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민화 컬렉션 ㊲ 미국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민화 Ⅲ

도1 화조도 8폭 병풍, 지본채색, 각64.4×35.3㎝,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화조도 연화도 운룡도

이번 호에서는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마지막 연재로 화조도 병풍 2점, 연화도, 운룡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각 작품을 통해 시대적 화풍의 변화와 문화적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글 김수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쌍쌍의 새가 탁월히 묘사된 화조도 단병

호놀룰루 미술관이 소장한 화조도에는 단병短屛과 대병大屛이 있다. 먼저 살펴볼 단병은 8폭으로 꾸며져 있다. 전반적으로 쌍을 이룬 새가 강조된 듯 묘사됐다. 병풍의 높이가 높지 않아 잠자리에서 웃풍을 가리는 침병枕屛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도1). 전반적인 짜임새가 좋아서 보는 맛이 있는 이 작품을 1폭부터 살펴본다. 연못을 배경으로 오리 네 마리가 유영을 하고 있으며 연잎 위로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화면 상단에는 탐스럽게 연꽃 송이가 피어 있으며 옆으로는 물총새 한 마리가 단단한 부리로 연자육蓮子肉을 파먹고 있다. 2폭의 화면 가운데에는 메추리 한 쌍이 있고, 화면 상·하단에는 잎에 달린 조 이삭과 땅에 떨어진 좁쌀을 주워 먹는 참새 떼가 묘사되어 있다. 이삭 하나에 낱알 수만 개가 달린다는 탐스러운 조 이삭을 묘사한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3폭에는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피라미를 잡는 물총새 한 쌍과 이름 모를 새들, 매미가 수풀 위에 앉아 있다. 몸이 투명한 피라미 십 여 마리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잘 묘사되었다. 4폭에는 하얀색 목련꽃 가지에 앉아 있는 이름 모를 한 쌍의 새가 주인공인데 특히 수컷의 날개 묘사가 환상적이다. 5폭에는 붉은 동백과 하얀 모란이 강렬한 대조를 보이는 가운데 앵무 한 쌍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오른쪽에 자리한 괴석의 묘사도 탁월하다. 6폭에는 탐스러운 석류를 파먹고 있는 새들과 한 쌍의 금계金鷄가 자리 잡고 있다. 7폭에는 화면 하단에 한 쌍의 물오리가 수면 위를 떠다니고 있고, 상단에는 흰 꽃이 핀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 앉아 있다. 마지막 8폭에는 대나무와 암석 위로 한 쌍의 꿩이 자리하고 있으며 작은 새들이 상단을 메우고 있다. 화면 왼편에는 전서篆書로 적힌 관지와 호리병 모양의 인장印章이 찍혀 있다. 이 8폭 단병에 등장하는 새들은 모두 암수 한 쌍이 기본 구성이기 때문에 이 병풍은 부부를 위한 침소寢所에 놓였을 가능성이 높다.

도2 허형, 화조도 10폭 병풍, 지본채색, 155.5×323㎝,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도5 연화도 8폭 병풍, 지본채색, 149.5×302㎝, 국립민속미술관 소장

십장생도 주요 제재가 등장하는 화조도 대병

두 번째 화조도 병풍은 미산米山 허형(許瀅, 1862-1938)의 작품이다(도2). 허형은 소치小痴 허련(許鍊, 1809-1892)의 아들로 호남화단의 명맥을 이은 화가 중 하나이다. 이 대병은 총 10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독 흰색 안료를 많이 쓴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화폭은 흰색으로 채색된 꽃을 배경으로 한 쌍의 새를 그려 넣었다. 1폭에는 백매白梅, 2폭에는 오얏꽃, 3폭에는 국화, 4폭에는 만개한 백모란, 5폭에는 연화를 배경으로 백로를 그렸으며, 6폭에는 수국, 7폭에는 석류와 까치, 8폭에는 작약, 9폭에는 불수감佛手柑, 10폭에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학을 그렸다. 오직 7폭에 표현된 석류나무에만 흰색이 채색되지 않았을 뿐이며 흰색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10폭 소나무에는 흰색 영지버섯을 넣어서 색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다. 화폭은 대체적으로 사계절의 느낌을 살리며 구성되어 있는데 불수감, 영지, 학, 소나무 등은 일반적인 화조화에 등장하는 소재는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책거리도나 십장생도에서 선호되는 제재인데 근대기에 여러 화목의 도상이 결합하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관지를 표기하기 위해 각 폭의 상단에 잎사귀 모양의 두인頭印을 찍고 제화시를 쓴 후에 ‘미산米山’과 ‘허형지인許瀅之印’이라 되어 있는 백문인방과 주문인방을 찍어 마무리 했다. 병풍의 장황 상태로 미루어 보건대 처음 만들었던 당시의 상태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어 그 또한 가치가 있다.

