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디자이너 박선옥 – 동양 전통미와 21세기 패션의 크로스오버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콘텐츠는 전통문화 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전 문화영역의 공통 화두이다. 그런 만큼 남성복 브랜드 ‘기로에’를 디자인하는 박선옥 (주)생성공간 여백 대표의 행보를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과 컨템포러리 감성을 영민하게 버무려가며 시장을 개척해가는 그를 만나보았다.


지난 3월 종영한 TV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악역을 맡은 유재명 배우는 스타일리스트와 의상을 수소문해 박선옥 ㈜생성공간 여백 대표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기로에(GUIROE)’ 정장을 선택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도 기로에 정장을 구매, 국내외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착용한 바 있으며 기로에 당코 맞깃 정장자켓과 기로에 여밈깃 두루마기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2019 우수문화상품에 선정된 바 있다.
기로에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로에를 디자인하는 박선옥 대표는 “단순히 누군가를 치장하기 위함이 아닌, 착용자의 가치관 내지 인생을 담아낸다는 마음으로 옷을 디자인 한다”고 말했다. 전통 복식과 기저에 깔린 동양 철학은 그의 핵심 화두이다. 그는 오랜 기간 한복 안에 깃든 한국미에 대해 탐구했고, 유교철학에 몰두한 조선 사대부들의 집념 어린 선비정신을 고찰했다. 과거 사대부들의 올곧은 정신과 세련미를 21세기 패션에 구현하기 위해 그가 택한 방식은 기존의 정장패턴에서 실루엣이나 깃 등을 살짝 변형하는 것이었다. 책가도 속 다중 소실점을 형상화한 직선 문양으로 재킷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적이라는 이유로 십장생도나 책가도와 같은 전통문양을 프린팅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만의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복에서의 선택과 집중

박선옥 대표는 2004년 ‘한복예술 여백’ 의상실을 열고 아동복부터 상복까지 모든 종류의 한복을 판매하며 돈도 꽤 벌었지만 ‘나만의 것’에 대한 깊은 갈증에 모두 내려놓고 2012년 호주행을 택했다.
2년여간 수많은 프로젝트와 만남을 경험하며 영감을 재충전한 그는 귀국 후 정체일로에 선 남성 한복에 집중하고자 야심차게 남성 패션 브랜드 ‘기로에’를 론칭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었다. 서초동에서 운영하던 매장마저 철거하고, 심신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2017년 사업체를 ㈜생성공간 여백으로 법인화하며 창덕궁 앞에 호기롭게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일대의 승부수를 던졌다. 궁하면 통한다고, “옷부터 신발까지 바로 우리가 찾던 것!”이라 호평하는 제네시스의 유니폼 주문에 힘입어 구사일생으로 부활했으며 최근에는 제네시스 국내 전시장 큐레이터 유니폼은 물론, 호주 시드니 법인의 유니폼도 도맡고 있다.
현재 ㈜생성공간 여백의 사업 범위는 문화 전반을 아우른다. 패션사업 뿐 아니라 무대의상 디자인, 한복진흥센터에서 주관하는 한복 문화교육, 무용·영상·보자기 퍼포먼스 등을 결합한 공연 사업 등을 두루 진행 중이다. 박 대표가 추구하는 여백의 미는 옷 너머 착용자의 생활 반경 모두를 포괄한다.
“진정 ‘멋지다’는 것은 패션스타일 뿐만이 아닌, 사람의 깊은 내면과 삶이 잘 어우러질 때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기로에가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멋지게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기로에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88
02-525-7782
www.yeoback.com, www.guiro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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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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