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㉖ 윈난 사람들의 생존을 지켜주었던 차생활

윈난의 대표적 차인 보이차



차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우리에게 진정한 복福은 재화나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심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 여겼다. 차나무를 처음 찾았다는 윈난 푸랑족이 자손들에게 남긴 유언도 그것이었다. 돈과 권력은 금방 사라지지만 차나무는 대대로 후손들에게 생명을 지켜주는 힘이 될 물건이라고 했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구름의 남쪽을 뜻하는 윈난[云南]이 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시기는 당나라 무렵이다. 아니, 윈난의 입장에서 보자면 남조대리국南詔大理國 시기다. 750년 무렵 남조대리국과 당나라 사이에 천보전쟁天寶戰爭이라는 크나큰 전쟁이 있었다. 당시 당나라는 현종玄宗, 남조대리국은 꺼뤄펑[閣羅鳳]이 각각 통치하고 있었다. 전쟁은 당나라의 패배로 끝났고 30만 가까운 당나라 군대가 전멸하고 이를 이끌던 이밀 장군마저 전사한다. 이후 남조국은 적극적으로 당나라와 화친을 맺고 이 과정에서 파견된 사신이 남조국이 있는 곳을 ‘구름의 남쪽’이라 소개한다.
현재 윈난의 대표적 차는 보이차다. 그러나 보이차라는 이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가 마시고 즐기는 보이차가 어느 시기부터 비롯했는지, 역사적 계통은 불분명하다. 차나무의 고향이 윈난이고, 아주 오래 전부터 음차문화를 즐겼던 곳이 윈난인 것은 분명하다. 차나무 수령이 3천 년을 넘은 재배종 차나무가 윈난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차나무를 처음 재배했던 윈난 소수민족들이 전하는 생명의 지킴이와 같은 차 이야기도 그렇다. 문헌을 통한 윈난 지역 차 이야기는 동한東漢 시기, 즉 2천여 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촉나라 제갈량이다. 지금도 윈난에서는 제갈량을 차의 시조로 여기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신농본초경》이 전하는 차의 기원이 약물설이듯, 윈난에서 전하는 차 역시 대부분 질병 치료와 관계가 있었다. 차의 정산正山으로 불리는 윈난의 이우산易武山 전설도 그렇다. 인간 세상이 질병에 빠져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깝게 여긴 천상에서 내려와 이우산이 되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차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제갈량과 윈난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남정南征을 떠나 맹획의 부대와 싸울 때 초기에는 연전연패했다. 윈난의 풍토병에 병사들이 적응하지 못한 반면 맹획의 부대원들은 날고 뛰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맹획의 무리에게 차가 있었고 제갈량은 차를 질병 치료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맹획과 칠종칠금七縱七擒을 거치며 두 사람은 의형제 관계로 발전했고 윈난 소수민족은 차를 적절하게 응용했던 제갈량을 차신茶神으로 존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차잎을 따는 윈난 소수민족



윈난의 기후는 아열대 고온 계절풍 기후대에 속한다. 산악지구가 발달해 고산을 중심으로 입체기후가 발달했고 기후 유형은 매우 복잡해졌다. 이로 인해 윈난 남쪽은 온역瘟疫에 해당하는 전염병이 잦았다. 윈난에는 현재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지만 북방에서 그보다 많은 소수민족들이 내려왔다. 그 가운데 생존했던 민족은 대부분 차를 생활화했던 민족이라고 한다. 이동과 정주생활을 반복하던 이들에게 차茶라는 물건은 필수였던 셈이다.
인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의 질서에서 벗어나 재배를 통한 인간만의 문화가 시작하면서 숙명처럼 따라온 것이 전염병이다. 특히 인간보다 먼저 이 지구에 있었고 훨씬 많은 종류의 수를 보유하고 있는 미생물과 인간 사이에 공존과 갈등의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책 《세상을 바꾼 전염병》이 전하는 메시지는 진행형이다. 고대 로마의 멸망과 십자군의 실패 그리고 중세의 몰락과 아즈텍, 잉카 문명이 사라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전염병이었다. 전염병에 대책 없이 당하고 있던 인간은 전염병을 극복할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고 백신과 항생제를 발견했다.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항균성 물질이 발견됐고 항생제가 인류의 삶에 기여하면서 전염병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치료의 대상이 됐다. 위생의 중요성도 부각 돼 도시계획, 공공보건 정책, 법적 환경 개선 등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식생활은 청결해졌으며 양질의 음식을 섭취하게 됐다. 전염병으로부터 비롯된 일상의 변화는 전염병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 발생한다. 코로나19와 기후 이변이 지속되는 가운데 맞이한 7월은 또 다른 예고편을 보냈다. 2021년 여름은 새로운 기록을 남기는 계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초기 예고편 때 인류는 자체적으로 기존 문명에 대한 성찰의 메시지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대응은 전환이 아닌 낡은 패턴의 연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차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이다. 우리에게 진정한 복福은 재화나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심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라 여겼다. 차나무를 처음 찾았다는 윈난 푸랑족이 자손들에게 남긴 유언도 그것이었다. 돈과 권력은 금방 사라지지만, 차나무는 대대로 후손들에게 생명을 지켜주는 힘이 될 물건이라고 했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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