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貴子 정승희의 민화, 삶을 본本 뜬 그림> 펴낸 민화작가 정승희

민화는 삶의 ‘열정’이자 ‘책임감’


최근 정승희(본명 정귀자) 작가가 그의 민화인생을 담은 신간을 펴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故 김만희 민화장의 전수조교로서 교육부터 전시까지 폭넓게 활동하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그의 인생 다음 장章은 무슨 내용일까.


정승희 작가의 저서 <貴子 정승희의 민화, 삶을 본本 뜬 그림>은 40여년 민화인생의 집결체이자 그의 스승 故 김만희 화백에게 바치는 헌사다. ‘너의 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스승의 제안으로 탄생한 이 책에는 정승희 작가의 궤적과 더불어 민화의 의의, 소재별 의미, 화목별 다양한 작품이 담겨있다. 책의 각 장章마다 핵심적인 내용만을 추려 글을 최소화하고 그림과 여백을 활용해 술술 읽히기 쉽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책의 앞부분에는 스승의 삶과 민화에 대한 철학을 곁들여 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묵직이 담아냈다. 공교롭게도 책이 발간된 직후 갑작스레 부음 소식을 듣게 돼 스승의 영전에 책을 바칠 수밖에 없었으나 고인의 가족들은 ‘하늘나라에서도 분명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정 작가의 어깨를 다독였다.

전통민화에서 현대민화까지

故 김만희 화백이 199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으로 선정되며 정승희 작가 또한 전수조교로서 전통의 맥을 잇고 있으나, 정 작가는 당시만 해도 민화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저 민화가 좋아서 붓을 든 것뿐이에요. 김만희 선생님을 처음 뵈었던 1982년 무렵에도 선생님께서는 민화 연구 부문에서 독보적인 존재였고, 민화를 한다고 하면 누구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그랬던 그가 민화의 저력을 실감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일본에서 초대전을 진행했을 때다. 그림을 눈여겨본 고객이 전시회를 제안했고, 일본 지자체 등 스무곳 가까이 후원한 이 행사에서 이틀만에 작품을 완판했다. “그렇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민화가 가장 한국적인 그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민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단 걸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민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숱한 밤을 새워가며 그림을 그렸다. 아무리 빨라도 완성하는데 6~8개월 걸리는 16폭 병풍을 보름만에 그리다 쓰러지기도 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마냥 즐거웠다.
또한 정 작가는 스승과 함께 민화의 역사를 좇아 민가, 박물관 등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했고 이를 책으로 펴내는 작업도 도우며 민화 이론을 익혔다. 인터뷰 도중 그가 책상 뒷켠에서 꺼내 보인 종이박스에는 그와 스승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은 필름 슬라이드들이 한가득 담겨져 그간의 노고를 짐작케 했다. “선생님께서는 알뜰하셔서 화장품 상자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으셨어요. 자료들을 꼼꼼히 분류해 보관하셨죠.”
이렇듯 심혈을 기울여 전통을 연구한 그조차도, 민화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 작가는 현대에 맞는 새로운 민화를 모색하고자 2001년 일찍이 박수학, 박근자, 故 안종혁 작가 등 원로급 작가들과 한국민화창작회를 설립했으며 제2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재료만 보더라도 자연물을 채취해 사용한 옛날과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는 현재는 달라요. 전통을 무조건 답습하기보다는 시대상에 맞게 변형해 그리되 민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화의 미래 위해 교육에 힘쓸 것

그는 요즘 후학을 양성하는데 정성을 쏟는다. 지난 5월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이 리모델링하며 전수 교육을 진행함에 따라 돈화문 전시장에서 민화그리기 전수교육과 일일 체험교육을 진행하며 과천문화원 문화학교 등 다수의 교육기관 및 그의 화실에서 민화를 활발히 가르치고 있다. 또한 그의 문하생으로 구성된 민연회는 어언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2년 이내로 정기 회원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던 스승은 이제 곁에 없지만, 정승희 작가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공력으로 전통과 현대의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빙긋 미소지었다. “수업을 해보면 민화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이 남달라요. 이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얻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실기와 이론을 병행해 체계적으로 교육하는데 힘쓸거에요. 후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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