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등기구古燈器具 ⑮ 기름받이

도7 <백자 유방형 기름받이>, 조선시대, 7×10.5㎝, 고은당 소장



등잔 심지가 불에 탈 때 기름이나 불순물 등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선조들은 등잔대에 기름받이를 매달아 사용했다. 이번 시간에는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만들어진 기름받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글 정하근 (고은당 대표) 사진 이주용 기자


이번 달에 소개하는 마루등잔대(도1)는 사대부가에서 마루에 놓고 사용하던 것이다. 시원하게 쭉 뻗은 등잔대 위에 도자기 등잔받침대, 놋쇠로 만들어진 접시 등잔이 나란히 달려있으며 등잔대 하단에는 8각 받침이 놓여있다. 접시 등잔 아래 끈으로 연결된 소뿔형 자기磁器는 소뿔을 형상화하여 제작한 백자 기름받이다.
여기서 기름받이[油受殘]란 등잔대[燈架, 혹은 불걸이개]의 부속기구로 등잔 심지가 불에 타면서 떨어지는 기름이나 불순물을 받아내기 위해 사용하던 기구다. 기름받이 양 옆에 구멍을 뚫어 끈을 꿴 뒤 등잔받침 아래쪽에 걸어서 사용하였다.


(왼쪽부터) 도1 <마루등잔대>, 조선시대, 105×24㎝, 고은당 소장 / 도8 <백자 기름받이>, 조선시대, 6×10㎝, 고은당 소장



(왼쪽부터) 도6 <백자 육각형 기름받이>, 조선시대, 11×9㎝, 고은당 소장
도5 <백자 타구형 기름받이>, 조선시대, 8.5×7.5×4㎝, 고은당 소장


초기 등잔받침대가 기름받이로

등잔대 위에 등잔을 올려놓고 사용하다보면 등잔에서 흘러나온 기름이나 불순물이 등판 위에 떨어져 등잔대 주위가 아주 지저분해지곤 했다. 기름받이가 개발되기 전에는 등잔 아래에 등잔보다 조금 더 큰 등잔받침대를 별도로 제작하여 등잔대에 달아두었다. 목재등잔대(도2)는 19세기 이전에 제작된 목재 등잔대 초기 모습으로 아주 심플하게 제작되어 매우 고풍스럽다. 접시 등잔을 올려놓을 수 있는 등반과 등잔대를 탈부착할 수 있도록 각각 따로 제작하여 등반을 등잔대 기둥에 끼워넣어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등잔대 전체에 기름이 튀고 쌓여있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등잔받침대가 등잔을 감쌀 정도의 크기이긴 하지만 구조상 등잔 심지를 타고 흘러나오는 그을음이라든지 기름 등 불순물을 모두 막기엔 부족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소뿔 기름받이다. 소뿔을 잘라 그 속을 파내고 양쪽으로 구멍을 낸 뒤 끈으로 묶어 등잔대에 매달아 기름받이용으로 사용한 것이다(도3). 그러나 이 역시 뿔에 기름이 배어 냄새가 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어 사대부가에서는 도자기로 기름받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왼쪽) 도2 <초기 목재등잔대>, 조선시대, 60×26㎝, 고은당 소장 / (오른쪽) 도2 부분



기름받이는 오지(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백자, 금속제 등 여러 재료로 제작되었으나 사대부가에서는 주로 백자로 된 물건을 사용하였다. 백자로 된 기름받이를 살펴보면 여성의 가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유방형乳房形, 쇠뿔 모양으로 만든 백자 우각형牛角形(도4), 침을 뱉는 그릇과 비슷한 타구형唾具形(도5), 육각형의 뿔 형태인 육각형六角形(도6)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특히 관요인 광주 분원요에서 제작된 백자 기름받이가 많은데, 이는 양반가에서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자 유방형 기름받이(도7) 역시 광주 분원요에서 제작된 것으로, 젊고 건강한 여성의 가슴모양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백자 기름받이(도8)도 분원요에서 제작됐으며 고급 끈으로 장식돼 지체 높은 집안에서 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후기 서민들은 백자 기름받이부터 소뿔 기름받이까지 두루 사용하였다. 천민들은 등잔대 위에 기름받이 없이 아무 등잔이나 올려놓고 사용하였다.


(왼쪽부터) 도3 <소뿔 기름받이>, 조선시대, 11×5.5㎝, 고은당 소장
도4 <백자 뿔형 기름받이>, 조선시대, 8.5×6㎝, 고은당 소장


정하근 | 고은당 대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50여년간 고미술품 및 등잔을 수집했다.
수집한 국내외 전통 등기류만 수천여점에 달한다.
블로그(blog.naver.com/eunam-collection)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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