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Ⅰ. 머리말
• Ⅱ. 한국 민화의 본격적 연구
• Ⅲ. 한국 최초의 민화박물관 개관
• Ⅳ.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
• Ⅴ.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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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한국민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그 속의 호랑이나 용이나 토끼나 닭이나 꿩이나 거북이가 다 우리들과 같이 춤출 수 있는 친구들로 그린 그림이다. 필요할 때는 비도 오게 하고 귀신도 쫓아주고 복도 갖다 주는 영물들이다. 그 속의 나무나 바위나 물이나 구름까지도 다 신령이 깃든 대상들이다.¹⁾”
조자용(趙子庸, 1926~2000)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민화를 전시할 때 자원봉사자들이 미국 관람객들에게 민화를 설명하던 내용이다. 수송비가 없어 민화를 병풍이나 족자에서 떼어 하나씩 말아 깡통에 넣어 들고 가서 현장에서 직접 배접하는 등 힘든 일도 많았지만 미국 전시에서의 민화에 대한 솔직한 화평은 한국에서 편견을 극복하고자 고독했던 그에게 큰 기쁨과 용기을 주었다.
조자용은 까치 호랑이 민화를 만나 그 속에 우리 고유의 신앙과 문화가 흐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최초의 민화 박물관인 에밀레 박물관을 만들어 미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민화를 수집하였다.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박물관의 민화들을 외국에 나가서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영향을 받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민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어 왔고, 그 결과 최근에 민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자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시행되지 않고 있어 우선적으로 민화와 관련된 활동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의 민화 연구와 민화 운동 그리고 민학 운동, 민중박물관협회 창립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장에서는 조자용의 민화 연구 결과를 고찰해 보고 Ⅲ장에서는 에밀레 박물관을 통한 그의 민학 운동과 박물관 운동을 정리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Ⅳ장에서는 그의 강연과 저술 그리고 전시를 통한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기여한 그의 활동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

1) 조자용, 『비나이다 비나이다』, (삼신학회프레스, 1996), p. 383.

Ⅱ. 한국 민화의 본격적 연구

조자용이 민화를 처음 만났던 1960년대 말에는 민족정신과 문화에 대한 자각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하던 때였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는 국가주의 경향이 강하게 작용하여 경제 발전에만 전력을 기울였던 시기였다.²⁾ 그러나 어느 정도 폐허가 회복되고 경제가 성장하자 현대화의 뒷면에 가려져 있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이나 문화에 대하여 뒤돌아보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조자용이 한국 민화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시대적 정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도1)

 

1. “민화” 용어의 최초 사용

조자용은 1970년 국제 PEN 대회 때 내놓은 『The Humour of Korean Tiger(한국 호랑이의 해학)』에서 “Korean folk painting (한국 민화)”이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하였다. 사실 민화(民畵)라는 용어는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가 처음 사용하였다. 1929년에 오쯔에(大津畫)를 민화로 소개하였는데 이때 민화라는 용어가 언급되었다.³⁾ 야나기는 오츠에가 회화의 본질을 응축한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⁴⁾
이런 야나기가 1957년 일본의 『민예』지에 한국 민화를 격찬하였지만 그 당시 한국 내에서는 아직까지도 민화 이야기를 들어 볼 수가 없었다.⁵⁾ 민화를 인사동 골동품가게에서는 외국인들이 많이 사가니까 Yangki Moki(양키무끼)⁶⁾ 라고 부르고 있을 때였다.
조자용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민화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1967년에 조자용이 골동품상에서 다른 그림을 구입하였는데 그것을 싸준 포장지가 바로 피카소 까치 호랑이(일명 호덕이)였던 것이다.⁷⁾ 이 까치 호랑이는 가장 한국을 대표하는 민화가 되었고 88호돌이의 할아버지가 되었다.⁸⁾
조자용은 에밀레 하우스의 개관전을 마치고 1969년 월남 출장길에 동경에 들러 일본 민예관에서 『민예』지 두 권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때 야나기의 「조선의 민화」란 글에서 우리 스스로 한국 민화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민화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하게 되었다.⁹⁾
그는 출장에서 돌아오자 까치 호랑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호랑이 그림 민화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The Humor of Korean Tiger(한국 호랑이의 해학)』이다. 이 책에서 “한국 민화”라고 지칭한 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조자용은 까치 호랑이를 이야기하면서 Korean folk painting (한국 민화)란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였다. (도2)

“Most of the tiger paintings we find in Korea today fall under the Korean folk painting of so-called magpie tiger, the charming name given by the American soldiers who have been taken them home since 1945.”¹⁰⁾

지금 한국에서 볼수 있는 대부분의 호랑이 그림들은 1945년 이후 그림을 가지고 귀국했던 미군들에 의해 붙여진 매력적인 이름인 흔히 까치 호랑이로 불리는 한국 민화의 범주에 속한다.
『The Humor of the Korean Tiger』를 출판한 해에 조선 호텔에서 “해학” 을 주제로 세계 PEN대회가 열렸는데 이때 이 책을 세계 문인들에게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중국 사람이 첫 장을 넘기더니 옆에 있는 친구에게 호랑이 담배 피우는 그림을 보여 주며 중국말로 떠들며 웃었다. 그 순간 조자용은 호랑이가 한국인의 해학의 원천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도3, 도4)
조자용은 야나기의 영향을 받았지만 야나기가 “조선의 미는 비애의 미”라고 한 것에 대하여 우리 민족성이 해학적이라는 주장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 진다.¹¹⁾ 민화 용어 공식적 사용에 대한 김철순의 의견을 살펴보면 그의 논문 「한국 민화의 주제와 정신」에서 조자용은 한국 민화에 관하여 제일 먼저, 가장 많은 글을 썼고 여러 가지 책을 펴냈다고 밝히고 있다.¹²⁾
조자용과 김호연을 비교한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다.

