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㉘ 커피와 차 사이

차를 마신다는 일, 건강한 일상의 시작이다.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음료는 커피이다. 차를 포함해 커피를 마시는 공간으로 카페가 대명사로 통한다. 우리가 찻집이라 부르던 곳들도 티카페 등으로 불릴 정도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음료도 변했지만 차를 마시는 사회적 공간도 이름이 바뀌고 역할도 변했다. 여기에 세대와 계층에 따라 좋아하는 음료와 카페 공간에 대한 이해도 변했다. 코로나19로 홈카페라는 것도 유행하고 있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커피를 카페라고 부르던 프랑스어가 ‘커피를 파는 공간’으로 굳어졌다고 하니, 카페는 분명 커피의 아지트이다. 커피라는 물건이 갖는 성질과 특징이 공간 인테리어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서구사회는 물론 한국사회도 이제는 커피와 카페가 시대를 상징하는 자화상이 되었다. 커피라는 음료와 카페라는 공간이 우리의 풍습을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차를 말하면 마치 ‘나 때는 말이야’로 들릴 수 있겠다. 일상이 커피문화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 한 잔 하자’는 말을 하면서 정작 마시는 것은 커피가 대부분이다. 커피 메뉴도 과거와 달리 진화를 거듭했고, 여전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커피 판매액이 조兆를 넘어설 정도이니, 차 계열 음료시장에서 대세는 대세이다.
커피는 전 세계적인 기호 음료라 할 만하다.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지고, 다시 미국으로 전해지며 세계적인 음료가 됐다. 커피의 기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각광 받은 이유에 각성覺醒이라는 역할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산업혁명을 거치던 유럽 사회에 도시화와 기계화에 따른 사회적 코드가 각성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커피는 사회적 대세를 타고 유행을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차의 나라라고 하는 현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탄산음료와 더불어 커피의 유행 속도가 놀랄 정도이다. 중국의 도시화 바람과 맞물린 당연한 현상이다. 카페라는 공간도 그 유행 속도에 맞추어 빠르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를 비롯해 지방 도시에서도 커피 체인점이 확산될 뿐 아니라, 카페는 차츰 젊은 층에게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열린 공간이자 휴식 공간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커피가 주류 음료로 있는 가운데 현대사회 현대인들이 차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음료 시장에서 기존 커피에 반대하는 비非주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중국의 차 생산량은 2014년 200여만 톤 이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커피회사에서도 차를 생산하거나 티 메뉴 개발에 열심이다.
지금은 커피가 전 세계를 대표하지만 동양의 차도 한때는 전 유럽을 감동시키며 대표 음료로 자리했던 적이 있었다. 17세기 초 동양의 차는 도자기와 함께 유럽에 전파되고 영국을 비롯한 나라들에서 국민적인 음료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사교음료로 유행했었다. 향기가 좋고 무엇보다 몸에 좋았기 때문이다.
습하고 추운 조건의 영국 국민들에게 중국에서 수입된 까맣게 생긴 붉은 탕색의 차가 인기 최고였다. 특히 푸젠 우이산武夷山의 홍차는 몸을 데워주어 습한濕寒 혹은 습열濕熱 조건 모두를 이겨내는 데 효과 만점이었다. 여기에 천연의 레몬향과 달콤한 우유맛까지 실렸으니 유럽인에게 음료의 신세계가 되기에 충분했다. 영국 정부는 금주령을 내리고 홍차를 대대적으로 권했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은 홍차를 수입하는 데 재정적인 부담이 커졌다. 차와 도자기를 수입하느라 재정 부담도 커지고 해상무역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졌다. 결국 다른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차를 중국이 아닌 인도나 스리랑카에서 재배 수입하게 되고, 대중적인 음료 시장에 커피가 그 자리를 나눠 가지게 되었다.

차와 커피의 코드

차가 우리 몸에 아무리 좋다 해도 반드시 대표 음료가 되는 건 아니다. 역사적인 과정,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음료는 생활패턴과 관계가 있고 그 패턴은 다시 사회적 일반 산업 등과 깊은 이해가 맞닿아 있다. 커피가 여전히 현대사회의 대표 음료로 유지되는 까닭도 마찬가지이다. 지친 노동으로부터의 각성과 빠르게 마실 수 있는 편리함과 유쾌함을 반영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커피에 어울릴 만한 식료食料 즉 빵이나 간식류가 유행했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차를 이야기하는 자리임에도 이렇게 커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활패턴과 음료는 나눌 수 없는 사이라는 것, 그래서 커피와 콜라는 음료로서 현대사회를 상징한다는 것! 즉 커피와 차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사회적 문화적 코드로서도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 두 음료가 서로 갈등하는 사이가 아님에도 그 코드는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코드에 잘 부응하지 못하면 차의 공간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차는 커피와 코드를 달리한다. 생존하기 위해 각성해야 하고 편리해야 하며 휴식을 제공한다는 커피의 코드와 달리, 차의 코드는 내 안의 에너지를 먼저 돌아보게 하는 코드이다. 나의 삶을 건강하게 재생산해낼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차는 곧 삶의 복원력復原力이라 말한다. 이것이 차의 코드이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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