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㉑ 차를 마시며 茶를 그리다




민화가 많은 애호가들에 의해 꽃을 피워가는 시대!
여기에 여러 사물과 사상 그리고 감정들이 민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새롭게 자리할 것 같다.
차 역시 마찬가지이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차는 예전부터 동양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그림을 그리던 이들은 술도 즐겼지만, 차도 즐겼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차화茶畵라는 장르이다. 표현 형식으로는 수묵화에 속하고, 내용으로는 문인화로 분류된다. 차화는 차 문화의 반영이자 차를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활동 영역이 되기도 했다. 문인화는 대개 문인의 정취를 담고 작가는 그의 사상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 문인들에게 차는 어떤 물건이 되었을까?

후대 화가들이 그린 루통의 화상畵象

문인화에는 문학성과 철학성 그리고 서정성이 담기기 마련이다. 매난국죽梅蘭菊竹이나 송석松石 등 사물에 자신의 언지言志를 의탁하기도 하고, 자신이 품은 정한의 품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차화는 예술적 지향보다 화가의 감정 표출을 지향하는 점이 더 강조되었다. 차는 개문칠대사開門七大事 가운데 하나로, 살림을 시작할 때 필요한 일곱 가지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정행검덕精行儉德을 지향하는 수많은 문인아사文人雅士들에게 차는 절친이었다. 인간다운 살림에 차는 필수적으로 쓰였고, 심신수양의 절차탁마 과정에 차는 중요하게 쓰였다. 그러다 보니 문인화가들의 붓에 등장하는 상객常客 가운데 하나로 차가 있었던 것은 당연했다.
차와 그림의 만남에 대해 향기를 가지고 말한 이도 있다. 동양의 그림에서 나는 묵향墨香은 차향茶香과 비교하기도 한다. ‘품질 좋은 차는 묘한 묵향을 겸한다’는 말이 있다. 찻자리에서 마시고 즐긴 차의 여운은 몸에 남는다. 향과 맛은 물론이고 몸 속 작용으로 길게 남는다. 이를 차운茶韻이라 하고, 예로부터 그 운치를 예찬했던 이들이 글과 그림으로 그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차를 즐기고 산수를 즐기던 이들의 생활이 꼭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이상과 달리 세상은 풍파로 흔들렸고, 그럴수록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중中에서 노닐 수 있는 기제를 찾았다. 그 가운데 차가 있었고, 그 외에도 금기서화시곡琴棋书画诗曲 등이 있었다. 이것을 두고 문인들이 즐기던 칠건사七件事라 부르기도 했다. 차가茶歌와 관련한 대표적인 문인이라면 당나라 때 루통(盧仝, 약 795~835년)이 있다. 루통은 벼슬에 뜻이 없었고, 일찍부터 소실산少室山(허난성 덩펑登封현 북쪽 산)에 숨어 살면서 스스로를 옥천자玉川子라 했다. 뒤에 허난성 뤄양洛陽으로 이주한 후에도 매우 가난하게 생활하였는데, 집안에는 서책이 가득했다고 한다. 그를 차선茶仙이라 하지만, 그의 일생은 화려하지 않았다. 허난성에 은둔하던 시절 그에게 차는 몹시 귀했다. 때로는 대나무 잎을 차로 대신하여 달여 마시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간의대부諫議大夫 멍젠孟諫이 당시 당나라 황실에 진상하던 양시엔차[陽羨茶]를 보내온 것이다. 양시엔은 자사차호의 고향으로 알려진 이싱宜興의 옛 지명이다. 당시 차는 덩이를 진 단차團茶 형식이었고, 이를 산중의 벗에게 보낸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는 봄차가 산 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산인에게 봄 소식을 전한 셈이었다. 차를 전해주던 세속 손님도 돌아가자, 루통은 홀로 머리띠 동여매고 차를 직접 끓여 마신다. 한 잔 한 잔 그렇게 마시면서 차가 몸속으로 전해지는 느낌을 노래했다. 루통은 감격에 넘쳐 칠완가七碗歌를 남긴다.

일완후문윤一碗喉吻潤, 이완파고민二碗破孤悶
삼완수고장三碗搜枯腸, 유유문자오천권惟有文字五千卷.
사완발경한四碗發輕汗, 평생불평사平生不平事, 진향모공산盡向毛孔散.
오완기골청五碗肌骨淸, 육완통선령六碗通仙靈.
칠완끽부득야七碗喫不得也, 유각양액습습청풍생唯覺兩腋習習淸風生.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시고,
둘째 잔은 가슴의 답답함을 달랜다.
셋째 잔은 빈속을 헤쳐주니
오직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이 있을 뿐이네.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을 내니
평생의 불평스러운 일 모두 모공으로 향해 흩어지네.
다섯째 잔은 살과 뼈가 가벼워지고,
여섯째 잔은 선령仙靈과 통하게 하네.
일곱째 잔은 마실 것도 없이 양
겨드랑이에 습습히 일어나는 청풍을 느끼네.
-루통 <칠완가七碗歌>

남송 때 류송니엔[劉松年]의 <루통팽차도盧仝烹茶圖>, 베이징 고궁박물원 소장



그의 모습을 훗날 많은 화가들이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봄을 맞아 민화 작가 몇 분과 차회茶會를 시작하기로 했다. 오래된 미래라고 부르는 차茶를 현대 민화 작가의 붓 아래 손님으로 청해보려는 자리이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