<표1> 조자용의 한국 민화 용어 사용의 자취

1960년	우리나라에서 민화(옛그림) 수집 열기가 일기 시작
1961년	권옥연, 김기창 민화(옛그림)의 미에 주목
1965년	조자용 용, 호도 한 쌍의 민화 수집
1967년	조자용 인사동에서 까치 호랑이 수집
1968년	에밀레 하우스 개관전에 민화 12점 전시 산신도 2점, 까치호랑이 2점, 종규도 3점, 운룡도 2점, 호피도 1점, 맹호도 2점
1969년	조자용 일본 민예관에 들러 『민예』지에 썼던 야나기의 한국 민화에 관한 글을 읽고 부끄러움 느끼고 민화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함
1969년 4월	신세계화랑의 “호랑이 전”에서 민화란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까치호랑이가 중심이었고 화평으로 미루어 보아 조자용은 최초의 민화전이라고 보았다. 조자용, 최순우 등이 소장품을 출품함
1970년 6월	조자용 『The Humor of the Korean Tiger』 영문판 발행 이 책에서 까치 호랑이 민화를 설명하면서 Korean folk painting (한국 민화) 용어 공식적 최초 사용
1971년	조자용 『한얼의 미술』에서 까치 호랑이 등 민화 소개
1971년 7월	조자용 월간지 시사에 「이것이 한국의 민화다」 연재 시작 1년 동안 12회 연재함
1971년 8.10 ~ 8.15	“이조민화전시회” 신세계화랑 (동아일보 71.8.13. 전시 소식) 최순우, 조자용, 김기창, 김철순 등 십여명이 50점을 출품
1972년 4.26 ~ 5.5	조자용 4월에 『한국 민화의 멋』발간.한국브리태니카회사의 벤턴홀에서 본격적 민화전시 개최. 이때부터 민화에 대한 일반인 인식이 달라짐.
1972년	4월 김호연 신수회 세미나에서 민화를 해설 5월 김호연 한국일보 「이조의 민화」 연재 8월 김호연 「속· 이것이 한국의 민화다」 연재시작
1972년	일본 동경 화랑 “이조기의 영정과 민중화” 전시회

* 김호연의 「한국민화탐색의 자취」 표를 참고함¹³⁾

 

2. 야나기의 영향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운동은 한국 민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¹⁴⁾ 야나기는 이름 없는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생활용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미에 대한 개념과 공예이론을 새롭게 전개한 민예운동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인물이다.¹⁵⁾ 조자용 역시 야나기의 영향을 받아 양키무끼로 불리던 그림들을 민화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자용은 한국 민화가 야나기의 민화와는 차이가 존재함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조자용의 “넓은 의미의 민화관”에 의한 것이고 우리 민화가 광범위 했고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야나기의 민예운동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윌리암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는 소수를 위한 예술을 추구하기 보다는 민중에 의해 만들어 지고 민중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 참된 예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¹⁶⁾ 물론 이런 모리스 사상의 시작은 산업혁명 후의 비참한 노동자의 삶을 보면서 산업화, 기계화를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당시 제국주의에 의심을 느끼고 있던 일본의 지식인들에게 전해져 야나기가 펼친 민예운동의 근원이 되었다. 야나기의 철학적 사상의 바탕이 되는 것은 윌리암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 영국시인)와 윌트 휘트만(Walt Whitman, 1819~1892, 미국시인)의 정신이었다. 야나기가 이들에게 배운 것은 생활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활 철학이었다.¹⁷⁾ 야나기는 이런 사상적 바탕 속에서 민예운동을 이론적으로 펼쳐 나갔고, 전통을 잃는 것은 혼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여¹⁸⁾ 민예관이란 박물관을 건립하여 민예운동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¹⁹⁾ 이런 야나기의 활동은 애국주의가 포함되었지만 문화적인 면을 강조한 문화적 민족주의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제국주의에 대한 찬성은 아니라고 보인다.
야나기의 영향을 받은 조자용의 민화 운동 정신은 1973년 「이조민화의 심」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조자용은 평등한 모습의 인간에 의해 수복벽사의 신앙을 위해 그려진 만인에게 사랑받는 미술이 민화라고 하였다.²¹⁾ 이런 조자용의 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었다고 보여 진다. 모리스에서 야나기, 그리고 조자용으로 이어지는 정신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이었다.
야나기는 조선의 민화는 미와 추의 갈등을 모르고 그래서 망설임과 두려움도 없는 그림이라며 조선 민화가 아주 매혹적이었다고 고백하면서 그가 병상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사의한 조선민화」라는 글을 남겼다.²²⁾ 그리고 그는 오늘날(야나기가 이 글을 쓴 당시)에 이런 민화와 같은 그림을 그린다면 초사실적인 점과 추상적인 점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조자용 역시 『한국 민화의 멋』에서 피카소가 1938년 히틀러의 스페인 폭격에 항의하는 뜻으로 그린 수탉 그림과 귀신을 쫓기 위한 한국 민화의 수탉그림을 추상화로 비교하면서 우리 민화의 한국적 추상성을 주장하고 있다.²³⁾ (도5)

 

3. 조자용의 넓은 의미의 민화

조자용은 민화의 개념으로는 생활화로서 삶, 얼, 멋의 그림이라고 보았다. 이것을 그가 설명한대로 풀어보면 “쓸모 있고, 얼이 박히고, 멋이 있는 그림”이다. 비록 쟁이들이 기분에 따라 그린 즉흥적인 그림이지만 생활공간을 꾸미고 행사에 사용하였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그만큼 그림을 좋아하였으며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²⁴⁾ 그러므로 민화는 조자용의 말대로 국민 전체가 참여하여 만들어 낸 국민(國民)적인 멋을 표현한 그림인 것이다.
국민 전체라 함은 조자용의 넓은 의미의 민화관으로 설명해야 옳을 것이다. 한국 민화의 “민”은 근본적으로 그 개념을 달리하는데 민을 꼭 사회적이나 정치적으로만 해석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민을 문화적으로, 예술적으로, 미술적으로, 민예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그 민은 반드시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민과 일치되지 않을 것이다.²⁵⁾ 우리는 세종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을 궁중에서 연주하도록 하였고 대원군이 판소리를 즐겼다고 한다.²⁶⁾ 이런 의미에서 조자용은 넓은 뜻의 한국 민화란 왕이나 궁중화가나 백성들 그 누구라도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그려낸 “멋의 그림”이라고 말하고 있다.²⁷⁾

 

