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論考] 현대 민화 전개방향에 대한 제언

최남숙 <가족 '14-1> 99cm x 103cm, 순지 위에 수간채색, 2014

※이 논문은 ‘2014 창작민화대작전’에서 7월 16일에 발표한 ‘조선 후기 민화 제작방식’ 논문집에서 결론에 해당하는 제3장의 내용을 전재한 것입니다.

궁전을 중심으로 한 관화는 거의 대부분 밑그림을 토대로 그려졌다. 즉 관화는 형식화된 유형에 바탕을 두고 전적으로 전통적이고 인습적이며 의식적으로 계승되어 왔다. 이른바 관화는 창의성보다는 주술성과 생활성 그리고 조형적인 장식성이 강조되면서 종교적, 사회적, 공예적 의미를 강하게 부여 받고 있다.
반면 민화는 어떠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화는 관화의 전통적, 인습적, 공예적인 형식을 거의 깨면서 줄이고 보태고 자유롭게 각색되었으며 때문에 관화와는 차이가 난다. 특히 민화의 표현형식인 기법과 색채 표현은 공예적으로 보여 지면서도 자유로운 회화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이렇게 민화는 관화의 벽사적, 길상적, 감계적, 장식적인 특징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회화적 특징까지 부여 받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결국 관화는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민화는 창작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관화와 민화의 서로 다른 생명성이고 가치성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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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방향

지금까지 현대 관화/민화 작가들은 전통 관화/민화를 현대적으로 제창조해 내려고 해도 이에 관련한 자료나 강연이 부족해서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앞서 논의된 조선후기 민화의 각기 다른 제작방식을 앞으로의 작업방향에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현재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 방향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11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 방향
① 전통 관화/민화를 일방향으로 꾸준히 계승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② 전통 관화/민화의 도상을 그대로 차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③ 전통 관화/민화의 도상을 줄이거나 보태기도 하며 크게 하거나 작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④ 전통 관화/민화의 형식을 차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⑤ 전통 관화/민화의 상징성을 차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⑥ 전통 관화/민화의 형식과 상징성을 신화나 전설과 접목하여 작업하고 있다.
⑦ 건축, 디자인, 도예 등의 다른 장르와 접목하여 작업하고 있다.
⑧ 대형 복사기나 컴퓨터 출력에 의존하여 손쉽게 밑그림을 뽑아 작업하거나 아예 컴퓨터상에서 서로 짜깁기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⑨ 전통 재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⑩ 전통 관화/민화를 현실 속 사건과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⑪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관화/민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상의 전개방향에서 확인되듯이,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양상은 다양하고 매우 복잡하다. 즉 전통 관화/민화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와 함께 전통 관화/민화가 차용, 응용되어 뒤섞이면서 형식이나 의미가 무수하게 복수화되고 있다.
현대 관화/민화가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과거와는 달리 훨씬 개방되어 있으며 이에 전통을 향유하는 방식도 다양해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메뉴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것은 분명 마땅하다. 그러나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졌다. 그것은 질적으로 수준에 못 미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즉 현대 관화/민화가 다양하게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심하게 왜곡된 전통에 몰입되어 밑그림에만 의존하거나 공허한 양식주의적 차용이나 응용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현대 관화/민화는 단순히 어떤 장식 정도로 이해되어 그저 껍데기만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과거의 전통 관화/민화가 유행했던 시대적인 정신이나 사회상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밑그림에 의존하거나 차용, 응용되는 것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결과적으로 현대 관화/민화가 고급의 장르로 꽃피워 나가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현실의 염원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을 내 놓아야 한다. 물론 그 이유는 전통 관화/민화는 실용의 목적이 주가 되지만 현대에서의 관화/민화는 전시장으로 들어와 부담 없이 감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주목하여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 방향에 대한 제언

