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Ⅰ. 민화관(民畵觀)의 발생과 전개
• Ⅱ. 조선 후기 민화의 수요와 제작
• Ⅲ. 민화 양식과 경덕진 민요의 도자 문양

Ⅰ. 민화관(民畵觀)의 발생과 전개

‘민화’라는 용어와 개념은 근대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며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서구적 근대 중에서도 계몽주의와 예술주의를 초극하기 위해 ‘민중적 공예’인 ‘민예’라는 범주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산업자본주의화 되어 가는 세계와 예술을 구제하고 개편하고자 한 야나기는, 1929년 3월 교토에서 열린 민예품전람회에서 오츠에(大津繪)와 같은 민예적 그림을 지칭하기 위해 ‘민화’라는 용어를 발명했다.¹⁾ 그리고 1937년 2월 「공예적 회화」라는 글에서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부르자며 그 개념을 민예의 범주에서 발생시켰다. 1914년 조선시대 도자기와의 만남을 통해 공예미를 발견하고 1921년 5월 도쿄 간다(神田)에서 개최한 ‘조선민족미술전람회’에 민화를 전시한 바 있는 야나기는, 비서구적 원천으로서 일본 및 동양의 주변층이나 지방의 수공예 문화를 중심으로 ‘또 다른 근대’를 구축하기 위해 거의 신앙적인 차원에서 민예운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타계하기 2년 전인 1959년 8월 『민예』지에 기고한 「불가사의한 조선민화」란 글을 통해 한국 민화의 보존과 계승 및 연구를 최초로 제기하기도 했다.²⁾
야나기에 의해 발견되고 강조된 이후 한국에서 민화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엽 이후부터이다. 이 무렵부터 조자용 등에 의해 민화 수집이 시도되었으며, 1970년대를 통해 경제성장과 ‘한국주의’의 팽배 속에서 ‘민화 붐’이 일어나게 된다. 이에 수반되어 에밀레미술관을 설립한 조자용을 비롯하여 김호연과 김철순 등의 재야 민화연구가들이 출현했고, 연구도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민화에 대한 연구와 인식은 재야 민화연구가를 비롯하여 미술평론가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져 왔다.³⁾ 이들 연구는 대부분 야나기에 의해 기획된 내셔널리즘이나 모더니즘과 같은 근대적 이데올로기의 거대 담론 틀 안에서 민화를 정통화·감상화·수묵화 등의 개념 및 범주와 대립적 또는 길항적 관계에서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고 인식한 경향을 지니고 있다. 특히 1970년대에 유신정권이 정통성을 확보하고 장기집권을 호도하기 위해 고취한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의해 대두된 이른바 재야 사학자들의 국수주의적 한국사 인식과 결합하여 민화가 우리 민족 유일의 주체적이고 고유한 미술로 강조되기도 했다.
이러한 국수주의적 민화관에 의거하여, 민화는 화원이나 문인화가들에 의해 그려진 정통회화와 달리 중국 화풍의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 민족의 생활 정서와 사상을 가식 없이 드러낸 순수한 우리 그림이란 측면에서 규정되고 예찬되었다.⁴⁾ 이와 같은 이분법적 관점에서 궁궐에서 사용했던 것을 포함해 채색장식화 전반을 민화로 확대 해석하고 이를 고급과 저급으로 나누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고급 민화를 우수한 민화로 높게 평가하기도 하고, 저급 민화만을 민화로 보는 혼란을 야기시킨 것이다. 이처럼 채색장식화 전반을 민화로 간주하고 한국적=민족적 미술의 원형으로 강조하면서 ‘한화(韓畵)’ 또는 ‘겨레그림’ 등으로 부르자는 주장에는 일본 고유의 채색화인 ‘야마토에(大和繪)의 개념 및 특성과 상통되는 점이 많아, 이를 원용한 것으로 생각된다. 야나기의 민화론에 야마토에 인식을 결합하여 범주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민화를 순수한 고유의 우리 그림이란 관점에서 그 조형적 특징을 서구 모더니즘 미술의 원류 또는 선구라는 측면에서 부각시키기도 했다. 1930년대에 서구 중심의 근대를 초극하고 일본 주도의 동양 중심으로 세계사를 재편하기 위한 흥아(興亞)주의와 밀착되어 엘리트 미술인 남종문인화와 그 이념인 사의성(寫意性)을 서구 모더니즘의 표현주의와 주관주의의 선구로 강조했던 논리를 모방한 것으로 생각된다.⁵⁾ 서구의 모더니즘 미술이 순수 조형주의 입장에서 원시미술 또는 이른 바 ‘미개미술’에서 발견한 시선으로 민화의 조형세계를 조명한 것이다.
민화를 이와 같이 신화화하고 초역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에 대해, 1980년대에 풍미한 민중사관의 입장에서, 봉건 사회의 해체기에 드러나는 서민의식 또는 민중의식의 성장에 따른 진보변혁의 소산으로 보기도 했다. 민화의 조형세계를 원체풍과 같은 권위적인 제도권 미술을 해체하고자 시도한 저항 양식이며 미의식의 발로로 보고, ‘민중미술’의 선구적. 전통적 의의를 지닌 역사적 유산으로 평가한 것이다.⁶⁾
민화에 대한 이들 연구의 열기에 비해 미술사학계에서는 민화의 한국적 특징과 토속적 미감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창의성과 변화상을 중시하는 근대적 창작주의와 역사주의에 입각하여, 미술사 사료로서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했다. 상층 문화의 침강에 따라 인습적이고 상투적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와 창의성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한국 회화사에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⁷⁾ 그러나 1990년대의 탈근대주의에 따른 문화다원론 등에 힘입어 민화의 모태이며 상층부를 이루었던 궁중회화=궁화(宮畵)에 대한 연구를 비롯하여 중국 민간 연화(年畵)와의 관계 등, 동아시아의 장르 관습과 문화 유통의 맥락에서 그 구조적 실체 파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⁸⁾ 그리고 책가도와 요지연도, 곽분양행락도, 까치호랑이 그림, 십장생도, 백자동도, 문자도, 감모여재도 등을 대상으로 대학원 미술사학과의 석사논문을 포함해 미술사적 의의를 규명하기 위한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⁹⁾

1) 오츠에는 에도시대 비와[琵琶]호 부근의 오츠지방에서 여행객들을 위해 기념품이나 호신용 부적으로 팔던 민예적인 토산품 그림이다. 먹으로 간략하게 그린 후 붉은 색과 녹색, 황색 등으로 채색한 粗畵이며, 민간신앙의 대상이던 불화로 시작하여 뒤에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그리는 토속적인 戱畵가 되었고, 판화로도 제작되었다. 德力富吉郞,「佛敎版畵から民畵へ」;「日本の民畵.大津繪と繪馬」 『骨董』(讀賣新聞社, 1987) 108~111, 123~129쪽 참조.