4. 조자용의 한국화 개념

조자용은 민화가 종교화와 정통화로 갈라지기 전의 그림의 모습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민화는 한국화의 기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²⁸⁾ 그는 민화가 사람들에게 재발견 되는 순간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한국화의 올바른 정립을 위해서 경축할 일이라 하였다.²⁹⁾ 또한 까치 호랑이나 산신도를 통하여 가장 신성한 것이나 가장 무서운 것을 가장 웃기는 예술로 표현할 수 있었던 수준 높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한국화의 바탕으로 삼을 것을 주장하였다.³⁰⁾ (도6, 도7)
그는 한국화의 정립은 호랑이 그림에서 출발해야 함을 확신하였다. 존 카터 코벨(Jon Carter Covell, 1910~1996)³¹⁾도 호랑이 그림이 사람을 괴롭히는 무서운 호랑이를 순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릴 수 있었던 한국인의 민족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한국화의 절정이란 말을 하였다.³²⁾ 코벨은 코리아 저널(Korea journal) 등에 조자용에 대한 글을 썼고 호랑이 그림을 통하여 일본에 남은 한국 미술품을 밝힌 미술사학자이다. 코벨이 일본에 남아있는 고려불화에 대해서 쓴 논문을 보면 조자용의 영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덕사 소장의 <양류관세음보살> 불화는 14세기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는, 매우 귀한 연대의 그림이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민화일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이 불화 하나만으로도 한국미술사는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³³⁾
당시 조자용은 무명의 채색화를 모두 민화로 포함 시켰던 시절이었다. 그것은 조자용의 민화 연구의 오류라기보다는 그 당시 궁중화나 불화 등의 채색화에 대한 미술사학계의 무관심에서 유발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야나기도 조선의 민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독자적인 화풍을 인정하였다.
“모두 조선풍으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중국의 모방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민화는 확실하고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고 있어 결코 다른 나라의 화풍에 종속된 표현을 하고 있지는 않다” ³⁴⁾
조자용은 까치 호랑이 민화를 통하여 한국화(韓國畵)의 개념을 정립시키기 위한 나름대로의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첫째는 한국화의 민족적 사상, 둘째는 한국화의 민속상의 위치, 셋째는 한국화의 미술적 독창성, 넷째는 한국화의 전통적 예맥(藝脈)이다.³⁵⁾
아직도 동양화란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화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민화의 가치를 한국 회화사에 끌어 낼 때가 되었다고 보여 진다. 민화가 미술사에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가 미술 사료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논고에 대해 연구자는 조심스럽게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홍가이는 민화의 구조나 색채, 미적 감각 등이 너무나 뛰어나고 창의적이어서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한국인들의 작품을 한국회화사가 그 범주에서 무시하고 제외해 버릴 수 있는 것일까 놀라움을 표시하였다.³⁶⁾
또한 조자용은 산신도가 본을 떠서 대량 생산하는 불화와는 다른 점이 많은 채색화임을 알게 되었다. 거기다 외래에서 들어 온 종교에 의해서 조형적인 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 고유의 채색화의 맥을 잇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³⁷⁾
우리 전통의 채색화는 조선조 중기 이후에는 한국화에서 소외되어 왔고³⁸⁾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화의 도입, 그리고 근대 이후에는 문인화 우월의식 때문에 민화를 비롯한 전통 채색화의 계승이 미흡하여 80년대 이후 한국화가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³⁹⁾ 코벨도 정통화와 민화를 차별하는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면서 그 나라의 예술은 가장 믿을 수 있는 그 나라의 역사라고 말하였다.⁴⁰⁾ 우리의 다양하고 독창적인 모든 회화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드디어 한국회화사의 주류는 채색화라는 강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⁴¹⁾

2) 박찬승, 『민족주의 시대』, (경인문화사, 2007), pp. 311~313.
3) 志和池昭一郞, 「李朝の 民畫について」,『李朝の 民畫』, (講談社, 1982), p. 260.
4) 入江繁樹, 「柳宗悅の 工藝理論における <民畫>の 位置づけ-大律繪を事例として」, (大正イマジユリイ學會29回硏究會, 2013), p. 55.
5) 조자용, 「한민화 서론」, 『민화』, 상권 (예경출판사, 1989), p. 246.
6) Zozayong, 『The Humor of the Korean Tiger』(Emillle Museum. 1970) p. 11. In the antique street of Seoul these paintings have been called YANGKI MUKI, meaning Yankee taste. It is Yankees, not Koreans, who discovered the value of Korean Magpie tiger.”
7) 윤열수 증언, 2013. 5. 26. 오전 9시. 제260차 민학회 답사 버스 안에서
8) 김현 증언, 2013. 10. 19. 오후3시, 서울대 수의학과 2층 세미나실에서
9) 조자용, 앞의 책, p. 246.
10) Zozayong, 『The Humour of Korean Tiger』, (Emille Museum, 1970), p. 11.
11) 해학성 ; 익살스러우면서도 멋이 있는 성질. 또는 그런 특성.
12) 김철순, 「한국민화의 주제와 정신」, 『민화』, 하권 (예경산업사, 1989), p. 244.
13) 김호연, 『한국의 민화』, (열화당, 1976), p. 18.
14) 정병모, 『민화, 가장 대중적인 그리고 한국적인』, (돌베개, 2012), p. 32.
15) 류지연, 「야나기 무네요시-미의 탐구여정」,『야나기 무네요시』, (국립현대미술관, 2013), p. 144.
16) 박홍규, 『윌리엄 모리스 평전』, (개마고원, 2007), pp. 105~116.
17) 이병진, 「야나기 무네요시의 인간부재로서의 ‘민예’론 읽어보기」, (소명출판, 2012), p. 204.
18) 松田伸子, 「柳宗悅の 民藝의 周邊(四) – 未來へのヴイジヨン」,『Litteratura』 12号, (明古屋工業大學外國語敎室, 1992), p. 223.
19) 정병모, 앞의 책, pp. 29~35.
20) 신나경,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운동과 내셔널리즘-일본의 미를 중심으로」, (소명출판, 2012), p. 241.
21)　趙子庸, 「李朝民畫の心」 『李朝の美』 (每日新聞社, 1973) 민화의 특징으로 기본인간, 기본신앙, 기본미술로 설명하고 있다.
22) 　栗田邦江, 「한국인에 의한 야나기 무네요시 연구사」,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소명출판, 2010), p. 12.
23) 조자용, 『한얼의 미술』, (에밀레 미술관, 1971), p. 89.
24) 이우환, 『李朝의 民畫 – 構造로서의 繪畫』, (열화당, 1977), p. 47.
25) 조자용, 「민화란 무엇인가」, 『민화』, (온양민속박물관출판부, 1981), p. 125.
26) 김철순, 『한국민화논고』, (예경출판사, 1991), p. 29.
27) 조자용, 『한국민화의 멋』, (엔싸이클로피디어 브리태니커, 1972)
28) 趙子庸, 「李朝民畫槪論」, 『李朝の 民畫』, (講談社, 1982), P. 252.
29) 조자용, 「세계속의 한민화」, 『민화걸작전 도록』, (삼성미술문화재단 호암미술관, 1983), p 108.
30) 조자용, 앞의 책, pp. 288~289.
31) 존 카터 코벨은 미국 출신의 동양미술사학자로 일본미술사와 고고학을 전공하였다. 그래서 일본 다이토쿠지(大德寺)에 머물면서 오랫동안 불교미술을 연구하였기 때문에 고려 불화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그녀의 한국 문화 연구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1978년부터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그때까지 일본 것이라고 믿었던 사실들이 한국 것이란 것을 깨닫고 일본의 미술사를 학자적 양심으로 비판하면서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재를 밝혔다.
32) 정병모, 『무명화가들의 반란 민화』, (다할미디어, 2011), p. 176.
33) 존 카터 코벨, 김유경 역, 『부여기마족과 왜(倭)』, (글을읽다, 2006), p. 270.
34) 야나기 무네요시, 이길진역, 『조선과 그 예술』, (신구 2006), p. 323.
35) 조자용, 『한호의 미술』, (에밀레 미술관, 1974), p. 73.
36) 홍가이, 『現代 美術. 文化 批評』, (미진사, 1987), p. 256.
37) 조자용, 앞의 책, pp. 273~275.
38) 홍용선, 『현대 한국화론』, (월간미술세계, 2007), p.156.
39) 김원교, 「그대로 박생광의 회화세계연구」, (경희대학교석사학위논문, 1990), p. 1.
40) 존 카터 코벨, 김유경 번역,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 (글을 읽다, 2008), p. 239.
41) 윤범모, 「채색화의 복권과 회화사 연구의 반성」, 『길상』, (가나아트, 2013), p. 6.

