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Ⅰ. 머리말
• Ⅱ. 시가문학에 표현된 소상팔경

1. 소상팔경의 표현 장르 확산
2. 소상팔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

• Ⅲ. 민화 <소상팔경도>와 시가문학의 영향 관계

1.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화면구성의 변화
2. 시가문학에 표현된 모티프의 수용

• Ⅳ. 맺음말

Ⅰ. 머리말

소상팔경은 중국 湖南省에 위치한 동정호와 남쪽 零陵 부근의 瀟水와 湘江이 합류하는 지역을 말하는데, 이곳의 여덟 경관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瀟湘八景圖라고 한다. 이 소상팔경도의 여덟 주제는 平沙落雁, 遠浦歸帆, 山市晴嵐, 江天暮雪, 洞庭秋月, 瀟湘夜雨, 煙寺晩鐘, 漁村夕照로 알려져 있다.¹⁾
소상팔경은 중국 북송대에 화목으로 확립된 후 남송대를 거쳐 원대, 명대, 청대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문학에서 계속 향유되었다.²⁾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明宗代(1171~1197)에 유입된 소상팔경은 시와 그림의 대표적 주제였으며, 이후 조선시대 전 시기에 걸쳐 소상팔경에 대한 향유 문화는 계승되었다.³⁾ 조선시대 소상팔경도는 초기에는 안견파 화풍으로, 중기에는 김명국 등이 명나라 후기절파의 전형적인 산수화풍으로, 또 후기에는 정선과 심사정 등이 남종화풍으로 각 시대에 유행한 산수화풍을 받아들여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또한 조선 후기까지 소상팔경도를 그린 이들은 대부분 문인사대부나 화원이었다. 그러나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소상팔경도를 향유한 계층이 저변화되고, 작자 또한 전문 화가부터 아마추어 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조선 후기 이후부터 소위 ‘민화’로 활발히 제작되었고, 남아 있는 작품 수도 매우 많다.⁴⁾ 이러한 경향은 ‘소상팔경’이 문인사대부들에 의해 詩와 그림으로만 제작되던 양상에서 시가문학 특히, 판소리, 단가, 잡가 등 대중 문학의 여러 장르로 확대되는 양상과 상통한다. 결과적으로 소상팔경의 표현 장르 확산과 장르적 교섭은 민화 소상팔경도의 다양한 제작을 가능하게 한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9세기 후반 이후 전통회화 저변화 양상의 결과로 나타난 민화 소상팔경도에 대해서는 최근 미술사학자들의 민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⁵⁾ 본 연구는 민화 소상팔경도의 제작과 관련하여 조선 후기 이후 시가문학에 표현된 소상팔경을 비교하여 소상팔경의 定型이 어떻게 수용되고 변화되었는지, 그리고 변화된 양상이 그림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는지를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민화에 영향을 끼쳤던 문화현상의 다양성을 함께 짚어봄으로써 민화가 당대의 문화 현상을 읽어내는 중요한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沈括, 『夢溪筆談』 卷17, 「書畵篇」, “度支員外郞宋迪工畵 尤善爲平遠山水 其得意者 有平沙雁落 遠浦帆歸 山市晴嵐 江天暮雪 洞庭秋月 瀟湘夜雨 煙寺晩鐘 漁村夕照 謂之八景 好事者多傳之.”
2) 　남송대 및 원대의 소상팔경도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수 있다. Richard M. Barnhart, “Shining Rivers― Eight Views of the Hsiang and Hiang in Sung Painting”, Processdings of the International on Chinese Art History(Taipei: National Palace Museum, 1991); 송희경, 「중국 남송의 소상팔경도와 그 연원 연구」(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1993); 송희경, 「南宋의 소상팔경도에 대한 연구」, 『미술사학연구』 205(한국미술사학회, 1995), pp.49~84.
3) 　소상팔경도에 대해서는 안휘준의 연구 논문이 대표적이다. 안휘준, 「한국의 소상팔경도」, 『한국회화의 전통』(문예출판사, 1988), pp.162~249; 「겸재 정선(1676~1759)의 소상팔경도」, 『미술사논단』 20(한국미술연구소, 2005), pp.7~48. 소상팔경에 대해서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문학과 음악 등의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각 분야에서 연구된 많은 자료는 다음의 책에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전경원, 『瀟湘八景 – 동아시아의 시와 그림』(건국대학교출판부, 2007), pp.31~55.
4) 　민화에 대해서는 제작자와 향유 계층, 그리고 용어 자체에 대한 정의 등 여러 가지 제반 문제들이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민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논지를 진행하고자 한다.
5) 　고연희, 「소상팔경, 고려와 조선의 詩·畵에 나타나는 受容史」, 『동방학』 8집(한서대학교 동양고전연구소, 2002), pp.217~243; 고연희, 『조선시대 산수화, 아름다운 필묵의 정신사』(돌베개, 2007), pp.320 ~329; 정병모, 「민화 소상팔경도에 나타난 전통과 혁신」, 『강좌미술사』 40(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13), pp.95~124.

Ⅱ. 시가문학에 표현된 소상팔경

1. 소상팔경의 표현 장르 확산

앞서 언급했듯이 소상팔경은 고려에 유입된 이래 조선시대까지 왕실과 문인사대부들에게 詩畵 제작의 주제로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조선 후기 이후로 내려오면서 판소리나 단가, 잡가 등 시가문학의 소재가 되어 연행 문화의 중심에 들어가기도 하고, 설화, 판소리계 소설, 고소설, 종교 경전 등 독서물의 소재가 되는 등 그 표현 장르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소상팔경의 표현 장르 확산이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은 있었지만, 그림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다.⁶⁾ 따라서 본 논문은 먼저 소상팔경을 표현한 시가문학을 살펴보고, 시가문학과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의 관련성을 짚어보겠다.
소상팔경이 시가문학 특히 국문시가에서 다루어진 것은 16세기 李後白(1520∼1578)의 <瀟湘八景歌詞>가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송시열이 쓴 「행장」(1686, 숙종 12년 찬)에는 “(이후백이) 일찍이 瀟湘八景歌詞를 지었는데 서울에 전파되어 여러 악부에 이르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명성이 더욱 퍼져 서울의 문사들이 모두 그가 오기를 기다렸는데 이 때 나이가 16세였다”고 되어 있다. 이 기록은 이후백이 <소상팔경가사>를 지었다는 것과 ‘소상팔경가사’라는 명칭의 노래로 가창되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여러 악부에 수록되었다는 사실에서 이 노래가 당시 서울에도 전파되어 널리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는 8연의 연시조로 지어졌는데 소제목은 따로 없이 시만 나열되어 있다.⁹⁾ 이 시조에 표현된 소상팔경은 地名을 통해서 소상야우와 동정추월 정도만 알 수 있고, 그 외에는 내용을 통해 화면 속에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는 평사낙안과 원포귀범 정도만 짐작 가능하다.¹⁰⁾ 또한 이후백이 지었다는 시조는 후대에 정리되거나 모아진 작품이기 때문에 이후 가객들에 의해 가곡이 성창되면서 정리된 작품, 즉 형태면에서는 오늘날의 시조와는 다소 달랐을 수 있다. 그러나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는 조선 후기 이후 활발하게 전개되던 <소상팔경가>라는 詩歌문학의 형성에 그 영향력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안민영의 『金玉叢部』에서 利川의 歌娥 금향선이 시조창으로 불렀다는 ‘蒼梧山崩湘水絶之句’는 舜임금의 창오산 붕어와 二妃의 소상강 순절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¹¹⁾ 이는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 중 “蒼梧山 皇帝魂이 구름조차 瀟湘에 려 夜半에 흘너드러 竹間雨 되온 은 二妃의 千年涙痕을 못내 시서 흠이라(瀟湘夜雨)”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의 향유는 시조보다 단가나 잡가 등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졌다. 단가나 잡가에서 가창가의 단독 더늠으로 <소상팔경가>가 불렸으며¹²⁾, 판소리 <춘향가>·<심청가>·<수궁가> 등에는 아름다운 산수 공간의 대표적 이미지로 소상팔경이 한 대목씩 삽입되어 있다.
가사 형식으로 알려진 <소상팔경가>는 대체로 팔경을 주제로 내용을 병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노래와 소상팔경의 몇 가지 경이 하나의 가사체 노래에 삽입되어 있는 경우의 두 가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¹³⁾ 다음은 1940년에 간행된 『조선창극사』에 수록된 정춘풍의 더늠 <소상팔경가>이며, 팔경을 병렬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노래이다.

