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생활 속의 민화이야기’ – 색채로 힐링하다

이지현 작가가 지도하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민화강좌 ‘생활 속의 민화이야기’는 햇수로 무려 9년째 열리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수업을 9년째 듣는다. “선생님만 괜찮으시다면 매일 듣고 싶어요” 라며 환하게 웃는 수강생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강의실에 들어서자 차분한 선율의 모던재즈가 들려온다. 수강생들이 음악 속에서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지현 작가는 강의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회원들을 지도 한다.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팁을 일러주고, 때로는 직접 붓 을 잡아 시범을 보인다. 회원들은 이지현 작가의 조언을 진 지하게 듣고, 때로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도 한다. 수업은 활발하면서도 재즈 선율처럼 편안했다. 이지현 작 가는 2010년 9월부터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별관 문화센 터 컬쳐파크에서 ‘생활 속의 민화이야기’ 수업을 이끌고 있 다. 매 분기마다 10주 분량의 수업을 했으니, 햇수로는 9년 을, 횟수로는 30회를 넘긴 셈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지 현 작가의 첫 수업부터 참석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이 처럼 오랫동안 같은 수업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또 학생들이 강산이 변할만큼 오랜 기간 동안 이지현 작가의 수업을 계 속 찾는 까닭은 무엇일까.

수강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수업

‘생활 속의 민화이야기’ 수업은 현재 10명 남짓한 인원이 수 강 중이다. 기존 수강생과 신입이 함께 수업해 오래된 수강 생들이 얼핏 불편함을 느낄 듯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불편 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지현 작가가 수강생 수준에 맞 춰 개별 지도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취향과 개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수업 진행은 몇 배로 어렵다. 그러나 이지현 작가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기초를 알려드린 후에는 각자 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지도합니다. 개인의 취향이 나 개성에 맞추는 일은 솔직히 힘듭니다. 하지만 되도록 수 강생들이 수업을 들으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배려하고 소통합니다.” 수강생들이 수업 외 의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지현 작가는 기 꺼이 받아들인다. 수강생 석희란 씨는 20여년동안 지승공 예(紙繩工藝, 길게 자른 한지를 꼬아 엮어 생활용품 등을 만드는 전통공예)를 한 공예작가로 자신의 작품에 민화를 접목시키고 싶어 이지현 작가에게 도안을 요청했다. “선생 님 작품을 제가 만든 작품에 접목시켰습니다. 힘드실 텐데 도 원하는 것을 개별지도 해주셔서 정말 좋습니다” 석희란 씨는 자신이 만든 실첩絲帖에 이지현 작가의 민화가 그려 진 사진을 보여주며 환히 웃었다.

수업이 곧 힐링

이지현 작가의 배려와 소통 덕분일까. 수강생들은 수업시간 이 곧 ‘힐링Healing’이라 말한다. 첫 수업부터 참여한 곽영 식 씨는 “민화에 몰입하면 잡념과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활 력이 생기고 다른 생활에도 도움이 됩니다”고 말했다. 이지 현 작가의 두 번째 수업부터 참여한 차미선 씨는 “민화를 그리다보면 잡생각이 없어져서 좋아요. 수업이 너무 즐거워 서 매일 이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대입 준비하던 딸이 많이 부러워합니다. 선생님만 괜찮다면 저희는 더 오래 하고 싶 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심지어 수강생들은 이지현 작 가와 백화점에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고, 본래 2시간이 었던 수업은 3시간으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고 우아한 색감을 가르치다

단지 편안하다면, 수업은 9년동안 계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지현 작가의 수업을 계속 찾는 이유를 묻자, 수강생들은 ‘색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대학원에서 전통진채화를 전공해 색에 조예가 깊은 이지현 작가는 ‘생 활속의 민화이야기’ 커리큘럼의 대부분을 색채 수업으로 채웠다. 채색기법 기초를 비롯해 꽃, 잎 채색기법, 바림법 등 세부채색기법도 가르친다. “연화도, 모란도, 화접도 등을 통 해 채색기법 위주로 가르칩니다. 색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 각하는 것은 색감이라고 생각해서, 수강생들에게 현대 미 감에 맞는 색감에 대해 주로 지도합니다.” 첫 수업부터 참 석한 정진화 씨는 “우연한 계기에 민화를 접했는데, 선생님 의 색감이 너무 좋아서 매료됐습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고 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들어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곽영식 씨도 “선생님은 채색에 조예가 깊다. 인위적 인 색이 아니라 자연에 가까운 색을 잘 살리시는 것 같아 매우 세련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항상 수강생을 배려하는 작가

이지현 작가는 현대백화점으로부터 판교 등 다른 지점 에도 출강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지만 창작활동에 더 많 113 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 대신 지금의 수업 에 철저히 집중하기로 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지금 수 업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수강생들과 정이 너무 많이 들 었거든요. 민화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 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이지현 작가는 ‘생활 속의 민화이야기’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말했 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혹여 부담이 될까봐 큰 규모로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수강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 기 때문에 아트페어나 갤러리 카페 등에서 크게 하고 싶 은 마음은 아직 없습니다. 만약 전시회를 한다면 지인 정 도만 초청하는 작은 규모로 열어 저희끼리 파티처럼 즐기 고 싶습니다.” 자신의 바람에서도 수강생을 배려하는 이 지현 작가. 강산이 한 번 더 변할 때까지도 지금처럼 편안 하고 즐거운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색채 만큼 아름다웠다.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