Ⅲ. 한국 최초 민화박물관 개관

조자용이 세운 에밀레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민화 박물관이다. 조자용이 박물관을 기반으로 민화 연구와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였던 상황을 알아보고 또한 민화를 통하여 민학 운동을 펼치고 민중박물관협회를 창립하는 등 세계적인 민예 운동에 동참한 활동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1. 에밀레박물관

1965년 조자용은 에밀레하우스(에밀레박물관의 전 이름)를 짓기 위해 김포가도 등촌동 206번지에 땅 1천평 마련하였다. 당시에 조자용은 심우성⁴²⁾ 등과 어울리면서 우리 “민문화”⁴³⁾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민문화라는 말은 조자용이 창작하여 만든 용어이다.⁴⁴⁾ (도8, 도9)
에밀레하우스는 “벽사의 미술”이란 주제로 개관 기념전을 열었다. 그때 안내장에 적혀 있는 전시품 목록에는 기와 100여점과 민화 12점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개인의 힘으로 전통 문화재 전시관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거기다 “벽사의 미술”이라는 특이한 주제가 미술사적으로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때 방명록에 김명선. 임한영. 최순우⁴⁵⁾. 이홍식. 홍사준. 김천배. 최치환. 황해수 등이 서명하였다.⁴⁶⁾
이때 전시 된 민화 중에 까치 호랑이 민화 2점과 산신도 2점이 보인다. 조자용은 이 까치 호랑이를 우리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조자용은 조선 말기에 우리나라 거리가 대대적인 호랑이 그림 전시장이었으니 호랑이 나라의 위상에 걸맞다는 생각을 하였다.⁴⁷⁾ 또한 산신도에는 꼭 호랑이가 함께 있는데 이것을 조자용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종교를 믿더라도 우리 고유의 믿음을 뼈대로 삼아왔다는 뜻으로 보았다.⁴⁸⁾
에밀레하우스라는 이름이 에밀레미술관이 되었다가 1976년 민중박물관협회를 조직하게 되자 비로소 박물관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되어 에밀레박물관이란 정식 박물관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에밀레박물관은 다른 종류의 민예 박물관들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⁴⁹⁾
그러나 하버드 출신으로 건축계를 주도 하던 사람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민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게 생각되는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민화만을 수집하고 또 그것을 전시하기 위한 박물관을 만든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고위층의 사교계에서는 서서히 아웃사이더⁵⁰⁾가 되고 있었다.

 

