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설虛雪


허설虛雪

시. 박철
그림. 조여영

아이가 파르르 떨며 들어온다
눈이 많더냐ㅡ
하니, 아니라 몸을 돌려 웃는다
오후 내내 눈이 나리는 줄 알았다

눈을 학동 삼아
떠드는 소릴 들으며
책 속에 발이 속속 빠졌다
벽사창 양양히 내리는 눈 속에서
잠시 가난과 굴욕을 재우며 얼마나 따뜻했던가

푸른 오엽송으로 아이의 볼을 쥐니
금새 발갛게 눈이 녹아 내린다
눈이 깊더냐

다,
빈 눈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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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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