병위주의 정책에서 기병위주의 정책으로 변화되고 있었던 것이다.²²⁾ 정조는 기본적으로 문무겸전의 생각을 가지고 문과 무를 양립시키는 것이 왕권을 강화하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신하들에게 책문(策問)에서 ‘문과 무를 병용하는 것이 국운을 장국하게 하는 계책’이라고 하였다.²³⁾ 따라서 정조의 문무겸전 정신에서 무의 기본은 기마전술이었던 것이다. 정조는 기마전술의 숙달을 위해 여러 무예서와 청나라 등의 기마술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조선에 적용하고자 노력하였고, 이러한 노력의 결실 중의 하나가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편찬이었던 것이다. 융정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고조되어 있던 이때에 정조의 절대적인 신임으로 특별히 사행을 다녀온 김홍도의 임무는 굳이 기록이 없더라도 화원이라는 직책을 고려한다면 청나라 황실의 그림에 관한 것이었을 것이고, 당시 청대 궁정회화의 핵심은 궁중에서 이루어진 각종 행사들 및 황제들의 출순(出巡), 수렵(狩獵), 행락(行樂) 등 궁외활동과 준가르족 정벌과 같은 다양한 전역(戰役) 관련 기록화이다. 이러한 기록화들은 만주족의 민족적 정체성, 즉 만주의식(滿洲意識)의 형성, 발전, 유지, 위기, 재정립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이러한 만주족의 상무적 전통과 군사적 위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 현재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목란도>卷이다. 따라서 김홍도가 회화에 관한 정조의 특별한 임무를 띠고 사행의 일행으로 참여하여 청대 궁중 기록화중 가장 극적인 <목란도>²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문화의 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14) “倦游錄曰, 馮端嘗書柳如京塞上詩, 鳴骹直上一千尺, 天靜無風聲正乾, 碧眼胡兒三百騎, 盡提金勒向雲看, 謂客曰, 可圖屛障, 率致金元之禍世, 我國金弘道始爲圖, 與吳道子萬馬圖, 共馳擧云.” 오주석, 『단원 김홍도』(열화당, 1998), p.238 재인용.
15) 오주석, 『단원 김홍도』(열화당, 1998), p.175.
16) 『承政院日記』규장각, 111쪽 2면, 정조 13년 8월 14일 “性源曰, 金弘道李命祺, 今行堂率去, 而元窠無惟移之道, 金弘道則以臣軍官加啓請, 李命祺則當次畵師外, 加定率去何如, 上曰, 依爲之.”
17) 『일성록』 정조 13년(1789년) 8월 14일 기사.
18)　『正祖實錄』권29, 14년 2월 20일(辛未)조
19)　 翁連溪 編著, 『淸代宮廷版畵』(文物出版社, 2001). pp. 17-23, 정은주, 「燕行 및 勅使迎接에서 畵員의 역할」『명청사연구』29집(명청사학회, 2008), p. 23에서 재인용.
20)　정은주, 앞의 논문, p. 24.
21)　오주석, 『단원 김홍도』(열화당, 2004), p. 170.
22)　최현국, 「朝鮮 正祖代 壯勇營 創設과 馬上武藝의 戰術的 特徵」 『학예지』17호(육군박물관, 2010), p. 188 참조
23)　『홍재전서』권 48, 「책문(策問)」1. 문무(文武).
24)　 장진성, 「청대 궁정회화와 ‘만주의식’」,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 중국포럼 2009), p. 8 참조. 이외에도 만주족의 사냥과 관련하여 이훈,「17-18세기 청조의 만주지역에 대한 정책과 인식:건륭기 만주족의 위기와 관련하여」(고려대 박사학위논문, 2013년), Elliot, Mark c,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10) 참조.