이제 관화/민화 제작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으로 일정 수준에 오르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현과 창작에 대한 논의를 보다 심도 있게 해봐야 한다. 재현과 창작을 가름하는 것은 단지 겉모양만을 그대로 따라 그린다거나 양식의 변화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고전의 깊이와 품위를 그대로 계승하는 것과 현대적 감각으로 명랑하게 재탄생시켜 다시 보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권장할만하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전개해 나간다면 분명 현대 관화/민화는 고급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 방향에 대한 제언
① 전통과 현대에 대한 개념을 바르게 인식하여야 한다.
② 전통 관화/민화를 계승하는 작가와 창작을 하는 작가는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③ 스승의 화맥을 이어가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④ 전통의 대표적 유물인 고분벽화, 건축물, 조각물, 석탑, 목가구 문양, 도자기 문양 등과 적극적으로 접목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⑤ 현대 관화/민화는 현대의 다양한 재료로 무한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⑥ 전통 관화/민화의 제작기법에서 볼 수 있는 밑그림(초본) 대신 현대문명의 상징인 첨단 컴퓨터 프린트나 대형 복사기를 이용해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작가도 많아졌는데, 언제나 손에 의한 정성 들인 작품이 결국 인정받는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⑦ 개인전은 언제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
⑧ 전통 관화/민화를 활용한 문화상품이 현대생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앞의 도표에서 첫째부터 셋째까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재현과 창작의 관계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제언한다. 그리고 넷째부터 여덟째까지는 앞선 현대 관화/민화의 전개 방향에서 알 수 있었듯이 잘 진행되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아직 우려되는 점도 있어 올바른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현대는 어느 분야든 전통과 현대의 갈림에 문제를 않고 있는 만큼, 전통과 현대에 대한 개념을 바르게 인식하여야 한다. 전통과 현대는 병렬적이면서도 종속적이며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즉 예술이 창조적이고 새롭다는 것은 전통을 의식하면서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대립적인 뜻도 있으나 전통은 현대에 무한한 창조적 영감을 제공하기에 언제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 전통과 현대는 이질적인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공존해야 하는 관계이며 그럼으로 항상 공유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 한다.
둘째, 위 제안의 연장선상에서, 현시대에서 계승은 계승대로 재창조는 재창조대로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전통 관화/민화를 그대로 계승한 재현작은 여전히 오리지널리티로서의 권위를 지녀야 하며 또한 한편으로는 현실공간에 어울리고 현실생활의 소망을 담아내는 창작 민화도 인정되어야 한다. 재현을 하려면 이론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기량과 모두를 놀라게 하는 그런 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하며 어떠한 가감이나 변형없이 원본 그대로 그려내야 한다. 물론 그것은 현실 세계 안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과거를 보여주는 방법은 오로지 냉철한 리얼리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정말 똑같다’라는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보는 이를 숨이 막이게 할 만큼 정교하게 그려내야 하며,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들춰내어 집요함으로 재현의 리얼리티를 높여야 한다.
이쯤 되어야 온전하게 우리 민족의 철학, 사상, 믿음 등을 읽어 낼 수 있는 하나의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조상들의 얼과 숨결이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는 전승한 건지 재해석한 건지 애매하고 어중간하게 짜깁기한 작품들이 많아 매우 안타깝다. 재현하는 작가들은 과거의 것을 단순히 장식적인 멋, 혹은 겉치레를 위한 하나의 자료로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는 재현의 형식을 깨고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물론 그것은 과거의 모습을 단순히 박제하는 것만으로 전통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며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생명력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창작 관화/민화를 하는 작가들은 언제나 다르고 오직 하나 뿐인 창의적, 회화적인 작품을 출현시켜야 한다. 보다 깊은 차원에서 작가 개인의 철학이나 작업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하며 그런 가운데 오늘날의 우리가 고민하는 삶 즉, 현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건, 소망 등의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를 각종 갈등으로 몰아넣는 물신숭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염원한다든가 타자에 대한 증오가 사랑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바람같은 것이 담겨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관화/민화 장르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가치이며 의무이다. 그러나 현시대의 창작을 하는 작가들은 단순히 전통 도상이나 색상만을 접목하거나 양식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하여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즉 전통 관화/민화의 도상이나 기법, 색상만을 유사하게 혹은 적당하게 차용하고는 전통을 계승했다거나 그것만으로 한국적 정체성을 지닌 현대 관화/민화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으며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달라 언제나 결론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언제나 진지한 작업태도를 보여주어야 하며 재현하는 작가와 창작하는 작가 모두 존중되면서 그 가치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간혹 공모전이나 그룹전에 재현하는 작가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다투다가 좋은 작품이 배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다 같이 상호연관성을 찾으면서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였으면 한다.
