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품속에 피어난 매화 그림의 향기

한국가구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 민화특별전 매화·서안

사군자의 하나이자 봄의 전령으로 문인과 서화가들의 사랑을 차지해 왔던 매화. 이 매화가 봄을 닮은 한옥과 고가구의 따뜻한 품 안에 피어났다. 북악스카이웨이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과 가회민화박물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 민화특별전 의 현장을 다녀왔다.

조선 사대부의 생활 공간에 들어선 매화·민화

<매화·서안> 전시는 한국가구박물관을 이루는 공간 중 궁채와 사대부집 공간을 활용해 이루어지는 전시.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의 매화 주제 민화 걸개그림, 병풍작품과 한국가구박물관 소장의 서안(書案, 책상)이 함께 남다른 의미를 만들어내는 특별전으로 3월 18일부터 5월 20일까지 약 2개월간 진행되었다.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한국가구박물관의 구조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궁채는 1970년 창경궁이 헐릴 때의 목재를 일부 살려서 지은 건물로 조선시대 법제화되었던 궁궐건축 규격을 따른 공간. 사대부집은 조선 말기 순종의 황후인 효황후가 살던 사가를 옮겨 지은 건물인데 이 공간에는 효황후가 쓰던 물건들이 함께 들어와 있다.
이번 전시에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 두 개의 작품군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사대부집이나 궁채의 맨 안쪽에 전시된 매화 병풍은 서안과 어울려 좀 더 격식을 갖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문인화적 전통을 강하게 표현한 수묵매화는 상류층의 취향에 맞게 좀 더 숙련된 기법이 보인다. 반면 작품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사랑채를 따라 좌우 측면으로 늘어선 문자도 걸개그림이나 도식적으로 그려진 동물들이 등장하는 매화 그림은 기층 민중이 그리고 아꼈던 전형적인 민화다. 수법의 완벽함보다는 강렬한 색채와 수복강녕의 뜻을 담은 화제 선택 등이 눈길을 끈다.
사실 민화는 왜란과 호란 발발 이전 엄격했던 반상의 구분이 해체되던 시기에 꽃을 피웠던 예술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한다면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가장 깊은 공간을 재현한 곳에까지 민화가 자리했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가 있다. 특히 집의 안주인이 머물렀을 법한 가장 안쪽의 공간인 규방 뒤쪽에도 민화의 요소를 담은 병풍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잃어버린 왕국 조선의 마지막을 살았던 이들의 족적과 어울려 묘한 감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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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박물관 정미숙 관장의 민화사랑

한국가구박물관 정미숙 관장의 민화 사랑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정 관장은 다름아닌 조자용 선생이 설립한 에밀레 박물관의 1대 큐레이터를 지낸 민화전문가. 한국가구박물관을 설립한 이후에도 작품을 실측하고 조사하던 때의 열정을 잊지 못해 3년 전부터 가회민화박물관과 함께 민화 전시를 시작했다. 마침 가회민화박물관의 윤열수 관장은 에밀레 박물관의 2대 큐레이터로 정 관장과 오랜 인연이 있었다.
따라서 가회민화박물관의 소장품, 그리고 때로는 가구박물관의 소장품도 함께 하며 다채로운 주제로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예컨대 계절에 따라 봄이라면 화조도, 여름이라면 어해도 등이 메인 테마가 되는 셈. 계절성 뿐만 아니라 특정 테마 도상을 주제로 해서도 가회 민화박물관과 꾸준히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진행되는 민화 전시는 무엇보다 한국가구박물관이 위치한 북악산 인근의 40여 개 주한 해외 대사관들에게 먼저 선보여 왔다. 다른 미술 분야에 비해, 많은 인기를 누리면서도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장르로 여겨지던 민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늘 갖고 있던 정 관장은 탄탄한 기획력을 가진 민화전시를 통해, 한국을 찾는 외국 귀빈들에게 민화를 소개하는 일에 진력해 왔다. 지난 해 12월에는 한국을 처음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은 바 있다.
물론 박물관에 있는 고미술이나 불교미술 작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정작 관심을 갖고 흥미로워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제법 익숙해진 한국의 고전이 아니라, 기층 민중의 숨결이 담긴 작품인 경우가 많다. 본 전시가 그대로 ‘문화 대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적 매력 가득한 한국가구박물관의 공간

한국가구박물관 민화특별전한국 가구박물관은 성북동 ‘북악스카이웨이’에 자리한 건축물 중 한옥으로서는 단연 압도적인 미를 갖고 있다. 문의 치수까지 궁궐 조영의 법식을 그대로 따른 궁채, 순천 송광사 공양간의 굴뚝이 있는 지붕 등 한옥 건축에서 전형성과 독특성을 동시에 갖는 요소들을 건축적 완성도로 엮어낸 뛰어난 건축물이다. 특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숨어 있던 공간이 나타나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미로와 같은 재미를 주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규방, 즉 여인들의 공간이 남성들의 공간과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
황후가 머무르는 곳이니 왕이 아니고서야 따로 남성들이 공간을 차지할 이유가 없었을 터.
한국가구박물관의 가장 아름다운 전망은 사대부집의 가장 안쪽 공간이자 가운데뜰에 닿아 있는 규방에서 보이는 풍경. 잠을 자는 공간보다 약간 단이 높은 공간에 병풍과 서안이 놓여 있는데, 서안 앞에 앉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 곳 북악 기슭으로부터 강의 남쪽까지의 시선이 단숨에 날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날이 화창하면 잠실의 큰 건물들까지 보일 정도. 야경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만큼 이곳의 매력은 번잡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때문에 박물관 측은 철저히 사전예약으로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전에 전화나 이메일로 관람 의사를 밝히면 일종의 도슨트인 가이드 투어로만 진행된다. 가이드와 함께 가구박물관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공간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가이드 1인 1회당 정해진 관람객 수도 최대 15인 정도여서, 박물관 측의 집계에 따르면 매 주 방문하는 관객은 100~150명 정도라고. 사전 예약이 있긴 하지만 일반 관람객의 예약을 받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즉 방문객의 양적 팽창보다 공간의 미학을 최대로 느낄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관람정책을 가진 박물관인 셈이다.

가구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가구박물관의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7시까지이며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이드 1인당 인원제한이 있는 관계로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마감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회당 관람시간은 1시간씩이며 애프터눈 티를 신청하면 1시간은 박물관 측이 준비한 차와 다과를 즐길 수도 있다.
ㅣ문의 02-745-0181, contact@kofum.com

 

글 : 한명륜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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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4 comments on “한옥의 품속에 피어난 매화 그림의 향기

  1. 감사합니다! 오래전부터 민화에대한 소식지가있었으면 했는데 드디어창간이되었네요!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2. 감사합니다! 오래전부터 민화에대한 소식지가있었으면 했는데 드디어창간이되었네요!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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