一. 산악이 潛形하고 음풍이 怒號하여 수면에 듣는 소리 千兵萬馬 서로 맞아 鐵騎刀創이었는 듯, 첨하 끝에 급한 형서 백척폭포 쏘아오고 대숲을 흩뿌릴제 皇英의 깊은 한을 잎잎이 호소하니 <瀟湘夜雨>라 하는데요.
二. 七百平湖 맑은 물은 上下天光이 푸르렀다. 얼음바퀴 문득 솟아 중천에 배회하니 桂宮姮娥 丹粧할 제 새 거울을 열어논 듯 적막한 魚龍들은 勢를 얻어 출몰하고, 楓林에 歸鴉들은 빛을 놀라 사라지니 <洞庭秋月>이 이 아니냐.
三. 煙波萬頃은 하늘에 닿았는데 오고가는 商賈船은 순풍에 돛을 달아 북을 둥둥 울리면서 어기야더기야 저어갈 제, 보아 알진 못하여도 다만 앞에 섯던 산이 문득 뒤로 옮아 가니 <遠浦歸帆>이 이 아니냐.
四. 水明沙明兩峠苔에 不勝淸怨卻飛來라. 날아오는 저 기러기 갈순 하나를 입에다 물고 일점이점 점점마다 행렬지어 떨어지니 <平沙落雁>이 이 아니냐.
五. 隔峠漁村兩三家에 밥 짓는 연기 일고, 返照入江飜石壁은 거울낯을 열어논 듯 罷釣歸來 배를 매고 柳橋邊에 술을 사니, 송림에 던진 새는 지는 해를 세월 울고 碧波에 뛰는 고기 비낀 볕 맞아 노니 <漁村落照>이 아니냐.
六. 천지자국 紛紛霏霏 내리는 양은 粉蝶이 싸우는 듯 委曲한 늙은 가지 玉龍이 서려 있 고, 기괴한 성낸 바위 鹽虎 엎쳤는 듯 강산이 변화하여 은세계를 지었으니 <江天暮雪>이 이 아니냐.
七. 淸淡한 새 얼굴은 가는 구름 머무는 듯 奏川에 고운 깁 스무 자 벌여 있고 농사농수 뵈일 적에 <山市晴嵐> 구경하고.
八. 萬里靑山이요, 一片孤城이라. 달 떨어지자 가마귀 가옥가옥 서리 가득한 하늘에 난데 없는 쇠북소리 客船에 뎅뎅 울려오니 <寒寺暮鍾>이 이 아니냐.¹⁴⁾

이 <소상팔경가>는 소상야우, 동정추월, 원포귀범, 평사낙안, 어촌낙조, 강천모설, 산시청람, 한사모종을 주제로 여덟 가지 경치를 노래하고 있다. 이 더늠을 부른 정춘풍은 고종대에 활동한 인물로 대원군과도 교류가 있었다. 원래 儒家에서 생장하여 進士科에 오른 만큼 한학의 조예가 상당하고, 판소리에 대한 이론에도 해박하였다고 한다.¹⁵⁾ <소상팔경가>는 비록 대중적인 여항 음악으로 불러졌으나 가사 내용은 사대부층에 의해 형성된 문학적 관습에서 영향을 받아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형성 시기는 정춘풍의 활동시기를 고려해보면 늦어도 19세기 중반이거나 그 이전이었을 것이다.¹⁶⁾
그리고 20세기 초반에 출판된 잡가집에도 거의 소상팔경가가 수록되어 있다. 이 잡가집들은 대중적으로 불린 노래를 정리하여 출판한 것이다.¹⁷⁾ 이들은 당시에 매우 인기 있었던 출판물이었으며 이를 통해 잡가로 불린 소상팔경가의 유행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¹⁸⁾ 정재호가 정리한 『한국잡가전집』에는 모두 21권의 잡가집이 있는데, 소상팔경이 수록된 것은 총 15권이다.¹⁹⁾ 그 중 1916년에 발행된 『특별대증보신구잡가』(唯一書館, 1916)의 표지(도 1)에는 소상팔경병풍으로 꾸며진 유흥가의 모습이 실려 있어 소상팔경도의 수요와 용도가 변화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 <악양루가>에도 소상팔경이 노래 가사에 들어가 있다.

“…… 洞庭湖 七百里의 八景이 드러시니 平沙에 落雁에 落雁이요 遠浦의 歸帆니라. 山市晴嵐 一世予요 煙寺暮鐘 數聲이라. 暮雪江村 獨釣하고 落照岩畔 醉歸니 瀟湘雨 洞庭月은 눌 爲하여 삼겨넌고, 江山의 無限景를 錦囊에 담고 나마 一葉艇 비러내여 차도록 드니, 두어라 江山風月은 閒者 主니 岳陽樓上 數曲長歌 歸去來라.”²⁰⁾

악양루에 올라 내려다본 곳의 풍광을 노래한 이 곡에 소상팔경의 일부 주제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또한 민요 <방아타령>²¹⁾ 등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노래에도 소상팔경이 들어가 있는데, 한결같이 소상팔경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이고 소상팔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말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소상팔경은 전통적인 한시와 회화의 소재에서 조선 후기 이후 시조, 단가, 판소리, 잡가, 민요 등 대중적인 가사문학으로 그 표현 장르가 확산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2. 소상팔경에 대한 인식의 변화

漢詩에서 소상팔경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예술적 표현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대부분의 한시 소상팔경은 題畵詩 형식으로 창작되어 독자의 시각이 관여하여 감각적 인상 또는 심상으로 재현된다. 특히 한시나 그림에서 보여지는 소상팔경의 풍경은 양식화되어 작가의 의식 속에 일종의 표상으로 존재한다.²²⁾
그런데 시조에 표현된 소상팔경은 이제까지의 관념적 산수 이미지 표현에서 풍류를 즐길 수 있는 遊戱的 공간으로 인식하는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다.

蛾眉山月 半輪秋와 赤壁江上 無限景을
蘇東坡 李謫仙이 놀고 남겨 두온 뜻은
후세에 英雄豪傑도 놀고 가게 하미라.

이 유희적 공간은 이백과 소식 등이 놀던 곳이며, 작자 역시 그 곳에서 놀만하다는 호기를 드러내고 있다.²³⁾ 시조에서 표현한 소상팔경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점차 판소리나 단가에서 가창가들의 음성을 통해 독자들이 청각으로 이미지를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되었다. 다음은 『樂府』에 실린 소상팔경가의 일부이다.

산학이 대명하고 음풍이 로호하야 슈변에 우난 새 난 쳔병만마 셔로 마자 긔도창 이엇난 듯 하 뜻헤 급형셰난 백쳑폭포 쏘아오고 대슈풀 훗뿌릴 졔 황영의 깁흔 한을 닙닙히 호소하니 <소상야우>라 하난 대요

칠평호 맑은 물은 상하텬광이 푸르럿다 구름 밧게 문득 소사 즁텬에 배회하니 계궁항아 단쟝하고 새 거울을 여럿난대 젹막한 어옹들은 셰를 어더 츌몰하고 풍림에 귀아들은 빗츨 놀라 사라지니 <동쳥츄월>이 아니냐.²⁴⁾