Ⅳ. 호렵도 소재의 변용

호렵도가 청나라 황실 수렵도의 전통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따라서 18세기 이후 그려진 호렵도에는 복장과 구성 등에 있어서 청나라 수렵도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대 수렵도에 등장하는 작품의 소재들이 상징하는 의미나 회화적인 표현이 18세기 이후 조선의 현실을 반영한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호랑이 사냥의 의미 변화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에서 호랑이를 포획하는 장면이 5곳 있는데, 다양한 사냥물에 비해 호랑이 사냥 장면이 이렇게 많은 것에 대해 몇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은 강희제, 건륭제 등 청나라 황제의 사냥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건륭제는 만주의식과 전통을 이어 받고 실천하고자 하였으며 일생동안 수렵을 즐겼고 그 만큼 성과도 많았다. 그중에 사냥한 호랑이가 53마리이며, 곰이 8마리, 표범이 3마리 등이었고 나머지 짐승들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였다.²⁵⁾ 강희제 및 건륭제가 호랑이를 사냥한 일화를 살펴보자.
먼저 강희제의 호랑이 사냥과 그것을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통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강희 20년(1681)에 산서성에 있는 오대산에 가서 사냥을 하는데, 하루는 범 한 마리가 숲속에서 튀어나오자 황제가 몸소 활로 쏘아 당장 선자리에서 범을 잡았다. 범잡은 땅을 석호천(石虎川)이라 할 것을 황제에게 아뢰고, 범가죽은 대문수원에 남겨 두어 지금도 있다고 한다. 송산정에서는 범 세 마리를 쏘아서 잡았다고 한다. 이를 그림으로 그려 지금도 민간에서는 팔고 사고 있으니 이만하면 귀신 재주라고 할 만한 솜씨다.”²⁶⁾ 이처럼 황제들의 호랑이 사냥이 가지는 자랑스러운 일에 대한 본보기를 그림으로 그렸다고 보인다.
건륭제가 호랑이를 사냥한 것에 대해 쓴 내용을 참고로 하면 건륭 17년(1752) 가을 악동도천구(岳東圖泉溝) 앞에 있는 산 동굴에서 건륭제가 화승총으로 맹호를 잡은 사실이 있는데 그는 자신의 무공을 자랑하고 후세 자손을 격려하기 위해 맹호를 잡았던 동굴 벽면에 만주어, 한어, 몽고어, 장어(藏語: 티벳트어)로 마애명(磨崖銘)을 새겼다. 그 내용은 “건륭17년 가을, 황상께서 이곳 동굴에서 호신창(虎神槍)으로 맹호를 쓰러뜨리셨다.” 아울러 호랑이를 잡은 곳에 비석을 세우고 어필로 친히 「호신창기(虎神槍記)」라는 비문을 썼다. 또 9년이 흐른 뒤, 건륭제는 영안배(永安湃)위장에서 사냥하는 도중에 또다시 호신총으로 맹호를 잡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영안배위장엽호비(永安湃圍場獵虎碑)를 세워 이를 기념하였다.²⁷⁾ 이와 같이 청나라 황제들의 호랑이 사냥을 기념하는 행위는 호렵도에 호랑이 사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다음은 조선 왕실의 포호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에서는 호랑이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가 심하였다. 심지어 경복궁에까지 호랑이가 담을 넘어 근정전까지 들어 온사실²⁸⁾ 등 조선 후기에 이르기까지 호랑이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포호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이들의 포상과 승진에 관한 규정도 마련하였다. 제일 먼저 활을 쏘거나 창으로 찔러서 다섯 마리 이상을 잡으면 두 계급 올리고, 한 해 열 마리를 더 잡은 고을의 원은 품계를 돋우웠다. 또 호랑이의 크기를 대·중·소 세 등급으로 나누고 선창·중창·후창의 순서에 따라 근무 일수를 더해 주었다.²⁹⁾ 조선후기에도 호랑이로 인한 피해가 여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성록』³⁰⁾의 기록을 보면 호랑이 사냥과 이에 대한 포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 기록을 살펴보도록 한다.

기록에 각 군문에 사냥을 하도록 분부하라고 명하였다. 영의정 김상철이 아뢰기를, “이번에 비록 호랑이 사냥을 한다고 하지만 때때로 사냥을 벌여 도성 근방의 지역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각 군문에 거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³¹⁾ 기사에는 훈련도감이 대사동(大寺洞) 근처에서 중호(中虎) 1두를 잡아 봉진한다고 아뢴 데 대해 하교하기를, “본동은 서성 밖 모화현의 서쪽에 있다고 하는데 이제 사냥을 나가서 즉각 잡았으니 매우 가상하다. 군사를 영솔한 장교와 군사들을 본영의 상격(賞格)외에 후하게 시상해야 할 것이니 별단을 써서 들이고, 호랑이도 규례대로 대령하라.”하였다.³²⁾호랑이를 모조리 잡을 수 있는 방도를 삼영(三營)에서 의견을 갖추어 초기하라고 명하였다.³³⁾
이외에도 호랑이 사냥과 관련한 기록들이 있으나 기록들의 주된 내용은 호랑이가 수도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군영을 동원해서 사냥하도록 하고 호랑이를 잡은 장교와 병사들에게는 규정에 정한 시상과 경우에 따라서는 규정외의 시상도 하였다는 기록이다. 특히 잡은 호랑이는 봉진(封進)한다고 하고 “호랑이도 규례대로 대령하라”고 하였다. 봉진은 받들어 받친다는 것인데 위의 기록을 통해서도 호랑이 사냥을 하는 모습이 호렵도에 그려진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봉진하는 방법도 호렵도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으로 바치는 모습으로 표현하였으나 행소박물관 소장 작품에서는 호랑이의 발은 교차로 묶는 방법을 사용했다<도 6>.

