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채색으로 자연을 담다 – 화조도 초본

도1 화조도 초본,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화조도 초본이다.
몸도 마음도 추워지는 요즘, 따뜻한 봄날을 담은 화조도를 보며 마음의 온기 한 조각 얻어가기를 바란다.

글 이다정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화조도 초본을 살펴보자

이 초본은 가회민화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화조도 초본이다(도1). 이 초본은 유산지에 그려진 그림이며, 초본에 한글로 색채명이 쓰여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60~70년대에 그려진 초본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한지에 배접된 상태로 소장되어 있다. 이 초본의 구성을 살펴보면, 괴석 주변에 모란꽃 가지가 풍성하게 자라나 있고, 괴석 위에는 두 마리의 새가 정답게 앉아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공중에는 두 마리 참새가 모란꽃 쪽을 향해 나란히 날아오고 있다. 따뜻한 봄날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다. 괴석에는 자색과 진녹색, 자황색을 색칠하라는 표시가 있고 백색으로 점을 찍으라는 표시도 되어 있어, 완성된 민화는 바위의 색이 매우 진하게 채색된 화려한 작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도2 도1 부분


초본 속 새는 어떤 새일까

초본의 왼쪽 중앙에는 참새 두 마리가 그려져 있다(도2). 그런데 참새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채색된 상태에서는 참새인지 아닌지 비교적 한눈에 알 수 있다. 참새는 일단 몸 색깔이 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갈색이고, 갈색 깃털에 검은색 무늬가 있다. 민화에서 실제 새와 가장 비슷하게 그린 새를 찾아보라면 참새도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초본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참새처럼 생겼으니까 참새지’라고 하면 좋겠지만, 채색이 없기 때문에 참새라고 주장하기 조금 어렵다. 그래서 참새의 다른 특징을 찾아야 한다. 참새는 볼에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의 둥근 점이 있고, 온몸에 검은색 반점의 무늬가 있다. 부리는 짧고, 꼬리깃도 매우 짧다. 날개깃은 마치 물방울을 아주 길게 늘여놓은 것처럼 그려져 있다. 이 초본 속 새는 참새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어 참새임을 알 수 있는데, 다른 색채명 없이 먹으로 옅게 채색한 것을 볼 수 있다. 색채명이 없는 이유는 이 새가 참새이기 때문에, 다른 색채명을 쓸 필요 없이 참새 고유의 색을 쓰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괴석 위에 앉아있는 새를 자세히 살펴보자. 부리는 짧고, 꼬리깃도 긴 편이 아니며, 다리도 길지 않은 모습이다. 새의 몸에는 각 부분의 색채명이 기록되어 있다. 새의 머리 부분은 남색, 부리는 녹청색, 목 부분은 흰색, 목 부분의 점은 녹색이다. 날개는 남색과 녹색이 번갈아 쓰여 있고, 꼬리깃은 녹색이다. 새의 가슴 부분과 날개 끝부분에는 분색에 적색으로 선을 덧그리라는 의미의 ‘분적덧선’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새의 배는 황색과 백색이 쓰여있다. 전체적으로 화려한 채색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새는 무슨 새일까? 일단 꼬리깃이 짧기 때문에 꿩은 확실히 아니다. 부리가 굽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앵무새도 아니다. 그렇다면 닭일까? 벼슬이 없어서 닭도 아니다. 이 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비둘기다. 그 이유는 몸의 형태가 가장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비둘기 색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비둘기 색은 원래 화려하지 않은데 초본 속 새는 화려하고 짙은 색으로 채색하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는 민화가 장식을 목적으로 제작되기에 실제 형태와는 다르게 화려한 채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들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우리의 마음에 자연을 불러온다. 어수선한 세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나갈 수 없다면, 잠시 민화 속 자연으로 떠나 평안함을 느껴보길 바란다. 우리 민화는 우리 마음에 위안을 주기 위해 그려진 우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다정 |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 학예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원, 가회민화박물관 객원연구원이다.
월간민화 창간호부터 민화 초본에 대한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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