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I. 들어가는 말
• II. 현대 민화작가와 민화화단의 특성
• Ⅲ. 현재 민화화단의 작품경향과 작가 활동
• Ⅳ. 해결과 성취 위한 방안 찾기
• Ⅴ. 맺는 말

＊ 이 글은 2015년 5월 1일, 강진 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한국민화뮤지엄포럼 – 민화의 대중화 방안 모색’에서 발표된 논문을 옮긴 것입니다.

Ⅰ. 들어가는 말

이제까지 민화에 관련된 연구나 논고의 주제 및 경향은 전통 민화를 대상으로 한 학술적 논의가 거의 전부였다. 동시대의 민화계나 민화 화단, 혹은 현대 작가를 주제로 한 실증적 연구는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본고와 같은 주제를 다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통계나 리포트 같은 필수 자료들도 전혀 없다시피 한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모두 알다시피 이것은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민화작가’나 ‘민화화단’과 같은 용어 자체가 아직도 낯설 만큼 현대 민화가 분명하고 올바른 위상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결과가 축적될만한 연륜을 아직 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본고 역시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한 실증적 연구가 되지 못하고 현대의 민화계, 혹은 민화화단을 바라보는 필자 개인의 시각이 주를 이루는, 다분히 시론試論적 논고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를 미리 밝혀둔다.
본래 필자에게 주어진 논고의 제목은 <현대 민화의 전시 경향과 작가활동>이었으나, 이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일부 수정이 불가피했다. 현재 활동 중인 작가라면 모두 알고 있듯이 현재 민화 전시회 자체가 어떤 ‘경향’을 논할 만큼 성격이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개인이 제한된 시간 내에 관련 문헌의 도움 없이 전국적으로 연중 열리는 크고 작은 민화 전시회의 동향을 파악하고 그 성격까지 일목요연하게 분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작업은 향후의 연구를 기약하고 여기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민화작가들의 활동 상황을 일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하는 것을 주요 논제로 삼았다.