도3 연화도 10폭 병풍, 지본채색, 각 170.5×90.7㎝,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도4 연화도 8폭 병풍, 지본채색, 각 84×29.2㎝, 미니애폴리스미술관(Minneapolis Institute of Art) 소장

새와 물고기가 함께 그려진 연화도

연화도는 10폭의 병풍으로 화면 전체를 연결하여 그린 연폭 병풍이지만, 화폭마다 연꽃과 연잎, 새와 어해魚蟹를 배치하여 각 폭이 독립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다(도3). 이 병풍은 연화도의 한 종류이지만 연화 외에도 하늘에는 새, 물에는 물고기를 함께 그려 넣었기 때문에 연화조어도蓮花鳥魚圖라 부를 만하다. 새의 종류로는 백로, 물총새, 까치, 원앙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어류의 경우 대부분 쌍으로 그려졌지만 어떤 물고기는 떼로 묘사되었다. 화면 하단에는 게와 새우가 들어간 폭도 보인다.

도7 존 홀트
(John Dominis Holt IV,
1919–1993)

이와 유사한 연화도 작례라 할 수 있는 미니애폴리스미술관(Minneapolis Institute of Art) 작품은 연꽃과 새만 포함된 채 어해가 빠졌다는 점에서 호놀룰루 본과는 도상적 차이가 있다(도4). 아울러 미니애폴리스본은 각 폭을 하나의 단위로 나누어 화면의 개별적 독립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도 호놀룰루본과 차이를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 본의 경우 새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해와 함께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그렸다는 점에서 호놀룰루본과 도상적 차이가 있다(도5). 하버드대학미술관 본은 연화, 새, 어해가 모두 조화롭게 등장한다는 점에서 호놀룰루 미술관 본과 가장 유사하다. 다만 매 폭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고 화면 전체가 연결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도6). 이 작품은 하와이 출신의 프란시스 패치스 데몬 홀트(Frances Patches Damon Holt, 1918-2003)가 남편인 존 홀트(John Dominis Holt IV, 1919–1993)를 기리기 위해 1999년에 기증한 작품이다(도7). 이들 부부는 오랫동안 호놀룰루 미술관에 다양한 공헌과 기부를 해왔던 인물들로, 특히 미국 선교사 가문과 토속 하와이언이 결합한 혈통을 바탕으로 하와이의 문화 부흥에 힘썼다. 특히 존 홀트는 하와이의 토속 문화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글을 펴내는 한편 시를 쓰고 문학 활동을 함으로써 ‘하와이언 르네상스’ 시기를 견인하며 하와이언의 고유한 정체성 옹호 운동에 기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6 연화도 8폭 병풍, 지본채색, 94.8×334.4㎝, 하버드대학미술관 소장



(왼쪽부터) 도8 운룡도, 지본채색, 111.3×81.3㎝, 호놀룰루 미술관 소장
도9 운룡도, 지본채색, 118.5×66㎝,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기우제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운룡도

마지막 작품인 운룡도는 세로가 111㎝, 가로가 81㎝가 넘는 크기이지만 그림이 옹색하여 사방이 조금씩 잘려 나간 것이 분명하다(도8). 특히 용의 발 부분이 잘려 나간 것이 분명하다. 화면은 구름을 배경으로 붉은색, 녹색, 황색을 주조로 한 용이 빨간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의 운룡도는 대부분 기우제祈雨祭에서 실제로 사용된 화룡畵龍의 이미지라 생각된다. 화룡을 그려 기우제를 지냈던 흔적은 조선시대 내내 왕실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두루 발견된다. 호놀룰루 본은 화면 전반에 걸쳐 가로 및 세로 방향으로 박락剝落의 흔적이 가득한 것으로 볼 때 이를 벽에 부착했다가 떼어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된 비슷한 크기의 운룡도 또한 가로 및 세로 방향으로 일정한 간격의 박락 흔적이 남아 있어 기우祈雨의 과정에서 운룡도를 특정한 곳에 부착하는 일이 흔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도9).

김수진 |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충남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덕성여대, SADI 등에서 강의했다.
하버드 옌칭 연구소와 보스턴 미술관에서 연구했으며
현재는 한국민화학회 총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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