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수박물관 – 전통 규방문화 속에서 세계의 美를 찾다

한국자수박물관
전통 규방문화 속에서 세계의 美를 찾다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나 박물관이 한국의 자수와 보자기가 간직한 아름다움을 극찬했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즈음. 이 자랑스러운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오랜 기간 각고의 노력을 다한 박물관이 있다. 일찍이 우리의 규방문화속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인지하고 그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한국자수박물관을 찾았다.

한국자수박물관(관장 허동화, 이하 박물관)은 자수와 보자기로 대표되는 우리의 전통 규방문화 속에 세계인이 공감할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관련 유물을 수집 및 보존하기 위해 세워졌다. 1969년, 한 치과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여 1976년에 한국자수박물관으로 정식 개관하였고 이후 1991년에 서울 논현동으로 옮기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을 직접 세우고 지금까지 계속 관장을 맡고 있는 허동화 관장은 60~70년대 헐값에 해외로 반출되는 자수와 보자기 유물을 보고 그 안에 담긴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 하나둘씩 관련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저 우리의 것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인 유물은 이제 3천 여 점이 넘는다.
논현동 주택가 사이에 아담하게 서 있는 조그만 건물, 그것도 한 층만 사용하는 작은 박물관이지만 이 작은 박물관이 갖고 있는 저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2016년 기준 해외전시 기록이 55회로 국내 최다이며, 국내의 특별전과 초대전 59회, 국내와 해외에서 발간한 도록도 40권이 넘는다. 보유 유물 역시 보물과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는 등 그 가치를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가히 작지만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보석 같은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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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예술 유물의 보고寶庫

유물의 보존을 위해 낮은 조도로 맞춘 전시실을 들어서면 먼저 지금까지 발간한 도록을 전시한 공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절판이 되지 않은 도록은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전시실은 작지만 관람객이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되었고 유물을 상세하게 살필 수 있는 깔끔하고 아늑한 구조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박물관은 꾸준한 수집활동을 통해 보자기, 자수, 다듬잇돌, 발, 화문석, 침장, 의상과 장신구 등 규방문화와 전통 복식과 관련된 3천 여 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그 중 자수사계분경도(보물 제 653호), 수가사(보물 제564호)는 보물로 지정되었고, 왕비보(중요민속자료 제43호), 다라니주머니(중요민속자료 제42호)와 대향낭(중요민속자료 제41호)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전시실 규모에 비해 보유 유물이 방대한 관계로 다양한 특별전과 국내 초대전을 통해 일정 주기마다 새로운 유물을 전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특별전은 주로 박물관 내에서 진행하며 초대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등 국내 유수 박물관의 초대 및 공동 주최로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국내전시는 총 59회를 열었다. 특히 국내 초대전 중 <대한제국 남성예복 : 새로운 물결, 주체적 수용>과 옛 아기옷을 다룬 <이 좋은 날에, 때때옷 입고>는 규방문화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 섬유예술 전반을 다루는 박물관 컬렉션의 폭넓음을 엿볼 수 있던 뜻깊은 전시로 다양한 매체에서 화제가 되며 성황리에 종료하였다.
현재는 이번 달 말일까지 특별전 <조각보의 미학>이 열리고 있는 중이다. 조각보는 한국 보자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섬유예술로 옷을 만들고 남은 조각을 활용하는 환경친화적인 의미와 동시에 그 색의 배치와 구성을 통해 조형적인 아름다움 또한 보여주는 유물이다. 민화, 도자기와 함께 한국의 3대 문화 예술품으로 꼽히며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유물로 해외 디자이너들은 그 조형감각이 몬드리안의 추상미
술에 버금간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처 몰랐던 우리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내는 전시로 규방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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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우리의 미

박물관은 세계에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해외에 전통 규방문화의 국가 브랜드화라는 설립 목적에 맞는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는 활발한 해외교류가 뒷받침한 결과로 78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벨기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55회에 이르는 전시를 개최하였다. 단독 해외전시 55회는 국내 최대 기록이며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에서 이루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횟수이다.
박물관의 해외교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700만 명 이상이 직접 관람했으며, 운영비와 해외전시비 등 290억 원 이상의 직간접 문화비용이 투자되었다. 40여 년 간 문화 외교로 우리나라가 문화대국임을 입증하는 일에 힘을 보탰고, 세계적으로 ‘보자기’라는 고유명사가 확립하는 데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전통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박물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해외전시를 통해 직접 관람 1000만 명 달성과 함께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우수한 섬유예술의 독창성을 소개하고 해외 교민에게는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출판물 그리고 숙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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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다양한 도록과 도서를 출판하며 규방문화와 섬유예술 연구에 있어서도 앞장서고 있다. 그간 발간된 도록만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50종에 육박하며 허동화 관장이 집필한 단행본도 6종이 넘는다. 도록들은 유려한 디자인과 세밀한 사진, 연구결과를 포함한 풍부한 내용 등으로 발간할 때마다 학계에서 명품 도록으로 인정받으며 각종 출판문화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또한 허동화 관장의 저서 중 1997년에 출간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규방문화』는 지금까지 우리 규방문화의 개론서로 사랑받고 있고, 2013년에 출간한 『세상을 감싸는 우리 보자기』는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보자기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는 책으로 아동도서의 스테디셀러이다.
이렇듯 박물관은 해외전시와 교류를 통해 한국 규방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꾸준한 특별전과 초대전, 다양한 출판물 발간 등 사립박물관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했지만 여전히 큰 숙원을 품고 있다. 바로 소장 유물의 올바른 이관이다. 개관 이래 40년 동안 80억 이상의 비용을 들여 유지하고 있지만 지속이 힘든 상황이며, 이런 재정적인 문제로 유물의 보존과 관리, 해외 박물관과의 교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정부 혹은 지자체 등 개인보다 영향력이 있는 단체에서 소장 유물 전체의 보존과 전시가 가능한 시설 확보, 해외교류 유지 등을 약속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유물 기증 및 이관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박물관이 지금까지 이루어낸 성과처럼, 숙원 사업 역시 성취하여 설립 취지와 목적에 맞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우리 규방문화의 아름다움이 더욱 오래도록 빛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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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방현규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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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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