Ⅱ. 현대 ‘민화작가’와 ‘만화화단’의 특성

현대 민화작가들의 활동과 과제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간략하게나마 우리나라 현대 민화작가들과 민화화단의 특수성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오늘날 민화작가와 화단에 대한 적지 않은 오해와 편견의 원인이 일반 미술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잣대를 민화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연 민화에 ‘작가’가 존재할 수 있으며, 작가의 존재가 분명치 않은데 어떻게 화단이 형성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은 무엇보다 민화 작가와 민화 화단의 특수성에 대한 고찰의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반 미술계의 상식적이고 관행적 시각을 그것과는 태생과 형성과정 자체가 전혀 다른 민화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서 비롯된 괴리감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보통 ‘작가’라고 하면 다른 작가와 구분되는 분명한 작품세계와 경향, 철학 등을 갖춘 그 분야의 전문인을 뜻한다. 일반 미술의 경우, 대체로 미술대학이라는 제도권 교육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러한 것을 갖추기 위한 소양을 쌓게 되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작가로 성장하는 길을 걷게 된다. 반면 민화작가의 탄생과 민화화단의 형성과정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우선 현대민화는 그 연륜이 매우 짧다. 일부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현대 민화 작가의 탄생은 그 출발점을 아무리 올려 잡아도 1960년대 이상으로 소급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그 출발은 ‘작가’로서 보다는 옛 기법을 바탕으로 민화를 현대로 되살리는 ‘기능인’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민화를 예술이나 회화의 한 영역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작가로서의 자긍심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민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민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경력이 20~30년에 이르는 베테랑 작가들이 탄생한, 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민화는 미술의 다른 장르와는 달리 전통 그림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모사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고유의 기법을 치열하게 익히지 않으면 민화작가로서 설 수가 없다는데 대부분의 작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민화의 가장 큰 특수성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작품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은 일반 미술에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이런 시각과 입장에서 본다면 민화는 절대 예술일 수도 없고, 민화를 그리는 사람 또한 작가일 수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반 미술에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거의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입문 통로가 존재한다. 물론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거장으로 올라선 전설 같은 인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예에 속한다. 대체로는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은 아마추어 화가와 직업화가를 가르는 가장 일차적인 기준이 된다.
반면 민화계에는 아직까지도 ‘정규 교육’이라 일컬을만한 제도권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민화를 ‘전공하겠다’ 등의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기가 힘들뿐더러 입문하는 통로 또한 매우 다양하다. 훌륭한 실력을 지닌 스승의 문하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기도 하고 각 지자체나 백화점, 대형 쇼핑센터의 문화센터, 혹은 각 대학의 평생교육기관까지, 실로 다양한 루트를 통해 민화 인구가 동시에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민화화단은 이렇듯 다양한 동기와 통로를 통해 민화를 접한 인구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보았듯이, 민화작가, 나아가 민화화단의 탄생과 형성과정은 일반 미술계와는 완전히 다르다. 요약하자면, 우선 역사와 연륜이 매우 짧은데다 제도권 교육이 존재하지 않아 ‘작가’로서의 인식과 자긍심을 가꾸기 힘든 풍토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특히 현대 민화작가의 효시를 이룬 1세대 작가들은 민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거나 희박했던 척박한 토양¹⁾에서 민화에 대한 편견과 싸우며 자신의 화업을 일궈온 이들이다. 작품세계에 대한 모색이라든가 작품철학의 정립 등을 의식하며 작품 활동을 할 겨를도 없었거니와 그럴만한 토양도 아니었다.
또한 다양한 외국의 사조와 오랜 창작 경험의 축적으로 풍부하고 개성 있는 작품세계의 추구가 가능한 일반 미술과는 달리 민화는 전통 그림의 모사에 기반을 둔 단순한 작업을 필수적인 수련 과정으로 하고 있다. 많은 민화 인구에 비해, 이 과정을 마스터하고 다음 단계를 지향하는 작가의 수가 적다보니 민화 자체를 다른 그림의 모사로 오해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민화작가와 민화화단에 대한 폄하나 의구심의 가장 큰 부분은 민화화단의 독특한 특징과 형성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 민화작가와 민화화단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 미술계의 잣대를 민화계에 그대로 들이대기보다는 이 같은 민화화단의 독특한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1) 박인혁, 「작가와의 대화, 야촌 윤인수 편」 『월간 민화』 2014. 10. p26. 윤인수는 이 인터뷰에서 ‘자신이 하는 일이 민화를 그리는 일인 줄도 몰랐을 정도’라고 술회하고 있다.

Ⅲ. 현재 민화화단의 작품경향과 작가 활동

앞서 살펴본 민화화단의 특성상, 현재 민화화단은 ‘대가’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베테랑 작가와 민화를 좋은 취미나 건강한 여가 활동의 하나로 즐기는 동호인 수준의 작가가 혼재되어 있다. 이들 중 어디까지를 진정한 ‘민화작가’라고 부를 것이냐 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연륜, 원숙한 필력과 뛰어난 작품성 등으로 민화계 내에서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작가군作家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아울러 각종 공모전과 활발한 전시 활동을 통해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주목받는 작가로 올라서는 신인들도 있다.
또한, 민화의 저변이 확대됨에 따라 서양화나 동양화, 혹은 디자인 등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거나 미술계에서 활동하던 프로급 작가들이 민화로 전향, 새롭고 실험적인 시도로 민화화단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있다. 본고에서 ‘작가’라고 통칭되는 대상은 대체로 이런 수준의 민화가들을 일컫는다.
현재 민화작가들의 활동과 작품 경향은 간단하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작품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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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작품의 재현 및 모사 : 이는 현재 민화화단의 가장 일반적인 작품 활동의 조류라고 할 수 있다. 현대 민화 자체가 전통작품의 모사에서 출발한 만큼, 민화 본래의 기능과 영역에 가장 충실한 작품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민화 화단이 일반 미술계로부터 평가절하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지만, 이는 민화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일 확률이 높다. 전통 작품의 재현 및 모사를 민화의 큰 특징과 속성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논하기로 한다.