가사 내용을 보면, 가창가들은 청자에게 소상팔경의 이미지를 직설적으로 강하게 표현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소상팔경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를 단번에 알아차리도록 노래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가문학에 표현된 소상팔경은 한시와는 비교될 정도로 대담하고 과장된 언어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가>는 이미 알려진 8경만을 주제로 다루지 않고 소상팔경을 표현하는 새로운 주제들이 생성되었다. 앞서 살펴본 정춘풍의 더늠 <소상팔경가>는 소상야우, 동정추월, 원포귀범, 평사낙안, 어촌낙조, 강천모설, 산시청람, 한사모종을 주제로 여덟 가지 경치를 노래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연사모종’은 ‘한사모종’으로 변모되어 불렸다.
20세 초에 출판된 잡가집에도 이러한 변화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재호가 정리한 『한국잡가전집』에 보면, 『증보신구잡가』(漢城書館, 1915), 『고금잡가편』(新舊書林, 1915), 『무쌍신구잡가』(新舊書林,1915), 『신구유행잡가』(新明書林, 1915), 『신찬고금잡가』(大昌書館, 1916), 『특별대증보신구잡가』(唯一書館, 1916), 『증보신구시행잡가』(新舊書林, 1916), 『현행일선잡가』(五星書館, 1916), 『시행증보해동잡가』(新明書林, 1917), 『조선속가(朝鮮新舊雜歌)』(博文書館, 1921), 『가곡보감』(城劵番, 1928)에는 8경 중 ‘연사모종’이 ‘황릉애원’으로 바뀌어 있다. 『선정조선가요집』(朝鮮歌詩硏究社, 1931)은 앞서 출판된 가사집들과 달리 정춘풍의 더늠 <소상팔경가>처럼 한사모종이 포함된 8경으로 수록되어 있다.⁷⁾ 특히 다른 가집들에는 단가나 잡가로 항목에 들어가 있는데, 『선정조선가요집』에는 판소리 <심청전>의 내용 중 ‘소상팔경 – 범피중류 떠나갈제…’라는 항목에 들어가 있다.²⁵⁾²⁶⁾ 이러한 현상들은 ‘소상팔경’이라는 8경의 주제가 아름다운 산수의 고유명사처럼 관념화되어서 변화되지 않고 그 전통을 유지하던 상황에서 시가문학으로 표현 장르가 확대되면서 고정되어 있던 주제가 변모되어 소상팔경의 개념이 확장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소상팔경은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위안의 장소로도 인식되었던 것 같다.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은 인당수에 몸을 던지기 전에 “셔름을 못이긔여 한 곳 넌짓 바라보니, 이난 쇼상팔경이라. 셜운 의 구경할 마음이 잇실고만난, 슈심을 도어랴고 眼界예 어리여셔 希貴 경이엿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중국에 있다는 아름다운 소상의 팔경이 죽음을 문턱에 둔 심청이가 마지막에 보고 위안을 받는 장소로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궁가>에서는 별주부의 꾀에 속아 등에 업혀 물속으로 들어간 토끼가 발버둥치며 앙탈하자 “네 이놈아, 아구지 벌리지 마라. 간물 들어가면 간 족는다. 인제 헐 수 없으니 내 등에 업히어서 곳곳이 이르게 구경이나 착실히 해라. 헐 수 없다”라며 죽을 수 밖에 없는 토끼의 운명이 안타까워 별주부가 마지막에 구경이라도 하라고 보여준 곳도 소상팔경이었다.
이상과 같이 시가문학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소상팔경은 한시에서 표현되었던 관념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현실에서 놀만한 유희의 공간이며, 현실의 고통과는 거리가 먼 곳, 그래서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곳이었다. 즉 시가문학에서 그려지는 소상팔경은 한시에서 읊었던 관념적 이상향에서 소망을 담아내어 표현한 현실적 공간으로 인식이 변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상팔경은 한시에서 시가문학으로 표현 장르가 확대되면서 이전보다 오히려 대중들에게 심리적으로 가까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7) 　 『靑蓮集』 「靑蓮先生李公行狀」, “嘗作瀟湘八景歌詞 傳播京中 或騰諸樂府 自題聲名益振 京師文士 皆遲其至時年十六矣”, (한국고전종합DB); 김신중, 「소상팔경가의 관습시적 성격」, 『고시가연구』 5(한국고시가문학회, 1998), pp.137~141.
8)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에 대해서는 김신중, 앞의 논문; 정용수, 「이후백의 소상팔경가 변증」, 『문화전통논집』 창간호(경성대학교부설 한국학연구소, 1993), pp.419~433; 고연희, 앞의 논문; 김인숙, 「소상팔경의 한국전통성악사적 전개」, 『한국문학과 예술』 제13집(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2014) 등이 있다. 이후백이 지은 시조 <소상팔경가사>는 단형시가 아닌 8수의 연작시이다. 그런데 조선후기에 나타난 현전 시조집들을 보면 <소상팔경가>는 완결된 하나의 연시조 형태의 8수가 아니고 각기 다른 각 편의 시조이거나 2, 3편 정도의 서로 다른 단형시조를 묶어서 <소상팔경가>라고 한다. 때문에 현재 전하는 작품 8수를 모두 15세의 이후백이 지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의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논문 참조. 정용수, 앞의 논문, pp.419~434.
9) 심재완, 『역대시조전서』(세종문화사, 1972) 참조.
10) 정운채, 「소상팔경을 노래한 시조와 한시에서의 景의 성격」, 『국어교육』 79·80합집(한국국어교육연구회, 1992), pp.255~276.
11) 安玟英, 『金玉叢部』 제157번. 김신중, 앞의 논문, 주) 24.
12) 더늠은 판소리에서 판소리꾼이 자신의 역량으로 노래한 소리대목이 유명해져 여러 가창가들이 따라 부르게 된 것을 이른다.
13) 하나의 가사체 노래에 삽입된 소상팔경가는 사실적 서경성에서 관념적 서정화의 성격 변화를 수반하는 내용으로 <瀟湘夜雨>만이 강조되고, 나머지 7경에 대한 언급은 직접 문면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내용면으로 보면 순임금과 二妃처럼 강물에 빠져죽은 ‘屈三閭’와 ‘仵子胥’의 충혼 어린 고사를 곁들여서 승경의 즐거운 완상보다는 二妃의 죽음을 애도하는데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신중, 앞의 논문, pp.9~12.
14) <瀟湘八景歌>의 내용은 宋萬甲 倣唱이다. 鄭春風에 대해서는 정노식, 『朝鮮唱劇史』(復刻本)(東文選, 1994년 초판발행), pp.96~99.(鄭魯湜, 朝鮮唱劇史(朝鮮日報出版部, 1940), pp.75~76 재인용.)
15) 정노식, 앞의 책, pp.74~75.
16) 김신중, 앞의 논문, pp.22~23.
17) “書冊肆는 어떠한가? 機種의 漢學이 노혓슬 뿐이오. 幾百種의 新小說이 羅列하얏슬 뿐이다. 그러고는 俗歌集 몃 冊과 남의 입내 내듯한 雜誌 몃 冊이 노혓슬 뿐이다. … 집집 방방에 新小說, 俗歌集은 만히 노혀잇다. 이러한지라 男女老少의 입과 입에는 小說 외는 소리뿐이다. … 방구석에 업드려 雜歌나 불으고 春香傳 沈淸傳 新舊小說이나 외이는 것이 그것이 할 일이겟습니까. …”(朴達成, 「京城兄弟에게 歎願합니다!!-大京城을 建設키 爲하야-」, 『개벽』 21호(1922. 3.1); 고은지, 「20세기 전반 소통매체의 다양화와 잡가의 존재 양상-잡가집과 유성기 음반을 중심으로-」, 『근대적 문학의 근대적 변모 양상』(보고사, 2012), p.181, 주) 9 재인용.)
이상의 내용은 잡가집의 실제 소통 현황을 알 수 있게 하는 자료이며, 이를 통해 잡가집에 수록된 소상팔경가가 남녀노소에게 잘 알려진 노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 “조선에서 제일 만히 팔니는 冊이 무엇이냐 하면 亦是 玉篇과 春香傳이라 서울에 都賣商들로 組織된 都賣商組合이 잇는데 이 方面의 調査에 依하면 玉篇이 一年間 二萬卷, 春香傳 一年間 七萬卷, 沈淸傳 一年間 六萬卷, 洪吉童傳 一年間 四萬五千卷, 雜歌冊 一年間 一萬卷 等等이라 한다. … 그러면 이 冊들은 엇든 機關을 通하야 흐터지는가 하면 오로지 시골 장거리에서 장터로 도라다니며 파는 봇찜장사 一千五百名 손으로 販賣되고 잇다한다.”(「玉篇과 春香傳 第一」, 『삼천리』(1935. 6)], 고은지, 앞의 논문, pp.180~181, 주) 8 재인용.)
19) 정재호 편저, 『한국잡가전집』(서울 계명문화사, 1984) 참조.
20) 이용기 편, 『樂府』(고려대소장본)(고려대민족문화연구소, 1992), p.194.
21) 이용기 편, 앞의 책, p.500.
22) 이형대, 「소상팔경의 변용과 시적 인식 – 판소리 단가 <소상팔경>을 중심으로」,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 제5차 국제학술대회』(2008. 4), p.435.
23) 고연희, 앞의 논문, pp.225~227.
24) 이용기 편, 앞의 책, p.191.
25) 「選精朝鮮歌謠集」(조선가요연구사 편, 1931)의 단가 소상팔경도는 음반으로 발매되기도 하였다고 한다.(콜롬비아 40028로 발매). 朝鮮歌謠硏究社 編, 「選精朝鮮歌謠集」(정재호 편저, 『한국잡가전집』 4, 서울 啓明文化社, 1984), pp.320~321.
26) 판소리 사설과 단가 등의 이본에 따른 소상팔경의 새로운 주제와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출처
신재효본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원포귀범	④평사낙안	⑤강천모설	⑥산시청람	⑦어촌낙조	⑧연사모종
김종철본 (심청가)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원포귀범	④평사낙안	⑤강천모설	⑥산시청람	⑦어촌낙조	⑧한사모종
조선창극사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원포귀범	④평사낙안	⑥산시청람	⑦어촌낙조	⑤강천모설	⑧한사모종
가요집성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원포귀범	④평사낙안	⑦어촌낙조	⑧연사모종	⑥산시청람	⑤황릉애원
완판71장 (심청가)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원포귀범	⑥산시청람	⑤창오모운	⑦황릉이원	④무산낙조	⑧한사모종
박봉술 (수궁가)	①소상야우	②동정추월	③창오모운	④황릉애원	⑦무산낙조	⑧한사모종	⑥평사낙안	⑤원포귀범

