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⑮ 나른한 오후를 홍차와 함께

가을의 문턱에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어떤 차가 좋을까?
쌉싸름한 풍미를 지닌 홍차는 더위를 식히는 데 도움을 준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개개인의 기호는 물론이고, 음식과 기후가 변하면서 그에 따라 차를 즐기는 시대로 들어섰다. 한국 날씨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봄가을이 짧게 스치듯이 지나가고, 여름과 겨울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초가을은 늦더위로 고온다습한 날씨를 보인다.
습하고 더운 지역에서는 적당한 차가 따로 있다. 중동 지역에 있는 터키는 세계에서 1인당 차茶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터키인들은 1인당 1년에 1232컵에 해당하는 차를 마신다고 하니, 하루 석 잔 정도의 차를 마시는 셈이다. 터키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나라는 아일랜드와 영국이다.
더운 지역에서 사는 터키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차는 홍차다. 습하고 추운 영국에서도 홍차를 즐긴다. 이런 현상은 차의 성질과 관계가 깊은데, 홍차가 더위를 이기고 습기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름을 나는데 녹차와 보이차도 나름의 운치가 있다.

(위) 홍차 발상지가 표시된 무이산 동목촌
(아래) 최초의 홍차인 정산소종正山小種 제차 모습

400년 넘게 유행하는 홍차의 매력

홍차가 태어난 곳은 중국이지만, 유행을 타고 선풍적인 인기를 끈 곳은 유럽이었다. 홍차의 고향은 중국 푸젠의 무이산이다. 등장 시기는 대략 1600년을 전후한 시기였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후 홍차는 중국 푸젠성의 울타리를 넘어 도자기와 함께 유럽으로 전해졌다. 17~19세기 유럽 시장에서 문화상품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던 동양의 물품은 차와 도자기였다. 중국의 도자기 차이나(china)에 이어 일본 도자기 역시 유럽 시장으로 진출했고, 유럽은 도자기를 자체 생산하는 등 각축이 이어졌다. 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릇의 변화와 더불어 음료, 차 산업에서도 변화가 치열했다. 영국은 19세기 중엽 청나라와 아편전쟁을 치르면서까지 홍차를 수입하고자 했다.
검은 빛깔의 홍차 찻잎이 뜨거운 물을 만나면 홍적색紅赤色의 찻물을 드러냈다. 홍차는 사람들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달콤한 꽃과 상큼한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도 매력적이었다. 농후한 맛은 기름진 음식과도 잘 어울렸다. 특히 무겁게 식사하는 영국인들은 아침과 저녁 식사자리에서 주로 홍차를 마셨다. 한가한 오후 시간에도 간식과 함께 즐기며 점차 생활문화 일부가 됐다. 홍차를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라 부르기도 했다. 홍차에 푹 빠진 영국은 인도나 스리랑카 등지에 차나무를 새로 재배하면서 유럽식 홍차를 만들었다.
홍차는 차나무 산지와 제조 기법, 수많은 브랜드에 따라 구분된다. 제차 과정을 기준으로 차를 분류하면 산화발효 계열이며, 발효 정도에 따라 완전발효차에 속한다. 다른 차와 달리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그 제작 기법의 차이가 상당하다. 또한 세계 차 시장에서 홍차의 점유율이 제일 높다 보니 산업 규모가 매우 크고 변화도 빠르다. 유럽식 홍차는 제차 과정에서 기계화가 발달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산지의 잎을 섞어 만든 블렌디드 홍차, 향료와 과일을 첨가하거나 우유와 설탕을 첨가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의 홍차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좋은 홍차란 해독과 소화 작용을 하며, 몸의 기운을 상승시켜주는 성질을 지닌 것이다. 또한 심장기능 강화와 신경중추를 자극해 사고력 집중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인에게 필요한 활력과 각성 작용,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해결해 주는 차가 홍차라 할 수 있다. 나를 깨우는 멋진 홍차 한 잔으로 이 계절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티쿱스토어) 본부장,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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