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로 인생과 행복 빚어내는 고선례 작가

“어수룩하지만 친근한 호랑이, 우리와 닮아”

‘민화 스타일’은 민화적 요소를 응용한 다양한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지면이다. 첫 번째 순서로 세라믹 스커프쳐 기법으로 호랑이를 만드는 고선례 작가를 소개한다. 그의 발랄하면서도 엉뚱한 호랑이 작품은 민화의 해학적인 부분과 더불어 우리네 삶과도 일맥상통한다. 강화도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고선례 작가가 빚어낸 호랑이는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정겹고 소탈하다.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를 보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거나, 호랑이 가죽을 벗어 놓고 휴식을 취하는 등 친근한 호랑이의 모습은 보는 이도 덩달아 웃음 짓게 만든다. 과거 고선례 작가가 무게감 있는 호랑이 작품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유분방한 그의 성격 때문인지 맞지 않은 옷을 걸친 듯 결과물이 어색했다고 한다. “제가 만든 호랑이는 무섭기보단 사랑스러워요. 동화 속에 나오는 어눌한 호랑이처럼 쉽게 속기도 하고, 남기는 것 없이 다 퍼주기도 하죠. 제가 힘들 때조차 이 호랑이를 보면 위안이 되는걸요. 사람들도 작품을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습니다.”
외국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CAT!”이라 외친다. 전 세계 가운데 한국처럼 호랑이를 익살스레 표현하는 나라도 드물기에, 작품을 보고 감히(?) 호랑이를 떠올리지 못하고 고양이로 오해한다는 것. 이러한 점에서 고선례 작가의 호랑이는 특유의 해학이 녹아있는 우리 민화와도 맥이 닿아있다. 과거 선조들이 그랬듯 그 역시 벽사와 길상의 의미를 담아, 호랑이 한 쌍을 그리거나 까치를 곁들여 행운의 기운을 함께 빚어냈다. “저에게 호랑이는 ‘호랑이 탈을 쓴 사람’이나 다름없어요. 순수하고, 때론 어리석기도 하며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우리네 삶과 닮았거든요.”

오래된 돌처럼 투박하지만 따뜻한 호랑이

고선례 작가가 호랑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유독 호랑이가 등장하는 동화책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당시에는 고 작가도 작업 초창기였기에 자연스레 아이들이 좋아하는 전래동화 속 호랑이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사실 고 작가는 조각을 전공했지만, 현실적으로 도자기를 전공한 남편이 마련해둔 가마와 조형토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과감히 흙을 굽기 시작했다. “세라믹 스커프쳐(Ceramics Sculpture) 기법을 익히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작품을 손쉽게 입체화하기에 흙만한 소재가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고석古石을 좋아해 석상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고 작가는 작은 작품의 경우 흙으로 빚어내고 큰 작품을 만들 때 항아리를 만들 듯 코일을 쌓아올려 만드는데, 전체적인 형태를 고려하여 밑에서부터 모양을 만들어 나간다. 형태가 완성된 이후에는 석상과 같은 투박한 표면을 표현하기 위해 유약처리는 하지 않고 가마에서 3일간 구워낸다. 처음에는 화력에 견디는 흙의 두께에 대해 감이 잡히질 않아, 작업물을 여러 번 터뜨리기도 했으나 데이터를 차츰 축적해나가며 그만의 방식을 찾았다.
해를 거듭하며 고 작가의 호랑이들 역시 크기와 테마가 꾸준히 변했는데, 최근에는 그 모습이 차츰 간소화되는 추세다. “요즘에는 최소한의 작업으로 호랑이를 표현하도록 가지치기를 하고 있어요. 온전한 호랑이의 형상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첫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말이죠. 이 작업이 간단해 보여도, 오히려 어렵더라구요.”

성장을 위한 성찰의 시간

매해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며 부지런히 활동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50세가 된 현재, 일부러 아무런 일정도 계획하지 않았다.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고민하기 위함이다. 향후 목표에 대한 대답에서 그의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작가로서 용케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스스로 묻곤 하지만 시원한 답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현명해지고 싶은 마음, 그뿐이에요.” 작품을 오랫동안 만들고 싶기에, 역설적으로 잠시 멈춰 선 고선례 작가. 그의 다음 호랑이는 어떤 모습일까.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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