2. 민학 운동

조자용은 에밀레박물관에서 민화 활동을 통하여 민문화를 전통문화예술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하는 민학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먼저 조자용이 민학회를 만들었던 시기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를 살펴보면 민학회⁵¹⁾의 성격을 짐작해 볼수 있다. 민학회를 결성하던 1972년의 한국 현실은 경제는 나아졌지만 독재정치로 인한 민주주의의 후퇴로 나라를 걱정하는 지식인들의 고뇌가 더욱 깊어 질수 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민학회가 스스로 밝힌 설립 목적은 권위주의 문화관에 의하여 편견을 받거나 소외당한 민중 문화의 문화사적 지위를 재인식하고 그 자료의 답사 수집 연구 발표를 활성화 시켜서 한문화의 주체성을 확립시키는데 있다고 하였다.⁵²⁾
조자용, 김상조 등 민학회 발기인들은 회칙도 없이 열 가지의 기본 원칙을 취결(醉泱;술 취한 김에 결의하는 일)하였다.⁵³⁾ 그러나 그것은 민학회의 기본 이념이 되었고 어떤 회칙보다도 엄격하게 지켜졌다. 열가지 원칙에서 볼 수 있는 이념은 그 당시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던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학문의 깊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겸허한 자세로 민학회 활동을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솔선수범과 봉사의 정신으로 민학회 활동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민학의 연구대상은 식(食)·면(眠)·설(泄)·의(衣)·주(住) 등 생리적 삶의 바탕에서 시작하였다. 민학회는 생활 풍습 전반을 대상으로 삼는 생활 민학에 기초를 하고 있고 『민학』 1, 2집을 발간하고 Folkism이라는 영어로 번역하였다. (도10)
1976년 6월이 되어서야 민학회는 경주 답사에서 제3차 총회를 통하여 최초의 회장단⁵⁴⁾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후 민학회보도 발간하게 되었다. 창간호의 첫머리에 실린 총무 신영훈의 「시작의 첫머리」 라는 글을 보면 그 당시 민학회가 추구하고자 했던 정신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⁵⁵⁾ 급속히 밀려드는 외래문화로 인해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민족의 일상생활을 되찾아 보존하는 것이 민학회의 본분으로 생각하였다.
3차 총회를 통하여 선출된 민학회 회장단 조직을 살펴보면 그 당시 서울, 부산, 대구, 진주, 경주 등 전국적인 단체로 조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민학회의 창립을 주도한 조자용, 박종한, 김상조 등도 임원으로 참여하였다.
이때 민학회 초대 회장이 된 통문관 이겸노는 회장이 된 사연을 민학회보 2호에 적었다. 이겸노는 총회 당일 날 자신이 회장으로 선출 되는 줄도 모르고 잠만 잤고 서울 올라와 다른 사람이 이야기해 주어 회장이 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 민학회 회원들의 낭만과 여유가 느껴진다.⁵⁶⁾
민학회 창설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반 학회처럼 정해진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만이 모인 것이 아니라 주로 민예 수집에 열중하고 있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었다. 물론 직업적인 학자들과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일반 사람들이 뜻을 함께 하였으니 순수한 학회이기 보다는 동호인들의 모임으로 평범하게 출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런 민학회 성격은 1970년대의 관주도의 강압적이었던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오히려 지식인들이 숨 쉴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회원이 500명이 넘었다. 또한 민학회는 세계적인 민예운동에 참여해 한국 민학 운동을 대표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3. 한국민중박물관협회 창립

민학회 회원을 중심으로 민중박물관협회가 창립되었던 1976년도는 경제적으로는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해로 떠들썩하였다. 정치적으로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의 반발과 저항은 거세었고, 일부 학생들은 전국적인 연대투쟁을 벌였으며 야당 정치인과 종교인 등이 중심이 되어 전국적인 민주회복국민회의⁵⁷⁾가 결성되기도 할 만큼 강력한 저항의 시대였다.
조자용은 ‘박물관 1000개 운동’을 제창하면서 민중박물관 운동을 시작하였다. 여기서 민중박물관협회의 “민중”이라는 용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⁵⁸⁾ 사실 우리나라에서 민중이란 백성 민(民), 무리 중(衆)을 합하여 국가에 속하는 수많은 군중, 큰 무리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쓰이거나 또는 국민이나 민족과 비슷한 뜻으로 국가를 희망하는 정치적 의미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란 뜻으로 쓰여져 왔다.⁵⁹⁾ 그러나 1970년대 유신체제 반대 운동으로 인하여 민주화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민중이란 단어의 의미가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 한국사회에서 민중이란 말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교육받은 지식인이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선도적인 활동가로 앞장서면서 민중이란 말을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980년대의 강력한 저항운동 속에서 5.18 민중항쟁의 해석을 통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계급사회에서의 민중의 의미와는 다르다고 보여 진다.⁶⁰⁾
민중박물관협회를 만든 시기에 조자용이 민중이란 이름을 쓴 것은 70년대의 민주화 운동가와 민중이 합해진 민중의 의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 진다. 강압적인 권력에 반대되는 민주주의를 원하는 대부분의 민중 말이다. 그러나 그 당시 민중이란 용어의 사용조차 쉽지 않은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조자용이 민중박물관협회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1976년 12월 5일 18명이 참석하여 서울 중랑구 상봉동 한독의약박물관 회의실에서 발기인 총회가 개최되었다.⁶¹⁾ 발기인 총회에 참여한 회원들을 살펴보면 그 당시 중요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모두 관심을 보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호암미술관, 간송미술관 등도 참여하였다.
초대 회장으로 모임을 주선해 왔던 조자용을 추대하였으나 쉽게 받아들이지 않자 김종규 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키 순서로 정합시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라는 즉석 제의를 하여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만장일치로 추대 되었다. 결국 가장 키가 컸던 조자용이 초대 회장을 맡게 되었다.⁶²⁾
조자용은 32명의 창립 회원을 이끌며 민중박물관협회의 기틀을 다지는데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사립박물관에 대한 인식이 약했고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끌만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였다. 협회 운영 역시 회원들의 소식을 알리는 수준에 머무는 단계였다.⁶³⁾(도11)