2) 윤열수, 『민화이야기』(디자인하우스, 1995) 13쪽 참조. 야나기가 한국의 민화에 대해 글을 쓰기 이전에도 개항이후 한반도에 왔던 서구인들이 저술한 견문기에 부분적으로 언급되었으며, 1929년 라이프찌히와 런던에서 출간된 에카르트의 History of Korean Art에도 혁필화인 “장식한 자”를 비롯해 “불교 이외의 종교화” 등에서 간략하게 다루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서 1940년대 전반에 미술평론과 한국 미술사 관련 글을 집필했던 윤희순(1903~1947)도『조선미술사연구-민족미술에 대한 단상』(서울신문사, 1946)에서 “서민취미의 병풍채, 두껍닫이, 덧문, 벽장 등을 장식하는 彩畵”에 대해 도화서 화원들의 작품으로 보는 견해를 개진한 바 있다. 그리고 이쾌대 작품의 색조가 덧문에 부치는 십장생도나 병풍의 구식 화조화의 오래된 색깔과 같아 ‘고식 채화’를 연상시킨다고 하면서 향토색을 지표로 하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희순, 「신미술가협회전」, 『국민문학』(1943, 6) 참조.
3) 재야 민화연구가로는 조자용과 김호연, 김철순에 이어 윤열수가 활동하고 있으며, 미술평론가로는 이우환을 비롯하여 박용숙과 유홍준, 임두빈, 김영재가 민화 관련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4) 이러한 민화관은 우리나라 민화 인식의 대종을 이루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온 상당량의 대학원의 회화과와 미술교육과 석사논문 등에 의해 재생산되었다.
5) 이러한 옥시덴탈리즘적 관점은 야나기가 1922년 『白樺』9월호에 「이조 도자기의 특질」이란 글을 통해, 단순하고 대범한 조선 미술을 예찬하면서 “복잡한 작위적인 기교는 자연에 대한 반역이며 美의 말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근세의 위대한 유럽예술가들의 운동도 단순으로 복귀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했던 언술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이우환과 임두빈의 저서에 반영되어 있다.
6) 유홍준, 「민화의 민중성과 비민중성」, 『문예중앙』(1984 여름호);이태호. 유홍준, 『민화 문자도』(동산방화랑, 1988);이태호, 「조선후기 민화의 재검토」, 『월간미술』(1989, 8) 참조.
7) 이러한 입장은, 안휘준, 「韓國民畵散考」, 『민화걸작전』(호암미술관, 1983)에 잘 드러나 있다.
8) 이러한 측면에서의 대표적인 연구로, 김홍남의 「18세기 궁중회화-유교국가의 실현을 향하여」, 『18세기의 한국미술』(국립중앙박물관, 1993)와 「조선시대 궁모란병 연구」, 『미술사논단』9(1999. 12);정병모, 「민화와 민간연화」, 『강좌 미술사』7(1995. 12) 등을 꼽을 수 있다.
9) 이원복, 「책거리 소고」, 『근대한국미술논총』(학고재, 1992);이영수,「민화 금강산도에 대한 고찰」(홍익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5);우현수, 「조선후기 요지연도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1996);홍선표, 「개인소장의 出山虎鵲圖」, 『미술사논단』9 (1999. 12);정영미, 「조선후기 곽분양행락도의 연구」(한국학대학원 석사논문, 1999);김선정, 「조선후기 百子圖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1);김윤정, 「조선후기 歲畵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2);박본수, 「조선후기 십장생도 연구」(홍익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2);박심은, 「조선시대 책가도의 기원 연구」(한국학대학원 석사논문, 2002) 이영주, 「조선후기 문자도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3);진준현, 「민화 문자도의 의미와 사회적 역할」, 『미술사와 시각문화』3(2004. 10);명세나, 「조선시대 五峯屛 연구-흉례도감의궤 기록을 중심으로」(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6);이상현, 「감모여재도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7);권민경, 「조선말기 민화의 고사인물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8);박근아, 「한국 근대기 인쇄 병풍화와 민화 연구」(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 2009) 등이 있다. 최근에는 윤열수에 의해 민화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이 처음 나온 바 있다. 윤열수, 「문자도를 통해 본 민화의 지역적 특성과 작가 연구」(동국대 대학원 박사논문, 2007)

Ⅱ. 조선 후기 민화의 수요와 제작

왕실을 비롯한 고급 수요를 위해 화원 화가들이 제작한 민화를 궁화로 본다면, 시정(市井)의 민간 수요의 장식과 제액 및 기복 등을 위한 치레와 액막이 그림 전반을 민화로 부를 수 있겠다. 이러한 민화는 19세기 중엽경 이규경(1788~?)이 “여염집의 병족(屛簇)과 벽에 붙이는 것”으로, ‘속화(俗畵)’라고 지칭한 것이다.¹⁰⁾ 1766년 이덕무(1741~1793)가 “집집마다 정초가 되면 쌍문에 울지(蔚遲/ 尉遲恭의 오류)를 그려 붙이는데 조금도 환한 신채(神彩)가 없다”고 한 도식화된 여항의 문배 그림인 문화(門畵)도 민화의 범주에 든다.¹¹⁾
