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국제예술공동체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 예술에 에워싸인 자유의 시공간

조자용기념사업회(회장 김종규)와 가회민화박물관(관장 윤열수)이 주최하는 대갈문화축제의 현대민화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는 프랑스 연수의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6회까지 순탄히 진행됐던 프랑스 연수가 7회 째부터 잠정적으로 중단된 실정. 그 가운데 제6회 현대민화공모전 대상 수상자 류민정 작가가 작년 1월 3일~3월 27일, 약 3개월간 진행한 프랑스 연수 후기를 월간민화 독자들과 나눈다. (편집자주)
글·사진 류민정 작가


대갈문화축제의 일환인 현대민화공모전 대상 수상자에게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이하 시테)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부여된다. 레지던시(Arts in Residence) 프로그램은 일정기간 작가에게 작업공간과 숙소, 전시 공간 등 창작 생활공간을 제공해 작품 활동을 지원한다. 시테는 미술뿐 아니라 음악, 무용,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해외 예술가를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세계 각 국에서 온 예술가들이 300여개의 스튜디오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가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머물게 된 시테 안 가나아틀리에는 창을 열면 센강이 보이는 곳으로, 언제든 파리에 머물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공간이었다.

예술이 일상이 되는 공간

시테에서는 자신의 공간에서 작업에만 몰두할 수도 있고, 입주 작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할 수도 있다. 시테 안에서 만나는 작가들의 안부 인사가 ‘요즘 어떤 작업을 하느냐’일 정도로 시테에서 예술은 일상이다. 입주 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가 자주 열리는데, 이는 대체로 오후나 저녁 시간에 열려 늦은 밤까지 작업세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많은 작가들을 만나고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시테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회화부터 설치미술, 행위예술, 미디어아트, 공연 등으로 다양하다. 시테에서 처음 만난 음악가와 회화작가가 콜라보레이션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시테 갤러리나 중정에서 행위·설치예술이 이뤄지기도 한다. 월요일 저녁은 오디토리엄(auditorium)에서 입주 작가들의 실험적인 공연을 볼 수 있어 항상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왼쪽) 오픈스튜디오에 전시된 류민정 작가 작품



시테의 내부가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간이라면, 시테의 외부는 과거의 영화와 현재를 잇는 수많은 예술작품의 공간이다. 시테 작가에게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할 수 있는 뮤지엄 카드가 제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과 박물관을 매일 가도 될 정도로 전시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평일 오전, 동네 산책하듯 퐁피두센터에 들르고 마레지구의 작은 갤러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시테의 큰 장점이다. 파리 갤러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소규모 갤러리들조차도 작품을 빛나게 하는 공간의 힘을 지녔다는 것이다.
미술관, 박물관 외에 파리의 미술품 박람회도 만날 수 있었다. 가을에 열리는 3대 아트페어의 하나인 피악(FIAC)은 볼 수 없었지만 파리 4대 살롱이 참여하는 아트 캐피탈(Art Capital)은 볼 수 있었다. 이는 거대한 미술품 거래 시장을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시테에서 받은 소중한 선물들

시테에서는 우연하고도 특별한 만남을 선물 받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오래도록 작업한 재불작가(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작업에 몰두한 전업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또 이웃이었던 각국 작가와의 시간들과, 멋진 공연을 보여준 유인촌 전 장관 부부와의 만남은 앞으로 작가로서의 삶에 있어 소중한 인연으로 기억될 듯하다. 시테에 머물던 3개월 동안 파리 대중교통 파업과 코로나19로 1차 록다운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악재에도 더할 나위 없었던 자유로움과 좋은 인연을 경험하고, 새로운 감각을 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예술가들이 거주지를 옮겨가며 작업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다른 공간에서의 작업은 작품의 생김이나 색감, 표현 방법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그 시간과 공간이 주는 묘한 선물과도 같은 것이리라.
팬데믹 상황이 얼른 나아져 많은 작가들이 예술에 대한 에너지로 가득한 공간, 시테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파리 시테 외에도 국내외 여러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적극 지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노마드(Nomad)의 삶 또한 예술가로서 느낄 수 있는 호사스러운 자유일 테니까.


류민정 | 작가

파인 송규태 화백을 사사했으며, 현재 민화작가로 활동한다.
제6회 대갈문화축제 현대민화공모전 대상을 수상, 2020년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현대민화공모전 대상특별전 외 다수의 초대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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