42) 심우성 인터뷰중에서 2013.10.2. 오후 1시 인사동 이모집 식당에서. 윤열수. 이은옥 동석
민속학자 심우성은 조자용이 물심양면으로 남사당놀이패들을 지원하여 중요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43) 민문화 : 조자용은 한국문화의 핵심은 민의 세계에서 찾아야 하고 민의 세계의 문화를 민문화라고 이름지었다. 민문화는 두가지를 포함하고 있는데 민주문화, 민족문화라고 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문화에서 민주문화의 탐구는 결국 민족문화 탐구와 일치한다고 하였다.
44) 허영환, 「민문화 운동가 조자용」, (민학회 40년사 기념, 2013), p. 1.
45)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었던 최순우(1916~ 1984)도 민화에 관심을 가졌다. 최순우는 에밀레의 개관식에도 참여하였고 조자용이 최초의 민화전으로 보는 1969년 신세계화랑의 “호랑이 전”에 소장품을 내놓기도 하였다.
46) 조자용, 앞의 책, pp. 220~221.
47) 조자용, 앞의 책 p. 249.
48) 조자용, 『왕도깨비 용 호랑이』, (삼신학회, 2000), p. 87.
49) 윤열수 증언, 2013. 4. 18 오후 6시. 미부아트센터 민화전시 준비 마치고 부산 송도해수욕장 횟집에서
50) 콜린 윌슨, 이성규 역,『아웃사이더』, (범우사, 1974), p. 83.
51) 1971년 11월 25일 김상조의 주선으로 진주에 있는 ‘서울집’이란 식당에 조자용, 박종한, 김상조등이 모여 후에 민학회의 선구자가 될지도 모른 채 ‘민학’에 대한 연구를 함께 결의하였던 것이다.
52) 조자용, 「민학운동 30년의 결산」, (민학회보 30호, 1994), p. 9.
53) 민학회편집부, 「醉決時代 의 열 마디 소리」, (민학회보 10호, 1985), p. 3.
54) 3차 총회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회장단
회장-이겸노
부산민학회장-이위상 부산총무 허만하
진주민학회장-박종한
대구민학회장-이세준
경주민학회장-우병익
운영위원-강덕인, 조자용, 최규진, 최정희
총무-신영훈
재무-정해석
감사-김상조, 김병은
55) 신영훈, 「시작의 첫마디」, (민학회보창간호, 1976), p. 2.
56) 이겸노, 「회장피선의 뒤안」, (민학회보 2호, 1976), p. 2.
57) 민주회복국민회의 ; 함석헌 이태영 등 재야 각계 인사들이 개헌과 구속자 석방, 언론자유보장 등을 요구하고 자주, 평화, 양심을 행동강녕으로 민주회복을 목표로 하였다.
58) 民衆 ; 민중(民衆)은 한국에서 국가나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로, 피지배 계급인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국민,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대중을 말하기도 한다. 역사를 창조해온 직접적인 주체이면서도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회적 실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59)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 2013), p. 486.
60) 최장집, 『민중에서 시민으로』, (돌베개, 2009), pp. 179~180.
61) 민중박물관협회 발기인 총회 참석자는 조자용(에밀레미술관장), 허동화(한국자수박물관장), 김종규(삼성출판박물관장), 고중광(통도사성보박물관장), 노석경(민속촌박물관장), 진성기(제주민속박물관장), 조병순(성암고서박물관장), 한기택(석초원관장), 최낙선(진주간호전문대학장), 강진환(호림미술관), 주국성(삼성미술문화재단이사), 김만희(민속화가), 황규완(수석수집가), 윤열수(에밀레미술관 학예실장), 조의효(민속촌 전시관장) 등이었다. 이 외에 위임장을 보내 오거나 전화로 위임한 사람은 이병철(호암미술관 대표), 전성우(간송미술관장), 최낙선(진주민속박물관장), 석주선(석주선민속관장), 김형태(부봉미술관장), 박희봉(절두산순교기념관장), 권옥연(금곡박물관장), 구순섭(전주 중앙회관 대표) 등이었다.
62) 김쾌정, 「한국민중박물관의 변천」, 『한국박물관 협회 30년』, (한국박물관협회, 2007), pp. 26~28.
63) 윤태석, 「한국박물관 협회의 창립30년」, 『한국박물관 협회 30년』, (한국박물관협회, 2007), p. 56~57.

Ⅳ.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

조자용을 한국 민화의 중시조⁶⁴⁾라 부르는 것은 우리 민화를 대중화시키고 세계화시킨 그의 활동 때문이다. 그가 『한국 민화의 멋』을 출간하면서 개최한 벤턴 홀의 민화전 이후 일반인들의 민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져 대중화의 문을 할짝 열었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의 민화 전시를 통하여 민화를 세계에 알리는 초석이 되었다.

 

1. 민화의 대중화

민화를 알리기 위한 조자용의 민화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 그의 강연과 저서를 먼저 살펴보겠다. 그는 1970년 여름에 동아 방송의 “0시에 만난사람” 프로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18회에 걸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우리 문화에 대한 강연을 하였다. 9월에는 『소년 서울』에 연재를 맡아 「빛나는 조상의 얼」이란 제목으로 일주일에 한번 씩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글을 썼다. 『샘터』지에 「한국의 멋을 찾아서」, 『공간』지에는 「민화에 담긴 사상」에 대한 글을 썼다. 1971년에는 『시사 그래프』지에 「이것이 한국의 민화다」를 12회 연재하였다. 또한 유네스코에서는 「한국의 멋」에 대하여 강연하는 등⁶⁵⁾ 에밀레박물관을 개관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조자용의 주요 저서로는 『The Humour of the Korean Tiger』(1970), 『한얼의 미술』(1971),『한화 호랑도』, 『한호의 미술』(1974), 『한화 금강산도』(1975), 『석가 8상도』, 『Introduction to Korean Folk Painting』(1976), 『한국 민화의 멋』(1972), 『Life of Buddha』(1975), 『민화』(1989),『한국전통무속화』, 『삼신민고』(1995), 『비나이다 비나이다 : 내 민족문화의 모태를 찾아서』(1996), 『삼신사의 밤』(1996), 『장수바위』(1996), 『왕도깨비 용 호랑이』(1999)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이조 민화의 심」(1973), 「민화란 무엇인가」(1981), 「이조민화개론」(1982), 「세계속의 한민화」(1983), 「민문화서설(1989)」등이 있다. (도12)
민화의 대중화를 위한 또 다른 중요한 활동은 전시이다. 조자용이 민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한 전시를 정리하여 그의 민화 운동의 영향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국내전시에 대해서 먼저 정리해보면 1968년 에밀레 하우스의 창립기념전에 민화 12점이 등장 하였다. 그러나 창립전은 도깨비 기와가 주를 이룬 전시였다. 민화의 첫 전시에 대한 조자용의 의견으로는 1969년 미도파에서의 “호랑이 전”전시에서 까치호랑이가 등장하였는데 민화란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김기창의 화평으로 보아 민화의 첫 전시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1971년 8월에는 “이조민화전시회”가 신세계화랑에서 최순우, 조자용, 김기창, 이경성, 이대원, 김철순 등 십여 명이 소장품 50점을 출품하여 열렸는데 조자용도 병풍을 출품하였다.⁶⁶⁾ 1972년 4월에는 『한국 민화의 멋』을 브리태니카에서 출간하면서 이 회사의 벤턴 홀에서 본격적 민화전이 개최 되었다. 이 전시는 민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1984년 9월에는 KBS가 기획한 “호랑이 민화전”이 잠실 국립경기장 전시실에서 개최되었다. 이 전시는 88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랑이를 주제로 하는 전시였는데 국내 전시 사상 최초로 전시품을 보험에 가입했다고 하여 유명하였다. 그때 출품작은 고대박물관 7점, 호암박물관 5점, 에밀레박물관 19점, 안백순 소장 3점, 진주대아고교 박물관 1점이었는데 공인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쳤다. (도13)
국내 전시를 정리한 표는 다음과 같다.