그리고 이러한 민화는 개항기와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온 서구인들에 의해 목격되고 언술되기도 했다. 1902년에 왔던 프랑스인 조르즈 뒤크로가 언급한 “서민들이 방을 훤하게(장식) 하기 위해 사서 붙이는 벽지용 그림”이라든가 1902년에서 1년 정도 서울에서 거주한 주한 이태리 총영사 까를로 로제티가 종각에서 동대문로 쪽으로 모여 있던 ‘복제화와 종이’를 파는 즉 지전(紙廛)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몇 전만 주면 살 수 있는 용이나 호랑이, 날개 돋친 말, 옛 전사들의 환상적인 형상들” 이 민화인 것이다.¹²⁾ 로제티는 “이것들을 문짝에 붙여 놓으면 집에서 악귀를 내 쫓는다고 한다” 며 당시의 증언에 의거하여 소개했으며, “이들 복제화 중에는 옛 신화에 등장하는 성현들과 수호신을 그린 것도 있는데, 이것들은 방에만 사용하며 한국의 어느 집에나 같은 그림들이 걸려 있다”고 했다.¹³⁾ 도배지와 함께 집안을 장식하는 데 쓰이는 이런 종류의 그림들은 윤희순의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1930년대까지도 지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여염집에서 치장과 길상 및 액막이 그림으로 사용한 민화는, 조선 후기 기복호사 풍조의 확산에 따른 서민층의 수요 증가에 의해 발생된 것으로, 선사시대 이래의 동아시아의 주술·상서적 조형 관습과 결부되어 전개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민화는 옛것이 습속으로 전하고, 위에서 행하는 것을 민간에서 본뜬 ‘고사유속(故事遺俗)’과 ‘상행하효(上行下効)’의 전통 속에서 저변화된 벽사(辟邪)그림과 길상(吉祥)그림 등이 근간을 이루었다. 특히 조선 후기를 통해 기술직 중인과 하급관리들 및 시전(市廛) 상인 등의 축재와 재부를 토대로 확대된 사치소비 성향은 미술과 공연예술 등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한편, 기복호사 풍조를 조장하면서 안택(安宅)을 기원하고 집안을 치장하거나 세시(歲時)와 의례 때 제액과 송축 또는 장엄화하기 위해 제작되던 민화를 크게 범람시키게 된다. 그리고 명말청대를 통해 이러한 그림의 수요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목판화 등으로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던 민간 연화의 유행도 조선 후기 민화류 범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¹⁴⁾
현재 남아 있는 민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원류는 정월 초에 사용하는 제액초복적인 문배(門排)그림과 세화에서 전승되어 확장된 것이다. 잡귀를 쫓고 액을 막는 ‘문화’와 ‘창화(窓畵)’, 그리고 송축과 진경(進慶)을 위한 크고 작은 ‘병화(屛畵)’, 병풍그림의 형태로 주로 전개되었다. 문호창비(門戶窓扉)에 붙이는 문그림과 창그림은 중국 남방의 무(巫)문화인 나례(儺禮) 즉 악귀나 재앙을 막거나 퇴치하는 의식 및 행사의 전승과정에서 확산된 것으로, 문배에서 유래된 것이다. 문배는 중국 고대에, 귀신을 쫓는 주술력을 지녔다고 믿었던 복숭아나무로 만든 ‘도부판(桃符板)’을 출입문에 붙이던 관습과 『산해경』의 도삭산(度朔山)에 있는 거대한 복숭아나무 근처에서 만귀와 악령을 단속하는 신다(神茶)와 울루(鬱壘)가 잡아주는 귀신을 먹는 호랑이를 문비에 그리던 풍습에서 발생되었다.¹⁵⁾
인위적으로 조성된 주술력을 이용하여 잡귀와 액을 물리치고 복을 들이는 효험을 위해 조성된 문배는 달이 끝나고 해가 다하는 섣달 그믐의 제야에 집 안과 밖을 깨끗이 청소하고 갈아붙이는 문그림 또는 창그림과 복숭아판 부적 및 춘패를 지칭하는 것이며, 나례 행사의 일환으로 정착되고 전개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록상으로 고려 정종 6년(1040)의 궁정나례가 효시이지만 실제로는 삼국시대부터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¹⁶⁾ 특히 신라 헌강왕(재위 875~885)의 일화와 결부되어『삼국유사』에 전하는 역신(疫神)을 쫓아내는 능력을 가진 처용의 경우, 중국의 나례신인 종규(鐘馗)와 유사한 신라의 구역신(驅疫神)이며 문신(門神)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문배류 그림을 발생시켰던 것이 아닌가 싶다.¹⁷⁾
나례신이며 가정수호신인 문신이기도 한 처용의 화상은 이곡(1298~1351)이 그림으로 만나 보았다고 했듯이 고려시대로 계승되어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다.¹⁸⁾ 성현(1439~1504)의 『용재총화』에 의해, 성종년간에도 처용의 화상이 나례의 일환으로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섣달 그믐에 어린아이 수십 명을 모아 진자(侲子)로 삼아 붉은 옷에 두건을 씌워 궁중으로 들여보내면 관상감에서 북과 피리를 갖추고, 새벽이 되면 방상씨가 쫓아낸다. 민간에서도 역시 이 일을 모방하되 진자는 없으나, 녹색 대나무 잎과 복숭아나무 가지 등을 한데 묶어 빗자루를 만들어 펴고 대문을 막 두드리고 북과 방울을 울리면서 잡귀를 문 밖으로 몰아내는 흉내를 낸다. 이른 새벽에는 문과 창에 그림을 붙이는데, 처용과 각귀, 종규, 복두관인, 개주장군, 경진보부인과 닭그림 및 호랑이그림 따위이다.”¹⁹⁾