Ⅲ. 민화 <소상팔경도>와 시가문학의 영향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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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상팔경도의 주제와 화면구성의 변화

전통화단에서 밀려난 소상팔경도가 민화 소상팔경도로 많은 수가 제작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따라서 전통화단에서는 거의 그려지지 않은 소상팔경이 민화 소상팔경도로 제작된 배경이 무엇인지 앞의 Ⅱ장에서 살펴보았다. 필자는 민화 소상팔경도의 제작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소상팔경 주제가 시가문학의 표현 장르로 확산된 현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시가문학에서 나타난 소상팔경의 새로운 주제가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소상팔경도는 산시청람, 연사모종, 어촌낙조, 평사낙안, 동정추월, 소상야우, 강천모설 등 전통적인 8개의 주제로 거의 변화되지 않고 제작되었다. 보통 <소상팔경도>의 화면구성은 봄철 아침나절의 山市를 표현한 ‘산시청람’을 시작으로 해서 겨울 저녁의 ‘강천모설’을 마지막 순서로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²⁷⁾(도 2)
현존하는 민화 <소상팔경도>는 대체로 병풍 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 많으며, 병풍이 해체되어 낱폭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림들은 화제가 적혀 있어 소상팔경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가 하면, 그림의 내용으로 보아 소상팔경임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량은 매우 많은 편이다. 현재 전하는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확인되는 주제는 이상의 8가지 이외에도 瀟湘斑竹, 瀟湘竹林, 竹祠夜雨, 皇陵夜雨, 蒼梧暮雲, 蒼梧暮煙, 蒼梧暮鐘, 寒寺暮鍾, 黃陵啼鵑, 江村暮雪, 江都暮雪이 있다.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소상팔경의 주제가 확대되면서 가장 많이 그려진 것은 ‘한사모종’이다. 한사모종은 연사모종 대신에 들어간 소상팔경의 주제인데, 앞서 『조선창극사』에 실린 정춘풍의 판소리 더늠 <소상팔경가>에서 ‘연사모종’이 ‘한사모종’으로 변화되어 불려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추정된다.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한사모종도>를 그린 작품은 16점 정도가 확인되는데, 필자가 확인하지 못한 작품을 생각하면 그 수는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도 3)를 살펴보자. 이 작품은 평사낙안, 한사모종, 강촌모설, 동정추월, 소상야우, 산시청람, 원포귀범, 어촌낙조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사모종 대신에 한사모종이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은 거친 필치로 수묵으로만 경물이 묘사되었는데, 화면 가운데에 주제의 중심 모티프가 설명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한사모종도>(도 4)의 경우 화면 중심에 사찰을 향해가는 인물들과 인물이 향한 절의 鐘樓에 鐘과 木魚가 매달린 모습은 주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이는 깊은 산 속에 안개와 나무 등으로 가려진 사찰의 지붕만 보이게 그려서 주제를 암시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이전의 <연사모종도>(도 2)와 매우 비교되는 표현 방법이다. 즉 민화 <한사모종도>는 보다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경물을 묘사하여 그림을 현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저녁 해질 무렵 한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주제인 ‘한사모종’이, 짙은 안개에 싸인 절에서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가 주제인 ‘연사모종’보다 더 구체적이고 이해하기가 쉽다. 때문에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연사모종 대신 한사모종을 선택하여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 한사모종은 당나라의 시인 張繼(?~779년경)의 시 「楓橋夜泊」²⁸⁾의 두 구절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춘풍의 더늠의 내용을 보면, “萬里靑山이요, 一片孤城이라. 달 떨어지자 가마귀 가옥가옥 서리 가득한 하늘에 난데없는 쇠북소리 客船에 뎅뎅 울려오니 <寒寺暮鍾>이 이 아니냐”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그리고 판소리 <심청가>에서 소상팔경을 읊은 사설 “망망 滄浪요, 탕탕 물결이라. …… 黃鶴樓 當到니 日暮鄕關何處是오, 煙波江上使人愁는 崔灝의 遺蹟이라. 鳳凰坮를 다다르니 三山半落靑天外요, 二水中分白鷺洲는 李太白의 노든 라. 尋陽江 도라드니 白樂天一去後後의 琵琶聲이 어지고, 赤壁江을 그져갈랴. 蘇東坡의 노던 風月 依舊여 잇다만은 曺孟德의 一世之雄 而今의 安在哉오. 月落烏啼 집푼 밤의 姑蘇城外의 를 니 寒山寺 쇠북쇼리 客船의 러진다”²⁹⁾에도 한시에서 차용된 가사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처럼 판소리의 사설 등은 종종 유명한 시인들의 싯구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판소리의 품격을 높이고 소상팔경의 아름다운 경치를 멋지게 표현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에는 張繼(?~ 779년경)의 시 <楓橋夜泊>의 두 구절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을 그린 <한사모종도>(도 5)가 1폭 들어가 있다.³⁰⁾ 이 <소상팔경도>는 연사모종, 장계의 시 <풍교야박>, 어촌석조, 원포귀범, 소상야우, 평사낙안, 동정추월, 강천모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경우는 연사모종 대신 한사모종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산시청람 대신에 장계의 시 <풍교야박>을 화제로 한 시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장계의 시 <풍교야박>을 화제로 그린 작품이 주로 한사모종을 그리고 있는 점에서 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이 <소상팔경도>는 산시청람이 빠지고, 연사모종과 한사모종이 그려진 것으로 생각된다.
한사모종은 조선후기 이전에 그려진 전통 소상팔경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주제였는데, 최근 연구에서 한사모종을 주제로 한 그림 1폭이 소개되었다.³¹⁾ 작품은 古藍 田琦(1825~1854)의 유존작 중에 전칭작으로 추정되는 소상팔경도 3점 중에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은 각각 <한사모종>, <소상야우>, <동정추월>인데, 작품들은 크기만 조금 다를 뿐 재질과 화풍이 같고 화제의 위치와 필체가 같은 점에서 본래 여덟 폭을 이루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³²⁾ 전기의 전칭작 <한사모종>은 화면 상단에 적힌 제목 ‘寒寺暮鍾’과 함께 판독하기 어려운 인장이 찍혀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화면의 중경 오른쪽에 폭포가 흘러내리고 왼쪽의 산줄기 너머로는 탑과 누각이 보인다. 근경에는 가옥과 나무들이 들어서 있으나 인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언급했듯이 <한사모종>은 <연사모종>의 변형으로 보이며, 전통산수화에서 발견된 예는 전기의 작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기가 생존했던 시기는 판소리 등의 연행 문화가 활발하게 전개되던 때이고, 그가 장계의 시에서 유래한 <한사모종도>를 그렸다는 것은 민화 <한사모종도>도 결국 전통 산수화의 영향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는 점을 알려준다 하겠다.
다음으로 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 민화 <소상팔경도>(도 6)를 보면, 한사모종, 산시청람, 어촌낙조, 원포귀범, 죽사야우, 평사낙안, 동정추월, 강천모설을 화제로 적고 있다. 화제와 함께 작자의 것으로 보이는 ‘浪隱’이란 주문방인이 찍혀있다. 여기서도 앞서 본 작품과 같이 연사모종 대신 한사모종이 들어가 있으며, 소상야우 대신에 ‘竹祠夜雨’라는 화제로 바뀌어 있다. 죽사야우는 순임금과 아황과 여영의 고사에 등장하는 대나무와 관련하여 만들어진 주제로 다른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瀟湘斑竹’이나 ‘瀟湘竹林’ 등을 화제로 적은 그림들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여백을 충분히 살린 화면구성과 소략한 필치로 경물들을 간략하게 그리고 있다. 산과 바위, 나뭇가지는 필선으로 윤곽을 그렸으며 나뭇잎은 바림으로 표현하였다. 습윤한 소상의 경치를 단순한 필치와 옅은 먹의 농담으로 처리하였으며 경물들은 간결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자로 보이는 ‘浪隱’이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필자가 확인한 결과 가회민화박물관과 이영수 소장³³⁾의 작품 중에 ‘浪隱’이 그린 작품이 있어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을 표현하는 과정에 확대 추가된 주제가 민화 소상팔경도에 수용되어 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민화 소상팔경도에는 시가문학의 표현 장르 확산으로 새로운 주제가 유입되면서 화면 구성과 형식이 변화는 작품들도 나타난다. 소상팔경이 판소리에 사설대목으로 들어간 내용 중에 민화 <소상팔경도>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판소리 <심청가>와 20세기 전반에 제작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도 7)를 비교하여 살펴보겠다. 송광록에 의해 알려지게 된 ‘범피중류 나갈 제…’로 시작하는 소상팔경 대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망망茫茫 창해滄海에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요안紅蓼岸에 날아 들고, 삼상三湘의 기러기는 평사平沙에 떨어질제, 요란搖亂한 물결 소리 어적漁笛이 섞였더니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에 수봉 數峯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곡수欸乃聲中萬曲水는 나를 두고 이름이라. 멱락수汨羅水 굴삼려屈三閭는 어복충혼 魚腹忠魂 무양無恙한가. 장사長沙의 가태부賈太傳는 복조 腹鳥만 날아간다. 황학루黃鶴樓 당도當到하니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鄕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灝의 유적遺蹟이요. 봉황대鳳凰臺를 다다르니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靑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는 이태백李太白이 놀던데요, 심양강尋陽江 돌아드니 백락천白樂天이 어디 가서 비파성琵琶聲이 끊쳤는고. 적벽강赤壁江을 그저 가랴. 소동파蘇東坡의 놀던 풍월의구風月依舊하여 있다마는 조맹덕曺孟德의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안의재而今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啼 깊은 밤에 고소성姑蘇城에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 소리 객선客船에 떨어진다. 진회수秦淮水를 건너가니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롱한수월롱사烟籠寒水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더라. 소상강洞庭湖에 들어가니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은 일야건곤日夜乾坤 떠 있는데, 동남東南을 바라보니 오산吳山은 첩첩疊疊이요 초수楚水는 만중萬重이라. 무산巫山에 돋은 달은 동정호洞庭湖에 비치니 무변無邊한 상하천광上下天光 거울 속에 푸르렀다. 황릉묘黃陵廟 적막寂寞한데 두견杜鵑이 슬피 울고, 백운홍수白雲紅樹 깊은 곳에 원숭이 파람하니 외로운 뱃손의 수심愁心 뉘 아니 낙루落淚하리. (신재효본)³⁴⁾

