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 – 잃어버린 서울 고대사의 조각을 꺼내고 지키다

한성백제박물관
잃어버린 서울 고대사의 조각을 꺼내고 지키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흔히 알려진 조선시대보다 훨씬 더 이전인 고대부터 지리적인 중요성이 부각된 곳 이었다. 삼국시대, 한성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가장 오랫동안 백제의 수도였던 서울. 백제를 중심으로 서울의 선사·고대를 다루는 국내 최대 고대사 전문 박물관인 한성백제박물관을 찾았다.

서울은 2000여 년 전 한강 유역에 도읍하였던 백제의 왕도王都로서 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역사 · 문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백제시대 중요 유적지로 추정되는 풍납토성 및 몽촌토성 등에서 출토된 3만여 점의 유물이 발굴기관별로 분산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2000년 왕도 서울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분산된 유물 관리 및 연구
지원체계의 보완을 위한 고대사 전문 박물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한성백제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서울시립박물관 중 하나로 건립이 추진되어 2012년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이전까지 서울의 역사가 조선시대 중심으로 연구된 것에서 벗어나, 고대왕국 ‘백제’의 건국과 발전을 중심으로 서울의 선사 및 고대 역사에 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와 전시를 담당하고 있다.

환경과 역사를 존중한 아름다운 건물

올림픽 공원 내에 있는 박물관은 그 외관부터 남다르다. 흙을 한 층 한 층 다져서 쌓아올린 백제시대 토성을 형상화한 건물은 기존 대지의 소나무 둔덕까지 재현해내면서 상징성과 자연과의 조화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몽촌토성을 조망하기 좋은 둔덕은 박물관이 생기면서 더욱 아름다운 지형으로 재탄생했으며, 토성 전망대와 산책로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박물관 건물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주위 환경을 최우선으로 존중한 의지의 산물”, “원지형을 기억해내고 건축물로 지형을 복원하려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공공건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2012 한국 건축 문화대상 우수상, 제30회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물관 내부 역시 토성의 수평적 층위를 형상화한 형태로 쾌적함과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으며 관람객의 동선에 따라서 한성백제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내부 공간에서 무엇보가 눈에 띄는 주인공은 풍납토성 단면을 실제 전사한 벽이다. 밑변 43m, 윗변 13m, 높이 10.8m에 이르는 거대한 벽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로비공간을 지하부터 지상 2층까지 개방했다. 전시실들은 전사벽을 중심에 두고 제1, 2, 3전시실 순서대로 둥그렇게 둘러싸며 조금씩 높아지는 형태이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강을 중심으로 한 삼국의 패권다툼, 즉 전시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는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하며 그 끝을 맺는다. 전시실을 다 둘러본 본 후에는 박물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몽촌토성을 바라보며 이 땅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 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전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서 순서대로 관람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곳곳에 최신 기술을 도입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철저한 고증에 따른 모형들을 설치하여 관람의 몰입을 돕고,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상설전시는 지하 1층 전사벽의 왼쪽 뒤편에서 시작된다. 핵심 도구로 살피는 인류의 문화 발달사 및 한강에 대한 이야기로 꾸민 복도식 전시공간인 ‘프롤로그 : 역사 속으로’를 지나면 ‘제1전시실 : 서울의 선사’가 관락객을 맞이한다. ‘문명의 기원’과 ‘백제의 여명’이란 두 가지 구획으로 구성되어 있
으며 서울의 구석기문화, 신석기문화, 청동기 및 초기 철기문화를 한강유역이라는 공간에 맞춰 꾸몄다. 주목할 것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의 시대별 삶의 모습을 각각 하나의 거대한 모형 안에 담아낸 미니어처들이다. 각 미니어처에는 해당하는 시대의 의식주가 세밀하게 모두 표현되어 있다. 하나만 제대로 봐도 그 시대 삶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1층으로 올라서면 ‘제2전시실 : 왕도 한성’이 시작된다. ‘백제의 건국’, ‘더 큰 나라로’, ‘백제사람의 삶’, ‘글로벌 백제’의 네가지 구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전시실은 백제가 건국하고 성장, 발전하던 한성도읍기 493년을 다루는 박물관의 핵심 전시공간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백제의 건국 및
발전 과정을 포함해 중앙문화뿐 아니라 지방문화, 중국과 일본의 관련 문화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백제인의 의식주, 무덤, 도구 및 기술, 놀이와 풍속에 관련된 유물을 비롯해 칠지도 모형, 실물 크기로 복원된 백제 선박, 백제 의복에 대한 희귀한 시각적 단서인 <왕희도> 등이 주목할 만하다.
‘제3전시실 : 삼국의 각축’은 제2전시실에서 바로 이어진다.
‘삼국, 한강으로’, ‘한성, 그 후’라는 두 가지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울에 남아 있는 고구려, 신라 유적의 위치와 의미를 통해 한강에서 벌어진 삼국의 각축을 소개하고, 한성(서울)을 빼앗긴 뒤 웅진(공주)과 사비(부여)에서 국력을 다시 기르며 문화의 꽃을 피운 백제 후기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제3전시실을 나오면 박물관의 주제를 담은 공간인 ‘에필로그 : 서울, 세계로! 미래로!’와 ‘4D영상관’이 있어 마치 역사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듯한 특별한 느낌을 선사한다.

선순환 구조의 선진 박물관


지하 1층의 ‘기획전시실’에서는 정기 및 비정기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특히 정기 특별전시는 연중 4회 개최하며 매회 내실 있고 다채로운 전시 내용으로 호평 받고 있다. 현재 이달 말까지 특별전시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성황리에 개최 중이다. 고구려 벽화고분 5기의 실물 모형을 비롯해 벽화 모사도, 축소모형, 첨단 영상장비로 구현한 가상현실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통해 고구려인의 삶과 얼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박물관은 ‘한성백제아카데미’를 비롯해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별 교육, 가족 단위 교육, 전문가 교육, 소외계층 및 외국인 교육 등 30여 가지가 넘는 맞춤형 교육행사를 연간 일정을 세워 탄탄하게 운영 중이다. 그밖의 ‘금요시네마’ 등 시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백제학연구소’를 설립하여 학술대회 개최 및 학술자료 발간, 국내외 고대사 연구기관 네트워크 구축, 백제왕도유적의 발굴조사, 백제학 아카이브 구축, 교육관광 지원개발 등 다양한 연구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기본 바탕으로 하여 소장품의 수집과 보존관리, 전시 개최와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박물관의 사업들이 서로 연계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 문화행사 등 박물관의 모든 기본 사명에 충실하면서 서울 고대사연구의 구심점이자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매김 중인 박물관의 미래가 무척 밝아 보인다.

글 방현규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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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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