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⑱ 색깔로 차를 이해한다는 것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은 음양오행론에 기초한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색을 말한다.
오방색에 대한 이해는 민화뿐 아니라 차에서도 중요하다.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차를 소재로 하는 차화茶畵의 정서는 어딘가 민화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차茶와 민화民畵가 친숙하다는 것은 아니다. 소재나 분위기 이외에도 차와 민화가 통하는 중요한 코드가 있다. 바로 색色에 대한 이해다. 오방색五方色 개념은 민화에서 기본으로 작용하듯이, 차에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동양에서는 인간을 둘러싼 무수한 사물을 이해하고, 이들 사물과 인간이 서로 만나기 위한 원리로 음양오행론을 정립 발전시켰다. 다섯 가지 색은 오행五行을 상징하면서 때로는 방위가 되어 위치를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이 되어 운동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우리 차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차 상품을 분류하는 방법은 오행에 근거하지 않는다. 차의 분류와 이론 정리는 대개 차 산업을 이끄는 쪽에서 진행해왔는데, 지금 세계적인 차 산업과 관련한 체계는 아편전쟁 이후 유럽이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중국이 차 시장에 진입해 생산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다시금 ‘차의 나라’ 면모를 보여주려 하고 있다. 유럽의 차 이론이 식품영양학에 근거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제차制茶라는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 차를 분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두 입장 모두 공급자 위주의 분류법이다. 차를 마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를 어떤 기준으로 이해하고 마셔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 분류를 다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이런 작업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오행론을 통해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화도 그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차를 오행으로 분류한 표

전통 색으로 사물을 이해하다

차실의 차도구 색상도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차를 분류하는 가장 기본 틀을 보면 녹차, 홍차, 황차, 흑차 등 색깔로 이름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색은 물리나 심리, 예술에서 판단하는 해석을 넘어서는 이름이고, 외양外樣을 내부와 연결시키기 위한 개념으로 존재한다.
오행은 운동성에 기반하여 정립된 사물 분류법이다. 오행으로 이루어진 모든 사물은 색깔로 표현됐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는 사물이면서 오행 운동의 상징물이고, 녹綠 외에 청홍황백흑靑紅黃白黑 오방색 역시 오행의 성질을 상징하고 있다. 민화 작가들은 화폭 위에 그려지는 오방색이 어떤 색운色韻이 되고 어떤 감각을 전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느낌을 차에도 적용할 수 있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즉 하늘이 검고 땅이 누렇다고 한 것은 하늘의 운동성이 내림에 해당하고 땅의 운동성이 풀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운동성과 함께 위치 관계도 나타낸다. 오행으로 사물을 이해한다면 색으로 불렀던 차의 이름이 곧 내부의 운동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홍차紅茶는 탕색이 붉어서가 아니라 몸 안에서 불처럼 올림 작용을 한다. 보이차와 같은 흑차黑茶는 하늘이 위에서 아래로 내림 작용을 하는 것처럼 전신에 흩어진 열기를 모아 아래(배)로 내리는 작용을 한다. 황차黃茶는 누런 땅이 풀림과 숙성의 작용을 하듯이 몸에서 풀림 작용을 한다. 녹차綠茶는 풀빛이 자라남을 상징하듯이 몸에서 상하로 움직이는 작용을 한다. 차를 오행으로 분류해 마시고 즐기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같은 이치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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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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