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잃은 초본집 – 민화 초본집Ⅰ

이번 시간에 소개할 초본은 민화 초본집이다. 그러나 기존의 초본집과 달리 책의 형태가 아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 글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분리되어 형태를 잃은 초본집

가회민화박물관에 소장된 민화 초본집(도1)은 현재 총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폭마다 5장의 그림이 붙어있는데, 그림 중앙에는 접었다 편 선이 있다. 선뿐만 아니라 8폭에 붙어있는 각 그림의 크기와 형태를 살펴보면 이 그림들은 원래 공책에 그려진 그림이었고, 나중에 책을 분리한 후 장황해 병풍의 형태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책이 어떤 형태로 장정裝幀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림 중앙의 선으로 미루어 보아 선장(線裝, 인쇄된 면이 밖으로 나오도록 책장의 가운데를 접고, 접힌 면의 반대 부분을 끈으로 묶어 장정하는 방식)의 형태로 장정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장은 조선 시대에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장정방식으로, 현재 우리가 전통 장정양식으로 알고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 초본집은 왜 분리되어 장황된 것일까. 각 그림의 가장자리를 살펴보면 책의 형태였을 때 보존상태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황한 가장자리의 상태가 깨끗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 장황한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초본집의 보존을 위해 장황된 것은 아니라고 추측한다. 아마도 초본집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그림들을 활용해 백납도 병풍을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까

그렇다면 이 초본집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까. 40장의 그림을 접었다 편 선을 기준으로 다시 나누면 총 80장의 그림이 나온다. 많은 장수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그림이 그려졌다. 한 장의 그림에도 서로 다른 주제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 글에서는 장을 기준으로 한 장의 그림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소재로 구분하고자 한다.
80장의 그림을 주제별로 구분하면 인물도가 19점, 풍경화가 5점, 화조도가 41점, 초충도가 9점, 기명절지도가 5점, 어해도가 1점이다. 이를 통해 화조도가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여러 장에 걸쳐 여러 마리의 학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도2) 아마 화가가 학을 그리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던 흔적일 것이다. 또한 그림 중간에 많은 문장이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시간에는 초본집이 형태를 잃은 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초본집에 남겨진 문장들을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이 초본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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