<표2> 조자용의 민화 국내 전시

1968년 10. 26	에밀레하우스 대지 1천평 건평 210평 규모. 형편이 어려워 1,3층은 세주고 2층 반은 살림집(숙직실)하고 2층의 반인 35평을 전시실로 개관. 이때 기와와 함께 민화 전시 창립기념전 “벽사의 미술” 기와 100여점과 민화12점이 전시 이때 민화자료 처음 등장했다.
1971년 8.10 ~15	“이조민화전시회” 신세계화랑 (동아일보 71. 8. 13). 최순우, 조자용, 김기창, 이경성, 이대원, 김철순씨등 십여명이 50점을 출품. 조자용 八曲병풍 출품
1972년	『한국 민화의 멋』 발간, 4.26~5.5 한국브리태니카회사의 벤턴홀에서 본격적 민화전열려 민화에 대한 일반인 인식 달라짐
1973년 4.	에밀레박물관 210평으로 늘어남. “한화 호랑전” 열면서 개관기념전
1974년	갑인년 호화전 에밀레박물관 “100마리의 호랑이 전”-까치호랑이가 대표 (1962 신세계백화점 화랑 10여점의 개인 소장의 정통화 중심이었는데 송하군호도 8폭 병풍이 대표적이었다. 1969년 미도파에서 호랑이 전시했는데 이때 민화란 말 안썼지만 조자용 선생님 보기에 민화 첫전시로 본다고 함 62년하고는 다르게 까치 호랑이 등장)
1974년 2.9~2.15	광주상공회의소 브리태니카 주최 조자용 소장전 27점 (경향신문 74.02.08)
1975년 5.1~5.6	미도파 화랑 에밀레박물관 주최로 “금강산도전(金剛山圖展)”이 열림
1977년	“한국민화전” 여의도KBS중앙홀 에밀레박물관등 20여곳의 소장품 46점 전시
1980년 2.18~2.26	“민화리프린트전” 롯데쇼핑센터 5층 화랑
1981년 12.7~	“한국 소나무의 멋” 소나무를 주제로 한 전통 민화전. 충북 속리산 에밀레박물관 분관 (구 속리 중학교 강당). 노송도, 십장생병, 송호도, 송학도, 산신도
1982년 5.1~	속리산 에밀레박물관 소장전 “행복의 수호신/한국 민화의 무교적 전통” 미국순회전시예정기념 민화전 개최와 아울러 박물관 뒤뜰에서는 민속놀이와 전통기능 보유자들의 기능시범 냉면 지짐 떡 막걸리 무료제공
1984년 9.29~10.14	KBS 기획 “호랑이 민화전” 잠실 국립경기장 전시실 88서울 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랑이를 주제로 국내 미술품 전시사상 최초로 보험에도 가입 고대박물관7점, 호암박물관5점, 에밀레박물관19점, 안백순소장 3점, 진주대아고교소장1점 공인 감정기관의 감정을 거침
1988년 1.7.~1.15	가나아트스페이스 제1회 산신 호랑이전
1999년 2.4.~2.15	서울가나아트스페이스 제2회 “신교(神敎)미술전 –장수 도깨비전”
1999년	분당 AK 프라자 백화점 갤러리 “도깨비 전시”
2000년	대전 엑스포 전시 “왕도깨비 용 호랑이”

 

2. 세계 속의 민화

조자용의 민화 운동 중에서 외국전시를 기획한 것은 그의 남다른 추진력과 집념의 결과로 보인다. 그는 한국 민화의 회화적 독창성과 우수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미국에서의 민화 전시와 일본에서의 민화 전시와 도록 발간으로 보인다.
최초로 우리 민화가 외국으로 전시를 나간 것은 1972년 일본 동경화랑에서 “이조기의 영정과 민중화”란 민화전이었다. 에밀레의 소장품인 민화 9점과 일본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초상화 12점으로 전시가 진행되었다.
조자용의 미국 전시는 1975년 11월 에밀레박물관의 민화 32점을 가지고 미국 하와이로 향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와이 동서 문화센터 소식지에 실린 개막식 사진을 보면 호피장막도와 문자도 병풍이 보인다. 그는 수송비가 없어 그림을 족자나 병풍에서 분리해 말아서 양철깡통에 넣어서 들고 갔다. 밤에는 그림을 잃어 버릴까봐 침대 매트리스 밑에 깔고 잤다고 한다. 가지고 간 그림은 현장에서 직접 배접을 하였다. (도14)
1976년 2월 하와이 대학 전시는 제목을 “금강산에서 온 보물들 (Treasures from Diamond Mountain)” 로 정했다. 전시장에 산신각을 마련하고 산신 탱화를 걸었다. 전시 개막식에는 산신각 앞에 시루떡을 놓고 고사를 지냈다. 그러나 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하와이 대학 학생들 위주로 마련된 것이라 학술적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이때 존 코벨이 적극적으로 도와 주었다. 여기서 코벨과 조자용의 인연이 밝혀지고 있다. 조자용은 코벨에게 미술사를 배우던 학생들에게 10회에 걸쳐 민화에 관한 특강을 하였다. 학생들의 민화에 대한 솔직한 화평은 그동안 한국에서의 민화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자 고독했던 그에게 큰 힘과 용기를 주었다.⁶⁷⁾ 그러나 그는 갑작스런 심장병이 발병하여 미국 전시를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도15)
1977년 건강을 회복한 조자용은 다시 미국 본토 전시의 길에 올랐다. 파사디나 (Pasadena)전시가 미국 본토에서는 처음 갖는 한국 민화전이 되었다. 그는 파사디나 전시의 개막식에서 운룡도를 걸고 기우제를 지내기로 결정하고 포도주를 바치며 용신에게 절을 올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기우제를 지내고 난 후 예보에도 없던 비가 쏟아 져 미국 신문에 한국 기우제(Korean Rainmakers)의 기사와 사진이 났고 국내 신문에도 기사가 났다. (도16)
LA타임지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윌리암 윌슨(William Wilson, 1934~2013)은 몰래 와서 구석구석 살피고 가서 대단한 논평을 하였다.