비슷한 시기로 추정되는 대흥사 침계루의 사찰벽화에 발을 꽁꽁 묶은 익살스런 표정의 호랑이 도상을 볼 때 그 당시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보인다<도 7>. 조선초의 기록이지만 착호갑사가 호랑이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다. “포위했을 경우 먼저 겸사복 태호시내가 달려들어 가서 범을 활로 쏜 다음 착호갑사 타박내가 창을 가지고 나아가서 찔렀다.”³⁴⁾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사실들은 호렵도에 나오는 호랑이 사냥장면이 조선시대 포호정책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사냥장면에 보이는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마상무예

호렵도 작품에 등장하는 사냥하는 병사들의 마상무예는 정조대에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무예와 유사한 장면들이 많다. 1778년(정조 2년)에 정조는 병조 및 중앙군영 전체를 대상으로 관무재를 열도록 명하였다. 정조는 이 관무재를 통하여 시험 종목을 결정하였는데 특기할 사항은 즉위 초부터 『무예신보』에 수록된 18반 무예에다가 24반 무예에 해당하는 각종 마상기예들도 시험의 대상이 되도록 하였던 것이다. 이는 관무재를 통하여 무예를 시험하고 마음에 두고 있던 마상무예, 즉 기마무예의 확립을 위한 정조의 의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그 의지는 1790년(정조 14년)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로 확인되었다.³⁵⁾ 정조의 마상무예에 대한 관심은 기마전술과 관련이 있다. 정조의 군사정책은 병자호란 당시 청 기병의 빠른 속도전에 밀려 남한산성에 포위된 인조가 삼전도의 굴욕을 겪으면서 청의 빠른 기병에 대비할 기병의 양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정조대에 이르러 국왕친위군으로 편성된 장용영의 창설과 함께 기병 확대 노력으로 이어지는데, 당시 제기된 왕권 강화를 위한 오위제(五衛制) 복구론에는 기병강화의 필연적인 요소가 담겨있다.³⁶⁾
『무예도보통지』는 24반 무예를 규장각의 이덕무, 박제가와 당시 실세 부대였던 장용영의 초관인 백동수와 장용영의 무사들이 함께 무예의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여 1년간의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정조14년(1790년)에 만든 책으로 각종 무기를 다루는 동작과 행위를 도해한 것이다. 각 무예 과정마다 그림을 덧붙여 이해를 도우려 했다. 정조의 명으로 간행된 책의 그림이므로, 정조가 그림에 관한 일을 맡겼던 김홍도가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³⁷⁾
물론 마상무예가 조선의 독창적인 기예는 아니지만 『무예도보통지』라는 공식무예서의 일부분으로 포함되었고 이러한 기마무예는 정조 당시에는 문무의 조화를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모든 관료들이 익혀야 되는 중요한 과목이었다.³⁸⁾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무예중 기마병이 익혀야만 할 기창, 마상쌍검, 마상편곤, 마상월도, 격구, 마상재(馬上才)였다. 그런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사(騎射)가 없는 것은 이미 교본에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기본적으로 익혀온 기예이므로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마상무예의 장면이 호렵도에 그려져 있는데 행소박물관 호렵도에는 이중, 기창, 마상편곤, 마상쌍검, 기사, 마상재의 ‘좌·우등리장신’의 기예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에서 기창과 마상편곤이 가장 많이 사용된 기술로 나타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3> 마상무예 비교

 

마상무예는 조선통신사와도 관련이 있다. 마상무예 중 마상재는 조·일(朝·日) 두 나라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역할을 하였다.³⁹⁾ 임진왜란 이후 일본과 조선은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원수로 여기고, 일본 또한 조선멸시관이 등장했다. 그렇게 쉽게 정상화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양국의 국교는 각국의 내부사정에 의해 의외로 빠르게 진행되어 인조 14년(1636)부터 순조 11년(1811)까지 약 200년간에 걸쳐 12회의 통신사가 파견되었다.⁴⁰⁾ 일본과 국교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측의 도쿠가와 이에미스(德川家光)이 마상재를 구경하고 싶다는 전대미문의 요구를 대마번(對馬藩)에게 명하였다. 대마번은 국서위조사건도 있고 해서 이 요구의 성사에 자신의 외교력이 시험된다는 절박한 상황에 동래부사 이홍망(李弘望)에게 마상재의 파견을 요청했고 조선에서도, 긴장된 조·일 관계의 완화를 위해 1636년 최초로 파견된 이래 기록으로 확인된 1764년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⁴¹⁾

그런데 마상재란 단순한 구경거리로서의 곡마(서커스)가 아닌, 예로부터의 기마(騎馬) 전투기술에서 발단한 듯하다. 기마민족의 후예다운 면목이 여실하다고 할 수 있다.⁴²⁾ 일본의 경우도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하여 마상재 공연을 한 사실을 그린 일본 고려미술관 소장의 <마상재도> 등 다양한 그림이 남아 있다<도 8>. 이를 종합해 보면 『무예도보통지』의 마상재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호렵도의 마상무예와도 친연성이 있는 듯하다.

