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박물관협회 신임회장 김쾌정 “꿈을 담는 박물관 위해 동분서주 하겠다”

한국박물관협회 신임회장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신임회장 김쾌정

새해가 밝았다. 이곳저곳에서 희망을 논하고, 설렘이라거나 시작 같은 단어를 이야기한다. 새로움이 움트는 곳은 박물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국박물관협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돼 2015년 1월 1일부로 취임한 김쾌정 관장을 만나 한국 박물관의 현황과 문제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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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둥이 창립 회원이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1976년, 한국박물관협회의 전신인 한국민중박물관협회가 창립됐다. 조자용 초대회장을 비롯한 32명의 회원이 한독의약박물관에 모여 창립총회를 가졌다. 그중에는 29살의 젊은 관장도 있었다. 한국민중박물관협회 막내둥이 회원 한독의약박물관 김쾌정 관장이었다. 당시 김쾌정 관장은 고려대학교 사학과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육군제3사관학교 초대 국사교관을 역임 후, 한독의약박물관에 입사했다. 그는 한국민중박물관협회의 창립을 논의하는 자리부터 1991년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로 거듭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박물관과 협회를 벗어나본 적이 없다. 한국민중박물관 협회의 막내는 그렇게 40여 년 후,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박물관장으로서 소속된 박물관의 행보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으로서 한국 박물관 전체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박물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박물관이 오래된 유물을 수집하고 정리, 분류해서 보여주는 것에 그치면 죽은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물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보여줄지 고민하고 의미를 부여해야죠.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고 미래를 지향하는 일을 박물관이 해내야 합니다. 제2의 교육기관으로 말이죠.”

한국민중박물관협회 조자용 초대회장을 기억하며

주지하다시피 김쾌정 관장이 속했던 한국민중박물관협회의 초대 회장은 민화의 연구와 보급, 세계화에 평생을 헌신한 대갈 조자용 선생이다. 그는 조자용 선생을 리더로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로 기억한다.
“키도 크고 목소리와 얼굴, 눈빛까지 호랑이를 연상시켰죠. 무엇보다 성격이 호방하고 호탕했어요. 술로 말할 것 같으면 열 사람을 모두 상대해도 이길 정도로 주량이 셌어요. 말솜씨가 좋고 영어도 잘하니 리더로서의 역할에 흠잡을 부분이 없었습니다.”
협회의 막내였던 김쾌정 관장과도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격의 없이 지냈다. 그는 조자용 선생 생전의 기이한 행적에 대해서도 회고했다.
“하루는 에밀레 박물관에서 엄청나게 큰 붓으로 퍼포먼스를 했어요. 높이도 사람 키만 하고, 그 양반이 안았을 때 한 아름 되는 둘레의 붓이었죠. 거기에 뫼 산에 아이를 더해서 산아이라고 쓰는 거예요. 사나이가 거기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일명 걸레스님이라고 불리는 중광스님도 협회에서 대갈 선생을 알게 된 후부터 더욱 기이한 행적으로 예술혼을 불태웠으니 더는 말할 것도 없겠죠.”

외화내빈外華內貧 공립박물관

현재 국공립과 사립박물관을 합쳐 600곳이 넘는 박물관이 있다. 신임 회장으로서 현재 우리나라 박물관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김쾌정 회장은 사립박물관이나 국립박물관보다는 공립박물관이 더욱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국립박물관은 아시다시피 워낙 원활하게 운영됩니다. 사립박물관은 문제가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설립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고, 지원도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공립박물관의 경우 문제가 심각합니다. 개관 초기에는 화려하게 주목을 받지만 점점 관심이 줄어들면서 예산도 끊기고 찬밥 신세가 되어가죠.”
현재 한국박물관협회에 등록된 공립박물관은 161곳.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박물관을 합치면 약 300여 곳의 공립박물관이 있다. 지자체에서 지은 공립박물관 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가진 곳들은 대부분 박물관장이 전문 박물관 경영인이 아닌 지자체장의 겸직으로 돼 있는 곳이다. 박물관에 대한 전문 경영은커녕, 관리조차 해본 적 없으니 운영이 소홀해진다. 학예사 또한 일반 공무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함께 겸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학예사가 그만둔 상태에서 공석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관리 상태가 더욱 나빠진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전시가 많습니다. 단점은 쉽게 고장이 난다는 것인데, 예산이 부족한 박물관에서는 고칠 수가 없어요.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죠.”
박물관협회에서 박물관 등록을 할 때는 한 명 이상의 학예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학예사가 나중에 그만둔다고 해서 인가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학예사가 없는 상황에서 박물관을 함부로 없애기도 곤란하고, 문은 열어놨는데 관람객이 점점 줄어들면서 예산이 끊기는 일도 있다.

박물관 운영 악순환, 실태조사 서두를 것

전문 인력이 없어 운영이 미숙한 박물관은 관람객이 찾아오더라도 크게 실망한다. 관람객의 발길이 줄어들면, 예산도 점차 삭감된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은 고사하고 유지, 보수까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박물관은 결국 지자체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 일부 경영난이 심각한 공립박물관들이 겪는 최악의 악순환이다. 협회 차원에서는 이런 난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김쾌정 관장은 우선 공립박물관 실태조사를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장으로서 협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하겠습니다. 우선 정부와 함께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요. 1차적으로는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종합평가서를 만들 겁니다. 애매하고 민감한 문제긴 하지만 수우미양가 비슷하게 등급을 나눌 예정입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지자체장이 대표로 있는 곳은 전문 경영인으로 바꿔나가도록 권유하고, 학예사가 없는 곳은 고용하도록 권해야겠죠. 종합적으로 열등한, ‘가’에 해당하는 5% 정도의 박물관은 폐관을 권유할 의향도 있습니다.”
박물관 종합실태는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되지만, 후에는 사립박물관 또한 조사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이러한 실태조사를 통한 개선 노력은 박물관 경영을 정상화하여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대해 가지는 인식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문 학예 인력을 고용하게 함으로써 매년 늘어나는 학예사의 일자리 창출과 처우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쾌정 관장은 그 외에도 임기 내에 진행할 여러 각오를 밝혔다. 역사로만 본다면 10년 정도 먼저 창립되어 한국박물관협회의 형님뻘인 한국대학박물관협회와 다시 통합하려는 것도 그 목표 중 하나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박물관협회가 되기 위해 더욱 큰 울타리를 가지자는 의미입니다. 서로에게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쾌정 회장은 그동안 박물관과 협회에 몸담으며 자신이 느껴왔던 생각과 그가 꿈꾸는 박물관의 청사진에 대해 담담하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했다. 박물관의 미래를 위해 앞으로 더욱 동분서주할 그의 행보를 기대한다.

 

글 : 박인혁 기자
사진 :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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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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