조선 초기에 나례는 궁중과 관아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다른 양태로 거행되었으며, 신라시대의 처용과 함께 당나라 중기에 나례신으로 대두된 종규와 남송 이후 이른바 ‘금나(今儺)’와 결부되어 등장한 재상과 장군, 소매(小妹)가 문신으로 그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점차 문신들이 다양해져서 종규가 귀신 잡는 그림을 비롯하여, 수 많은 백귀(百鬼)들이 보고 놀라서 도망 갈 신다와 울루, 위지공(尉遲恭)과 진경(秦瓊), 관우(關羽)와 장비(張飛), 이정(李靖)과 같은 중국의 용맹스러운 장군의 화상을 붙였다.²⁰⁾ 당 태종 때 재상으로 직간을 잘한 위징(魏徵)의 꽃 모자 쓴 모습이 문배류 그림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종규가 귀신 잡는 그림의 경우 조선 중기에 이미 여항가로 유전되어 매년 정초에 문미(門楣)를 장식한다고 하였다.²¹⁾ 원래 차 뿌리로 만든 창과, 하늘 땅벌의 침을 든 신다와 울루는 갑옷을 입고 도끼창이나 칼을 든 신장의 모습으로 말기까지 상류층 문신의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문배류 그림인 문화와 창화가 조선 후기를 통해 도화서에서 제작한 ‘영롱한 원체화’로 4대문 등에 장식되는 한편,²²⁾ 사치 소비풍조에 수반되어 여항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민화의 수요를 증대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양반층의 ‘여한부자(閭漢富者)’ 들이 부추긴 것으로 보이는 여항가의 그림 치장이 본격화된 것은 이들 집안의 장식풍조가 사회 문제로 거론되는 숙종조(1674~1720)부터가 아닌가 싶다. 숙종 39년(1713), 조정에서는 ‘중서배(中庶輩)’의 ‘방호(房戶)’가 화려해지는 등 여항의 사치풍속이 심해지는 것을 우려한 바 있다.²³⁾
그러나 이러한 여항가의 그림 치장은 기복호사(祈福豪奢) 풍조와 결부되어 더욱 확산되었다. 영조 25년(1749)에 사람마다 사치를 좋아하여 문배를 그려 붙인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로 민간에서도 성행되기에 이른다.²⁴⁾ 아마도 이러한 문배류 그림은 궁정과 관아 등의 지배층 영역에서 한양의 도시화와 중간계층들의 축재와 재부로 이들 가옥의 규모가 커지고 대문 등이 중요시됨에 따라 시정의 민간으로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1769년 유한준(1732~1811)은 정초의 문배류 그림을 도회지 사람들이 위아래 없이 본받아 문호(門戶)마다 모두 새롭게 만든 그림을 붙인다고 하였다.²⁵⁾ 1766년 이덕무가 정초가 되면 서울 사람들은 집집마다 쌍문에 문신을 그려 붙이는데 채색그림들이 기괴함을 서로 다투지만 조금도 환한 신채가 없음을 개탄했던 것도 이러한 성행에 따른 도식화 현상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1810년대에 집필된 조운종의 「세시기속」에서 울루로 전해 오는 황금 갑옷의 금갑(金甲)장군을 장지(壯紙)에 그려, 궁궐에서부터 여항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요괴들이 일년 내내 못들어 오게 대문 문짝 중간에 붙였다고 말한 것이나, 그와 교유한 홍석모가 1849년에 저술한 『동국세시기』에서, 대문과 방문, 문설주 등에 붙이는 문배류 그림들을 여러 궁가와 왕실의 내외척 집의 문짝에도 붙일 뿐 아니라, 시정의 여항에서도 많이들 모방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아, 여염집의 세시 풍습으로도 정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²⁶⁾ 이러한 수요의 증가에 따라 1844년경 한산거사가 지은 「한양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광통교 서남천변의 아랫길 쪽 그림가게에서 팔기 위해 걸어 놓은 각색 그림 중에 “문에 붙일 신장들과 모대(帽帶)한 문비(門裨)들을 진채(眞彩) 먹여 화려하기 그지없는” 문배류 그림도 포함되어 소비되었던 것이다.²⁷⁾
이밖에도 「세시기속」과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신년 초에 한 해의 제액을 위해 시골마을인 ‘촌려(村閭)’나 ‘여염집’ 벽에 삼재(三災)를 물리치기 위해 닭과 호랑이그림을 붙인다고 했으며, 삼재가 드는 해 첫날에는 머리가 세 개 달린 삼응도(三鷹圖)를 그려 문의 들보에 붙인다고 했다. 유만공(1793~1869)의 「세시풍요」(1843)에선 문의 들보에 금계(金雞)를 반폭에 그려 부착한다고 전한다. 이들 닭과 호랑이에, 역시 벽사동물인 개와 사자가 부가되어 한 벌로 그려지는 계견사호도(鷄犬獅虎圖)의 경우, 「한양가」에서는 다락벽에, 1864년경 필사된 『춘향전』에서는 동서남북 문에, 성주굿의 「황제풀이」에서는 부엌문 위에 붙인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1년여 거주한 이태리인 로제티는 이들 벽사용 문배 그림들이 얼마나 범람했던지 “한국인들은 악령과 잡귀들의 세상에서 두려움을 느끼며 보이지 않는 귀신들에 대한 끊임없는 악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까지 말했을 정도였다.²⁸⁾ 이러한 그림들은 모필로 그려졌고 저변화와 함께 수요의 급증으로 판화로도 제작되었으나, 해마다 새로 붙이는 소비물이었기 때문에 현재 전하는 유물은 극히 드물고 제작 시기도 내려온다.
