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학 관장의 고판화 특강 ⑥신선의 세계로 초대하는 도교 삽화

동양 정신세계의 바탕이 되었던 종교는 유교, 불교, 도교이기에 동아시아에서는 불교,
유교서적과 더불어 도교서적이 활발히 발간되었다. 특히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이 들어가 있는 도교서적들을 발간하며 신선들의 신비로운 세계를 펼쳐냈다.

글·자료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도교는 중국에서 신선사상을 기반으로 자연 발생했으며, 노장사상·유교·불교를 포함해 통속적인 여러 신앙 요소들을 받아들이면서 형성된 종교이다. 장도릉張道陵등이 도교를 일으킨 초기에는 일종의 신흥종교에 지나지 않았으나, 도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이론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3∼4세기 무렵 위백양魏伯陽과 갈홍葛洪이 학술적인 기초를 제공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구겸지寇謙之가 전래 종교인 불교의 자극을 받아 불교 의례儀禮의 측면을 대폭 채택하고 도교를 천사도天師道로 개칭함으로써 종교적인 교리와 조직이 비로소 정비되었다. 정비된 도교에서는 불경과 같이 많은 도교 경전을 발행했으며 불경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삽화가 등장하였듯 도경에서도 다양한 삽화가 들어 있는 경전이 제작되었다. 유불선 삼교일치사상이 성행하던 명시대 후반에는 신선과 불조에 관한 풍부한 도상을 모아 홍응명洪應明이 《선불기종仙佛奇踪》을 1602년에 제작했으며, 이백여명에 이르는 신선상神仙像을 삽화로 표현한 왕운붕汪雲鵬의 《열선전전列仙全傳》이 1600년에 항주에서 출판되어 신비로운 신선의 세계를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기도 하였다. 청나라 후기에는 불교의 시왕경과 같은 도교의 《옥력보초玉歷寶鈔》등 도교식 시왕경이 많이 발간되었다.
고구려시대에 한국으로 전래된 도교는 고려시대에 정부 주도하에 왕실과 나라의 안녕을 비는 의례 중심의 도교로써 크게 성행했다. 조선시대에도 조광조趙光祖에 의해 소격서(昭格署, 조선시대에 도교의 보존과 도교 의식儀式을 위하여 설치한 예조禮曹의 관청)가 혁파되기 전까지는 국가의례로 행해졌으나, 소격서가 완전히 혁파된 임진왜란 이후에는 점차 무속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삽화가 들어간 도교 서적은 임란이전인 1570년 무등산 안심사에서 출판된 《옥추경玉樞經》부터 본격적으로 발행됐으며 19세기까지 이어졌다. 19세기 후반 고종 때에는 관우 신앙 관련 서적을 많이 간행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관우 숭배 문화를 장려했으며 관우 신앙은 20세기에 들어 국가제사가 중단되면서 힘을 잃었고 민간에서도 점차 사라졌다.
19세기에 유불선 삼교를 중심으로 최제우가 만든 천도교에서도 포교의 수단으로 삽화가 들어간 경전인 《회상영적실기繪像靈蹟實記》가 만들어졌으며, 서구에서 전래된 기독교에서도 초상화가로 유명한 김준근의 삽화가 들어가 있는 《천로역정天路歷程》을 목판화와 동판화로 제작해 조선후기 한국 삽화판화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1. 옥추경玉樞經

옥추경은 중국의 도교 경전인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옥추보경九天應元雷聲普化天尊玉樞寶經》을 줄여 부른 서명書名이다. 천둥을 다스리는 보화천존의 위신력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거나, 악귀를 쫓을 때 읽는 경문으로 알려졌다. 독경하면 천리귀신이 다 움직여 질병을 낫게 해준다는 신앙 때문에 병 굿이나 신 굿 같은 큰 굿에서 가장 많이 읽혀졌던 경전으로 조광조에 의해 소격서가 혁파되기 전까지는 국가시험에도 나온 경전이다. 무속에서는 현대에도 ‘귀신의 뼈도 녹여 없앤다’는 영험한 경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해지고 있는 옥추경의 판본들 중 대표적인 것은 무등산 안심사본(安心寺本, 1570)과 같은 해에 발간된 안심사 수정본, 진안 반룡사본盤龍寺本, 묘향산 보현사본(普賢寺本, 1733), 그리고 계룡산본(鷄龍山本, 1888) 등이 있다. 고판화박물관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는 1570년 안심사본과, 같은 해에 제작된 수정본이 소장되어 있다. 옥추경에 실려 있는 삽화는 도교의 다양한 신들의 모습(도1)과 원시천존元始天尊의 화신으로 천둥신[雷神]인 보화천존이 악을 없애고 선을 행하여, 중생을 구하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삽화판화(도2)로 표현되어있으며, 경의 후반 부분에는 부적(도3)도 실려 있다. 전제적으로 삽화판화의 제작 솜씨가 매우 정밀하며, 수정본에서는 안심사본에서 빠진 부분이 보충되어 있어, 옥추경과 조선시대에 제작된 삽화판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 태상감응편도설언해太上感應篇圖說諺解

