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⑭ 코로나 시대 곤이지지困而知之

차는 내 몸으로 들고나는 것이 몸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런 차의 작용을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라고 표현하며, 채움과 비움의 실천론은 논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티쿱스토어에서 지난 6월 한 달간, 차를 마시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논어서화전을 열었다. 전시 주제는 ‘다시 하는 나의 좌표’였다. 《논어論語》는 자신이 있는 시공간의 좌표를 밝히는데 어울리는 나침반 같은 고전이기 때문이다. 전시에는 중국 서화書畵의 고향이라 불리는 장쑤성 이싱[宜興]의 작가들이 참여해 논어를 소재로 서예와 도자기 작품을 선보였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시대 실천 윤리로 논어를 다시 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공자는 늘 배우기를 좋아했다. 여기저기 묻기를 좋아했으며 아래 사람에게 묻는 것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생하고서라도 배울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고, 고생을 겪고도 배우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논어論語》는 공자의 가르침을 학이學而라는 테제를 시작으로 단계적 실천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스승의 도道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것에 대해 충서忠恕라고 했는데, 충忠은 내 마음 위에 세워진 것으로 채움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모습이며, 서恕는 내 마음이 너의 마음과 같도록 나를 비워 너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이다. 충과 서를 채움과 비움이라는 실천 개념으로 말하기도 한다. 또한 차茶도 “내 몸에 채울 것은 채우고 비울 것은 비우는 작용, 즉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라고 표현한다. 차와 논어는 나의 몸과 정신을 어울리게 하는 참 좋은 안내자라 할 수 있다.

중국 의홍의 서예가 장루이펑[蒋瑞峰]이 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고생을 겪으며 배우는 생활면역

지금 시대를 코로나 시대라고 부른다. 사람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회를 움직이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5월초를 기점으로 코로나19 대응 정책 기조가 바뀌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전문가들은 여름 고온으로 잠시 잠잠해지겠지만, 다시 2차 혹은 3차로 이어지는 폭증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아보게 했고, 많은 숙제를 주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갈까? 아직 특별한 대안이나 출구는 보이지 않고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최근까지 대처가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대부분 성숙한 시민의식에 기초했다. 강력한 통제 정책도 효과가 있었지만, 자발적 시민의식으로 이루어진 연대와 함께 발맞춘 정부 정책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더불어 생활 속에서 위생 관념을 유지하고, 외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는 식생활 등이 강조되기도 했다.

차茶는 음식의 소화 작용과 함께 자신의 몸과 정신을 돌보도록 돕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유행하는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자기면역, 즉 생활방역의 개념과 목표를 같이할 수 있는 생활면역이다. 생활 속에서 자기 면역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 이후 생활 패턴을 좌우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 될 것이다. 생활면역을 위해 추천하는 것으로 식품과 운동이 있다. 식품으로는 김치와 마늘을 이야기하고, 토마토와 귀리, 인삼과 홍삼을 말하기도 한다.
나는 생활 속의 차문화를 권한다. 차는 동양의 음식문화 가운데 정수精髓라 할 수 있다. 식사의 긍정성을 살리고 부정성을 최소화는 작용을 하며, 나아가 참선 같은 정신적인 작용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차나무가 자라고 초기 차문화가 발달한 지역은 대개 아열대 기후대였다. 습하면서 더운 아열대 지역은 풍토병이 많았고, 온역溫疫이라고 하는 전염성 강한 질병이 자주 발생했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발된 음료가 차였고, 이후 동양의 생활문화에서 차는 해독과 중화 작용을 하는 대표 음료로 발전됐다. 차문화를 즐기기 위한 관건은 소화 능력에 따라 식품과 음식을 결정하는 지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어떤 문화의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 다시 한 번 공자를 떠올리고 곤이지지困而知之를 말하고 싶다.


서해진 |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한국문화정품관(티쿱스토어) 본부장, 중국 이싱한중도자문화교류센터
대표 등을 맡고, 차 관련 사업과 활동으로 생활 속 차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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