3. 만주족 여인에 대한 관심

울산박물관 소장의 18세기 호렵도에 보이는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만주족의 전통을 이어 받은 청황실에서 기록화로 그린 <목란도>에 왕공귀족 여인이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장면과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도 9>. 한편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에도 청나라 친왕이 사냥을 하면서 여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가 돋을 녘에 출발하여 왕가영(王家營)에 와서 점심을 치르고 황포령(黃鋪嶺)을 지나려니 웬 귀공자 같아 보이는 젊은이가 나이는 스무남은 살이나 돼 보이고 모자에는 홍보석을 달고 푸른 깃을 꽂고 훤칠하게 생긴 말을 타고는 바람처럼 지나간다. 맨 앞에는 말 한 마리가 가고 뒤에는 삼십여 기(騎)가 따르는데 모두 금빛 안장에 덜썩 높은 말들을 타고 모자와 입성은 화려했다.
– 중 략 –

황제의 친조카인 예왕(豫王)이라고 한다. 뒤로는 태평차가 따르는데 큼직한 노새 세 마리를 메웠고 초록빛 천으로 휘장을 두르고 사면에는 유리창을 박았고 지붕은 푸른 실로 뜬 그물을 해 덮고 네 귀에는 술을 드리웠다. 대체로 귀인들이 타는 가마나 수레는 다 이렇게 차려 위세를 갖춘다. 수레 속에는 도란도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릴 뿐이다. 마침 끌던 노새가 오줌을 싸는데 내가 탄 말도 오줌을 쌌다. 수레 속에 있던 부인들은 뒤창을 열고 서로들 머리를 내놓은데 구름같이 틀어 올린 머리채 위에는 갖은 보물꽂이로 다 치장해 금빛깔 꽃이며 비취 구슬들은 데릉데릉 한들한들, 오염하기는 꿈만 같고 이쁘고 곱기는 맑은 냇물에 놀란 기러기라고 할까 싶은데 얼른 창을 닫더니 그만 가버린다. 모두 세 사람으로 다들 예왕의 첩들이라고 했다.”⁴³⁾

<목란도>에 묘사된 여인과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에 등장하는 수레에 탄 여인들의 모습과 『열하일기』에 나오는 사냥장면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사냥에 참여한 왕공의 가족과 그 시종들인 것이다. 따라서 행소박물관소장 호렵도에 왕공의 주변에 일행으로 참여한 만주족 여인은 왕공귀족의 가족과 이들이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시종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장면은 당시 조선의 사회 관습상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처럼 사냥에 여성들을 동행하는 그림을 조선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무래도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 그 중에도 만주족 여인에 대한 관심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 『이재난고(頤齋亂藁)』⁴⁴⁾에 보면 정조 10년(1786년) 7월에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은 홍대용의 동생으로 청주에 사는 홍대정을 만나 미인도 계통의 그림인 <만주여자도(滿洲女子圖)> 등 4폭을 감상한 후 이 그림들을 증정받고 황윤석은 <만주여자도> 4폭에 관지(款識)를 쓰고 장문의 제시를 쓰기도 했다.⁴⁵⁾ 이처럼 외국의 여성을 그린 그림이 유통된다는 것은 청나라와 사행을 통한 외국문물의 접촉이 다양한 분야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당시 조선으로서는 최대의 문화국인 청나라의 만주족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그림의 제목을 ‘만주여자’로 특정한 민족의 여성을 지칭한 것은 중국 한족 여성과 구별되는 만주족 여성에 대한 인식, 즉 더 넓게는 만주족에 대한 민족학적 관심을 보여준다.⁴⁶⁾ 위에 인용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만주여인에 대한 내용은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심도있게 표현된 것이다. <만주여자도>와 같은 작품은 외국 미인도의 유입이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조선 후기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⁴⁷⁾와 마찬가지로 호렵도에 등장하는 청나라의 왕공귀족과 더불어 이들과 동행하는 만주족 여인들을 그린 것은 이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들의 모습이 오랑캐의 모습이 아닌 미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것은 만주족을 야만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경의 대상으로 보고 당시 조선후기 미인도의 전통과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4. 행렬장면의 토착화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에 등장하는 출렵장면에 주인공이 포함된 행렬은 청나라 수렵도의 출렵하는 행렬과 친연성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행렬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복식은 청나라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행렬에 참여한 인물이 소지한 악기라든지 의장기 등에서는 청대수렵도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김홍도가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렸다는 사실과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에 화제로 등장한 것을 볼 때 호렵도는 궁중 화원들이 많이 그렸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청나라에서 전래되었지만 이를 조선의 화원들이 필요에 따라 궁중회화에서 주로 사용하는 작품의 구성방식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궁중화원들의 임무는 『육전조례』에 영정도사도감(影幀圖寫都監), 빈전혼전도감(殯殿魂殿都監), 국장도감(國葬都監), 가례도감(嘉禮都監), 책례도감(冊禮都監), 산릉도감(山陵都監) 의궤에서 맡았던 소임들이다.⁴⁸⁾ 화원들은 주어진 소임을 담당했지만 어진화사의 경우 첫 번째 관건은 정확한 형태를 그려내는 일이다. 아무리 묘사가 정미(精微)하더라도 형상이 닮지 않으면 완성을 담보할 수 없다. 다른 한가지는 초상화에 화가의 개성을 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어진일 경우 더욱 그러했다. 만일 어진에 화가의 개성이 반영된다면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았다.⁴⁹⁾ 따라서 궁중화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해진 도상(圖像)이나 화법을 사용하였던 것이다.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의 경우 인물에 나타난 도상들은 궁중회화에서 보이는 인물의 표현 방법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화원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김홍도가 화원으로 참여한 <화성능행도>, <평양감사행사도>와 화원들이 그린 의궤의 반차도에 등장하는 인물과 행렬, 말의 자세 등이 상당한 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호렵도의 행렬과 영향관계를 보여주는 행렬도로 조선시대 반차도의 형태를 띤 기록화중 김홍도가 그린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를 들 수 있다.⁵⁰⁾ 이 그림에는 행렬과 악대, 행렬에 참가한 여인들, 조선병사로 등장하는 청인(淸人)들은 호렵도의 행렬과 반차도의 영향관계를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4> 행렬장면 비교