2) 전통에 기반을 둔 창작 : 이는 전통 민화의 기법을 견지하되 주제와 소재는 현대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응용하고 변형하는 작품경향을 말한다. 흔히 ‘창작민화’라는 말로 일컫기도 한다. 현대 민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문제는 정통 민화의 기법에 대한 이해나 숙련이 없는 상태에서 외양만 현대화 시켜 민화의 아이덴티티조차 의심되는 정체불명의 작품을 양산하기도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기량을 지닌 작가들 중에서도 모사를 지양하고 개성이 강한 창작민화만을 고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3) 민화의 현대적 해석 혹은 민화와 현대미술의 결합 : 민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거나 현대 미술의 조류나 기법을 민화에 접목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경향이다. 전통민화와 팝 아트의 결합²⁾(사진1), 또는 미디어 아트, 설치미술 등에 민화를 원용하는 작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이이남은 민화뿐 아니라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등을 미디어아트로 재현하기도 했다.³⁾(사진2)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 작품들이 민화에 현대미술을 접목한 것인지, 아니면 현대미술에 민화를 차용한 것인지, 나아가 이런 작품들을 민화로 보아야 할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에 직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의 작품을 민화가 어떻게 수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 또한 현대 민화의 한 과제이기도 하다.

4) 민화를 활용한 생활용품 및 문화상품 : 민화는 그 속성상 ‘생활의 그림’이므로 민화를 활용해 생활 속의 기물을 제작하는 것은 민화의 본래 기능에 주목한 바람직한 작품 활동이다. 많은 작가들이 민화를 이용한 텍스타일 용품, 장신구, 생활용품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정당한 로열티를 받고 상품화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현재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주자로는 민화를 활용한 문화상품 전문매장 ‘그랑’을 비롯, ‘오색채담’ ‘조선민화박물관’ 등을 꼽을 수 있다.(사진3,4,5)

 

다음으로는 현대 민화작가들의 활동 영역이다. 앞서 말했듯 현재 민화화단에는 스스로 ‘전업작가’임을 선언하고 치열하게 예술로서의 민화, 혹은 직업으로서의 민화에 몰두하는 작가군과 민화를 통한 자아실현, 혹은 문화운동의 하나로서 민화를 활용하는 아마추어 작가군이 혼재돼 있다. 이 두 부류의 활동을 아울러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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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작과 전시 : 이는 작가임을 표방하는 모든 민화인이 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특별히 잦은 개인전은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있는 이른바 ‘전업작가’의 전형적인 활동 양태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민화계의 현실상 ‘전업작가’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작품의 판매만으로 생활하는 작가는 거의 없으므로 창작에 우선순위를 두는 작가들의 활동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2) 민화교육 : 민화교육은 많은 전업작가들의 실질적인 생활수단으로 거의 대부분의 유명작가들이 교육활동에 종사하고 있다.(사진6) 개인 화실에서 도제식으로 교육하기도 하고, 대학 평생교육원 등에 출강하기도 하며 이 둘을 함께 하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민화 실기 교육과정이 여기저기서 개설되면서 민화교육은 민화작가들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무대가 되었다. 민화 교육자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함량미달의 강사들이 오히려 민화의 격을 낮추고 민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이다.⁴⁾

3) 민화보급 : 말 그대로 일반에게 민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행해지는 민화 체험 등 다양한 보급 활동이다. 현재 민화박물관 같은 곳에서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어린이 대상 민화그리기 대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⁵⁾(사진7,8) 그밖에 학교를 방문해 간단한 민화실습을 해 주거나 각종 축제행사 등에서 민화 체험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의 일도 이에 해당된다.⁶⁾(사진9)

