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화학회 제11회 정기 학술대회

민화의 재료와 기법을 탐구하며 학술적 공란을 메우다

한국민화학회 학술대회가 성료됐다. 역사 속에 나타난 안료의 종류와 옛 화가들의 조색비법과 민화와 관련 깊은 중국 민간연화와 근대기 인쇄 그림을 고찰했으며, 전자기기를 이용한 옛 그림 색채분석법과 분채 선택을 위한 팁도 다뤄 학자와 작가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국민화학회가 주최하고 본지 외 3개 기관이 주관하는 〈2018 한국민화학회 학술대회〉가 지난 10월 6일(토)에 열렸다. 장소는 본래 예정지였던 겸재정선미술관 대신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강당으로 바뀌었다. 올해 주제는 ‘민화의 재료와 기법’으로 특히 민화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옛 화가의 채색비법부터 좋은 분채의 선택법까지

윤진영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 후에 홍익대학교 변인호 교수가 ‘조선시대 전승안료의 변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의 안료 변용 양상을 분석하며, 조선 중기에는 임진왜란 등 내란으로 궁궐 복구공사 빈도가 늘어 값비싼 안료의 수요가 증가해 기존 안료와 식물색소 염료가 섞인 천연식물 혼합안료가 일부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변 교수는 안료와 염료를 섞은 실험결과를 밝히며 “천연식물 혼합안료는 미래 안료로의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착색력이 다소 떨어지고 탈색이 발생하므로 더욱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발표의 자세한 내용은 본지가 발간한 손인숙, 변인호 역의 〈채색화안료연구〉에 수록돼있다.
다음으로는 (주)가일전통안료 김현승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주제는 ‘근대 이전의 채색재료에 대한 고찰’이었지만, 주로 작가들을 위한 실리적인 도움말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김현승 대표는 X선 형광분석기(XRF)를 전문 취급하는 업체에게 의뢰하면 옛 그림의 채색재료를 분석할 수 있다는 팁을 일러주며 〈수월관음도〉, 〈십장생도〉와 고흐의 〈The Starry Night〉 등 동서양 명화의 분석 결과를 보여줬다. 더불어 김현승 대표는 좋은 분채를 선택하는 법도 일러주었다. 그는 유기안료 위주의 분채는 피하는 게 좋다는 소신을 밝히며, 구매 전에 ① 분채를 아교에 개어서 막이 많이 떠오르면 유기안료의 함량이 높은 것 ② 붓촉에 염료가 많이 물들수록 유기안료 함량이 높은 것 ③ 분채의 색감이 탁하거나 어두운 느낌은 피할 것 ④ 제조 또는 수입일자를 확인하여 오래된 것은 피할 것 등을 살피라고 일러주었다.
한서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곽동해 교수는 ‘옛 화가의 채색비법 고정’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영건도감의궤〉 등 각종 문헌들을 분석해 조선시대 주요 천연안료들을 색상별로 구분하고 가격과 수입처 등 수입동향을 샅샅이 밝혔으며, 특히 사물의 색상과 옛 화가들의 조색비법도 밝혔다. 자세한 발표내용은 본지가 출판한 곽동해 저 〈자연을 품은 빛깔, 옛 화가의 채색비법〉에 수록돼있다.

중국 민간연화와 근대기 인쇄그림을 분석하다

휴식 후에 세종미술연구소 우영숙 소장이 ‘중국 민간연화民間年畵의 제작기법 및 회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민간연화는 회화와 조판 기술이 결합된 중국 대표 민간미술로, 장식의 목적으로 그려졌다는 점과 예술성과 길상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이 우리 민화와 매우 밀접하다. 우 소장은 다양한 민간연화를 소개하고 제작방식, 기법, 회화성 등을 꼼꼼히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구미시청의 박근아 학예사가 ‘근대기 인쇄그림과 민화’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현재 전해지는 각종 인쇄그림을 미술사적으로 분석했다. 인쇄그림은 복제라는 제작기술의 특성을 살려 정형화된 형태로 대량 인쇄된 그림이다. 발표자에 따르면 인쇄그림은 일본을 통해 유입되었고 20세기 초부터 보진재 등의 국내업체를 중심으로 전국 유통되어 1980년대까지 각종 축연 공간에 사용되었다. 박근아 학예사는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민화는 인쇄그림이라는 새로운 시각문화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제작된 것이고, 따라서 기존의 국수주의적인 민화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결론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발표 후에는 종합토론이 있었다. 겸재정선박물관 김용권 관장이 좌장을 맡았고, 삼성미술관 남유미 학예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송형란 교수, 원광대학교 유미나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를 비롯한 청중들은 발표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질의를 했고, 발표자들은 이에 성실히 응답했다. 오직 민화의 발전을 위해 격의 없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아름다운 시간. 한국민화학회의 밝은 앞날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다음 학술대회에는 어떤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하며 민화인들에게 색다른 통찰을 전해줄지 벌써부터 그 행보가 기대된다.


글 김태호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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