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⑰ 바탕과 외양의 어울림

모든 사물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저마다의 바탕이 있기 마련이다.
바탕을 바로 세워 자기다움을 찾는 것이 삶의 좌표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하겠다.

– 글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차나무만 차茶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땅과 하늘을 만나는 생명활동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식물학자들이 말하는 차나무의 특징은 뿌리의 직근성直根性과 1년에 15차례 이상 찻잎을 피우는 점이다.
식물은 뿌리가 토양층에 따라 속성이 달라진다. 먹는 음식에 따라 사람의 체질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토양층은 층마다 서로 다른 성분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다양한 자양분을 식물에게 제공한다. 식물의 녹색 잎은 광합성을 통해 개체 유지와 종족 보존을 위한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차나무의 찻잎은 바로 꽃을 맺지 않는다. 여러 차례 새잎을 피우면서 뿌리를 통해 얻은 자양분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바탕(뿌리)과 외양(잎)이 어우러진 차나무는 우리 몸속에서 채움과 비움, 즉 차의 역할을 하게 된다.
‘물유본말物有本末’이라는 말이 있다. 물건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모든 동식물에는 자기만의 바탕이 있고, 그 바탕에 기초해 상하·좌우·내외의 조화를 펼치기 마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몸을 표현한 원시적인 글자 유형인 서주西周시대 금문金文을 보면, 사람의 몸에 중심축이 표시되어 있다. 이 중심축이 곧 사람의 뿌리라 할 수 있고, 뿌리를 바탕으로 몸이 운영되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논어論語》에서도 “나의 바탕이 바로 서면 나의 몸은 저절로 돌아간다[本立而道生]”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다움의 바탕이 드러나는 외양은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달랐다. 한 시대 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인간은 인간다움의 바탕을 조금씩 꽃피워왔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국민 한 사람이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면 나는 자신을 스스로 정립하고 있는가? 이것이 민주주의 시대의 과제가 됐다.

(왼쪽) 박현, <성신省身>, 서주금문을 이용한 서예 작품 / (오른쪽) 임진성, <생생>

자연과 조화로운 인간, 나다움을 찾다

한편, 인류는 진화를 거치며 자연에 큰 빚을 졌지만 그것을 잊고 말았다. 자연의 역습이 시작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와 기후 이변 등으로 인간과 자연의 모순 관계가 전면에 등장했다.
사람에게 바탕이 있듯이 자연에게도 바탕이 있을 것이다. 자연은 바탕에서 비롯된 질서에 따라 인간사회에 경고를 보낸 셈이었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사람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예술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에서 ‘오늘 다시 길에 오르다!’라는 표제로 <논어서화전>이 열렸다. <논어서화전>은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유가儒家의 정신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근거로 삼자는 작가들의 열정이 담긴 전시였다.
임진성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을 되새겼다고 했다. 팬데믹 시대라는 난세亂世의 속에서 사람들은 처신이 불안해졌고,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이 곧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강조했다. 박준수 작가는 “세계화는 각 나라의 고유한 민족정신과 특성을 인정하고 현대 사회의 시대정신과 문화로 공감대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 현대의 한국화 역시 고유의 특성과 시대정신이 어울려야 한다”고 했다. 박방영 작가는 “군자에게는 바탕과 외양의 어울림이 중요하다. 이것은 작가의 예술 세계에 조화라는 잣대로 반영된다”고 했다. 예술가들은 동시대를 성찰했고,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 사람을 이야기했다.
바탕과 외양의 어울림은 생활 속에서도 실천할 수 있다. 나의 뿌리를 찾는 일은 제대로 된 차를 마시듯, 내 몸에 들고나는 것을 조절하는 데서 시작된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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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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