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역사박물관 – 신도시 하남의 저력 뒷받침하는 역사문화기지

하남이란 지역명에선 으레 ‘신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하남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구한 세월 동안 주요 도심지로 활용된 만큼 역사적 가치가 남다르다. 지역 내 풍성한 문화유산을 토대로 하남역사박물관은 다수의 전시와 부대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년 과정의 민화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는 하남역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하남역사박물관(관장 문재범)은 올해 ‘문화가 있는 날’의 콘텐츠를 ‘민화’로 선정해 전문 강사진과 무려 1년 동안 다양한 민화 강연 및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여기서 문화가 있는 날이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기간으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혹은 해당 주의 주말을 뜻한다. 해당 기간에는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등 전국 2천여개 문화시설의 관람료가 할인되거나 무료이다. 국공립 기관은 자체 예산으로, 사립 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문화의 날 프로그램을 진행하므로 대부분의 기관에선 내부 인원 위주로 운영할 수 있는 단발성 행사를 기획하는 것을 고려하면 하남역사박물관의 이 같은 장기적인 민화 프로젝트는 파격적이다. 문재범 하남역사박물관장은 민화의 도입 배경에 대해 박물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시 못지않게 교육 활동도 중요합니다. 과거 박물관이 유물 중심의 전시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일상에서 전통과 역사를 환기할 수 있는 인류학, 민속학 분야에 대한 조명이 필요해요.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민화를 선정해 관람객들과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 기획한 오정임 하남역사박물관 학예사는 “보다 전문적이고 흥미로운 체험을 제공하고자 전문가들과 협업했습니다. 대중들이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민화의 핵심을 이해하고, 다른 곳에서도 민화를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하남

이처럼 하남역사박물관이 대대적으로 민화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남역사박물관은 역사적 콘텐츠로써 민화를 선택한 것이지 민화와 밀접한 관련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남역사박물관이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장기적으로 민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하남역사박물관에 대한 지원, 한마디로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관심도가 높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하남역사박물관을 찾는 인원은 1년에 약 5만 명으로, 하남시 인구가 20만 명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문재범 관장은 “다른 박물관의 경우 대개 학생 단체 관람비율이 많은데 우리는 성인들이 개별적으로 관람하는 비율이 약 60%를 차지합니다. 하남시민들이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하남문화재단이 2004년 설립한 하남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1천여점의 유물을 전시 중이며 전시품의 90% 이상이 하남지역에서 출토되거나 관련 유물일 만큼 역사적 자료가 풍부하다. 하남역사박물관은 인근 개발 지역에서 발굴조사 사업 역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박물관은 설립 당시 하남시청 근처에 있었으나 2014년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현재의 위치인 덕풍동으로 이전했다. 문 관장은 하남 지역의 특징에 대해 “구석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시대의 유물이 출토되는 드문 지역입니다. 한강의 지류 근처인 하남 지역은 자연환경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사람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환경이었기 때문이죠. 백제,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대도시였던 하남 지역은 역사적 중심지”라고 답했다. 문 관장의 말처럼 하남시에는 선사시대부터 미사동을 중심으로 많은 문화유적지가 발견됐으나 문헌사료에 최초로 기록된 것은 《삼국사기》의 <백제본기百濟本紀>다. 온조가 백제를 세울 때부터 해당 영역에 속했던 하남지역은 정약용 등 여러 학자들로부터 백제의 초기 도읍인 하남위례성의 유력한 후보 지역으로 지목된 바 있다. 고려시대 및 조선초기에는 하남 일대에 경기지역 행정의 중심지인 광주목이 위치했으며 조선 후기 광주 지역은 광주군이 되었다. 현재의 하남시는 광주군의 속면으로 1989년 광주군 동부읍, 서부면, 중부면 상산곡리가 병합돼 승격된 것으로, 올해가 하남시 30주년이 되는 해다.

해마다 3개의 기획전…다변화 모색

박물관 내 전시실을 관람할 때는 3층부터 둘러보며 1층까지 순서대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대순으로 3층에는 선사실, 고대실, 고려실, 2층에는 조선실, 근현대실이 있으며 두 층 모두 상설전시관이다. 1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어린이체험실이 위치했다. 하남역사박물관은 1년에 3개의 기획전을 개최하며 각 기획전의 주요 테마는 현재 하남시민들의 삶과 모습을 다룬 전시, 하남의 역사에 대한 전시, 가족 단위 고객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획된 전시로 세부 내용은 해마다 다르다. 올해 기획전의 경우 오는 3월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고종의 꿈과 하남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고종의 개혁시도부터 의병운동, 3.1운동으로 이어지는 하남 독립운동가의 활동 및 관련 유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7월부터 9월 사이에는 학생을 대상으로 ‘구석기인의 삶과 죽음’ 전시를 개최해 선사시대의 매장풍습, 나아가 당시 죽음에 대해 고찰했던 구석기인들의 삶을 조명할 예정이며 10월에는 하남시 30주년을 기념해 지역변천과정에 대한 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다. “1년에 3개의 기획전을 준비하는 것이 쉽진 않습니다. 직원들이 많이 고생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박물관의 다변화를 꾀하고 대중들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하남역사박물관은 전시 외에 다양한 부대 행사도 진행 중이다. 하남의 전통공예명인들과 나전필통, 목공예품 등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전통공예교실’, 문화소외계층이나 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 ‘찾아가는 박물관’, 전시와 연계한 ‘선사문화체험교실’ 등을 포함해 박물관 내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지원교육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하남의 테마 ‘고고학’을 향해

하남시는 수 년 내에 2개의 박물관을 추가로 설립할 예정이다. 각 지역은 하남시 감일동 감일지구와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교산지구로 두 박물관이 완공되면 하남시는 총 3개의 박물관을 운영하게 된다. 문재범 관장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하남역사박물관을 포함한 각 박물관들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역과 더불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가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하남 지역의 테마를 ‘고고학’으로 삼는 겁니다. 일례로 하남시가 신도시 재개발 과정 동안 단순히 아파트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박물관과 함께 발굴부터 전시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에 걸쳐 이뤄지는 문화재 조사나 다양한 참관 학습 기회를 시민들과 나누는 거죠. 신도시 하남의 유구한 문화유산을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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