25)　 허세욱, 『속열하일기』(동아일보사, 2008), p. 193.
26)　 박지원 씀, 리상호 옮김, 『열하일기』中권, (보리, 2004), pp. 104-105.
27)　 웨난·진취엔, 심규호·유소영 옮김, 『열하의 피서산장』(도서출판 일빛, 2005), pp. 48-45.
28)　 『태종실록』, 5년 7월 25일, “夜, 虎入漢京勤政殿庭.”
29)　 김광언, 『한·일·동시베리아의 사냥』(민속원, 2007), pp. 151-152, 『經國大典』「兵典」 ‛守令一年捕十口以上加階 捕五口皆先中箭槍者超二階 三口先中二口次中者超一階 ’ 조선전기의 포호정책에 대해서는 김동진, 『朝鮮前期 捕虎政策 硏究』(선인, 2009) 참조.
30)　 1760년부터 1910년까지 150년 동안 날마다 임금의 말과 행동을 적어 규장각에서 편찬한 책
31)　 『日省錄』정조원년(1777년) 10월 4일.
32)　 『日省錄』정조7년(1783)년 1월 26일.
33)　 『日省錄』정조7년(1783)년 2월 14일.
34)　 『세종실록』권38, 12년 1월 28일 기사 참조.
35)　 배우성,「정조의 군사정책과 『무예도보통지』 편찬의 배경」『진단학보』(진단학회, 2001), pp. 342-343 참조.
36)　 마상무예가 체계화된 것은 1790년(정조 14년)에 이덕무와 박제가가 무관인 백동수의 도움을 받아 펴낸 『무예도보통지』에 의한다. 여기에는 기창(騎槍), 마상쌍검(馬上雙劍), 마상월도(馬上月刀), 마상편곤(馬上鞭棍)4기와 격구(擊毬), 마상재(馬上才) 2기 등 모두 6기의 마상무예가 포함되어 있다. 이 때에 말을 타고 이루어지는 마상무예가 체계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후기 기마전술과 마상무예에 대한 내용은 최형국, 『조선후기 기병전술과 마상무예』(혜안, 2013) 참조.
37)　 오주석, 앞의 책, p. 175.
38)　 정조의 문무 균형에 관한 기록은 『正祖實錄』정조 12권, 5년 11월 2일(更子) 敎曰: 文、武相須, 不可偏重。 偏重則俗變其趨, 而國受其弊。 – 중략 – 文盛則武衰, 其勢然也。 重臣歸朝, 嘗陳此弊, 而一府如此, 一路可知。 西路如此, 北路可推。 蓋緣前後守臣, 或昧當務, 自托文翁之化, 妄效武城之治, 而講武閱兵之場, 鞫爲茂草, 贍學養士之需, 虛費尾閭, 曾莫知夫戎政之日墮也); 정조 8년; 정조 15년 4월 19일; 정조 9년 6월 17; 정조 17년 정월 12일 기사 참조.
39)　 1636년 조선통신사행에서 선보인 마상재는 1790년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기 전의 기예였지만 거의 유사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미 어떠한 마상재의 형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40)　 계승범, 「조선후기 통신사 시행과 조일관계의 모순」(영천대마문화창조위한 국제 심포지엄, 2013), p. 1참조.
41)　 廣瀨雄一, 「馬上才와 德川幕府」(영천대마문화창조위한 국제 심포지엄, 2013) 참조.
42)　 仲尾宏 지음, 유종현 옮김, 『조선통신사 이야기』(한울, 2004), p. 168.
43)　 박지원 씀, 리상호 옮김, 앞의 책, pp. 98-99.
44)　 이재난고(頤齋亂藁)는 이재(頤齋)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이 쓴 책이다. 1984년 9월 20일 전라북도의 유형문화재 제111호로 지정되었다. 이 책은 10세부터 시작하여 63세 일기로 죽기 전까지 보고, 듣고, 배우고, 생각한 문학· 산학·예학·도학·지리·역상·언어학·예술 등 정치·경제·사회·농·공·상 등의 여러 방면에 걸친 인류생활에 이용되는 실사를 총망라하여 일기 또는 기사체로 쓴 것으로, 6천장 57책으로 되어 있다.
45)　 강관식, 「조선 후기 지식인의 회화 경험과 인식」: 강신항 외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 지식인의 생활사』(한국학중앙연구원, 2007), p.607참조.
46)　 장진성, 「조선후기 회화와 문화적 호기심」, 『미술사논단』 제32호(한국미술연구소, 2011), p.168.
47)　 장진성, 앞의 논문, pp.168-169.
48)　 황정연, 「조선시대 화원과 궁중회화」 『왕의 화가들』(돌베개, 2012), pp.73-79참조.
49)　 윤진영, 「왕의 초상을 그린 화가들」 『왕의 화가들』(돌베개, 2012), p.135.
50)　 김홍도,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 1786년, 수묵담채, 25.3㎝×66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조선시대의 기록화 중 반차도의 형태로 그려진 그림으로 요산헌(樂山軒)의 부친이 1785년 황해도 안릉의 신임현감으로 부임하는 광경을 잘 묘사하였다. 요산헌의 부탁에 따라 1786년 김홍도가 42세 때 그린 작품이다.)

