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전역을 매료시킨 ‘한국민화의 힘’

월로비 순회전 (왼쪽부터 민병조 부총영사, 이동옥 문화원장, Pat Reilly 윌로비 시장,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
호주에서 열린 ‘복을 전하는 한국민화전’ 후기

2011년도에 개원한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이나 국립창작스튜디오 출신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개최하며, 한국의 현대 미술을 호주에 소개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대미술만이 아니라 고유의 전통 미술에 대한 호주인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고 느껴 지난해 가회민화박물관과 함께 ‘민화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물론 유명 작가의 산수화 혹은 공예품과 같은 전통 미술 전시를 기획할 수도 있었으나, 보통 사람들의 그림이라는 민화의 특징이 호주인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전통 미술전으로는 가장 먼저 민화전을 선택한 것이었다.

한국민화, 호주로 나들이가다

민화 까지호랑이 속 호랑이우리 한국인들이 복을 기원하기 위해 즐겼던 전통 민화가 가회민화박물관의 도움으로 지난해 호주로 복을 나눠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나왔다.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한국의 전통 민화를 제대로 감상할 기회가 없었던 호주 사람들에게 2013년도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복을 전하는 한국민화전’을 개최하여 호주 땅에 복을 듬뿍 전해주었다. 말하자면 호주 사람들은 그동안 민화를 감상할 수 있는 복이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민화는 우리 문화원에도 큰 복을 가져다주었다. 개원 이래 다양한 한국 미술 전시에도 불구하고 현지의 큰 반향을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던 우리 문화원의 기존 전시와 달리, 민화전은 수많은 관람객들은 물론 호주 현지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을 매료시켰다. 문화원의 한국민화 전시는 현지 미술관에서 초청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복을 전하러 온 민화들은 스스로 그 복을 키우는 능력도 있나 보다. 한국민화의 호주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호주, 이색적인 문화에 열광하다

지난해 2월 20일, 화조도, 어락도, 문자도, 책가도 등 작품 20점을 전시한 ‘복을 전하는 한국민화전’이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개막되었다. 우리는 개막행사에 한국의 세시풍속을 곁들었다. 이것은 호주인들에게 민화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뜻도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화에게 걸맞은 개막행사를 통해 먼 길을 온 한국 전통 민화에 대한 대접의 뜻도 있었다. 호주 관객들에게 땅콩과 사탕이 든 복주머니를 나눠주고 부럼깨기를 같이 했다. 부럼깨기라는 이색적인 풍습에 어리둥절하던 호주인들도 이 풍습이 한 해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한다는 의미를 알게 되자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하며 부럼을 깨기 시작했다. 개막식 종지부에는 한국에서 온 전통 연희단이 신명나게 지신밟기를 한 판 벌이며 복을 기원하고 악귀를 쫓는 민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개막식에 참여한 모든 관객들이 민화 속의 웃는 호랑이와 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돌아갔다. 관객들의 웃음은 다른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왔다. 약 3달간 진행된 전시에 무려 3,1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우리의 민화를 관람하였고 가이드 투어에도 항상 많은 호주인이 동참하였다. 문화원 입구의 빨간 벽과 색이 어울려 더 아름다웠던 ‘모란도’ 병풍이 인기가 좋았고, ‘웃는 호랑이’는 최고의 사진 촬영 모델이었다. 가이드 투어에서 민화 속 꽃, 동물, 물고기의 의미를 전해들은 호주인의 감탄하는 표정도 잊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래서 민화전은 우리 문화원이 진행했던 다른 전시보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더 뜻깊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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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람들, 민화의 매력에 빠지다

