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등기구古燈器具 ⑳ 촛불[燭]과 등잔燈盞의 소등기구消燈器具

도3-2 나비문양 청동 소등기구, 조선시대, 8×30㎝, 고은당 소장



과거 초와 등잔을 사용하던 시절, 사대부가에서는 소등기구를 활용해 남은 심지를 제거하고 불을 껐다.
일부 소등기구에는 길상문을 장식하여 행복을 기원하고, 일상 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누리곤 했다.
이번 시간에는 다양한 소등기구를 소개한다. 국내에 거의 남아있지 않아 매우 희귀한 유물이다.

글 정하근 (고은당 대표) 사진 이주용 기자


(좌) 도1 심지집게, 고은당 소장 – 촛농 속으로 떨어지는 심지 조각을 집어내고 흘러내리는 촛농을 걷어내는 도구이다.
(우) 도2 심지 가위, 조선시대, 12×16㎝, 고은당 소장 – 타고 남은 심지를 제거하여 심지가 촛농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때 쓰인 도구이다



(위) 도3-1 나비문양 청동 소등기구, 조선시대, 3.7×35㎝, 고은당 소장
(아래) 도3-3 나비문양 청동 소등기구, 조선시대, 4×37.5㎝, 고은당 소장 – 소등기구 갓 위에 나비문양이 투각으로 조각돼 있다. 나비 바로 아래와 대 부분에는 다면체의 보석문양으로 장식했으며 손잡이 부분에는 福(ë³µ)글자를 새겨 넣은 뒤 당초문을 둘러싸 화려함을 더했다. 나비는 부부금슬, 기쁨, 부귀영화 등을 상징한다. 나비의 날개부터 손잡이의 당초문까지 곡선으로 매끈하게 처리한 부분이나 심플한 미감에서 선조들의 뛰어난 역량을 엿볼 수 있다.



과거 초와 등잔을 사용할 당시에는 입으로 바람을 불거나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여 초 심지를 눌러서 불을 껐다. 그러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불을 끄면 복이 나간다고 하는 미신이 있어 이렇게 소등하는 것을 삼가 왔다. 또한 손가락으로 소등하는 것은 위생적으로 좋지 않은데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사대부가를 중심으로 소등기구가 출현하게 된다. 소등하기에 편하도록 심지집게(도1)와 가위(도2), 불을 끌 때 사용하는 소등기구 등 여러 가지(도3, 도4) 종류의 제품들을 발명한 것이다.
심지집게는 타버린 심지를 집어내거나 초에 흘러내리는 촛농을 걷어낼 때 사용하던 것이다.
불을 끄는 기구는 집게나 가위가 합쳐진 모양이다. 가위 부분은 심지의 탄 부분을 자르는데 사용하고 집게 부분은 심지를 집어서 불을 끌 때 사용하였다.
모자帽子 모양(도5)으로 만든 도자기 제품도 있다. 서등이나 호롱 등잔을 소등할 때 등잔심지 위로 모자를 씌우듯 덮어서 소등하는 데 사용하였다. 상류층에서만 사용하였던 것으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물건이다. 또한 모자에 갓을 씌운 형태도 있다. 갓 위에 각종 동식물을 조각하여 아름답게 장식했다. 주로 상류층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5 백자호롱과 심지 덮개, 조선시대, 6.5×8.7×9㎝, 고은당 소장 – 모자 모양으로 제작된 도자기를 심지 위에 씌워 소등할 때 사용한다.



도4 박쥐문양 청동 소등기구, 조선시대, 8×32㎝, 고은당 소장 – 소등기구 갓 위에 박쥐문양이 투각으로 조각돼 있다. 박쥐는 본래 이름이 ‘편복蝙蝠’으로 ‘복福’과 발음이 같아 복을 상징한다. 또한 어두운 밤에 날아다니는 모습이 부지런히 재산을 불리는 것과도 같다고 보아 ‘부귀’를 의미하기도 한다. 문양의 대표적 특징만을 추려낸 안목이 돋보인다,


정하근 | 고은당 대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50여년간 고미술품 및 등잔을 수집했다.
수집한 국내외 전통 등기류만 수천여점에 달한다.
블로그(blog.naver.com/eunam-collection)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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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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