“민화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너무나 뛰어난 그림들이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명작들과 꼭 맞먹는 걸작들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명작을 귀신 쫓기 위하여 대문짝에다 걸고 살았다”

이 일로 조자용은 10년 동안 마음으로 갈망해 왔던 민화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으니 그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었다.⁶⁸⁾
1979년 조자용은 다시 미국 전시의 길에 올랐다. 이때 처음으로 개최된 시애틀 민화전은 1979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안에 있는 박물관에서 전시제목을 “Spirit of the Tiger”로 정하고 진행되었다. 개막 행사에 700명이 참석하였다.⁶⁹⁾ 시애틀 민화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 시애틀미술관에서는 “한국미술 5000년전”⁷⁰⁾이 열리고 있어 마치 기획이나 한 것처럼 대조적인 미술전이 열리게 되었다. 이때 조자용은 4개월 동안 시애틀에 머물면서 매일 오후에 한 시간씩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였다. 1980년 LA 라호야 (La Jolla) 민예관 전시 기간 중에는 3개월 동안 「이조민화개론」을 썼다.⁷¹⁾
1981년 오클랜드시립박물관 전시는 갑자기 이루어져 70폭의 민화를 다시 표구해야 했다. 그리고 전시장 안에 한옥을 짓기로 계획하고 설계도를 만들어 박물관 학예관에게 건네니 한국에서는 박물관장이 건축 설계까지 하느냐고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흑인들이 지은 최초의 한옥이었다. (도17)

해외 전시를 정리한 표는 다음과 같다.

<표3> 조자용의 민화 해외 전시

1972년	일본 동경화랑에서 민화전-제목 “이조기의 영정과 민중화”. 에밀레 소장 민화 9점 일본소장 초상화 12점 합해 전시
1976년 2월	하와이 전시, 호덕이를 단장으로 한 민화32점. 하와이대학교. “금강산에서 온 보물들”. 존 카터 코벨 만남
1977년	미국 본토 전시 파사디나박물관. “한국민화전”
1979년 11. 23 ~ 1980년 6. 10	이조 민화 100여점의 일본순회전 동경신문 일본 6개 도시(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꾸오까 삿뽀로 고베) 전시 동경 오따뀨데파트 그랜드화랑에서 시작 6개월간 국제문화협회와 하우스오브하우스저팬 주최
1979년 12. 5 ~ 1980년 3. 28	시애틀 민화전. 워싱턴 대학 안 박물관. 전시제목 “Spirit of the Tiger”
1980년	4.11~5.9 LA 한국문화원 개원 기념 전시회
1980년 6. 28 ~ 10. 25	LA 라호야 민예관. 전시제목 “호랑이의 눈 The Eye of Tiger – Folk Arts of Korea”. 강담사 청탁으로 3개월간 『이조의 민화』에 실린 「이조민화개론」 집필. 이때 조자용의 민화관이 집대성 되었다.
1981년 2. 15 ~ 3. 15	오클랜드 시립박물관.전시제목 “청룡백호 Blue Dragon White Tiger”. 전시 준비에 윤열수 합류. 전시장 안에 한옥 지음. 한인단체가 총동원 되어 행사 진행. 전시와 학술강연회 동시 개최.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문화행사로 미국순회 민화전시를 정부에서 요청. 정부에서 비용 최초 지원. 5. 15 LA 행콕 공원 김금화 무당의 작두타기 5. 18~7. 18 LA 민예관에서 한미수교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김용식) 과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공동 주최 전시주제 “행복의 수호신 Guardians of Happiness”
1982년 9월	라모나 민속 박물관 (Ramona Folk Art Museum). 리프린트전
1982년 10월	워싱턴 메리디안 하우스( Meridian House) 전시

64) 윤열수, 「한국민화의 중시조, 조자용의 생애와 발자취」, 『한국민화』, 제2집, (한국민화학회, 2011), p. 157.
65) 조자용, 앞의 책, p. 5.
66) 동아일보 1971. 8. 13 미술 전시회 기사 중에서
67) 조자용, 앞의 책, pp. 368~373.
68) 조자용, 「캘리포니아 기우제」,『춤』6월호, (1977)
69) 조자용, 앞의 책, pp. 386~387.
70) 1979년 5월 1일, 샌프란시스코 동양박물관에서 미국의 첫 “한국미술 5000년 전”이 열렸다.
선사시대 고분 출토 유물과 조선시대 회화를 중심으로 시대별로 한국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354점의 유물이 전시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5개월 동안 54만 7000여 관람객이 본 “한국미술 5000년 전”은 이후 시애틀-시카고-클리블랜드-보스턴을 돌며 순회전시를 하였다.
71) 조자용, 앞의 책, p.398.

Ⅴ. 맺음말

민화는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고유문화가 잘 드러나 있고 우리 생활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 온 그림이 틀림없지만 한국회화사에서는 제외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솔직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속에서도 민화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 민화에 대한 최초의 연구자인 조자용은 1967년에 인사동에서 운명적인 “까치 호랑이”를 만났고 1968년에는 민화박물관인 에밀레박물관을 개관하였다. 야나기의 영향으로 1970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민화책 『Humor of the Korean Tiger』를 발간한 후 본격적인 민화연구와 민화 운동을 전개하여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하였다.
조자용은 넓은 의미의 민화관을 펼쳐 민화가 전 국민이 이루어 낸 멋의 그림이란 이론으로 미술인들이 꿈꾸는 미술의 유토피아인 미술의 대중화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호랑이 민화에서 한국인의 해학성을 발견하였고 호랑이 민화가 전통 채색화의 맥을 잇고 있는 독창적인 그림임을 밝혀 한국화 재정립의 기초를 세워 놓았다.
그는 한국 최초의 민화박물관을 개관하여 많은 민예박물관에게 길을 열어 주었고, 민학 운동를 통하여 세계적 민예 운동에 참여하는 큰 의미를 남겼다. 그리고 “박물관 1000개 운동”을 주장하면서 민학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국민중박물관협회를 창립하여 한국박물관협회의 기틀을 다지기도 하였다.
그는 일찍부터 민화 속에 흐르는 고유의 맥을 깨닫고 민화 운동에 그의 모든 열정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비록 좌절이 있었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가 민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은 헌신적인 진실이 전해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후학들의 활발한 연구와 활동으로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노력했던 한국성의 원류인 민화의 세계를 활짝 피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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