필자가 임의로 표시한 대목은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10폭병풍>의 주제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이 작품은 종이바탕에 인두로 지져 그린 烙畵인데, 소상 8경이 아닌 10경으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1폭부터 살펴보면, 皇陵啼鵑, 漁村落照, 寒寺暮鍾, 遠浦歸帆, 山市晴嵐, 蒼梧暮雲, 平沙落雁, 洞庭秋月, 瀟湘夜雨, 江村暮雪의 순서로 그려져 있다. 화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연사모종이 한사모종으로 바꿔져서 구성된 8폭에 황릉제견과 창오모운 2폭이 추가되어 10폭이 된 것이다. 그런데 황릉제견이라는 화제는 위에서 인용한 대목 중에서 “황릉묘黃陵廟 적막寂寞한데 두견杜鵑이 슬피 울고” 라는 구절과 관련이 있다.³⁵⁾ 또한 이렇게 확대된 주제는 소상팔경이 소상십경으로 화면의 구성 형식에 변화를 주는 요인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소상팔경에서 소상십경으로 확장된 형식의 또 다른 예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도 8)가 있다. 이 작품은 앞서 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를 제작한 낭은이 그린 것이다. 화면 오른쪽의 1폭부터 江深草閣寒, 어촌낙조, 한사모종, 원포귀범, 소상야우, 동정추월, 평사낙안, 산시청람, 강천모설, 雪滿窮巷의 순서로 화제가 적혀 있다. 1폭은 杜甫(712~770)의 詩 <嚴公仲夏枉駕草堂兼攜酒饌>에서 ‘五月江深草閣寒’ 중 ‘江深草閣寒’을 차용하였다.³⁶⁾ 마지막 10폭은 ‘雪滿窮巷’이라고 적혀 있는데, ‘雪滿窮巷 孤松獨立’의 앞 구절을 화제로 적은 것이다. 이는 ‘눈이 가득한 궁벽한 시골에 외로운 소나무가 서 있다’는 내용으로 토정비결에 나오는 경구라고 한다.³⁷⁾ 제7폭인 <평사낙안도>에는 ‘浪隱 戱’라고 작자가 적혀있다. 이 작품은 <소상팔경도> 8폭과 <시의도> 2폭으로 구성된 형식이며, 병풍 뒷면은 글씨병풍으로 이루어진 양면병풍이다. 뒤 글씨병풍의 마지막인 8폭에도 ‘月浪散人 浪隱 □□’(도 9)라고 작자를 밝히고 있다. 민화 <소상팔경도>의 화면 구성에 시의도가 포함되는 것은 시가문학 전반에 유명한 싯구절들이 인용되고, <소상팔경가>의 노래 내용에도 唐詩 등이 상용적으로 불린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 후기 화단에 유행하던 시의도 제작의 영향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화로 그려진 작품도 결국 상층 문화의 영향을 받아왔고, 상층 문화를 따르려는 경향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화보류의 성행과 맞물려 宋代 이후로 王維와 杜甫의 시의도가 많이 그려졌으며, 명대 후기에 비교적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었다.³⁸⁾ 명대 후기의 이러한 시의도 제작 문화는 남종 문인화풍과 함께 조선으로 유입되고 조선후기 화단을 풍미하게 되었다.³⁹⁾ 특히 시의도 제작에 있어서는 당시에 대한 선호도가 대단했다. 18세기의 학자 申景濬(1712~1781)의 문집을 통해 보면, 그 시기의 문인들이 일반적으로 唐詩를 宋詩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唐人은 광경을 즐겨 서술하였다. 그래서 그 시에는 影描가 많다. 宋人은 논의를 즐겨하였다. 그래서 그 시에는 鋪陳이 많다. ……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인은 시를 가지고 시를 지었고, 송인은 문을 가지고 시를 지었다고 생각하여 唐詩가 宋詩보다 훨씬 뛰어나 송시는 당시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⁴⁰⁾