신년을 축복하기 위한 길상류 세화도 상층부 수요에서 발생되어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문배류 그림과 함께 민화의 대종을 이루었다. 이러한 세화는 이미 고려 말에 ‘십장생도’로 그려졌으며, 이색(1328~1396)이 “10월인데도 아직 새 그림 같다”고 한 것으로 보아 방 밖의 외벽에 첩낙화(貼落畵)로 부착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²⁹⁾ 조선시대를 통해서는 국상 기간을 제외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신년을 축하하고 왕의 장수를 축원하기 위해 도화서에서 신선류”를 “영롱한 진채와 세필”로 “극기연교(極其姸巧)” 즉 “매우 아름답고 정교”하게 그려 왕을 비롯한 궁중의 각 전에 진상했으며, 궁중에서 사용하고 일부는 재상가에 보내기도 했다.³⁰⁾ 그리고 새해에 왕이 내외척과 중신들에게 선물하는 반사품(頒賜品)으로도 제도화되면서 도화서 화원들의 중요한 직역의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³¹⁾ 이러한 세화는 차비대령화원이 각 30장을, 도화서 화원이 각 20장씩을 12월 20일까지 바쳐야 하고, 양재용(禳災用) 문배는 장무화원 2명과 실관 30명에게 돌아가며 차례로 배당하고, 각 전궁과 여러 문에 보내는 것은 화원들에게 12월 그믐 전까지 나누어 그리게 했다. 조지서에서 만든 것이나 전라도 남원의 특산품인 두터운 ‘세화지’에 2~3개월에 걸쳐 그려진 이러한 세화와 문화들은 등급을 매겨 최우수자에게 상직을 주기도 했다.³²⁾ 대신들에게 주는 반사품의 경우 정조 연간에는 주로 신다와 울루 같은 신장 문신 1쌍과 호랑이와 닭그림 1쌍을 하사하였다.
십장생도와 함께 모란병풍이라든가 남극노성도를 비롯한 각종의 신선도가 세화로 제작되었고, 후기에는 대신들 사이에서도 송축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서로 세화를 선물로 주고 받았다.³³⁾ 조선 중기 무렵에 모란병은 소격서나 봉상시에서 주관하던 길사 초제와 길례 등을 거행한 뒤 예조에서 신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던 모양이다.³⁴⁾ 「세시풍요」에서는 ‘반채화’인 세화로 ‘신선구학(神仙龜鶴)’이 선명한 채색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이들 세화 또한 문배류 그림처럼 기복과 사치 및 호사 풍조의 만연과 더불어 민간으로 확산되었으며, 영조 8년(1732) 기우제를 지낼 때 한양 성 안팎에서는 집집마다 그림 병풍을 펴고 꽃병에 꽃을 꽂았으며, 이 때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상례였다고 언술한 기록은 이러한 송축 세화의 저변화를 말해주는 사례로 생각된다.³⁵⁾
십장생도는 세화로서 뿐 아니라, 회갑과 칠순을 축하하는 ‘수첩(壽帖)’ 또는 ‘수장(壽障)’으로 그려지기도 했고, 어약용문(漁躍龍門)그림과 함께 장지문(障子門)에 걸리기도 했다. 이밖에 수복과 부귀영화를 소원하는 각종 길상화들이 축수 또는 헌수용이나 의례용과 더불어 치장용으로 사용되었다. 집을 짓거나 도배를 새로 한 후뒤에 집안의 그림치장으로 「황제풀이」에 등장하는 여러 장르의 그림 대부분이 길상송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민화의 상당량이 이러한 치장용이었으며, 「한양가」에 나오는 광통교 그림가게에서 파는 백자도(百子圖)와 요지연도, 곽분양행락도 등도 그러한데, 1779년에 저술된 유득공의 『경도잡지』에 의하면 이들 각색 그림은 혼례식의 의례병풍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민화는 이와 같이 여항에서의 기복호사 풍조 확산에 따라 오래 전부터 상층 계층에서 소비되던 것이 침강되어 저변화된 것도 있지만, 명말청대의 새로운 길상화나 민간화들이 유입되어 민화화된 것도 있다. 1593년 조유한(趙維韓)이 전주에서 명나라 장수로부터 얻은 것을 1610년 광해군에게 바친 ‘백수도(百壽圖)’를 비롯하여, 효종이 봉림대군 시절 심양에 있을 때 청나라 초기의 궁중화가 맹영광(孟永光)이 헌상하여 유입된 백동도³⁶⁾와 요지연도, 곽분양행락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미 백자동도는 보고 즐기는 ‘완희(玩戱)’용인 화조도와 함께 18세기 전반에 다남(多男)을 기원하는 혼수용 ‘신부병장(新婦屛障)’으로 유통되었다.³⁷⁾
새로 유입된 화제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것은 책가문방도와 문자도들이 아닌가 싶다. 책가문방도는 박고가(博古架)인 다보각에 진열된 서책 및 문구류와 기명(器皿) 등의 청공진완품(淸供珍玩品)을 카스틸리오네(郎世寧, 1688~1766)가 북경의 남천주당 응접실 동벽에 그린 다보각도의 서양화법을 채용해 입체감 넘치게 묘사한 청대의 궁중 양식을 반영한 것으로, 18세기 말엽에는 규장각 화원들의 녹취재(綠取才) 화과 중 하나로 공식 채택되었을 정도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문인들의 서화고동 애호풍조와 서재문방 취향을 배경으로 수용된 것으로 생각되는 이런 그림들은 호사취미로 확산되면서 고급수요에 의해 귀인들의 집안 장식물로 뒤덮였을 정도로 유행했다고 하며, 경기도박물관 소장 장한종(1768~?)의 <휘장책가도>가 가장 이른 작례로 전한다.³⁸⁾ 이 책가문방도에 다산과 수복, 부귀 등을 상징하는 수박과 포도, 석류, 모란을 비롯한 길상적 소과물(蔬果物)과 화훼물이 첨가되고 서안(書案)에 배열된 책거리그림으로 분화되어 시정에서 유통되었으며, 박고초화도(博古草花圖)계열의 그림이 필통도와 병화도(甁花圖)의 개별 모티프 형태로 여염집의 벽장문이나 다락문에 장식되기도 했다.
