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미술관 소장 민화 ③ – 연화조어도와 문자도 병풍



이번 달에는 연화와 새, 게 등이 그려진 <연화조어도>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문자도> 병풍을 들여다본다.
작가의 섬세한 필치부터 유불교의 사상이 혼재된 시대적 배경을 음미하며 그림을 감상해보자. (편집자주)


품격 있는 <연화조어도>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연화조어도蓮花鳥魚圖> 병풍이다(도1). 이 병풍은 연화도의 한 종류이지만 연화 외에도 하늘과 물에 새와 물고기를 함께 그려 넣었기 때문에 연화조어라 부를 만하다. 병풍은 8폭의 연폭連幅으로 넓은 화면을 활용하였다. 새는 모두 쌍으로 그려져 총 7쌍의 물총새, 까치, 원앙새, 물새를 볼 수 있다.
어류는 대부분 쌍으로 그려졌지만 어떤 물고기는 떼로 묘사되었고 게와 새우는 각각 한 마리씩이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혼례에 연화도 병풍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실제 창덕궁에서 전해진 작례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하버드 소장품은 안료나 기교면에서 궁중필치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잎이 뒤집힌 부분의 묘사나 연줄기와 연밥의 표현 등에서 우아한 사실성을 획득하고 있다(도1-1). 그런 점에서 시중에 쉽게 유통되는 저렴한 민화보다는 훨씬 품격이 있는 작례라 할 수 있다. 이 <연화조어도>와 지난 5월호에서 살펴본 <책거리도>는 비교적 최근에 하버드에 입수된 편이다. 두 점 모두 강 컬렉션(Kang Collection Korean Art)을 통하여 거래되었다. <연화조어도>는 한국의 이전 소장자가 1968년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개인에게 선물하였고 다시 40여년 뒤인 2012년에 강 컬렉션에 넘겨졌다. <책거리도>는 1960년대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개인이 소장하다가 2000년에 뉴욕 개인에게 옮겨졌고 2011년에 강 컬렉션 소장이 되었다. 이후 하버드에서는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연화조어도>와 <책거리도>를 구입하였다. 따라서 이 유물들은 하버드에서 전시를 통하여 한 번씩 공개되었을 뿐 국내에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강 컬렉션은 강금자 대표에 의해 운영되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미술 전문 골동상이다. 강 대표는 1981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근처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시애틀 박물관, 보스턴 미술관, 영국박물관 등과 거래를 해왔다.


유교와 불교 요소가 혼재된 <문자도>


마지막으로 소개할 유물은 <문자도>이다(도2). 이 유물은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儀廉恥를 도안화한 전형적인 문자도이다. 그러나 대개의 문자도가 그러하듯 세부에 잡다한 도상이 잔뜩 나오기 때문에 찬찬히 살피는 재미가 좋다. 1폭에는 효의 고사故事를 상징하는 죽순과 물고기가 나오고 연꽃이 덧붙여져 있다. 2폭에는 형제를 상징하는 할미새 두 마리가 사이좋게 벌레를 나누어 먹고 있다. 옆에는 향로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있다. 3폭에는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어변성룡魚變成龍이 재현되었다. 충이라는 글씨에 걸맞게 충성과 출세를 의미하는 도상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물고기 옆에는 일반 어해도魚蟹圖에서처럼 조개와 새우도 함께 나온다. 4폭에는 기러기 두 마리가 꽃을 물고 신의信義를 형상화 하였다. 신信에는 책거리에 들어갈 법한 책 장정 문양이 잔뜩 들어가 있다. 5폭의 예禮 글씨 위로는 거북이 한 마리가 기를 뿜어내고 있다. 6폭에는 한 쌍의 새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의義 글씨는 연꽃과 복사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7폭에서는 염廉 위에 게가 한 마리 보인다. 게는 형편에 따라 진퇴進退의 때를 알고 처신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8폭에는 달에서 떡방아 찧는 토끼, 불구佛具와 탑이 묘사되어 있다(도2-1). 이 <문자도>는 여덟 글자 그대로 유교의 근본 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동시에 연화, 향로, 탑 등이 가진 불교적 색채도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여러 도상의 혼재와 주술적인 반복이 민화가 가진 마력魔力임을 다시금 입증해 준다. 이 유물은 1996년에 하버드에서 구입하기 전까지는 리아 스나이더(Lea Sneider)의 소장품이었다. 스나이더 여사는 주한 미국대사였던 리처드 스나이더(Richard Lee Sneider, 1922~1986)의 배우자로서 1974년부터 한국에 체류하였다. 5년의 체류 기간 동안 스나이더 여사는 한국 민화에 흠뻑 빠져 서울, 대구, 부산을 돌며 많은 작품을 모았다. 1978년 미국에 돌아온 스나이더 여사는 뉴욕에 골동상을 열고 한국 미술을 미국에 알리기 시작하였다. 아울러 자신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1983년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The Asia Society에서 ‘길상의 정신: 한국 민화와 관련 유물들Auspicious Spirits: Korean Folk Paintings and Related Objects’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이는 미국에서 열린 한국 미술 전시 가운데 민화를 중심으로 기획된 보기 드문 사례였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기에 미국에 한국 민화를 소개하고 그 매력을 알리기 위하여 노력하였던 이들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대개 직간접적으로 한국과 관련을 맺은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미국 내의 한국 민화 소장품을 조사하고 출처(provenance)를 추적하다 보면 종종 강금자와 리아 스나이더라는 이름을 맞닥뜨리게 되는 까닭이다.


김수진 (한국민화학회 학술이사, 하버드 옌칭 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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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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