셋째, 스승의 화맥을 이어가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관화/민화 장르는 단지 기능전수형식의 미술활동이라고 생각해온 고정관념이 제거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많은 관화/민화작가들이 스승의 작품이 화려하고 멋있게 보인다고 해서 그저 흉내만 내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관화/민화 작가는 현대적 감각으로 현대가 요구하는 이상과 새로운 기법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정신과 이상을 어떠한 기법과 색채를 담아 표현해야 할 것인지 고민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왕이면 스승의 작품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그러면서도 흉내낼 수 없는 새롭고 참신한 작품이 출현되어 스승과 제자 그리고 감상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넷째, 전통의 대표적 유물인 고분벽화, 건축, 조각, 석탑, 목가구 문양, 도자기 문양 등과 적극적으로 접목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조형물은 기법이나 상징성이 관화/민화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접목, 응용한다면 시각적으로도 어울리며 더욱 강한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고분벽화의 「사신도」와 관화/민화의 「십이지신상」이 만났을 때 시각적 어울림은 물론 담고 있는 벽사수호의 의미도 더욱 강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각의 조형물이 간직하고 있는 고정된 의미에서 벗어나 현실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메시지와 창의적인 회화적 느낌도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대적인 감성으로 평면적인 관화/민화와 입체적인 건축물, 조각물, 석탑 등을 접목하여 평면적으로 다시 제작된다면, 현대에 와서 간과되어버릴 수 있는 전통적인 것들을 세삼 다시 확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짜깁기를 하더라도 이렇게 형태나 상징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화면을 적절히 구성한다면 보다 깊이 있는 강한 메시지가 깃든 작품을 출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현대에서의 예술은 장르간의 벽을 허물면서 얻어지는 창의성도 요구되기 때문에 서로 차용, 응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으면서 우리만의 정체성 즉 ‘공예적 회화’로 거듭나면 좋겠다.
다섯째, 현대 관화/민화는 현대의 다양한 재료로 무한하게 실행되기도 해야 한다. 현재는 대부분 기존의 필법과 한정된 재료만으로 제작되고 있어서 한계성이 드러난다. 물론 관화는 전통적, 인습적인 재현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필법구사나 재료선택은 언제나 신중해야하겠지만 이미 앞서 충분히 살펴보았듯이, 조선후기 민화는 줄여지고 보태지고 각색되어 그려졌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전통 관화/민화의 주재료인 비단이나 종이에서 벗어나 캠퍼스나 나무에 그리거나 평면이 아닌 부조나 입체물로 제작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전통 안료로 채색하는 것에서 벗어나 유화물감, 아크릴물감, 파스텔 등으로 과감하게 실험정신을 높이면서 제작할 수도 있어야 한다.
여섯째, 관화 제작기법에서 볼 수 있는 초본(밑그림) 대신 현대문명의 상징인 빔 프로젝터나 컴퓨터 프린트 그리고 대형 복사기를 이용해 현대적으로 리메이크를 시도하는 작가가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언제나 조심스러워야 한다. 컴퓨터로 밑그림을 출력해 채색하거나 문양과 문자를 자연스럽게 배치, 재구성하면 장식적 효과는 쉽게 보여 줄 수 있겠지만 심리적 편안함이나 회화적 느낌에 있어서는 언제나 한계가 드러난다. 우리 선조들은 민화를 제작함에 있어서 의식을 행하듯 정성을 드렸으며 그래야 비로소 벽사적, 길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우리 전통 관화/민화가 지금까지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은 이와 같은 수공으로 정성을 다하여 벽사적, 길상적 의미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며 긴 시간 공을 들이는 노동력이 민화 제작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즉 민화가 갖는 진정성은 의식을 행하듯 정성을 드려야 하며 ‘손에 의한 기술’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일곱째, 개인전은 언제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개인전은 발표되지 않은 작품을 선보여 그 동안의 노력과 작품 가치에 대해 평가를 받는 전시이다. 그런데 현대 민화작가들의 개인전 작품을 보면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적하게 된다. 이는 작가 개인적인 위상을 스스로 평가 절하시킬 뿐 아니라 감상자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혹여 개인전 발표작이 몇 개 안되더라도 언제나 새로운 최근의 작품을 선보여야 하며 그 평가에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면서 다음 작품 제작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재현과 창작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같은 작품을 반복적으로 내 놓는다면 결국 그저 그런 하류 작가로 취급될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오늘날의 관화/민화 장르는 전시장에 들어와 감상의 대상이 되고 창의적, 회화적 느낌까지 풍부해야 한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여덟째, 전통 관화/민화를 활용한 문화상품이 현대 생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다. 특히 해외에서 우리 관화/민화의 호랑이, 학, 모란, 연꽃 등의 문양을 패션의 드레스나 도자기의 커피잔, 가방, 액세사리 등에 앉히거나 접목해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가가치가 낮은 전통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부가가치의 한국적 이미지가 담긴 문화상품이 창출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콘텐츠 즉, 재미있는 오락이나 각종 컴퓨터게임 프로그램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인테리어장식을 비롯한 가구, 도자기, 벽지, 커튼 등의 생활용품에도 응용하여 경쟁력을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이상의 여덟째까지 제안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실 위의 제안의 답은 주변 장르에서 찾을 수도 있다. 특히 순수회화에서 더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다른 영역에 끌려가서는 안되며 그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이어야 한다. 결국 우리의 가장 큰 방향은 ‘공예적 회화’여야 한다. 즉 전통 관화/민화가 추구했던 것처럼 생활성, 주술성, 장식성은 여전히 주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벽을 뛰어 넘어 다양성이 살아 숨 쉬고 회화성까지 풍부해야 한다.
끝으로 전통 관화/민화를 현대적으로 차용하는 문제는 언제나 문제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관화/민화는 심벌, 신비성, 장식성, 무작위적인 미, 해학미, 회화성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으며 따라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미적 기준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고에서는 현대 관화/민화의 핵심 과제이기도 한 질적 향상을 위해 평소 느끼고 염려되었던 점을 제언하였다. 전통 관화/민화는 공예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대 관화/민화는 당당히 오늘날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예술임이 틀림없다. 현대인들의 생활양식과 기호를 존중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기에, 현대 민화작가들은 이를 깊게 유념하면서 자기만의 조형언어로 공예성, 예술성, 창의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글 : 김용권(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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