조선시대 규장각 차비대령화원의 녹취재에서 사용된 화제에서도 당시가 비중이 높았다.⁴¹⁾ 조선 후기의 이러한 문화 현상은 시가문학에도 유입되었고 판소리나 단가 등을 불렀던 연행공연에서도 유명한 싯구들을 인용하여 하나의 상용구처럼 노래하였다.⁴²⁾ 연행공연을 통해 귀동냥으로 들은 평민들조차도 ‘나도 시 한수 알지’라며 읊조릴 수 있는 구절이 생겨난 것이다. 민화 <소상팔경도>에 보이는 시들도 당시가 주류를 이루는데, 한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한번쯤 들었을 만큼 유명한 시들이다.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소상팔경도>(도 10)를 살펴보자. 이 <소상팔경도>는 소상팔경 중 어촌낙조, 평사낙안, 동정추월, 강천모설을 그린 4폭과 중국 당나라의 시인들의 시 일부 구절을 차용하여 그린 <시의도> 4폭으로 구성된 것이다. 제1폭은 장계의 시 <풍교야박>⁴³⁾에서 마지막 절인 ‘夜半鐘聲到客船’ 중 마지막 3글자인 ‘到客船’을 화제로 적고 있다. 제5폭은 李白(701~762)의 시 <望廬山瀑布>⁴⁴⁾의 두 번째 구절 ‘遙看瀑布掛長川’ 중 마지막 3글자인 ‘掛長川’을 적으려고 한 것 같다. 그러나 작자가 시를 잘 몰랐던지 ‘掛長天’으로 적고 있다. 또한 마지막 두 폭은 賈島(779~843)의 시 <尋隱者不遇>⁴⁵⁾ 중 첫 구절 ‘松下問童子’와 杜牧의 시 <淸明>⁴⁶⁾의 마지막 구절 ‘牧童遙指杏花村’을 화제로 하였다. 각 폭은 화제를 설명하듯이 묘사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빠르고 간결한 먹선으로 경물을 그렸으며, 집과 나무와 꽃, 바위, 낙조 등에는 채색을 하였다. 특히 <송하문동자>의 경우를 보면 전통 산수화에서 보이는 도상을 이해하고 있었던 작가의 작품임을 알게 해준다. 전통산수화에서 영향을 받았음은 『만고기관첩』에 실린 <송하문답도>(도 11)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민화 병풍만이 아니라 도자기에도 唐詩를 그린 시의도가 소상팔경과 함께 시문되어 있는 작품들이 있다.⁴⁷⁾ 19세기 후반의 것으로 알려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白磁靑畵瀟湘八景文八角硯適>(도 12)을 보자. 팔각의 기면에는 그림과 함께 중국 당나라의 시인 賈島(779~843)의 시 <尋隱者不遇> 중 ‘松下問童子’와 이백의 시 <送張舍人之江東>⁴⁸⁾ 중 ‘張翰江東去’를, 두 싯구 사이에는 ‘洞庭秋月’을 적었다. <백자청화소상팔경문팔각연적>에 그려진 <송하문동자>와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송하문동자>(도 10)의 도상적 특징은 다르지 않다.
다음은 소상팔경도의 작품 순서와 관련하여 시가문학의 영향이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전통 소상팔경도의 경우 산시청람이 거의 첫 부분에, 강천모설이 마지막에 배치되어 병풍으로 꾸며졌다. 그런데 판소리와 단가 등 시가에서 불린 소상팔경은 대체로 <소상야우>를 시작으로 여덟 경치를 읊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소상팔경을 노래할 때, 아름다운 경치의 상징 장소였던 ‘소상’ 지역을 청자에게 분명히 알려 줄 수 있는 소상야우를 앞에 두고 시작하고자 했음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런데 민화에서도 소상팔경 중 소상야우가 첫 부분에 등장하는 작품이 있어 흥미롭다.
개인소장의 <소상팔경효제문자복합병풍>(도 13)은 <효제문자도>와 함께 <소상팔경도>가 한 화면에 구성되어 있는 형식의 작품이다. 일명 <관동효제문자도>라고도 불리는 이 그림은 하단에는 孝·悌·忠·信·禮·義·廉·恥 여덟 글자가, 상단에는 소상야우, 원포귀범, 동정추월, 평사낙안, 어촌낙조, 산시청람, 강천모설, 연사만종의 순서로 소상팔경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각 폭 화면 상단에 화제가 적혀 있다. 하단에 그려진 <효제문자도>는
<소상팔경도>보다 크게 그려져 있으며 관동지방에서 많이 그려진 문자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⁴⁹⁾ 상단의 <소상팔경도>는 전체적으로 각 주제에 맞는 모티브를 충분히 설명적으로 그리고 있으나, 산과 나무, 인물, 가옥 등의 형태 묘사나 화면 구성 등은 매우 조잡하다. 어촌낙조, 강천모설, 연사모종에는 기괴한 형태의 바위가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시가에서 소상야우가 먼저 노래된 것처럼 제1폭에 소상야우를 그리고 있다. 앞에서 밝힌 것과 같이 소상팔경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후 제작된 <소상팔경도>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맞추어 첫 폭에는 산시청람이나 연사모종이, 마지막 폭에는 겨울 저녁의 강천모설을 그리는 전통이 지속되어 왔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러한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의 양상이 시가문학의 영향으로 일부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판소리와 단가 등 시가에서 소상팔경을 노래할 때 ‘소상’이라는 배경 설명을 노래를 듣는 청자에게 분명히 알려 줄 수 있는 소상야우를 앞에 두고 시작하고자 했음이 민화 <소상팔경도>의 화면 구성의 순서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시가문학에서 표현된 소상팔경가와 민화 소상팔경도를 중심으로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민화 소상팔경도에는 전통화단에서 그려진 8개의 주제 이외에 한사모종, 황릉제견, 창오모운, 강도모설 등이 있었다. 이들은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을 표현하면서 새로 추가된 주제였다. 이로 인해 8폭으로 정형화되어 있던 소상팔경도의 형식은 10폭으로 제작되는 등 주제의 변화가 구성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주제가 확장되는 과정에 유명한 싯구절들을 삽입하면서 제작된 시의도가 민화 소상팔경도와 함께 세트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을 노래할 때 소상야우를 처음으로 불렀던 의도가 민화 <소상팔경도>의 화면 구성 순서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2. 시가문학에 표현된 모티프의 수용

판소리 <심청가>에서 심청을 실은 배가 아름다운 곳에 이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소상팔경이었다. 소상팔경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가보고 싶을 만큼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치라는 사실은 시가문학의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곳에는 어떤 이들이 있는 것일까. 민화 <소상팔경도>에는 시가문학에서 우리가 익히 들은, 가장 아름답고 가보고 싶은 소상팔경 지역에 있었다던 고사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앞서 본 이후백의 <소상팔경가사>의 한 부분이다.

蛾眉山月 半輪秋와 赤壁江上 無限景을
蘇東坡 李謫仙이 놀고 남겨 두온 은
후세에 英雄豪傑도 놀고 가게 미라.

소상팔경가사에서 노래된 공간은 이백과 소식 등이 놀던 곳이며, 작자인 자신도 그곳에서 놀아볼 수 있는 영웅호걸로 묘사하기도 했다.⁵⁰⁾ 일본민예관소장 <동정추월도>(도 14)를 보자. 그림은 도식화된 산들과 함께 매우 간략화된 경물들이 3단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 왼쪽 하단에는 주막이 있고, 그 옆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호수에 비친 달을 잡으러 달려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장면은 이백이 호남성에 귀양 갔을 때 숙부 李曄과 동정호 서남쪽 巴陵에서 만나 대취하여 놀았던 모습을 그린 것이다.⁵¹⁾ 술을 좋아했던 이태백이 동정호에서 뱃놀이를 즐기다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은, 가사문학에서 흔히 ‘이태백이 놀던 달’로 표현되던 가사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동정추월도>에는 이백의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없었지만, 민화 소상팔경도에서는 이처럼 시가문학의 영향을 받아 이백이 소상팔경에서 놀던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시조와 판소리에 등장하는 고사 인물 모티프가 민화에 수용된 또 다른 예를 살펴보겠다.

