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⑲ 차의 정情을 전하는 도구

차도구의 역할은 차문화사에서 무척 중요했다.
차를 차답게 풀어내는 도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차를 제대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차茶는 찻잎에서 나왔으나 찻잎과는 성질이 다르다. 찬 성질[微寒]을 지닌 자연의 찻잎을 따서 바로 먹을 경우 큰 탈이 생길 수 있지만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친 차는 따뜻한 성질로 변했다.
성질을 전환하는 방법은 원시적이고 단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음식의 조리나 약의 제조처럼 햇빛과 인공적인 열, 삭힘 등의 공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후 찻잎을 이용해 차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해졌고, 불과 물을 통해 산화발효되거나 미생물발효된 차가 우리의 찻상에 오르게 되었다. 녹차와 홍차, 우롱차가 산화발효차에 해당하며, 보이차 같은 흑차黑茶는 미생물발효차로 분류한다.

차도구, 차와 사람을 연결하다

차문화에서 차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는 영역이 바로 차도구론이다. 차의 작용을 풀어내는 도구 가운데 으뜸은 역시 물과 불이며, 이러한 물과 불을 다루기 위한 도구들이 생겨났다. 불을 이용해 물을 끓이는 도구인 ‘화로’, 차와 물을 매개해서 차가 찻물로 풀어지도록 돕는 도구인 ‘차 주전자’ 등이 그것이다.
차 주전자에서 우려낸 찻물을 따라 마실 수 있는 찻잔도 필요하다. 차문화가 발전할수록 차도구도 발전했고, 차의 성질에 맞는 다양한 차도구가 정립되기도 했다.
중국은 명나라 이전, 우리나라 경우는 구한말까지의 시기에 차는 주로 덩이차(떡차)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사람들은 떡차를 쪼개고 부수어서 관罐이라고 하는 그릇에 넣고 달여 마셨다. 이렇게 달여 마시던 문화를 자차煮茶문화라고 불렀으며, 자차문화에 어울리는 도구에는 탕관을 중심으로 호리병과 찻잔 등이 있었다.
차문화는 명나라 이후 달여 마시던 문화에서 우려 마시는 문화로 변화·발전했다. 이는 당시 유행하던 차가 덩이차가 아닌 산차散茶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 형식의 변화는 차의 성질과 보조를 맞추며 변화했다. 차를 우려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등장한 도구가 차호茶壺다.


차를 우리는 기본 도구



차를 달여 마시던 풍경



도자기 양식인 차호는 차와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았다. 과거엔 차를 준비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마시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차호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차를 마시는 사람이 직접 차를 우려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차를 마시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음차飮茶 문화는 사회적 상황과도 밀접했다.
명나라 중·후기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사대부들 사이에 심학心學이 유행했다. 심학(양명학)은 왕수인이 제창한 새로운 유학新儒의 한 갈래로, 주희의 주자학과 달리 외부 세계를 지각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전체적인 역할에 더 주목한 학풍이다. 우주 만물의 이치이자 원리라고 할 수 있는 ‘리理’에 대해 주희는 성즉리性卽理를, 왕수인은 심즉리心卽理를 주장했다. 심학의 자기 수양문화와 잘 어울렸던 것 중 하나가 차를 마시는 문화였다. 사대부들은 수양 정진하는 과정에서 차문화를 즐겼고, 차호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이차위매以茶爲媒 이호회우以壺會友.”차를 매개체로 삼고 차호로 벗을 사귄다는 뜻이다. 차라는 사물은 사람의 몸 안에 들어와 심신의 변화에 중요한 매개체로 쓰였고, 차를 풀어내는 차호라는 도구는 차와 사람 사이, 더 나아가 차를 함께 나누는 사람 사이를 하나의 시공에서 어울리게 했다.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 차호를 민화의 화제畵題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민화를 감상하면서 여러 차례 들었던 생각을 내년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열리는 <2021년 한중도자문화교류전>에서 시도해보려고 한다. 전시에서는 차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중국 이싱[宜興]의 자사차호紫砂茶壺와 한국 찻잔이 콜라보를 이룰 예정이다. 자사차호는 중국의 차화茶畵에 많이 등장한 차도구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차화를 민화의 영역으로 품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