민화가 가져온 복은 문화원 전시 이후에 기운을 발했다. 시드니(City of Sydney)가 소재한 뉴사우스웨일즈 주(State of New South Wales) 내 여러 시청 소속 갤러리에서 민화 순회전을 요청해 온 것이다. 문화원이 위치한 시드니 시에서 전시를 마친 민화는 시드니 북쪽, 서울 강동구와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윌로비 시(City of Willoughby)에서 첫 번째 순회전을 가졌다. 비록 시립갤러리가 다소 규모가 작아 모든 작품을 다 옮겨가지 못했지만 2주간의 전시동안 약 500명의 관객이 민화를 관람하였고, 전시기간 중에 특별히 개최한 한국민화워크숍에서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직접 민화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호주인들에게 소개하였다. 두 번째 순회전은 시드니 동쪽에 위치한 맨리 시(City of Manly) 소속 Manly Art Gallery and Museum에서 4주 동안 이어졌다.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써 시드니에 오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지역인 맨리 비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이 미술관은 전 세계의 수많은 관람객이 찾는 아주 유명한 미술관이다. 1930년에 개원하여 호주에서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미술관에서 우리 민화가 초청받아 전시를 열게 되었을 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전시에는 3,200여 명의 관객이 찾아 성황을 이루었다. 민화는 시드니 북쪽, 동쪽에 이어 서쪽의 블랙타운 시청(City of Blacktown)에서 세 번째 순회전을 가지게 되는데, 4주간의 전시에 5,0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민화가 스스로 키운 복은 문화재청에서 허가한 작품의 국외 반출 시기를 연장하며, 정초에 호주로 건너와 연말에야 겨우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닌가 보다. 놀랍게도, 지난해 민화가 가져온 복은 아직도 더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맨리 미술관 등에서의 전시 소식을 접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내 다른 도시에서도 민화전 개최 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문화원과 가회민화박물관은 오는 6월에는 어번 시(City of Auburn)의 시립미술관인 Peacock Gallery에서, 8월에는 펜리스 시(City of Penrith) 소속 Penrith Regional Art Gallery에서 두 차례 추가 순회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민화는 올해도 호주 곳곳에서 복을 만들고 복을 전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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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덩이 민화, 호주에서 더욱 인기 누리길

사실 국외에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일을 하다보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어떤 경우는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쉽지 않은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런데 필자가 우리의 민화전시를 ‘복덩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시드니 인근에서 벌어지는 모든 민화 순회전시가 바로 현지 미술관들이 적극적으로 초청을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경비의 대부분을 이들 미술관들이 부담한다는 점 때문이다. 요즘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케이팝(K-pop)이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은 온 국민을 자랑스럽게 하는데, 우리 민화도 호주에서만큼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셈이다. 또한 필자를 비롯한 문화원의 전 직원들은 타지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한다고 고생하면서 축 늘어졌던 어깨를 ‘복덩이’ 민화전시 덕에 다시 쭉 피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호주에서 민화 전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화가 가진 한국적 고유성(authenticity)과 역사성(historicity) 때문이 아닐까? 웃고 있는 호랑이의 표정이 가진 해학미, 눈이 셋 달린 세눈박이 개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기발함과 상상력 등 한국민화 고유의 특성이 익숙한 유럽식의 회화들이나 중국을 비롯한 전형적인 산수화와는 달리, 신선하며 이색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추상화와 같이 그림 감상이 어렵지도 않거니와, 그림 속에 숨겨진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야 현대를 살아가는 온 세상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한다. 최소 100여 년 전 제작된 작품의 종이와 병풍이 주는 고풍스러움도 오랜 역사를 갖지 못한 호주인의 눈을 매료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스스로 복을 키워 순회전을 가진 한국민화가 내년에는 빅토리아주(State of Victoria)의 주도인 멜번(Melbourne)이나 퀸즐랜드 주(State of Queensland)의 주도인 브리즈번(Brisbane) 등 넓은 호주 땅의 다른 주요 도시에까지 그 복을 키워보길 기대해 본다.

이동옥 주시드니한국문화원장

정부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직 선발 시험을 거쳐 2012년 2월 부임한 이동옥 주시드니한국문화원장은 남다른 의지와 애정으로 다양한 문화외교 활동 이외에 신생 문화원의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 원장은 20년간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공직생활을 수행해 왔으며, 2009년도에는 영국 데본(Devon)에 위치한 University of Exeter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13년도에는 이라는 전문 서적을 저술하여 출판하기도 했다.

 

글 : 이동옥(주시드니한국문화원장)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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