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민화 컬렉션 ㉙ 데이턴미술관 소장 한국미술품




11월호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州에 소재한 데이턴미술관(Dayton Art Institute)의 소장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가운데 <금박해학반도도>의 경우 국내에서 보수 및 보존 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국립고궁박물관이 개최하는 전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글 김수진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이달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州에 소재한 데이턴미술관(Dayton Art Institute)이 소장한 회화 두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도1). 데이턴(Dayton)은 20세기 초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처음 비행에 성공하여 항공 산업을 개척한 곳으로 유명하다. 데이턴은 현재 오하이오 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데 특별히 아시아 미술과 인연이 깊을 만한 계기가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데이턴은 신시내티, 콜럼버스, 클리블랜드와 같이 현재 대도시로 성장한 곳보다 경제력이 있고 규모가 큰 곳이었다. 특히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20세기 초반 각지로부터 인재와 부富가 몰려들었던 곳이다. 이러한 역사는 미술품을 모았던 수집가와 후원가들을 독려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해 데이턴미술관은 상당히 훌륭한 소장품을 갖출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 미술을 포함한 동아시아 작품도 상당한 양과 수준을 자랑하는데 그중 한국 미술품은 회화 9점, 도자 40점, 민속품, 고가구, 악기까지 총 68점 정도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

도1 데이턴미술관(Dayton Art Institute) 전경 ⒸCourtesy Dayton Art Institute

80여년 만에 국적 되찾은 금박해학반도도

먼저 소개할 <금박해학반도도金箔海鶴蟠桃圖>(도2)는 메리 마빈 패터슨(Mary Marvin Breckinridge Patterson, 1905-2002)이 1941년 9월 12일 데이턴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이다(도3). 마빈 패터슨은 언론인 출신으로 기증 당시 이 작품을 18세기에 일본에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데이턴미술관 관장이었던 시그프리드 웡(Siegfried R. Weng, 1904-2008)도 이를 의심하지 않고 문제의 작품을 일본 유물로 등록했다(도4). 그러나 미국 내 제1세대 동양 미술 전문가로 활약했던 셔먼 리(Sherman Emery Lee, 1918–2008)가 1958년에 이 작품을 다시 감정하게 되면서 작품의 국적이 바뀌게 된다. 셔먼 리는 이 작품을 ‘일본에서 다시 장황한 16~17세기 중국 작품’이라 평가했다. 그 후 최근까지 일본인 장황 전문가와 학자들이 몇 차례 이 작품을 조사했지만 작품의 국적은 계속 중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2017년 필자는 일본인 학자와 함께 데이턴미술관에서 처음 이 작품을 조사할 기회를 얻었고,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의 여러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을 거쳐 작품의 국적은 한국으로 바뀌게 되었다. 현재 이 작품은 국내에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조만간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왼쪽) 도2-1 도2의 부분 / (오른쪽) 도2-2 도2의 부분



본 유물은 몇 차례의 수리로 인해 많이 잘려 나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세로 224㎝, 가로 734㎝에 육박하는 대형 작품이다. 화면은 넘실대는 파도 위에 복숭아나무, 대나무, 소나무로 꾸며진 선경仙境 위에 여섯 마리의 백학이 노니는 풍경으로 꾸몄다(도2-1). 화면의 바탕에는 3×3㎝ 크기의 수많은 금박을 부착하여 화려함을 극대화했다(도2-2).
화면 상단에는 청색의 서운瑞雲이 표현되었으며 오른쪽 하늘에는 붉은 해가 떠 있다. 이렇게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도상들은 한데 어우러지며 이상경의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이 정도의 크기, 재료, 화제를 고려하면 이 작품은 본래 왕실에서 제작한 부벽화付壁畵로 궁궐 어딘가에 부착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왼쪽) 도3 마빈 패터슨(Mary Marvin Breckinridge Patterson, 1905-2002)
(오른쪽) 도4 시그프리드 웡(Siegfried R. Weng, 1904-2008)

황해도 산 먹이 등장하는 염라대왕도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염라대왕도>이다(도5). 염라대왕은 지옥에서 죽은 자를 심판하는 시왕[十王] 가운데 다섯 번째 왕인 염라대왕을 말한다. 보통 시왕은 사람이 죽은 후 7일째부터 망자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는 데에 반해 염라대왕은 3일째에 망자를 심판하여 망자를 빠르게 구제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민간에서는 시왕 중에서도 유독 염라대왕만을 예배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렇게 단독으로 제작된 염라대왕도에서는 지옥 장면이 생략된 채 염라대왕과 권속眷屬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품 또한 지옥도 도상이 없는 일반적인 염라대왕도의 구성을 보인다. 화면 상단에는 머리에 독특한 책관冊冠을 쓴 염라대왕이 병풍을 배경으로 앉아 있다(도5-1). 그가 앉은 의자에는 표범의 가죽이 늘어져 있으며 염라대왕은 붉은 관복을 입고 표피豹皮 문양의 각대角帶를 차고 있다. 그 앞에는 녹사錄仕가 앞으로 나와 두루마리 종이에 쓴 망자의 업業을 읊고 있다(도5-2). 염라대왕의 뒤편에는 아름다운 머리 장식을 한 천녀天女들이 포진해 있으며 그 앞으로는 화려한 관복을 입은 대륜성왕大輪聖王과 전륜성왕轉輪聖王, 판관判官 및 사자使者가 빼곡히 자리 잡았다. 이들은 모두 발색이 중후한 녹색과 붉은색 안료로 채색되었으며 금속성이 필요한 부분에는 금분金粉을 사용하여 장식됐다. 눈에 띄는 것은 녹사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벼루 위에 놓인 먹이다(도5-3). 먹에는 ‘수양매월首陽梅月’이라는 글씨가 금분으로 적혀 있는데 ‘수양매월’은 황해도 해주에서 생산된 최고급 먹의 상품명이다. 지옥에서 활동하는 염라대왕과 녹사도 망자의 죄를 기록할 때 황해도 산産 먹을 사용했다니 재미난 지점이다.


도5 <염라대왕도>, 견본채색, 134.4×100㎝, 데이턴미술관 소장



(위쪽) 도5-1 도5의 부분 / (아래 왼쪽) 도5-2 도5의 부분 / (아래 오른쪽) 도5-3 도5의 부분



동아시아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오하이오에서 잘 알려진 기관은 신시내티미술관(Cincinnati Art Museum), 동양미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오하이오대학교 콜럼버스 캠퍼스, 클리블랜드미술관(Cleveland Museum of Art) 정도이다. 사실 이 기관들은 오하이오에서 가장 큰 도시들에 위치해 있다. 도시의 성쇠 속에서 데이턴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한국미술품도 오랜 기간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1941년에 기증된 <금박해학반도도>가 그간 단 한 번도 전시되지 못한 채 80년간 수장고에 갇혀 있었다고 하니 그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문가의 손에 의해 묵은 때를 씻고 금박의 화려한 위용을 되찾아 조만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된다고 하니 기쁘고 설렌다.


김수진 |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충남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덕성여대, SADI 등에서 강의했다.
하버드 옌칭 연구소와 보스턴 미술관에서 연구했으며
현재는 한국민화학회 총무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