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⑯ 차茶와 민화民畵의 닮은 점

그동안 차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일이 생겼다.
최근 민화 작가와 교류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생긴 변화다.

–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민화는 차茶와 마찬가지로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문화적 역할이 있다. 9월 한 달간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특별초대전을 열고 민화 작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민화 너머의 민화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민화를 그리는 사람, 민화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정서가 남달랐다.
민화 작가는 주체성이 강했고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들의 삶은 소박했으며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도 생활과 밀접해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민화는 친근하고 자유로우며 조화로운 예술이었다. 그래서인지 민화 작가들과 함께한 찻자리가 즐거웠다.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민화를 그리는 정서와 차를 마시는 이유가 서로 잘 통하고 있었다. 자연과 동식물이 민화를 통해 길상吉祥의 의미로 우리 곁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민화 책거리 병풍에 찻주전자가 있는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몸과 자연이 연결되도록 매개하다

문화는 인간이 자연의 영역에서 독립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인간과 사회에 의해서 만들어진 물질적 혹은 정신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일컫기도 했다. 차는 인간이 물질문화에서 이룩한 중요한 성과물 중 하나였다. 차문화의 출발이 음식이 주는 긍정성을 높이고 부정성을 낮추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를 마시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동양에서 수천 년의 시간을 거치며 발전해온 ‘차’의 문화적 요체가 있으며, 그 핵심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자연 상태로 복원하는 데 있다. 이러한 차의 역할은 음식이 우리 몸을 유지하는 기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손님에게 차를 내오는 윈난 바이족[白族] 아가씨



음식은 몸과 자연이 친해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까운 통로이다. 차는 음식과 더불어 몸과 자연이 잘 연결되도록 매개하며, 체내로 들어온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특별한 음료였다. 음식은 우리를 살리기도 했지만, 아프게 하고 심지어 죽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약이 아니면서 밥을 소화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게 하는 기제가 필요했고, 일상 속에서 소화·해독·중화 작용을 하는 기제로 자리 잡은 문화가 곧 차문화였다.
차문화를 이해할 때 차나무와 찻잎에 대한 이야기, 찻잎을 차로 만드는 방법 등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차를 제대로 마시고, 자연과 어울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차문화가 기본적으로 우리 몸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고, 몸의 안정된 재생산에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차를 마시고, 민화의 세계에 노닐면서 맺고 있는 숱한 관계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회, 나아가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 조금 더 자유로우면 좋겠다. 자연의 소중함을 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의 의식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 차에 담긴 마음이자 민화에 담긴 마음으로!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 대표,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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