선善을 행하면 태상(옥황상제)이 복을 내린다는 내용의 도교 서적으로, 본래 중국에서 편찬한 책(도4)을 1852년(철종3) 중인中人 학자인 최성환이 한글 번역을 실어 간행한 뒤, 1880년(고종17) 왕의 명령으로 다시 간행했다. ‘인·의·예·지·신’의 5책 가운데 1책의 책표지 안쪽에는 왕명으로 간행했다는 글이 실려 있고 5책의 끝부분에는 임금과 왕비, 세자의 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글이 적혀 있다. 서문에 “착한 것을 말하고 착한 것을 보고 착한 일을 행하여 하루에 세 가지 착한 일을 행하여 3년 동안 착한 일을 한 사람은 하늘이 복을 내리고, 반대로 악한 일만 행한 사람에게는 화를 내린다”라는 인과응보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다. 또한 ‘도설圖說’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이 책에는 500여 장의 그림과 함께 관련 고사, 한글 번역을 실어 한문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고판화박물관에는 2권의 언해본(도5)이 있어 삽화와 국어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3. 관성제군성적도지전집關聖帝君聖蹟圖誌全集

촉나라 장수인 관우關羽에 대한 역대 사적을 삽화와 글로 표현한 책으로, 중국의 노담盧湛이 《관성제군성적도지전집關帝聖蹟圖誌全集》이란 제목으로 1693년에 간행한 것을 조선의 서정徐珽이란 도사가 수입해서 1876년(고종 13)에 중간重刊(도6)했다.

권1의 삽화는 관우의 조부 이야기인 ‘은거훈자隱居訓子’로부터 관우가 관제로 신격화된 ‘항몽주수降夢州守’에 이르기까지 관우의 사적을 모두 51폭의 그림으로 기록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 장군의 일대기가 판화로 묘사되었으며, 조선후기를 대표할 수 있는 빼어난 판각 솜씨를 자랑하고 있다. 삼국지 관련 연구에도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4. 연명경(延命經 : 태상현령북두본명연생진경)

도교의 북두칠성은 사람의 죽음 및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며, 삼국시대부터 존재하여 왔던 한국의 북두신앙은 독립된 형태로는 남아 있지 않고 불교와 습합하여 그 명맥을 유지하여 왔다. 북두칠성은 각각 의인화된 부처[如來]로서 북극성北極星을 여래화한 치성광여래熾星光如來를 중심으로 하여 재앙을 물리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득남을 기원하는 신앙의 대상이 되었으며, 칠성각에 존재하고 있다. 고판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연명경》은 동치3년(1864) 삼각산 도선암에서 발행되었으며 북두칠성 변상도(도7)가 실려 있다.

5. 열선전전列仙全傳

도교와 관련된 중국의 서적은 매우 다양한데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삽화가 들어 있는 대표적인 서적으로는 불교와 도교가 습한 된 민속신앙 경전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 경전들의 앞 쪽에는 부처와 공자, 노자가 삼존불로 등장하는 변상도(도8)가 있어 이채롭다. 1600년에 항주 왕호헌에서 출판되었던, 200여명의 역대신선을 삽화로 표현한 왕운붕의 《열선전전列仙全傳》을 1650년에 일본에서 중간한 《열선전전列仙全傳》(도9)이 소장되어 있어, 도교연구에 중요한 사료가 되고 있다. 이밖에도 《관성제군보훈상주關聖帝君寶訓像註》 와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 판본이 다수 소장되어 있으며, 판본을 찍었던 원판 판목도 소장되어 있다. 청 말기에 유행하였던 도교 시왕경인 《옥력보초玉歷寶鈔》(도10)도 소장되어 있어, 시왕경 연구의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6. 회상영적실기繪像 靈蹟實記

《회상영적실기繪像 靈蹟實記》는 1915년 천도교 시천교 총부에서 간행한 책으로 동학의 최재우, 최시형 선생의 영적담靈蹟談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는 목판화로 판각한 52장의 삽화(도11)를 수록하고 있으며, 이를 국문과 한문으로 해설하고 있다. 동학계열의 많은 교단이 각축을 벌이고 있을 때 시천교 총부가 다른 교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신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그림과 한글로 기획해 출간한 책이다. 삽화판화가 근대에서도 포교의 큰 수단이 되고 있음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으며, 목판삽화에 수록된 내용들은 그 당시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미술사가 이태호 교수는 이 삽화의 그림을 유명한 초상화가인 채용신蔡龍臣이 그린 것으로 고증하고 있듯이, 천로역정과 더불어 근대 삽화판화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7. 천로역정天路歷程

존 번연이 쓴 기독교 소설 《천로역정》을 선교사 존 게일이 번역하고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金俊根이 42장의 삽화를 그려 목판으로 출판한 근대 판화의 수작이다. 원근법을 일부 사용했고 등장인물들이 서양식 복장이 아닌 한국화된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이 특이하다. 천사의 모습도 날개 달린 서양식 천사의 모습이 아니라 동양의 비천 선녀상을 하고 있다. ‘턴국에 들어가다’란 그림(도12)은 마치 도교적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어, 우리 선조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일 때 자주적 사고로 한국화하여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초간본은 본문과 삽화를 목판으로 판각하였으나, 재판본은 본문을 근대식 연활자와 삽화는 목판화를 축소시켜 동판으로 조판하여 인쇄하였다. 고판화박물관은 책표지 뒷면에 붙어 있던 목판화(도13) 2장과 동판화와 연활자로 간행된 1919년에 제작된 동판본이 소장되어 있다.


한선학 |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

동국대학교 불교미술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물관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고판화학회와 세계고판화연구보존협의회장, 한국박물관교육학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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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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