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㉒ 무이차武夷茶를 마시며 무이산을 그리다

지난 10여 년간 해마다 찾았던 무이산. 천유봉에 오르고 구곡을 표류하고,
무이암차를 품평하며 고대인들의 유적지를 돌아보던 무이산의 여정을 무이암차 한 잔에 담아본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최근 민화 작가 몇 분과 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홍차와 우롱차를 마시다가 무이산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 복건성福建省 무이산은 자연과 문화 분야에서 매우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월간민화에서도 무이산 답사 팀을 꾸렸을 정도로 많은 여행객들이 다양한 이유로 무이산을 찾는다. 필자 역시 봄, 가을이면 무이차를 찾아 무이산을 찾곤 했다.
무이산은 여느 차 산지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먼저, 차 문화의 정수를 가장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좁은 면적에 차나무 종류만 해도 360여 종이 넘는다. 당나라 이후 청나라 때가지 황실에 차를 진상하던 곳이기도 하고, 홍차와 우롱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19세기까지 가장 환영 받던 세계인의 차라고 한다면 ‘랍상소우총’이다. 유럽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차는 무이산 홍차의 이름이었던 정산소종正山小種의 광동식 발음이다. 이렇게 홍차의 기원이 되면서 무이산을 차의 정산正山이라 불렀다.
무이산에서 등장한 우롱차와 홍차는 차의 쓰임새를 더욱 풍부하고 세밀하게 했고, 이를 통해 세계의 차 문화는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무이산에서 녹차류가 아닌 우롱차와 홍차 등 다양한 차가 섬세하게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성리학과 같은 사고방식이 자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차나무 생장환경으로 독특한 무이산의 토양과 기후 조건이 있었지만, 자연으로 있는 찻잎을 인간 생활 속 물건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사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무이산은 성리학이라는 동양 정신의 진수가 꽃을 피웠던 곳이다. 주희朱熹 선생이 50여 년 동안 머물면서 성리학의 기초를 다졌던 곳이다. 이렇게 무이산은 차와 성리학이라는 유산을 통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무이산이 지니고 있는 차와 성리학이라는 자산은 중국인들만의 문화가 아닌, 세계인들이 함께 계승하고 보존하면서 향유할 가치가 있는 문화이다. 무이산 구곡九曲 계곡 가운데 오곡五曲에 주자의 초기 서원인 무이정사武夷精舍 유지가 있다. 이곳에 성리학이 꽃 핀 곳으로 조선을 소개하고 퇴계 이황 선생의 역할도 소개하고 있다. 주희 선생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를 이어 지은 조선 성리학자들의 시가가 많았다. 무이산을 가보지 못했으니 아마도 마음으로 상상하며 노래했을 것이다. 퇴계 선생의 차무이도가次武夷櫂歌와 율곡 선생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등이다.

띵원펑[丁云鹏], <무이산구곡도武夷九曲图>, 1547~1628, 상하이박물관 소장

무이산의 백미, 아름다운 자연 풍광

이렇게 무이산을 그리고 직접 찾는 이유는 답사 일정으로 구체화되기 마련. 차와 성리학 관련 코스도 있지만 무이산의 백미는 무엇보다 자연 풍광에 있다. 무이산은 세계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앞서 말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쌍雙 유산인 셈이다. 이는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단하지형은 중국에서 신청하여 인정된 지형 이름이다. 이는 융기와 같은 내적 요인과 풍화 침식 작용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붉은색 육성陸成 퇴적층 위에 발달한 경관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중국의 단하지형은 온난 다습한 기후와 사암의 적색층으로 이루어진 지형적 특색으로 매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붉은 절벽과 침식으로 인한 수려한 자연 기둥, 협곡, 계곡 등이 있다. 이러한 경관은 아열대 활엽상록수림을 잘 보존하고 많은 종의 식물과 동물들의 서식지가 된다. 단하의 지형적 특성은 격렬한 분열과 협곡의 분리, 산정상의 서식지를 만들었다. 천혜의 아름다움과 함께 청년기에서 장년기, 노년기 지형의 지구 역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무이산의 지형은 구곡九曲을 중심으로 36봉峰에 99암巖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바위산을 토양으로 삼아 도처에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무이차를 무이암차武夷巖茶라 부르고, 바위의 운치를 지닌 암운巖韻을 무이암차의 가장 큰 매력으로 여긴다.
일과 여행 등의 이유로 지난 10여 년간 해마다 찾았던 무이산! 코로나19로 가지 못하는 회환을 실어 무이산이 지닌 풍경을 무이암차에 실어본다. 무이산을 찾아 천유봉天遊峰에 오르고 구곡을 표류하고, 무이암차를 품평하면서 고대인들의 유적지를 돌아보던 무이산의 여정을 차 한 잔에 오롯이 담아본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