Ⅴ.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19세기의 호렵도 작품들은 18세기의 작품에 비해 정형화되고 토착화되는 단계가 된다. 즉 화원화가의 화풍이 답습되는 과정에서 더 진척되어 두 가지 현상이 양식적 특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하나가 정형화 단계로써 일종의 형식과 폼이 결정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화풍으로 정착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을 토착화 또는 한국적 변용이라고 할 수 있다.⁵¹⁾
이 시기의 작품들은 상층문화의 저변화가 진행되는 사회적 배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임진·병자년의 양란이후 국가 제조사업의 성공과 국제무역의 흑자 등은 상품화폐의 발달과 도시의 팽창을 초래하면서 사치풍조를 만연케 했다. 사치풍조는 경제적 성장이 둔화된 영·정조 연간을 통해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켰지만, 미술과 공연예술 등에서는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고 크게 활성화시켰다. ⁵²⁾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 부를 축적한 중인계층과 평민계층이 왕실과 사대부가에서 향유하던 호렵도를 자신들의 문화 속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시기는 특히 민화가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하던 때이므로 호렵도 역시 이 기간에 가장 많이 그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19세기로 편년되는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 12폭 병풍은 정형화되는 단계에 있는 작품이다. 본고에서는 이 작품에 나타나는 청대 궁중회화의 특징이 어떠한 형태로 잔존하고 있는지, 서울미술관 소장 <호렵도>와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에서 보이는 김홍도의 양식으로 대변되는 특징들이 어떠한 형태로 투영되어 나타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화면구성의 정형화

 

호렵도의 작품 구성은 대개 출렵장면과 사냥장면, 사냥 후 사냥물을 바치는 장면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들 구성장면을 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장면을 결합하여 작품을 그렸다. 작품의 구성요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8세기 호렵도는 작품구성 요소 중 출렵장면과 사냥장면이 주로 그려진 반면에 19세기에 오면 18세기의 두 가지 요소와 사냥 후 사냥물을 바치는 장면이 추가되어 하나의 정형화되는 단계의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면 건국대소장 <호렵도> 8폭 병풍<도 10>,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호렵도> 8폭 병풍<도 11> 등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로 추정되는 작품들에서 이러한 정형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행소박물관소장 <호렵도> 12폭 병풍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청대 궁중회화의 양식적 특징 잔존

행소박물관 소장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왕공귀족은 청대 수렵도인 <목란도>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건륭황제와 비슷한 형태의 초상화 양식으로 그려져 있다. 중국에서 초상화는 황제 복장을 하고 어좌에 앉은 모습의 <건륭황제조복상>과 강남지방 순례, 사냥, 의례 등에서 일련의 행사에 참여한 모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내었다. 중국에서 초상화는 전통적으로 대상 인물의 정신을 담는 그릇으로 여겨져 표정이나 자세에 있어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일시적인 순간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한 배경을 그리는 경향이 있었다.⁵³⁾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의 12폭에 앉아 있는 청대 복식을 한 주인공의 표정과 <건륭황제조복상(乾隆皇帝朝服像)>은 중국 황실의 초상화 양식과 흡사하다. 이 그림에서 주인공과 건륭황제가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있는 것은 <건륭보녕사불장상(乾隆普寧寺佛裝像)>등에서 보듯이 만주족의 종교인 티벳불교의 종교적 지도자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5> 초상인물상 비교(행소박물관 <호렵도> 12폭 부분과 <건륭황제조복상>)

 

또한 사냥을 떠나는 건륭황제의 모습이 그려진 <초록도>의 기마(騎馬) 황제상과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의 출렵장면의 말 탄 주인공의 묘사가 상당한 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면의 중심부에 백마를 탄 건륭황제의 흡족하고 자신감에 찬 표정과 호렵도에서 백마를 탄 늠름한 모습은 동일한 인물로 착각할 수도 있을 만큼 유사하다.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에 주인공은 출렵시에 말을 탄 왕공귀족의 모습과 12폭에 묘사되어 있는 정좌하고 있는 왕공귀족은 동일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6> 기마 주인공비교(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기마 주인공상과 <초록도>의 건륭제)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에 사냥을 하는 병사들이 말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의 표현은 앞발과 뒤발을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져 가지런하게 앞과 뒤쪽으로 뻗어서 공중에서 나는 듯이 달리는 비마(飛馬)형의 표현으로 되어있다. 이는 서양회화에서 보이는 뒷발을 땅에 붙이고 앞발을 뜨게 하는 표현과 차이가 있다. 이는 청대 황제들이 사냥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인 <사렵도(射獵圖)><건륭황제일전쌍록도(乾隆皇帝一箭双鹿圖)>轴 등에서 나는 듯이 달리는 황제와 병사들의 말 표현과 유사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7> 호렵도와 청대 수렵도의 달리는 말 도상 비교

