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등기구古燈器具 ⑯ 한국 최초의 성냥 인광노引光奴

<인광노>, 조선시대, 나무, 40×4㎝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 인광노의 경우 한국에 남아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필자가 소장한 것이 있다.
해당 인광노는 최근 서울시 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다.

글 정하근 (고은당 대표) 사진 고은당 제공


인광노引光奴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이다. 성냥이란 나뭇조각 끝에 적린이나 황을 발라 마찰시켜 불을 일으키는 발화 도구이다. 성냥갑의 마찰면에 유리가루, 규조토 등의 마찰제를 발라 서로 마찰시켜 불을 일으키는 현대 성냥이 등장하기 전, 아주 오래전에는 인광노를 이용했다.
고서의 기록에만 남아있던 인광노가 2015년 12월 3일 KBS에서 방영된 ‘시사교양특집 9화 – 세계가 품은 한국의 美’를 통해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2011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던 중 독일 라이프치히구라시 민속박물관에서 발견한 인광노를 재조명한 내용이었다. 방송에서는 한국엔 더 이상 인광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필자가 소장한 인광노가 있다. 그 인광노는 2016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획특별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고서에 기록된 인광노

인광노는 조선시대에 처음 사용되었다. 《성호사설星湖僿說》이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남아있는 인광노의 기록을 살펴보자.

산림경제 제4권 – 잡방雜方 – 등촉燈燭 만드는 방법

인광노(引光奴, 성냥개비) 광솔[松明]은 쪼개어 작은 조각을 만들되 종이처럼 얇게 만든다. 유황硫黃을 녹여 그 끝에 발라두었다가 밤중 급한 일이 있을 적에 이것을 사용하여 불을 붙이면 즉시 불이 붙게 된다. 어떤 때는 화피樺皮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너무 급히 타서 쉽게 꺼지기 때문에 오래 타는 광솔만은 못하다.

《산림경제》에 인광노가 등장한 부분

성호사설 제4권 – 만물문萬物門 – 발촉, 쉬아 (인광노)

《사기史記》에는 “건덕建德 6년에 제齊 나라 후비后妃로서 가난한 자는 발촉發燭을 만들어 생업을 삼았다” 하였다. 발촉이란 대개 소나무를 깎아 만든 잔조각을 종이처럼 얇게 만든 뒤 그 한쪽 머리에 유황硫黃을 녹여 바른 것인데, 발촉 또는 쉬아焠兒라고도 하였다.
《청이록(淸異錄)》에는 “밤에 급한 일이 있을 때 등불을 켜는데 늦어질까 염려하여, 삼나무를 깎아 유황을 칠해서 불에 대면 즉시 불꽃이 일어나게 하였으니, 이것을 인광노라 한다”고 하였다.

(왼쪽) 기산 김준근이 그린 풍속화에 인광노를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래에 있는 사람은 소나무를 자르고, 윗사람은 잘린 소나무에 유황을 묻히는 모습이다.
(오른쪽) 2016년 컴팩스마트시티 기획특별전 <화·생·방·전> 도록 표지. 국내 최초로 인광노 실물이 공개된 전시로, 이 전시를 위해 필자가 소장한 인광노를 대여해주었다.

인광노는 불씨를 옮기는 데 쓰여

김해성냥전시관 전경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인 인광노는 발화 도구가 아닌 불씨를 옮기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삼나무, 소나무, 벚나무 등을 종이처럼 얇게 깎은 후 유황을 녹여 그 끝에 발라 제작했다. 인광노 제작법은 조선후기의 기산 김준근의 <성냥 만드는 사람들>이란 풍속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광노를 만들 때 주로 벚나무[樺] 껍질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 글 읽는 자가 만들었다. 부싯돌에 인화引火 물질을 대고서 부쇠로 친 다음, 유황에 불꽃을 일으키면 등불 켜기가 쉽다는 것이다. 벚나무는 북쪽 지방에서 생산되는데, 껍질은 활에도 붙일 만하다.
백낙천白樂天이 읊은 조조시早朝詩에 촛불에 바람 스치니 벚나무 연기 향기롭다[風燭樺煙香] 했고, 소동파蘇東坡 시에서도 숲속에서 손님을 전송하니 벚나무 촛불이 향기롭구나[送客林間樺燭香]라고 했으며, 장필張弼도 시에서 하성에 밝힌 화촉樺燭 서까래보다 크구나[霞城樺燭大於椽]라고 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들 사용할 만큼 벚나무가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

고은당 소장품,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돼

필자는 2016년 인천 송도에 위치한 컴팩스마트시티(現 인천도시역사관) 기획특별전 <화·생·방·전>(8월 30일~11월 27일)이 열릴 때 인광노를 대여해주었다. 국내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광노가 최초로 실물이 전시된 것으로 그 내용이 도록에 실리고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전시 이후 실물은 공개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시 진영역에 위치한 김해성냥전시관(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로 145-1)에 사진 자료로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 인광노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서울특별시 등록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었다.

김해성냥전시관에 전시된 필자의 인광노 사진 자료


정하근 | 고은당 대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50여년간 고미술품 및 등잔을 수집했다.
수집한 국내외 전통 등기류만 수천여점에 달한다.
블로그(blog.naver.com/eunam-collection)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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