글자획과 도형이 결합된 문자도의 경우, 청대의 ‘수복강령’과 같은 길상적 문자판화나 에도(江戶)시대의 문자유희도에 비해 유교적 수신과 윤리덕목에 관한 효제문자도가 ‘팔자병(八字屛)’으로도 지칭되며 대종을 이루었고, 다채로운 양식으로 전개되었다.³⁹⁾ 그리고 청대 민간연화로 그려졌고, 지금도 북경과 소주 등 관광지에서 민예품으로 제작되고 있는 꽃글씨인 혁필화(革筆畵)도 전래되어 20세기 중엽까지 장터나 공원 등지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제작되었다.⁴⁰⁾ 그 유래는 당 무렵 대나무조각이나 소가죽으로 쓴 비백서(飛白書)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경도잡지』에 의하면 버드나무 가지를 갈라 먹물을 묻혀 사용했던 것이다.
송호도에 까치가 첨가된 까치호랑이 그림의 도상은 원대에 정립된 것으로 명대의 화풍이 조선 전기에 교화적 주제의식과 결부되어 전래되어 후기를 통해 민화화된 것이다.⁴¹⁾ 까치호랑이 그림은 에도시대 후기에도 그려진 범동아시아 화제였지만, 가장 많이 제작된 것은 조선 후기였으며, 무역화로 해마다 동래를 통해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다.⁴²⁾ 그리고 19세기의 호랑이 도상은 점차 도안화되면서 고양이의 모습을 띠기도 하는데, 이러한 변모는 무서운 전염병인 호열자를 쥐 귀신이 옮긴다고 보고, 이를 막고 몰아내기 위한 의도나, 또는 고양이가 동음이자(同音異字)로서 장수를 뜻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러한 형상으로 변형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선 후기를 통해 민화는 지금 까지 말해 왔듯이, 대부분 궁중을 비롯한 고급 수요의 궁화를 모태로 확산된 것이다. 시전 상인과 부농을 포함한 중간계층과, 춘향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을 상대하는 기방 등의 유흥가를 비롯하여,⁴³⁾ 시정과 향촌에 만연한 기복호사 풍조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수요에 의해 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 제작된 것이다. 이러한 민화들은 산수화와 고사인물화와 사군자와 같은 감상물 그림의 저변화 현상에 따라 수묵,⁴⁴⁾ 또는 수묵담채로 그려지기도 하고, 수요가 크게 증대된 분야는 판화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벽사적·길상적 목적과 함께 액막이와 치레 및 장엄용으로 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짙고 화려한 농채가 주류를 이루었다.
궁화와 같은 고급 수요는 도화서의 전·현직 화원들에 의해 원체풍으로 제작되었다면, 새롭게 확산된 민간이나 여항에서의 수요는 ‘속사(俗師)’와 ‘향사(鄕師)’ 또는 ‘환쟁이패’로 지칭되던 화장(畵匠)들에 의해 그려졌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소비자가 직접 생산해 자급자족해 사용했을 만큼⁴⁵⁾ 민간에서의 수요가 미비하여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후기에는 수요의 확대로 이를 공급하는 민화공들이 등장되고, 이를 유통시키는 병풍전이나 지전과 같은 상점과 행상 및 연말연초의 특수를 노려 종각 근처에 배설된 임시 가게까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이들 민화공들은 ‘지전 그림쟁이’ 또는 ‘지전 사람’으로 불릴 정도로 종이류를 팔던 지전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1920년의 창덕궁 대조전과 경훈각 벽화 제작시 수주 받은 김응원이 값싼 노임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사용하려했다가 궁화를 민화공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적도 있다. ⁴⁶⁾민화공들은 근대에도 수요가 지속된 전통적인 치장과 의례 그림을 그렸지만, 값싼 딱지본 소설의 등장에 따라 표지화 제작 등에 참여하며 호구책을 확대해 나간 것 같다(도 1). 민화는 이러한 민화공 이외에도 에카르트가 1915년 무렵 혁필화를 화승인 문고산(文高山)으로부터 그려 받은 것으로 보아 민간에서의 수요와 취향에 응대해 불화승들도 다루었던 모양이다.⁴⁷⁾

10) 李圭景, 『五洲衍文長箋散稿』권 60,「題屛簇俗畵辨證說」 참조.
11) 李德懋, 『靑莊館全書』권 48 「耳目口心書」1 참조.
12) Georges Ducrocq, Purge et Douce Corée(1904)(최미경 역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눈빛, 2001, 104쪽); Carlo Rossetti, Corea e Coreani(1904)(서울학연구소 역 『꼬레아 꼬레아니』숲과 나무, 1996, 62쪽) 참조.
13) 『꼬레아 꼬레아니』63쪽 참조.
14) 선표, 『조선시대 회화사론』(문예출판사, 1999) 317쪽 참조.
15) 信立祥, 『中國漢代畵像石の硏究』(同成社, 1996) 178쪽 참조.
16) 전경욱, 「탈놀이의 형성에 끼친 나례의 영향」, 『민족문화연구』28(1995. 12) 199~223쪽 참조.
17) 홍선표, 『한국의 전통회화』(이화여대출판부, 2009) 34~35쪽 참조.
18) 李穀, 『稼亭先生文集』권 20,「開雲浦」참조.
19) 成俔, 『慵齋叢話』권 2, 참조.