소상팔경 구경차로 황하수로 목욕하고 동정호로 나려 가니 제장 제졸 모은 곳에 풍류 소래 질탕하다. 목자진녈 저 변쾌는 지추체견 장헐시고 오강의 우는 말은 항우 타든 오추마요 기산에 섯는 소는 소부의 소 분명하다. 추월 망야 우넌 달근 맹산군의 달기로다 이화정 짓는 개는 마귀할미 삽살이요 오류촌 당도하니 도연명의 정자로다. 江山 구경을 허자면 몃 날이 될 줄 모르리라.⁵²⁾

위의 시조를 보면, 소상팔경을 구경하려고 모여든 사람들로 항우와 소부, 맹산군, 도연명 등이 등장한다. 또 판소리 <춘향가>의 ‘기산영수’에도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기산 영수(箕山 潁水) 별건곤(別坤乾) 소부(巢父) 허유(許由) 놀고 적벽강 추월야(赤壁江 秋夜月)에 소자첨도 놀았고 채석강 명월야(采石江 明月夜)의 이적선(李謫仙)이도 놀았고 등왕각 봉황대(藤王閣 鳳凰臺) 문장명필의 자취라 내 또한 호협사라 동원도리 편시춘 낸들 어히 허송 헐거나 잔말 말고 일러라.”

이처럼 소상과 동정호에 얽힌 인물들은 시조뿐만 아니라 판소리에도 자주 인용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상팔경은 이미 놀아 볼만한 곳의 대명사로 반복되듯이 불려 졌고, 등장하는 인물들도 역시 지속적으로 소상팔경과 관련된 노래 속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은 민화 소상팔경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남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산수도8폭병풍>(도 15)은 소상팔경과 그 곳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집합체로 화면을 구성한 그림이라 볼 수 있다.⁵³⁾ 대체로 화면 상단에는 소상팔경의 주제 또는 산수를 표현하였으며, 하단에는 고사 인물을 배치하고 있다. 화제가 없어 소상팔경의 주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지만 4폭에 소상야우, 5폭에 동정추월, 7폭에 평사낙안이 그려진 것을 알 수 있다. 하단에 그려진 고사 인물의 모티프를 살펴보면, 1폭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연명(도 16), 2폭에는 위수에서 세상을 낚고 있는 강태공, 3폭에는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4명의 인물인 상산사호가 표현되었다. 5폭의 <동정추월도>에는 앞서 본 일본민예관소장 <동정추월도>(도 14)와 마찬가지로 이태백이 동정호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16)이 묘사되어 있다. 6폭은 賈島(779~843)의 시 <尋隱者不遇> 중 ‘松下問童子’에 등장하는 두 명의 인물을, 마지막 8폭에는 소부와 허유의 고사(도 16)를 그리고 있다. 이 병풍은 소상팔경도에 고사인물을 등장시킨 특이한 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고 이 그림에 등장하는 고사 인물들은 결국 당시 시가문학 등을 통해 대중화되고 계속 노래되던 고사인물들이다.
이상에서 시가문학에 표현된 소상팔경 관련 인물 모티프가 민화 소상팔경도에 수용되어 이전에는 없었던 이백, 소부와 허유, 강태공 등 고사인물들이 그려지는 배경과 현상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시가문학과 민화 소상팔경도의 교섭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27) 　안휘준, 『한국회화의 전통』(문예출판사, 1997), pp.190~197. 다만 조선 후기에 제작된 정선의 소상팔경도의 경우, 첫 번째였던 ‘산시청람’이 두 번째로 밀리고 두 번째였던 ‘연사모종’이 첫 번째로 그려지는 등 약간의 변화가 있기도 했다. 안휘준, 앞의 논문, pp.12~13.
28) 　 李攀龍 編, 『唐詩選』 卷七, 張繼, 「楓橋夜泊」, “月落烏啼霜滿天 달은 지고 까마귀 울며 서리가 하늘에 가득한데/ 江楓漁火對愁眠 강변의 단풍과 고깃배의 불빛에 시름겨워 잠을 청하네/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의/ 夜半鐘聲到客船 한밤의 종소리가 나그네 뱃전까지 들려오네”
29) 　 『심청가 낙장 53장』(김종철 소장본). 소상팔경가의 원문은 배연형, 『판소리 소리책 연구』(동국대출판부, 2008), pp.382~403 참조. 배연형은 소장가 김종철 교수에게 복사본을 제공받아 원문을 실었다고 한다. 주)25 참조.
30) 　 이 <소상팔경도>는 연사모종 대신 한사모종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산시청람 대신 장계의 시 <楓橋夜泊>을 화제로 한 시의도가 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민화 소상팔경도의 경우 장계의 시 <풍교야박>을 화제로 그린 작품이 주로 ‘연사모종’ 대신에 그려진 ‘한사모종’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한사모종도>라고 하였다.
31)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명세서에 <洞庭秋月>은 田琦의 작품으로 명칭이 “洞庭秋月圖”, 등록번호는 덕5320이며 1909년 11월 27일 鈴木銈次郞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또한 <寒寺暮鍾>과 <瀟湘夜雨>는 함께 田琦의 전칭작으로 명칭은 “山水圖”, 등록번호는 덕2155이며 1915년 6월 4일 中西喜久男에게서 구입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작품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에서 자세히 논의되었다. 박해훈, 「조선시대 瀟湘八景圖 연구」(홍익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07), p.230.
32)　 古藍 田琦에 대해서는 성혜영, 「古藍 田琦(1825~1854)의 繪畵와 書藝」(홍익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학위논문, 1994); 성혜영, 「19세기의 中人文化와 古藍 田琦(1825~1854)의 작품세계」, 『미술사연구』 14호(미술사연구회, 2000), pp.137~174.
33)　이영수, 『조선시대의 민화』 5(예맥, 1998), pp.871~878 수록.
34)　 강영주 교주,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全)』(민중서관, 1971), pp.193~195.
35)　 서도민요 <수심가>에도 ‘황릉묘상에 두견이울고 창파록림에 잰나비휘파람하고, 소상야우에 시시때때로 오는비는 아황녀영의눈물이요……’라는 비슷한 구절이 있다. 『무쌍유행신구잡가』(영화출판사, 1958), p.20.
36)　 이 시는 중국 明代와 조선 후기에 제작된 그림의 畵題로도 애호되었는데,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百年地辟柴門逈 평생 외진 곳에 살아 사립문 먼데/ 五月江深草閣寒 오월의 강은 깊고 초가집 쓸쓸하네/ 看弄漁舟移白日 한낮에 고깃배 떠나는 것 바라보노라니/ 老農何有罄交歡 늙은 농부 사귀는 즐거움 다 어디에 있는지”(仇兆鰲 編, 『杜詩詳注』 卷十一, 「嚴公仲夏枉駕草堂兼攜酒饌」).
37)　 토정비결은 1년 열두 달의 신수를 판단하는 術書이다. 조선 후기부터 정월 초승이면 《토정비결》로 그 해 신수를 알아보는 일은 조선 민간의 세시풍경이다. 토정비결의 경구를 화제로 하였다는 것은 이 병풍이 신년 초에 만들어졌음을 짐작케한다.
38) 　 조선시대는 唐宋문학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에 당송시대 작품이 다수 출판되었다. 조선시대에 출간된 시문선집의 현황을 살펴보면, 중종대에 당송 유명시인들의 시를 모은 『韓柳李杜蘇黃詩文』, 정조대에 당송팔대가 선집인 『八子百選』, 『李太白詩』 등등 많은 시선집이 발간되었다. 조선시대 중국 시문학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였다. 김학주, 「조선 간 중국 시문선집을 통해 본 조선인의 문학의식」, 『조선시대 간행 중국문학 관계서 연구』(서울대학교출판부, 2002); 윤재환, 「조선조 시단의 중국 시학 수용 양상 고찰」, 『國文學論集』(단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013), pp.181~214.
39)　 시의도는 古詩의 의미를 화폭에 옮긴 것으로 화면에 쓰여진 시구를 통해 詩畵의 상관관계를 비교적 잘 살펴볼 수 있다. 시의도에 대해서는 다음의 논문이 있다. 박은화, 「明代 後期의 詩意圖에 나타난 詩畵의 相關關係」, 『美術史學硏究』 201호(한국미술사학회, 1994), pp.75~101; 민길홍, 「朝鮮後期 唐詩意圖 硏究」(서울대학교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 고미술사전공 석사학위논문, 2002); 유미나, 「中國詩文을 주제로 한 朝鮮後期 書畵合壁帖 硏究」(동국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05); 배원정, 「明代 文徵明의 文學을 주제로 한 繪畵 硏究」(홍익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동양미술사전공 석사학위논문, 2008); 조인희, 「朝鮮後期 詩意圖 硏究」(동국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2013).
40)　 申景濬, 『旅菴遺稿』, 「詩則」, “唐人喜迷光景故其詩多影描 宋人喜立議論故其詩多鋪陳 ……世之人皆以爲唐人以詩爲詩 宋人以文爲詩 唐固勝於宋 宋固遜於唐” 정민, 『한시미학산책』(솔, 1996), p.71.
41)　강관식, 『조선후기 궁중화원 연구』 상·하(돌베개, 2001).
42) 판소리 사설에는 민요에서부터 전문 분야에 이르는 지식이 담겨있는 상용구들이 있었으며, 여기에는 한시, 한문, 지리지식, 의약지식, 민속지식 등이 있다. 한시문의 경우 한문 서적에 실려 있는 한시구나 한문구, 특정한 행적을 남긴 인물의 지식 등이 있고, 이러한 지식은 사대부 계층이 교양의 차원에서 전유하던 지식이지만 하층 취향의 <홍보가>에도 중국 역사 속 인물들의 행적과 한시문구들이 들어 있는 점은 이미 상층문화가 하층문화로 스며들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할 수 있다. 정충권, 「판소리 사설에 나타난 관용적 지식 담론의 문화적 의미」, 『판소리연구』 제31집(판소리학회, 2011), pp.361~394.
43)　 李攀龍 編, 『唐詩選』 卷七, 張繼, 「楓橋夜泊」, 앞의 주) 26.
44)　 李白, 『李太白詩集』 卷二十, 「望廬山瀑布 二首」, “日照香爐生紫煙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遙看瀑布掛長川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飛流直下三千尺 물줄기 내리쏟아 길이 삼천 자/ 疑是銀河落九天 하늘에서 은하수 쏟아지는가”
45)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 스승님은 약을 캐러 가셨다 하네/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 속에 어딘가 계시겠지만/ 雲深不知處 구름 깊어 어딘지는 알지 못하네”
46) 　 杜牧, 「淸明」,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청명 시절인데 어지러이 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시름겨워 하네/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 술집 주막 어디 있는가 물으니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 김달진 역해, 『唐詩全書』(민음사, 1987).
47) 　 소상팔경은 조선 후기 청화백자의 산수문양으로도 확산되었는데, 소상팔경도가 그려지는 시기는 대체로 18세기 이후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 후기 청화백자에 나타난 산수문양과 관련된 논문은 다음과 같다. 장남원, 「朝鮮時代 後期 白磁의 새로운 傾向」, 『고고미술』 183(한국미술사학회, 1989), pp.29 ~58; 박선경, 「18세기 조선시대 청화백자에 관한 연구」(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논문, 1999); 방병선, 『조선후기 백자 연구』(일지사, 2000), pp.249~269; 정은주, 「朝鮮後期 靑畵白磁 山水文樣의 전개양상」, 『고문화』 69집(한국대학박물관협회, 2007), pp.91~111.
48) 　 李白, 『李太白詩集』, 「送張舍人之江東」, “張翰江東去 장한이 강동으로 떠나는데/ 正値秋風時 마침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네/ 天淸一雁遠 맑은 하늘에 외기러기 멀리 날고/ 海闊孤帆遲 넓은 바다에 외로운 돛단배 천천히 가네/ 白日行欲暮 밝은 해는 저물어 가고/ 滄波杳難期 푸른 파도 아득히 멀어져 돌아올 기약 없네/ 吳洲如見月 가는 오나라에서 저 달을 보거든/ 千里幸相思 천리 멀리 사는 나를 생각해 주오”
49) 　 관동지방의 문자도에 대해서는 윤열수, 「강원도 지역의 민화에 대한 고찰」, 『동악미술사학』 9(동악미술사학회, 2008), pp.7~36.
50) 　 고연희, 앞의 논문, p.225.
51)　 정병모, 앞의 논문, pp.118~119.
52)　 박을수, 『한국시조대사전』(아세아문화사, 1992); 전경원, 앞의 책, p.392.
53)　 이 작품과 거의 유사한 도상을 보이는 작품이 가회민화박물관(작자미상, <산수도> 8폭, 지본수묵, 107×34㎝)에도 소장되어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화면 구성이나 세부 도상의 표현은 영남대학교박물관소장본이 상세하다.