3. 김홍도 화풍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는 김홍도가 세상을 떠난 지 상당한 시간의 흐른 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모티프나 양식적 특징이 나타나는 장면이 있다. 먼저 김홍도의 <호귀응렵도(豪貴鷹獵圖)>에 나오는 인물이 옷만 바꿔 입은 듯한 장면이 나온다<도 12>.
간송미술관 소장의 <호귀응렵도>는 김홍도가 연풍현감 시절 매사냥을 나간 장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년 풍속화로는 최고의 가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도 13>. 또한 수지법에서도 앞서 설명한 김홍도의 기법을 그대로 따랐으며, 사냥꾼이 사냥하는 호랑이의 모습도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의 포즈와 상당한 친연성을 보이고 있다.

4. 18~19세기 문인 지식인의 원예풍조와 관련된 표현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의 중앙에 괴석이 배치되어 있어 상당한 비중과 의미있는 장면으로 판단되는 장면이 있다<도 14>. 이 괴석의 표현은 <목란도>에 그려진 다양한 바위들과 유사한 준법을 사용하였고, 당시 조선에서도 18-19세기의 문인화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던 방식이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18-19세기 원예풍조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중국에서도 정원의 경영으로 괴석 등의 표현은 이미 있었지만 조선에서는 18세기에 원예풍조가 있었고 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하였다. 문인 지식인들 사이에 원예 붐이 이렇듯 경쟁적으로 조성되다 보니 정원 조경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당시 문집에서 정원의 구체적 배치를 묘사한 글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제 18세기 문집에서 주인의 성씨를 따거나 고유한 이름이 붙은 정원은 필자가 직접 확인한 것만도 수십 개가 넘는다. 이런 것은 물론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정원을 경영할 여력이 없을 경우에는 의원(意園), 오유원(烏有園), 장취원(將就園) 등 상상 속의 정원을 꾸며 글로 남기는 일도 유행처럼 번졌다.⁵⁴⁾ 18세기의 시대적 안정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정원을 꾸민 것으로 보인다.
정원 조성 붐을 타고 괴석에 대한 수요도 부쩍 늘어났다. 앞서 신위가 중국에 사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괴석만 잔뜩 싣고 온 일을 말했지만, 이희천(李羲天, 1738-1771) 같은 이는 집에 만 점의 수석을 갖춰두고 당호를 아예 만석루(萬石樓)라고 지었을 정도였다.⁵⁵⁾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에도 괴석에 대한 내용이 나온는 등 괴석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이 회화적으로 표현된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⁵⁶⁾ 최근 발간된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에 보면 정선의 노재상한취도(老宰相閑趣圖)>,<횡거관초도(橫渠觀蕉圖)>가 있는데 이 작품에도 괴석이 그림의 중심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⁵⁷⁾ 강세황의 <지상편도(池上篇圖)> 김홍도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 등 당시 유명한 화가의 그림에서 괴석은 애호되던 소재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큰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표 8> 조선후기 괴석이 그려진 그림 예

51)　 이상국, 앞의 논문, p. 208 참조.
52)　 홍선표, 「조선후기회화의 새경향」 『조선시대회화사론』(문예출판사, 2005), p. 317.
53)　 유재빈, 「건륭 초상화, 제국 이미지의 형성-<건륭세상도>와 <건륭관화도>를 중심으로-」 『중국사연구』42집, (중국사학회, 2006), pp. 114-117 참조.
54)　정민,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 p. 39.
55)　정민, 『앞의 책, p. 39.
56)　강희안 지음, 서윤희ㆍ이경록 옮김, 『양화소록』(눌와, 2007), pp. 115-118 참조.
57)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사회평론아카데미, 2013), pp. 30-32 참조.

