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작가 김도영 – 추억처럼 따스하고 꿈처럼 아득한 풍경

김도영 작가가 그린 한옥은 친근하고, 포근하다. 특히 다시점적 구성이나 한지와 분채 사용, 모란 등의 전통 소재를 활용한 점은 민화와도 상당 부분 겹친다. 오랜 담금질을 통해 자신만의 한옥을 지어 나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림 속에는 저와 관람객의 추억이 들어있어요. 작품을 만나는 모두가 그림의 주인공이죠.”
김도영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정겨운 풍경에 마음이 절로 따스해진다. 한옥 칸칸마다 이야기 소리가 들려올 듯 묘사가 세밀하면서도, 분채를 겹겹이 바림한 풍경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롭다.
“어린 시절 놀러가던 외갓집은 전형적인 전라도 한옥이었어요. 마당이 넓고, 뒤쪽 대나무밭이 어마어마했죠. 마루의 촉감, 대나무숲속 바람 소리, 그 속에서 즐겁게 그림 그리던 시간들…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의 추억이 작품의 큰 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의 그림은 소재나 재료 면에서 전통과 밀접하지만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듯, 마당에서 들여다 본 듯 다시점의 구도를 택했다는 점에서 민화와 상통한다.
“한옥이란 테마를 접하게 된 건 2012년 전주에서 그룹 초대전을 의뢰받으면서부터예요. 한옥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던 차에 당시 4학년이던 아이가 기역, 니은, 디귿 등 한글로 미술 숙제 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한옥에 한글 자음 모양을 담아내기 위해 소재를 도식화하면서 자연스레 다시점적 구도를 사용하게 됐어요. 평소 민화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2013년에는 세종문화회관 한글갤러리에서 개최한 한글전시 공모전에서 김도영 작가의 한글 한옥 작품이 선정됐고, 이에 힘입어 그는 본격적으로 한옥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실험과 작업을 거듭하며 지난 8월에는 세종에
위치한 청암아트홀에서 11번째 개인전 <한옥에서 한글을 보다Ⅱ>을 갖고, 장서인藏書印을 모티프로 목판에 한옥 한글을 전각한 디자인 작업을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도전이 기회이자 성장

김도영 작가가 첫 개인전을 개최하던 1997년만 하더라도 당시 유행하던 채묵의 영향으로 작품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그랬던 그의 그림이 독보적인 개성을 지니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도영 작가는 “그저 그렸을 뿐”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손에서 붓을 놓지 않은 18년의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기회를 만들고 시각을 틔웠다는 것. 실제로 그는 남편의 유학으로 미국에서 머무른 4년여의 공백기를 제외하곤,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작품을 그렸다. 이제는 아이들도 훌쩍 큰데다, 2015년 세종시로 이사하면서부터 아침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꼬박 작업에 몰입하는 패턴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엔 간단히 동문전을 시작했다가 여러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레 초대전이나 콜라보 상품 출시로 이어졌어요. 11회의 개인전이나 다수의 그룹전 대부분이 초대전이나 지원금을 후원 받아 개최한 거에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제 안의 틀을 깨고, 많이 공부했습니다.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순간도 없었겠죠.”
그는 세종시 문화재단에서 기획한 <문자예술>展에 초대돼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그룹전을 진행했으며 내년에는 대전 레드 엘 갤러리,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바쁜 행보 속에서도 늘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는 그는 앞으로 한옥을 ‘제대로’ 그리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글 도식화 작업에 집중하느라 한옥을 그리면서도 정작 한옥 본연의 모습을 담아낼 기회는 드물었기 때문.
“한옥 한글 작품은 여기까지 하고, 앞으로는 실제 한옥을 저만의 방식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한옥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김도영 작가의 한옥 시리즈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리라.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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