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학 관장의 고판화 특강 ⑨ 예술의 세계로 안내하는 화보류 판화Ⅱ

지난 7월호에 이어 다양한 화보류 판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이번 시간에 살펴볼 화보류 판화는 회화교본으로 쓰였던 판화,
시와 판화의 내용을 동등히 다룬 시화집 판화, 문학인 시와 화보를 함께 실은
시여화보를 비롯하여 당시화보 등 팔종화보에 대해 알아본다.

글·자료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회화교본으로서의 화보

화보는 회화교본이자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모티프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장 먼저 출판되기 시작했다. 고판화박물관에는 종합 회화교본의 역할을 하는 도회종이와 삼재도회가 소장되어 있다.

① 도회종이圖繪宗彛
만력 35년(1607)에 8권으로 간행되었으며, 화론과 화법을 설명하는 정밀한 판각의 풍부한 삽화를 갖춘 내용으로 화보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편자는 무림(항주)의 양이증楊爾曾이고, 발행처는 무림의 이백당夷白堂이다. 삽화의 밑그림은 채여좌蔡汝佐가, 판각은 황옥림黃玉林이 맡았으며 이 두 사람은 당시의 황금 콤비로 명성을 날렸다. 8권의 내용은 인물산수보로부터 영모화훼초충보翎毛花卉草蟲譜, 매보, 죽보, 난보, 수축금어보獸畜禽魚譜로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산수에서 인물에 이르는 약간의 역대화론을 수록한 2권으로 마무리했다. 중국에서 여러 번 중각되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는원록元綠 연간(1688-1703)에서 형보亨保 연간(1716-1736)에 이르는 35년 동안 에도와 교토에서 번각본이 4번이나 출간되기도 했다. 고판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도회종이(도1)는 일본에서 발행된 번각본이다.

(왼쪽) 도1 <도회종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 (오른쪽) 도2 <삼재도회>, 중국 명 1607년



② 삼재도회三才圖會
일종의 백과사전으로서 명나라의 왕기王圻가 저술했다. 1607년에 쓴 저자의 자서自序가 있고, 후에 그의 아들 왕사의王思義가 속집續集을 편찬했다. 모두 106권이다. 여러 서적의 도보圖譜를 모으고 그 그림에 의하여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에 걸쳐 사물을 설명했다. 천문·지리·인물·시령時令·궁실宮室·기용器用·신체·의복·인사人事·의제儀制·진보珍寶·문사文史·조수鳥獸·초목草木의 14부문으로 분류했다. 고판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삼재도회(도2)는 5권이며 명나라 때 제작된 판본이다.

시화집으로서의 화보

만력 연간(1573-1620)에는 시화집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화보도 등장하는데, 시와 판화를 대등하게 다루고 있으며 소설이나 희곡의 삽화와는 다른 형식으로 시와 판화가 상호교류하는 형식으로 화보에 나타내고 있다.

① 시여화보詩餘畫譜
시여화보는 만력40년(1612)에 안휘성 선성의 왕씨가 편찬하였으며, 99점의 삽화와 각 삽화의 앞면에 시를 수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소유, 이백, 황산곡, 소동파 등 역대의 유명 시인의 작품을 모았으며 시의 내용을 삽화로 표현하고 있다. 시여화보는 시문학을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시각화하여 그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도해화보의 형식을 취했다.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시화일치의 문인화 정신을 판화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풍에도 예, 해, 행, 초서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어, 시서화 삼절의 문인적 이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고판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시여화보(도3)는 원래 흑백판화인데 소장하고 있던 한국의 화가가 정교하게 채색하여 처음부터 붓으로 그려진 채색화로 오해할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조선시대 화가나 선비들이 시여화보를 비롯하여 화보류를 얼마나 사랑하였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자료이다.

② 팔종화보八種畫譜
중국,명나라 말기의 화보. 천계원년(1621)경 소주에서 각각 간행된 8종류의 화보를 황봉지 등이 편집한 것으로, 《당시唐詩 화보》 3부, 《매란국죽보》, 《고금화보》, 《명공선보》, 《초목화조보》, 《목본화조보》 등 8종을 통칭하여 ‘팔종화보’라고 한다.

당시화보唐詩畫譜

시여화보와 동일한 발상으로 문학인 시와 그림을 하나로 합친 화보로 왕유, 이백, 두보 등 당나라 유명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세 종류로 구성된 당시화보가 거의 같은 시기에 안휘성 신안의 집아재集雅齋 주인인 황봉지가 편찬하여 발간했다. 발간 순서는 오언당시화보, 칠언당시화보, 육언당시화보 순이다. 삽화의 밑그림은 도회종이의 삽화를 직접 그린 판화 밑그림 전문가인 채여좌가 그렸고, 판각은 유자천 등이 했다.
《당시화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런데 이 화보에는 1606년(선조 39) 조선에 왔던 주지번朱之蕃의 서문이 있고, 강세황姜世晃이 소장했다고 전하므로 《고씨역대명공화보(고씨화보)》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판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육언 당시화보는 명 시대 판본이며 오언, 칠언, 육언이 한 세트로 소장되어 있는 판본은 일본에서 보영寶永 7년(1710)에 출판되었다.