Ⅳ. 맺음말

소상팔경은 중국에서 유입된 고려시대 이후부터 산시청람, 연사모종, 어촌낙조, 평사낙안, 동정추월, 소상야우, 강천모설 등 전통적인 8개의 주제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그림과 시의 주제가 되어왔다. 그런데 조선 후기 이후 소상팔경의 주제가 대중적인 시가문학으로 표현장르가 확산되면서 주제와 내용이 변화되고, 이것이 조선 말기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에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민화 소상팔경도에는 이상의 8가지 이외에도 소상반죽, 소상죽림, 죽사야우, 황릉야우, 창오모운, 창오모연, 창오모종, 한사모종, 황릉제견, 강촌모설, 강도모설 등 새로운 주제가 추가되어 있었다. 이러한 주제의 확대 요인은 시가문학에서 ‘소상팔경’이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주제들이 유입되고 이것이 민화 소상팔경도의 주제로 수용되었다고 생각된다. 둘째, 소상팔경의 주제 확장은 결과적으로 민화 소상팔경도가 8경에서 10경으로 늘어나는 등 형식적 변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소상팔경가는 확장된 주제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당시에 유행하던 유명한 싯구절들을 상용구처럼 받아들였다. 그리고 민화 소상팔경도에도 소상팔경가에 유입된 싯구절이 화제로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민화와 시가문학의 상호 교섭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넷째, 전통 소상팔경도의 경우 산시청람이 거의 첫 부분에 나오지만, 판소리와 단가 등 시가에서 불린 소상팔경은 대체로 소상야우를 시작으로 여덟 경치를 읊고 있다. 그 이유는 소상팔경을 노래할 때, 아름다운 경치의 상징 장소였던 ‘소상’ 지역을 청자에게 분명히 알려 줄 수 있는 주제를 앞에 두려는 의도와 관련된다. 그런데 민화에서도 소상팔경 중 소상야우를 처음에 둔 작품이 있어 소상팔경도의 제작과 시가문학의 영향관계를 찾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가문학에 표현된 고사인물의 모티프가 민화 <소상팔경도>에 수용되어 이전에는 없었던 고사인물들이 그려지는 현상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상의 연구를 통해 필자는 조선 후기 이후 소상팔경의 표현 장르 확산과 장르적 교섭이 민화 소상팔경도 제작을 다양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소상팔경은 문인사대부들에 의해 시와 그림으로만 제작되던 양상에서 조선 후기 이후에 시가문학 특히, 판소리, 단가, 잡가 등 대중문학의 여러 장르로 그 표현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장르적 확산을 통해 소상팔경이라는 하나의 주제는 문화적 교섭을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향유 계층의 폭이 넓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민화 소상팔경도의 활발한 제작 요인을 시가문학으로 확대하여 민화 연구의 폭을 넓혀보고자 하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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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수료
※본 논문은 제17호 동악미술사학회 발행 [동악미술사학] 논문집에 수록된 것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