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⑳ 봄날을 기다리며 차, 한 잔

힘들고 지쳐 어느 한 곳에 머물고 정체되어 있는 이가 있다면,
그를 깨워 다시 길을 갈 수 있는 지지와 지원을 하는 그림이 민화가 아닐까.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내 몸을 운영하는 기본 에너지를 우리는 필수 에너지라 말한다. 이와 직결된 생활문화는 의식주이다. 의식주에 쓰이는 재료는 1차적으로 자연에서 오고, 2차적으로 이를 가공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통한다. 사람들을 포함한 여러 소비자들은 이를 소비하고, 남은 찌꺼기는 다시 자연으로 버린다. 농업혁명 이후 잉여를 통해 이러한 반복적인 패턴이 가능했고, 산업혁명을 거치며 자연은 인류에게 이용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2차 영역의 인공적인 성장은 가속화되었다. 당연히 성장은 많은 부분에서 소외현상을 낳기도 했다. 특히 사람과 자연 사이가 멀어지면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고,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공동체와 먼 이익집단 중심으로 변해가며 인간 사회 내부의 소외현상은 심해져만 갔다. 그러면서 인류는 매 시대를 거치며 새로운 숙제를 안고 지냈다. 그러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등장했고, 이를 어느 문화학자는 ‘문명의 역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 사회는 국민소득 3만 불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성장과 민주에 이어 복지가 주요 아젠다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삶에서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패턴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스스로의 삶은 스스로 설계한다는 테마가 생산과 소비 모두에서 고려되기 시작했다. 이 선상에서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그러면서 성장과 자기 우선으로 사고하던 패턴이 잠시 멈추고, 그 동안 무시하고 경시했던 부분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선진국가들 전체가 노령사회에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던진 사회 문화적 화두는 문명 자체를 전환시킬 폭발력으로 작용하는 듯 했다. 여기에 인문과 문화 영역을 중심으로 문제 제기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부산했다.

(위) 김혜경 <인내> / (왼쪽아래) 송진석 <월하선인> / (오른쪽 아래)윤은이 <마음풍경-푸른밤>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신시대명호 전시 그림 중 일부)

민화民畵와 민차民茶의 시대

민화 역시 그 현장에 있고, 차문화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민화民畵 전시를 자주 하면서 민화와 관련된 대상과 주체에 대해 설명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민民이 주체가 되어 하는 그림’과 ‘민民의 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 등으로 개념은 나누어지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전자에 방점을 두고 민화를 접한다. 특히 민民이라는 개념에 마음이 기운다. 《대학》에 나오는 세 가지 강령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는 민民이 이를 설명하는 기본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 있는 도道는 늘 밝음 그 자체로 있고, 덕德은 이 밝음을 향해 가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늘 새로움에 있으며, 밝음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가르키는 민民은 쉬지 않고 선善을 추구한다.”
여기 민民에는 군신君臣도 있고, 부자父子도 있고, 붕우朋友가 모두 함께 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모두 민民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화民畵는 밝은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늘 격려와 위로를 주는 그림인 셈이다. 해학과 벽사와 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것도 내심은 바로 지어지선止於至善하는 민民에게 딱 필요한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힘들고 지쳐 어느 한 곳에 머물고 정체되어 있는 이가 있다면, 그를 깨워 다시 길을 갈 수 있는 지지와 지원을 하는 그림이 민화가 아닐까.
곤곤이지지困困而知之! 코로나19로 인한 이 곤곤한 상황을 극복하는 큰 그림은 시간이 지나면 윤곽을 드러내리라고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극복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내 몸을 운영함에 있어 내 몸의 이상적인 상태, 즉 건강과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것이 가능한 삶이 되도록 생활문화를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대별 차문화 역사 역시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기반으로 하여 명맥이 이어져왔다. 지금은 시장의 성격도 기존의 마니아층에서 대중적인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른바 특별한 층의 차문화를 상징하던 차인茶人의 시대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차를 선택하여 즐기는 민차民茶의 시대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에게 다시 봄 같은 시절이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기존에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이익과 가치 중심으로 대하던 나의 생각 및 우리의 생각이 바뀐 데서 기인하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자연과 친하고, 인문과 벗하며,
예술에서 노니는 생활문화가 여러 곳에서 펼쳐지지 않을까! 차의 쓰임새는 여기에 있고, 민화가 차문화와 만난다면 이러한 내용을 민화적 형식으로 펼쳐가지 않을까 싶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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