20) 洪善杓, 「閭巷の家における繪の裝い」,『別冊太陽-韓國.朝鮮の繪畫』(平凡社, 2008. 11) 154쪽 참조.
21) 朴承任, 『嘯皐集』권 2「鍾馗捉鬼圖」참조.
22) 柳晩恭, 「歲時風謠」‘正朝’ 참조.
23) 『승정원일기』 숙종 39년 윤 5월 2일조, 참조.
24) 『비변사등록』 영조 25년 9월 20일조, 참조
25) 兪漢雋, 『自著』권 5 「歲時詞」 ‘門畵’ 참조
26) 趙雲從, 『勉菴遺稿』권2 「歲時記俗」‘除夕’; 洪錫謨,『東國歲時記』 「正月.元日」참조.
27) 19세기 병풍전에서는 대표적인 궁화인 어좌용의 오봉병을 ‘오봉산일월도’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했는데, 사대부가나 여항가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고, 당집이나 무당집에서 무속신을 모시는 무가용(巫家用)으로 쓰인 것 같다.
28) 『꼬레아 꼬레아니』 156~158쪽 참조.
29) 李穡, 『牧隱詩藁』권 12 「歲畵十長生」 참조.
30) 趙雲從, 앞의 책, 같은 곳 참조.
31) 김윤정, 앞의 논문, 34~35쪽 참조. 유만공은 「세시풍요」에서 신년 초의 ‘頒彩畵’를 ‘歲畵’라 한다고 하였다.
32) 『중종실록』 5년 9월 29일조와 『승정원일기』 정조 5년 12월 20일조와 13년 12월 29일조 참조.
33) 홍선표, 앞의 책, 319쪽 참조.
34) 김윤정, 앞의 논문, 20~21, 36~37쪽 참조.
35) 南泰膺, 『聽竹漫錄』「畵史補錄」참조.
36) 『광해군일기』 2년 경술, 4월 16일조; 柳得恭,『冷齋集』권5 「孟永光百童圖歌」참조.
37) 申暻, 『直菴集』권10 「書女子屛訓後」참조
38) 李奎象, 『一夢稿』「畵廚錄」과, 홍선표 「명·청대 서학 관련 삽화 및 판화의 서양화법과 조선후기의 서양화풍」 『17, 18세기 조선의 독서문화와 문화변동』(혜안, 2007) 107~108쪽 참조.
39) 이영주, 「조선후기 문자도 연구」 참조.
40) 정병모, 앞의 글, 126~127쪽 참조.
41) 홍선표, 앞의 논문, 345~350쪽과「만력 임진년(1592년)제작의 <호작도>-한국 까치호랑이그림의 원류」, 『동악미술사학』7호(2005, 8) 참조.
42) 홍선표, 「조선후기 한·일간 화적의 교류」, 『미술사연구』11(1997, 12) 참조.
43) 춘향의 집 대문에는 위지경덕 두 장수 그림이 붙어있고, 효제도도 보이며, 방안에는 책거리그림이, 그리고 천정까지 그림으로 치장되어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게우사』에 의하면 한양 왈짜 무숙이가 약방 기생 의양이를 첩으로 삼아 새로 방을 꾸며 줄 때 치레용 병풍들은 구운몽도와 같은 애정소설 그림이나, 부녀자 교화용인 유향의 열녀도, 선경 같은 명승처를 그린 관동팔경도 등이었다.
44) 『한양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1844년 무렵 광통교 서남천변의 아래거리에서 팔던 소상팔경도 병풍과 벽장문에 붙이는 매죽난국이 대표적인 수묵 민화였으며, 그 중에서도 난죽의 경우, 쥐꼬리처럼 그리는 묵란이 새끼를 많이 낳는 쥐로, 묵죽은 비온 후 잘 자라고 퍼지는 죽순으로 상징되어 자손 번성 또는 집안 번창의 기복성을 띠면서 수요가 더욱 확대되었다. 노안도도 노후의 편안[老安]을 뜻하면서 수묵 민화로 많이 그려졌다.
45) 김윤정, 「조선 중기의 세화 풍습」, 『생활문화연구』5(2002. 7) 59~65쪽 참조.
46) 『조선일보』1920년 6월 25일자 「창덕궁 내전벽화」참조.
47) Andreas Eckardt, History of Korean Art,(London, 1929) 138쪽 참조.

Ⅲ. 민화 양식과 경덕진 민요의 도자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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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를 통하여 수요층의 저변화에 따라 등장된 민화공들에 의해 그려진 도안화와 함께 정형에서 벗어나 파격적으로 변형되고 해학적 재미가 가미된 민화 양식은 지배층의 감상물 화풍과 권위적인 원체풍의 체계와 질서를 해체하고 저항하는 민중의식도, 서구의 모더니즘이 발견한 순수한 원시주의 조형의식의 소산도 아니다. 형태의 반복과 과장, 파격적인 구성 등은 주술적 벽사성과 길상성 및 장엄화 욕구의 과잉과 노골화에 따른 것으로 생각된다. 비례의 무시와 형상의 변형과 같은 왜곡은, 시각적 이미지의 재현 보다 주술적 효험의 극대화를 위한 상징성의 강조 또는 강화에 따른 집단적 관념성의 소산으로도 보인다. 또한 단순화와 도식화 등은 선사시대 이래의 주력(呪力)과 신명을 지닌 영매적 도상의 오랜 전승성의 반영이며, 오방색의 영롱한 농채는 악령을 퇴치하고 신령을 즐겁게 했던 고대 단청 전통의 계승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박규수(1807~1876)가 ‘정공(精工)’하게 그려진 서왕모 관련 그림에 대해 원체화나 문인화의 관점에서 “여염집의 수장병폭(壽障屛幅) 것들”과 유형을 달리 한다고 평했던, 정교하지 않거나 격조가 없는 치졸하고 조악한 민화의 경우, “고정(固定)한 묘법으로 고화(古畵)를 되는대로 임사(臨寫)한 천품(賤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특히 ‘궁양장식(宮樣粧飾)’으로 지칭되던 상층의 수요품과 다른 민화의 이러한 묘사 양식은 명말 이래 시장의 수요에 의해 상품으로 대량 생산된 경덕진 민요(民窯) 제품의 도자 문양과도 서로 통한다.