Ⅴ. 결론

호렵도는 청나라 수렵도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고, 김홍도가 가장 먼저 호렵도를 그렸다는 기록이 있어 18세기부터 호렵도가 유행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행소박물관 소장 호렵도는 19세기 중엽으로 편년되는데 그 크기나 화격에 있어 상당한 지위의 인물, 즉 뛰어난 필력을 지닌 화가가 그린 것으로, 그 용도는 일반 가정용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관청이나 상당한 규모의 건물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소박물관소장 호렵도에서도 18세기에 그려졌던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과 소재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행소박물관소장 호렵도에 나타난 양식적 특징은 청나라 황실회화에 보이는 초상화의 양식적 특징이 남아 있고,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린 김홍도의 화풍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목란도>의 영향과 18-19세기의 원예풍조 등 당시의 회화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작품의 소재도 그 의미가 변하였는데 예를 들면 호랑이 사냥이 조선시대 왕실과 백성을 괴롭힌 호환을 막기 위한 노력이 호랑이 사냥장면의 다양함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고, 『무예도보통지』에 삽도된 마상무예의 동작이 호렵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왕실의 화원들이 그렸던 <화성능행도>, 반차도, <평양감사행차도> 등에서 보이는 행렬부분의 모티프가 호렵도에 반영된 것이다. 한편 사냥을 하는 병사들의 병기나 자세는 훈련의 긴박함도 있지만 느슨해진 사냥물을 포박하는 장면 등에서는 민화의 해학적 특징이 나타나기도 함으로써 18세기 김홍도에 의해서 그려진 호렵도가 19세기로 넘어가면서 변화된 양식적 특징과 소재에 담겨진 미술사적인 의미를 해석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참 고 문 헌
『弘齋全書』
『內閣日曆』
『承政院日記』
『經國大典』
『日省錄』
『朝鮮王朝實錄』
강관식, 「규장각 자비대령화원 연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박사학위논문, 2000)
―――, 「조선 후기 지식인의 회화 경험과 인식」: 강신항 외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 지식인의 생활사』(한국학중앙연구원, 2007)
강희안 지음, 서윤희ㆍ이경록 옮김, 『양화소록』(눌와, 2007)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사회평론아카데미, 2013)
계승범, 「조선후기 통신사 시행과 조일관계의 모순」(영천대마문화창조위한 국제 심포지엄, 2013)
김광언, 『한·일·동시베리아의 사냥』(민속원, 2007)
김동진, 『朝鮮前期 捕虎政策 硏究』(선인, 2009)
김호연,「세계속의 한민화」 『한국의 민화』(열화당, 1976)
―――, 『한국민화』(강미출판사, 1980)
박지원 씀, 리상호 옮김, 『열하일기』中권, (보리, 2004)
배우성,「정조의 군사정책과 『무예도보통지』 편찬의 배경」 『진단학보』(진단학회, 2001)
손영옥,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글항아리, 2010)
오주석, 『단원 김홍도』(열화당, 2004)
유재빈, 「건륭 초상화, 제국 이미지의 형성-<건륭세상도>와 <건륭관화도>를 중심으로-」 『중국사연구』42집, (중국사학회, 2006)
윤진영, 「왕의 초상을 그린 화가들」 『왕의 화가들』(돌베개, 2012)
이상국, 「조선후기 수렵도 연구」(경주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2)
이우환, 『이조의 민화』(열화당, 1977)
이훈,「17-18세기 청조의 만주지역에 대한 정책과 인식:건륭기 만주족의 위기와 관련하여」(고려대 박사학위논문, 2013)
장진성, 「청대 궁정회화와 ‘만주의식’」, (서울대학교 중국연구소 중국포럼 2009)
―――, 「조선후기 회화와 문화적 호기심」, 『미술사논단』제32호(한국미술연구소, 2011)
정민,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
정은주, 「燕行 및 勅使迎接에서 畵員의 역할」, 『명청사연구』29집, (명청사학회, 2008)
조자용, 「한국민화의 분류」 『한국민화의 멋』(엔싸이클로피디어 브리테니크, 1972)
―――, 『민화걸작전』(호암미술관, 1983)
최형국, 「朝鮮 正祖代 壯勇營 創設과 馬上武藝의 戰術的 特徵」 『학예지』17호(육군박물관, 2010)
―――, 『조선후기 기병전술과 마상무예』(혜안, 2013)
황정연, 「조선시대 화원과 궁중회화」 『왕의 화가들』(돌베개, 2012)
허세욱, 『속열하일기』(동아일보사, 2008)
홍선표, 「조선후기회화의 새경향」 『조선시대회화사론』(문예출판사, 2005)
웨난·진취엔, 심규호·유소영 옮김, 『열하의 피서산장』(도서출판 일빛, 2005)
廣瀨雄一, 「馬上才와 德川幕府」(영천대마문화창조위한 국제 심포지엄, 2013)
仲尾宏 지음, 유종현 옮김, 『조선통신사 이야기』(한울, 2004)
翁連溪 編著, 『淸代宮廷版畵』(文物出版社, 2001)
Elliot, Mark c, 『만주족의 청제국』(푸른역사, 2010)

국문초록

이 논문은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호렵도> 12폭 병풍에 관한 내용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중반기로 편년되는 작품으로 호렵도의 양식발전에 있어 18세기에 이어 19세기의 양식적 특징이 발현되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연구를 통하여 호렵도가 청나라의 황실 수렵도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그림으로 밝혀졌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당시에는 청나라의 앞선 문물에 대한 문화적 호기심에서 도입된 여러 회화 중에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청대 수렵도가 가지는 기사수렵(騎射狩獵)의 정신을 활용한 융정(戎政)의 일환으로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를 통하여 호렵도가 조선시대 후기의 화문분류상 인물문(人物門)에 속했다는 사실을 규명하였고, 김홍도가 호렵도를 가장 먼저 그렸다는 기록에 근거하여 김홍도의 사행기록을 통하여 김홍도가 청나라의 황실수렵도를 접촉하였던 개연성을 확인하였다. 청대 수렵도에 있던 소재가 호렵도에서는 그 내용이 변용되는데 이것이 어떻게 변용되는지와 토착화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이 19세기에 와서는 변화하는지를 밝혔다.

 
글 : 이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