(왼쪽 위) 도4 <오언 당시화보>, 일본, 1710년 / (오른쪽 위) 도5 <칠언 당시화보>, 일본, 1710년
(왼쪽 아래) 도6 <육언당시화보>, 명 만력 연간 / (오른쪽 아래) 도7 <매난국죽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① 오언 당시화보
채원훈이 그리고 유자천 등이 판각했다. 그림은 모두 50폭이며 판각이 세밀하고 각선이 아름답다. 이 중에 한 작품(도4)을 소개하면, 명 시대 중기의 중요한 화조화가 이량의 필치를 모방하여 활짝 핀 벚나무 가지에 앉아 떨어지는 꽃잎을 눈으로 쫓고 있는 한 마리의 새를 그린 화보가 있으며, 뒷면에는 ‘봄잠은 새벽이 되어도 깰 줄 모르는구나’라는 첫 구절로 매우 친숙한 맹호연의 시 ‘춘효’가 장일선의 이름으로 쓰여 있다.

② 칠언당시화보
오언과 마찬가지로 채원훈이 그리고 유자천 등이 판각했으며 그림은 모두 50폭이다. 이 중에 한 작품을 소개하자면(도5) 삽화에는 배경으로 우뚝 솟은 암산이 보이는 다관의 2층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는 두 젊은이가 화면 오른쪽에 그려져 있고, 버드나무 밑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두 마리 말의 왼쪽 전경이 묘사돼 있다. 뒷면에는 왕유의 시인 ‘소년행’이 실려 있다.

③ 육언당시화보
이 화보에 실린 목록은 시, 그림과 합치하지 않는다. 시와 그림이 합치되는 것은 40쪽이며, 나머지 부분인 50쪽까지는 시만 있고 그림이 없다. 시와 그림이 합치되는 작품 하나(도6)를 살펴보면 시동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여행하는 인물이 나무 밑으로 지나가고 있고, 멀리 원경으로 산수가 펼쳐져 있다. 뒷면에는 두목의 산행이라는 시가 덧붙여져 있다.

④ 매죽난국보梅竹蘭菊譜
호림사람 손계선이 그렸으며, 만력 연간 집아재集雅齋에서 발행되었다. 매화, 대나무, 난초, 국화 등 그림 100폭이 수록되어 있다.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은 일본 에도시대 번각한 판본이다(도7).

⑤ 초본화시보草本花詩譜
천계 원년(1621) 집아재에서 간행되었으며 모란, 계관화(맨드라미)등 72종이 수록되어 있다. 앞에는 그림, 뒤에는 명대 사람이 쓴 꽃 이름과 종류, 심는 방법을 설명한 해설이 들어가 있다.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은 일본 에도시대 번각한 판본(도8)이다.

도8 <초본화시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왼쪽) 도9 <목본화조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 (오른쪽) 도10 <목본화조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 원판



⑥ 목본화조보木本花鳥譜
천계 원년(1621) 집아재에서 간행되었다. 그림은 단면으로 되어 있으며, 앞에는 그림, 뒤에는 명대 사람이 쓴 꽃 이름과 문자 설명이 들어가 있다. 그림과 목록이 합치되지 않으며, 실제로는 44종이 수록되어 있다.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은 일본 에도시대 번각한 판본(도9)이며, 특히 목본화조보를 찍었던 양면으로 판각된 원판 1점(도10)이 소장되어 있어 동 아시아 화보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⑦ 고금화보古今畫譜
원명은 당해원방고금화보唐解元仿古今畫譜이다. 당인이 그렸다고 하나 사실은 조의, 진라, 송옥 등이 그렸다. 삽화그림은 산수, 인물, 화조, 동물 등 48장이며, 만력 연간 청회재淸繪齋에서 발행되었다.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은 일본 에도시대 번각한 판본(도11)이다.

도11 <고금화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⑧ 명공선보名公扇譜
원명은 장백운선명공선보張白雲選名公扇譜이다. 백운 장용장이 역대 유명인사의 부채그림을 모은 것을 손극홍, 진순, 문진맹, 오병 등이 삽화를 그리고 만력 연간에 무림 김씨金氏가 원각原刻하여 청회재淸繪齋에서 발행했다. 삽화 그림은 산수, 화조, 인물화 등 48장이다. 고판화박물관 소장품은 일본 에도시대 번각한 판본(도12)이다.

도12 <명공선보>, 일본 에도시대 번각본



한선학 |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동국대학교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물관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고판화학회와
세계고판화연구보존협의회장, 한국박물관교육학회장이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