4) 지역문화활동 : 민화를 테마로 해당 지역의 문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활동이다. 이는 민화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민화계가 지자체는 물론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민화의 저변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범 민화계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추진해야 할 사업이기도 하다.
영월의 대표적인 지역축제인 김삿갓 축제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축제의 주요 레퍼터리로 자리잡은 조선민화박물관의 민화공모전과 민화축제가 가장 돋보이는 케이스이다. 또한 2014년 7월 25일부터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송기성 작가의 ‘민화로 되살린 노회신 무덤벽화’전(사진 10) 같은 이색 민화 전시회도 향토 문화계를 중심으로 한 현대민화작가의 활동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 하나의 사례라 해도 좋을 것이다.⁷⁾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민화작가들의 작품 경향과 활동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분야의 경향과 활동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작품 활동의 영역과 경향, 작가의 활동 영역 모든 면에서 그다지 역동적이고 다채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민화 화단의 독특한 성격과 일천한 연륜에서 찾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화계가 급격한 외적 팽창과 조화를 이뤄 궁극적인 발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의 과제로 인식하고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2) 심영옥, 「전통민화의 현대적 활용에 대한 고찰」, 『한국민화』 5집, 한국민화학회, 2015. p75.
3) 심영옥, 앞의 논문, p80
4) 「현대민화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월간 민화』 2015. 4. p39. 이정옥은 『월간 민화』 창간 1주년 기념 특별좌담에서 “다른 사람에게 민화를 가르치는 일은 엄청난 내공과 연륜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선생에게 겨우 1-2년, 심지어 한 두 달 배우고 나가 남을 가르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민화의 격을 스스로 낮추고 민화가 대수롭지 않은 그림이라는 식의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5) 2014년 현재 가회민화박물관이 주최하는 어린이민화그리기대회가 11회째를 맞았고,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이 주최하는 어린이민화그리기대회가 9회째를 맞았다.
6) 젊은 민화인으로 구성된 ‘민화팩토리’ 등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민화 체험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Ⅳ. 해결과 성취 위한 방안 찾기

이제 이와 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현대 민화와 민화작가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민화계의 질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를 알아보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 및 대안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이 과제들은 편의상 크게 ‘현대 민화와 민화작가의 위상 정립을 위한 과제’와 ‘민화에 대한 인식제고와 저변확대를 위한 과제’로 나누어 생각하기로 한다. 문제의 제기와 함께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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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민화와 민화작가의 위상 정립을 위한 과제
현대 미술의 한 분야로서 민화가 제자리를 찾고 민화작가가 현대 한국 회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화가, 혹은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식과 제도 양면에서 중요한 과제들을 선정, 제시하고 이의 해경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몇 가지를 시급한 과제로 제시한다.

➊ ‘창작과 모사’에 대한 분명한 인식 확립
민화 화단과 작가군이 형성되기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화두가 되어 온 문제가 민화 그리기에서 창작과 모사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사실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이 문제는 원론적이라 할 만큼 정답이 분명하다. 이미 존재하는 그림을 그대로 모사하는 행위는 기능에 그칠 뿐, 예술로 승화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현대 민화가 예술을 지향하는 한 작가만의 고유한 개성이 드러나는 창의적 작품의 창조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다시 말해서 민화가 현대 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건너야 할 강 같은 것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른바 ‘창작 민화’의 범주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자칫 창작을 강조하는 나머지 민화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모사를 평가절하 하는 잘못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일정한 수준의 기량을 갖춘 민화작가라면 모두 동의하듯, 민화를 그리는 기량은 대개 전통 그림의 치열한 모사 과정을 통해 습득된다. 옛 기법에 따라 제대로 된 민화를 그리는 데만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의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초를 갖추지도 못한 상태에서 현대적 이미지를 어설프게 도입한 것만으로 작가 흉내를 내고 심지어 더 후한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오늘날 양산되는 이른바 일부 ‘창작민화’들 중에는 기본적인 필력은 물론 민화에 대한 이해마저 부족한 정체불명의 그림인 것들이 적지 않다.
또한 서양화나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들이 민화의 어느 한 부분을 차용하거나 강조한 그림을 과연 현대적인 민화로 보아야 하는 지도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민화화단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여기에는 반드시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 중견 민화작가 김상철의 다음과 같은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밑그림을 기초로 형태를 그리고 법도에 맞게 채색해 가는 과정은 민화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이룹니다. 이런 과정을 다 마스터한 상태라면 작가는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어떤 방향이든 선택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런 것을 기준으로 작가냐 아니냐를 재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대상을 그대로 모사하는 것을 창작이라고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민화의 기본과 기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일반회화를 흉내만 낸 것을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느냐, 더 나아가 민화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⁸⁾

➋ 민화시장의 부재-민화 전문 아트페어의 활성화
일반 화단에서 전문 작가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는 그림 시장에서 해당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시세가 형성되어 있고 실제로 거래가 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민화작가가 작가로 정당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민화계에는 이러한 시장 기능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화계에도 작품이 고가로 팔리는 작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전업작가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일반 미술시장처럼 작가별로 어느 정도 공인된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민화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민화 시장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민화가 정말 거래가 되겠느냐’는 식의 다분히 자조적인 회의론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런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일반 미술작품은 화랑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민화를 본격적으로 취급하는 화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구적인 민화 전문 아트페어의 개설과 민화의 판매를 겸하는 민화전문 화랑의 오픈은 범 민화계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사진 11)