16세기 이후의 경덕진 민요 제품들 가운데 길상적인 문양의 제재들과 공통성도 보이지만, 도형의 변형된 양태나 도안풍의 묘사 양식 등에서 조선 민화와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거북처럼 생긴 학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노송 줄기를 수(壽)자 모양으로 형상화한 민화 <노송도>(도 2)는 17세기 경덕진 민요 청화백자의 소나무 문양의 변형상과 비슷하다(도 3). 화면 하단의 기하학적으로 평면화된 도안풍 괴석의 묘사 양식도 같은 조형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도 4)의 경덕진 민요 청화백자의 산수문에 보이는 도식화된 이빨 모양 치형 돌기의 산형과, 종이를 오려 놓은 것처럼 납작하게 분리된 경물들의 반복된 묘사와 일률적인 나열식 배치 등은 민화 풍의 <금강산도>(도 5)와 유사한 치졸성과 파탈성을 보여준다. 도 6의 산수인물 문양의 산과 수묵, 누각, 인물 등의 양태도 조선 민화 양식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도 7)의 경덕진 민요 청화백자의 문방문에서 볼 수 있는 서안 위에 배치된 꽃병과 필통, 화훼와 소과 등의 구성물과 구성법은 조선 민화의 <책거리도>(도 8)와 공통된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양자 모두 서안을 역원근법으로 묘사한 특징을 지닌다.
민간 화공인 ‘자화공(瓷畵工)’들에 의해 그려진 이들 문양들의 조방하고 파탈적이며 고졸한 화풍은 휘주 출신 행상들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민간 연화와 함께 베트남과 미얀마, 일본 등지로 수출되었다. 경덕진 민요 제품의 경우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서울 등 지역에서 출토되고 있다.⁵⁰⁾
이와 같이 조선 후기부터 기복호사 풍조의 만연에 따라 범람하기 시작하여 1930년대까지 활발하게 제작된 민화에 대해서는 기존의 내셔널리즘과 모더니즘과 같은 근대적 이데올로기의 시선에서 벗어나, 고대의 주술·상서적 미술 전통과 주거 치장 풍습 및 궁화와 범동아시아적 민간 양식과의 관계를 통해 그 실상을 파악하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민화의 생산 및 유통 구조에 대한 천착과 함께 지역성과 소비층에 따른 도상 및 양식의 변화와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도 더욱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48) 朴珪壽, 『瓛齋集』권1, 「王母醮祠圖歌」참조.
49) 宋順鎰, 「繪畫에 對한 一考察」 『동아일보』(1924, 11. 17) 참조.
50)『우리 문화 속의 중국 도자기』(국립 대구박뭉관, 2004) 115쪽과 김영원, 「한반도 출토 중국 도자」148쪽 참조.

단행본
『중종실록』『광해군일기』『승정원일기』(숙종, 정조)『비변사등록』(영조)
南泰膺, 『聽竹漫錄』
朴珪壽, 『瓛齋集』
朴承任, 『嘯皐集』
成俔, 『慵齋叢話』
申暻, 『直菴集』
柳得恭, 『冷齋集』
柳晩恭, 『歲時風謠』
兪漢雋, 『自著』
李圭景, 『五洲衍文長箋散稿』
李奎象, 『一夢稿』
李穀, 『稼亭先生文集』
李德懋, 『靑莊館全書』
李穡, 『牧隱詩藁』
趙雲從, 『勉菴遺稿』
洪錫謨, 『東國歲時記

논문
권민경, 「조선말기 민화의 고사인물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8
김선정, 「조선후기 百子圖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1
김윤정, 「조선후기 歲畵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2
박근아, 「한국 근대기 인쇄 병풍화와 민화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9
박심은, 「조선시대 책가도의 기원 연구」 한국학대학원 석사논문, 2002
윤열수, 『민화이야기』 디자인하우스, 1995
윤열수, 「문자도를 통해 본 민화의 지역적 특성과 작가 연구」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논문, 2007
윤희순, 『조선미술사연구- 민족미술에 대한 단상』 서울신문사, 1946
이상현, 「감모여재도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7
이영주, 「조선후기 문자도 연구」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논문, 2003
이태호. 유홍준,『민화 문자도』 동산방화랑, 1988
전경욱, 「탈놀이의 형성에 끼친 나례의 영향」, 『민족문화연구』 28, 1995 199~223쪽
정병모, 「민화와 민간연화」, 『강좌 미술사』 7, 1995, 101~141쪽
홍선표, 『조선시대 회화사론』 문예출판사, 1999
홍선표, 「만력 임진년(1592년)제작의 <호작도>-한국 까치호랑이그림의 원류」, 『동악미술사학』 7, 2005, 239~243쪽
홍선표, 『한국의 전통회화』 이화여대출판부, 2009
洪善杓, 「閭巷の家における繪の裝い」, 『別冊太陽-韓國.朝鮮の繪畫』平凡社, 2008. 11, 152～157쪽
德力富吉郞, 「佛敎版畵から民畵へ」;「日本の民畵﹡大津繪と繪馬」『骨董』讀賣新聞社, 1987, 108~111/ 123~129쪽
信立祥, 『中國漢代畵像石の硏究』 同成社, 1996
Carlo Rossetti, Corea e Coreani(1904)(서울학연구소 역 『꼬레아 꼬레아니』 숲과 나무, 1996
Georges Ducrocq, Purge et Douce Corée(1904)(최미경 역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 눈빛,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