➌ 평단의 부재-민화평론가의 양성
현대 민화를 본격 비평의 차원에서 분석하고 논하는 평론가의 존재가 전무한 것도 민화 작가의 위상을 허약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비평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일단 평론가가 존재해야 하고 비평이 실리는 매체와 정당한 비평이 수용되는 화단의 분위기가 필요하다.
민화에 대한 비평은 무엇보다 민화를 이론적으로 깊이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 학자로서 동시대의 화단과 작가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은 이런 인력이 배출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민화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는 전문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비평의 장이 될 전문 매체로는 현재 2개의 학술지와 1개의 온라인 매체, 1개의 오프라인 매거진이 발간되고 있는데,⁹⁾ 기존의 학술지가 과감하게 비평에 문호를 열어주고 나머지 매체가 비평을 적극 수용한다면 아쉬운 대로 민화 비평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수시로 열리는 민화세미나에서도 너무 학문적 명제에만 천착할 것이 아니라 동시대 민화화단에 대한 비평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준다면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다.
이밖에 중요한 요인은 평론가의 비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화단의 자세와 분위기이다. 비평이란 말 그대로 호평好評과 혹평酷評을 모두 포함한다. 설혹 혹평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민화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민화 연구자와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가 없지 않은데, 이는 민화화단의 앞날을 생각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건전한 비평의 토양 위에서만 작가가 작가로 존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 민화에 대한 인식제고와 저변확대를 위한 과제
현대 민화와 작가의 위상 확립과 민화의 저변확대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문제이다. 민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크게 고양되는 것은 곧바로 민화작가의 위상 확립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과제로 선정할 수 있다.

➊ 민화작가의 활동 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
앞서 밝혔듯이 현재 민화작가들의 활동 영역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이며, 전체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넓지도 다양하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작품의 창작과 전시 등 기본적인 활동 이외에 작가들이 할 수 있는 현대적이며 새로운 활동 영역을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날로 늘어나는 민화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새로운 영역으로는 우선 민화기법을 사용한 출판물의 삽화, 이모티콘을 비롯한 각종 캐릭터 개발, 다양한 민화관련 저서의 출간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한 예로 최근 색칠교본의 인기를 타고 민화를 소재로 한 ‘컬러링 북’이 여러 권 선보인 바 있다.(사진12) 중진과 신인이 망라된 컬러링 북 출간 열기는 상업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더라도 민화작가의 활동 영역 확대에 좋은 방향을 제시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➋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화 페스티벌의 개최
현재 민화계에는 매머드 민화 잔치들이 매해 몇 건씩이나 열리고 있다.¹⁰⁾(사진13, 14) 그러나 이들 행사는 거의 전부가 민화인만 참석하는 ‘그들만의 잔치’로 국한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행사들은 민화인의 결속을 다지고 긍지를 공유한다는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민화계 내부의 집안잔치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민화계에 보다 절실한 문제는 민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민화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다. 앞서 과제로 제시한 민화 시장의 형성 같은 중요한 문제도 사실은 민화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민화 인구의 확대가 전제되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이제는 민화인보다는 민화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적 민화페스티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사진 15)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축제는 행사의 스케일 상 쉽게 성사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비용은 물론,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사진 16)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민화계의 대표적인 단체를 중심으로 민화인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등 충분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➌ 향토문화와 연계한 문화운동
민화를 그린다고 해서 모두가 작가를 꿈꿀 필요도 없고, 작가 활동이 중앙을 무대로만 이루어져야 할 필요 또한 없다. 오히려 민화는 여러 가지 특성상 지역의 문화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조건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작품 활동의 주제로 향토적인 오브제를 택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신선한 시도이다. 예를 들어 그 지방의 상징이 장미꽃이라면 장미를 민화 기법으로 새롭게 그려내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풍부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는 향토문화의 창달에도 크게 기여함으로써 지역사회에 민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민화작가의 입지를 굳건하게 해 주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편 민화는 작가의 그림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누구나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은 생활 예술이기도 하다. 이러한 민화의 특성은 지역 축제나 여러 행사를 빛내주는 중요한 레퍼터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여러 지역 축제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민화를 그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¹¹⁾ (사진17)
지역은 결코 좁은 공간이 아니다. 지역이 모여 전국이 되는 것이다. 민화를 테마로 한 향토문화운동은 궁극적으로 민화의 저변확대에 가장 무난하면서도 의미 있게 기여하는 일이다. 이러한 일에 민화작가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7)　이 전시회는 지난 2009년 원주 동하리에서 발견된 노회신의 무덤에 그려진 벽화를 이 지역 주민이기도 한 송기성 작가가 민화기법으로 재현, 전시한 작품으로 원주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하에 진행된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8) 「21세기 한국민화의 지향점을 논하다」, 『월간 민화』 2014. 4. p47
9) 현재 학술지로는 한국민화학회가 발행하는 『한국민화』와 계명대한국민화연구소가 발행하는 『민화연구』가 있고 웹진 형태의 매체로는 한국민화센터의 홈피, 그리고 본격 오프라인 민화전문 잡지로 『월간 민화』가 있다.
10) 현재 매년 열리고 있는 축제형식의 민화행사로는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대갈문화축제’와 3월에 열리는 ‘경주민화포럼’ 10월에 열리는 조선민화박물관의 민화대축제가 있고, 순수 학술행사로는 9월에 열리는 한국민화학회의 학술대회, 계명대한국민화연구소 주최의 학술세미나가 있다. 여기에 강진민화박물관의 개관과 함께 또 하나의 축제성 학술포럼이 탄생할 전망이다. 결국 민화계에는 연중 매머드 행사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11) 최근 본격 오픈을 앞두고 있는 ‘제천 민화마을’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마을 전체를 민화 벽화로 꾸미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한 민화마을 프로젝트는 민화작가 지은순씨가 주축이 되어 벌인 지역문화운동의 일환이다.

Ⅴ. 맺는 말

필자는 현재의 민화계를 거대한 전환기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무슨 꽃인지조차 아는 이가 많지 않은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는 데 온 정성을 들인 결과 이제 겨우 꽃봉오리가 맺혀 벌과 나비가 하나 둘씩 모여드는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앞으로 이 꽃봉오리를 어떻게 잘 가꾸고 보살펴 나가느냐에 따라 꽃이 더없이 하려하게 만개할 수도 있고 활짝 피지도 못하고 지레 시들어버릴 수도 있다. 민화계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이와 같다고 보는 것이다.
1세대 민화작가들이 노심초사 민화라는 꽃을 피우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면, 이제 그 이후의 작가들은 꽃뿐만 아니라 꽃밭 전체를 의식하면서 꽃밭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민화라는 꽃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앞에 제시한 과제들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고 해서 그동안 민화계가 이룬 성과가 결코 초라하거나 미미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흔히 미술계에 통용되는 잣대를 그대로 민화계에 들이대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곤 하지만, 사실 미술계와 민화계는 절대 같은 저울에 매달 수 없는 대상이다.
예를 들어 한국화는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晉과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을 기점으로 삼아도 한 세기가 훌쩍 넘는 연륜을 쌓아왔다. 그에 비하면 민화는 조자용과 송규태가 활약했던 1970년대를 기점으로 삼아도 쌓아온 연륜이 겨우 40여 년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모순과 과제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이렇게 많은 성장을 이룬 분야는 달리 찾기가 어렵다. 한국 현대 민화계를 이끌어가는 민화인들은 이런 점에서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제까지 제시한 과제와 해결 방안 역시 우리 민화계를 바라보는 이렇듯 긍정적 시각 속에서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기초 자료의 한계와 필자의 역량 부족으로 여러모로 부족한 이 논고가 동시대의 민화계와 민화작가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이 논고에서 다루지 못한 더 많은 문제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안휘준, 『한국회화사연구』 시공사, 2004
윤열수, 『민화이야기』 디자인하우스, 1977
『월간 민화』 2014년 4월호, 10월호, 2015년, 4월호
윤열수, 「한국 민화의 중시조, 조자용의 생애와 발자취」, 『한국민화』 제2집, 한국민화학회, 2011
심영옥, 「전통민화의 현대적 활용에 대한 고찰」, 『한국민화』 5집, 한국민화학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